소설리스트

9화 (9/20)

 뒤에서 딴짓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다 듣고 있구나.. 여튼, 나를 포함한 세 명이 집에 들어서자, 신발장 앞에 서있던 정이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내 뒤의 두 사람도 내 동생을 보고 약간 놀란 듯 했다. 가만히 있으면 진짜 인형 같으니...

   "누, 누구셔...? 혹시..여자친.."

   "아냐, 그냥 아는 누나...들."

 제시카누나의 눈치를 보다가, '들'을 붙였다. 정이는 소녀시대 데뷔 즈음에 미국에 갔기 때문에, 소녀시대를 모르는 듯 했다.

   "아, 미국에 산다구 했지... 난, 효인이랑 친한 누나이자, 소녀시대 리더 김태연이라구 해. 반가워."

   "소녀..시대?"

   "아, 여기 두 누나들 가수거든. 우리나라에 제일 유명한 아이돌 가수."

   "헤에~ 오빠가 그런 사람들도 알아?"

   "인사나 해."

   "전 효인오빠 쌍둥이 동생 박효정이예요. 오빠랑 제.일.가.까.운.사.이.죠."

 그런거 강조하지마 정아...;;

 그리고 저런거에 열등감 느끼지 마세요, 태연누나...;;

 간단한 인사를 한 우리 넷. 두 누나들은 거실에 자리 잡고 티비를 켰고, 난 저녁을 만들기 위해 부엌에 섰다. 효정이는 다른 여자 두명이 집에 들어온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내 옆에서 내보내라고 재촉했지만, 나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누나들한테 "나가주세요" 라고 하는 건....

 몇 분 뒤, 완성된 스파게티. 만들면서 맛을 보니, 편의점에서 사온 재료로 대충 만든 거 치고는 맛이 썩 좋았다. 제일 비싼 걸로 사길 잘한 거 같네.

 샐러드도 괜찮고, 소스도 괜찮고..

 식탁에 앉은 우리 넷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스파게티를 먹었다.

   "설거지 내가 할게, 오빠."

   "응? 아냐. 피곤할텐데 쉬어."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시선으로 누나들을 쳐다보는 동생을 뒤로 한채,  설거지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과 어제 설거지 까지 쌓여 있어서 설거지를

끝내자 시계는 어느새 열한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나들 안 가봐도 되요?"

   "응, 상관없어."

 내 물음에 답해 준건 당연히 태연누나. 그런데 의외로, 효정이와 수연누나가 정답게 얘기하고 있었다. 태연누나 말대로 성격이 비슷해서 잘 

맞는 건지... 여튼, 둘은 오랫동안 알던 사이였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면서(내 동생은 낯선 사람 앞에선 잘 웃지 않는다.)떠들고 있었다.

   "정아, 우리 여행 금요일 이랬나?"

   "응? 아, 그거 내가 아빠한테 말해 가지구 일정 아예 바꿨어. 패키지도 아니구 그냥 자유여행으로. 출발은 1월 3일. 지금 한국 30일이지? 

  그리고 20일 일정이야."

   "20일?! 그렇게나 길게?"

   "뭐, 호주랑 뉴질랜드까지 보려면 20일은 필요할거 같아서. 그리구 오랜만에 오빠 보러 왔는데 오래 있어야지- 단둘이 여행하는건

  더더욱 오랜만이구."

   "잠깐잠깐, 지금 뭐라구..?"

   "동생이랑 호주여행 가기로 했거든요. 왜요?"

   "응? 아니..그냥..."

 아쉽다는 마음이 표정에 다 드러나는 태연누나. 제시카 누나는 그런 태연누나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난 괜히 뻘쭘해져, 

동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생역시, 어딘가 이상한 태연누나의 표정을 느꼈는지, 날 수상하단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다가, 다시 제시카 누나와 대화를 시작했다.

   "20일 씩이나 여행을 가다니.."

   "왜요? 저 없으면 허젼할거 같아요~?"

   "응..무척..."

 ....;; 장난스럽게 물어보는 나에 비해 진지하게 대답하는 태연누나.

   "히잉...진짜 쓸쓸할 거 같아.."

   ".....;;"

   "아, 우리 사진이라도 찍자! 생각해보니까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네?"

   "음...그래요."

 갑자기 사진을 찍는 우리를, 옆의 두 여자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나저나, 이제 보니 둘이 꽤 많이 닮은 것 같네... 키는 정이가 작지만, 성격도 

비슷하고, 머리도 금발에.. 풍기는 분위기도...

   "갑자기 웬 사진?"

   "응? 그냥,  친하게 지내는데 여태껏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없는 거 같아서."

   "흐응~ 뭐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구?"

   "다른 뜻 뭐?!! 또 평소처럼 놀릴 생각 하지마!!"

 태연누난, 수연누나에게 자주 놀림 받는가 보다...

 두 누나는 집에서 수다를 떨다가 새벽 한시가 되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정이는, '제시카 언니'가 맘에 들었다고 하면서도, 나보고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태연누나와.

 미안하다 동생아, 난 이미 태연누나와 두 번이나 관계를 맺었단다..

 난 잠이 오지 않는다는 동생을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나도 그 옆에 누웠다.

 윤아누나 일도 잘 풀리고, 오랜만에 동생도 보고.. 난 기분 좋게, 단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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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보니, 어느새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음..정이는 어디간거지?

   "오빠 일어 났어-? 아침 해놨으니깐 먹어. 오빠가 좋아하는 토스트야!"

   "으음? 그래..."

 정이 말대로, 식탁에는 예쁘게 잘 만들어진 토스트 두개가 놓여있었다. 정이는 이미 다 먹은듯, 내 맞은편에 앉아 내가 먹는걸 가만히 쳐다보며

살짝 웃고 있었다.

 사실, 정이는 미국으로 가고 나서 '오빠 사랑'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초등학교땐 그냥 잘 따르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한국에 오기만 하면...달라붙어 산다고 해야 하나?

   "1월 3일 출발이면...3일 남았네?"

   "웅! 그때까지 한국에서 놀려구! 오빠 호주 갈 준비 다했지?"

   "음...옷 좀 더 챙겨야 할려나. 20일인데."

   "그럼 오늘은 시내 쇼핑 데이트! 알겠지?"

   "데이트는 무슨... 쇼핑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자. 그런데 연말이라 사람들 많지 않을까?"

   "상관없어, 상관없어-! 오빠 밥 다 먹으면 바로 씻구 나가쟈!"

   "뭐, 그래."

   "나 이번엔 잠실 가볼래! 저번에 가려다 못 갔잖아."

 동생은, 내 맞은편에서 몹시 기대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은 난, 나갈 준비를 한뒤 동생과 함께 잠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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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시간, 소녀시대의 밴 안.

   "에에? 효인이 호주 간다고-? 얼마동안?!"

   "20일.."

   "20일..씩이나?"

   "응...오랜만에 동생이랑 둘이 가는거라구..."

 태연의 혼잣말을 시작으로, 효인이 얘기로 후끈해진 밴 안.

   "효인이가 누군데?!"

 아홉명의 소녀들의 얘기를 듣다가, 기습적으로 물어보는 매니저. 순간적으로, 시끄럽던 밴 안이 조용해졌다.

   "어..? 어, 그냥 아는 동생."

   "흐음...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썸씽이 생길 것 같으면, 먼저 보고해야 하는 거 알지?"

   "네에-"

 적정선의 비밀연예는 허락해 주고 있는 SM. 사전에 보고를 하고 문제없는 상대라고 여겨지면,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회사에 비밀로 하고 

몰래 만나는 건 물론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매니저들은 자신들의 가수의 '연예사'에 대해 무척 민감해졌다. 만약 비밀연예를 발견하지

못하면 매니저 역시 처벌받기 때문에...

   "진짜로 뭔 일 있으면 미리미리 보고해라-? 안 그러면 내가 힘들어 진다구- 알겠지?"

   "네에-"

 '네'라고 대답 하면서도 찔리는 게 많은 소녀들. 그것에도 불구, 소녀들은 다시 효인과 그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말이라 바쁜

와중에도, 효인이 얘기를 하다보면 힘이 나는 소녀들이었다.

   "효인이란 애, 어떻게 알게 된 건데? 나도 매니전데 어느 정도는 알아야지.."

   "오빠도 자주 본적 있는 애야.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 하던 애. 알지?"

   "아, 그 예쁘장하게 생긴 애? 착해 보이고 성실해 보이던데- 어떤 앤데?"

 어떤 애냐는 매니저의 질문에, 맴버들은 각자 다른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음, 보이는대로 되게 착하고, 배려심 많은애야." 라는 윤아부터 시작해,

   "장난스럽고 재밌는 애야." 라는 태연과

   "잘생기기도 하구, 귀엽기도 하구, 예쁘기도 하구..." 라며 뒤를 잇는 유리.

   "그리고 뭔가 신비한 매력이 있어요!" 라고 한마디를 더하는 서현.

   "겸손하고, 내 부탁도 다 들어줄 정도로 좋은 애야." 하며, 지난번 관계를 맺을 때가 기억났는지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써니.

   "....나랑 안맞아." 라고 한마디를 더하는 제시카 였지만, 그 뒤로 이어진 수영과 다른 맴버들의 칭찬에 묻혀버렸다. 매니저는 끊임없는 맴버들의 

칭찬에, 맴버들과 효인의 관계를 약간 의심하면서도 효인이라는 남자애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어느새 밴은 애버랜드에 도착했다. 맴버들은 익숙한 듯 바로 내리고, 팬들의 함성 속에서 이십분의 공연을 마쳤다. 몇 시간 뒤,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

스캐줄을 위해 SM빌딩 앞에 밴이 멈춰 섰다.

 몇 분 뒤, 인터뷰를 위해 방안으로 들어선 소녀들. 소녀시대를 꽤나 잘 아는 듯한 남자 잡지 기자가, 밝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는, 한 시간쯤 뒤 후반부를 향해가고 있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맴버분들 모두에게 질문입니다! 각자의 이상형은?!! 먼저 태연씨!"

   "음...전 장난기 있고 재미있는 사람이 좋아요..음, 키는..183정도?"

   "장난을 좋아하는, 재밌는 사람이라...그럼 윤아씨는요?"

   "저는, 착하고 배려심 있는 남자가 좋더라구요,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

   "그럼 막내 서현씨는요?"

   "배려심이랑 재미도 중요하지만, 전 남다른 매력이 있는...그런 남자요. 좀 추상적인가요? 헤헷.."

 그렇게 맴버 모두의 이상형을 묻고 나서, 인터뷰가 끝이 났다. 잡지기자가 나가고, 해피 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아까 밴 안에서의 대화와

겹쳐진 이상형.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뿐 이였다.

 아무도 효인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서로가 생각한 것은 분명 효인이일 꺼라고 단언하는 그녀들이었다.

 하지만 싸늘했던 분위기는, 인터뷰가 끝나고 주어진 몇 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금방 사라져 버렸다. 숙소에 도착한 그녀들은, 저녁에 있을 연말 콘서트

준비 때문에, 각자 흩어졌다.

 피곤해서 자겠다는 맴버들과, 노래연습을 하겠다는 맴버들, 안무연습을 하겠다는 맴버들로 각각 흩어졌다.

   -제시카, 티파니방-

   "저기, 아까 애들 왜그 렇게 조용해 졌던거야?"

   "에휴.. 띨파니야. 너 빼곤 다 알거다."

   "...응?"

   "아까 밴 안에서 너네 들이 박효인 칭찬한 거 기억나지?"

   "움...응!"

   "그럼 방금 인터뷰 한 거 기억나지?"

   "응!"

   "똑같지?"

   "어...그렇네? 그런데 그게 왜?"

 제시카는, 다 말해줘도 이해를 못하는 티파니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럼에도 티파니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제시카에게

더 말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니깐, 애들의 이상형이 다 효인이라는 거잖아!"

   "그렇구나! 그럼 애들 지금 서로 경쟁 하는거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 참, 박효인이 뭐라고."

   "왜에? 난 효인이 좋은데... 착하구 재미있구... 잘생기기도 했구... 서현이 말대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매력도 있는 것 같구."

 제시카는, '아, 파니마저.' 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그리곤, 포기했다는 듯 티파니의 안무를 한 번 더 확인해주고,

방에서 나갔다.

 티파니는 제시카가 나간 뒤, 다시한번 안무를 연습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자신의 머리맡에 앉아있는 분홍색 곰을 보고는, 저번에 효인이와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고 웃음이 나오는 파니였다.

#티파니의 머리속#

 약 일주일 전, 숙소근처 봉제인형가게 앞.

   "흐왕...저 곰돌이 귀엽다... 흐엑?! 뭐가 저리 비싸... 아무리 수제라고 해도..!"

   "뭐 봐요?"

   "으엣?! 아, 효인이구나.."

   "헤에- 곰돌이 귀엽네요. 근데 되게 크다...일 미터는 가뿐히 넘겠네요."

   "리락쿠마라는 곰인데, 꽤 유명한 거거든, 헤헤.."

   "아! 들어본 적 있어요. 보통 갈색이던데.. 이건 분홍색이네요. 여자 곰돌이 인가?"

 티파니는 우연히 만난 효인이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곰돌이 앞에서 왠지 친밀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들어가서 구경하자는 효인의 말에 얼떨결에

같이 끌려들어간 티파니.

 효인이 에게 이끌려 들어갔지만, 역시 좋아해서일까, 관심 있게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티파니였다. 한편, 효인이는 티파니보다도 더욱 곰돌이에

흥미를 보이며, 점원에게 질문까지 하고 있었다.

 약 십분 뒤, 티파니가 눈 여겨 보던 분홍색 대형 곰돌이 하나와, 베개정도 크기의 갈색 곰돌이 하나를 양손에 들고 가게를 나온 효인이.

   "지나가다가 눈에 띄어서 봤는데 그게 누나였을 줄이야, 히히. 덕분에 귀여운 봉제인형 하나 샀네요."

   "으응."

   "여기, 이건 누나 선물."

   "에에?!"

 효인이가 건넨 건, 오른손의 큰 곰 인형. 브랜드 상품에, 수제라서 되게 비쌌기 때문에, 티파니의 두 눈은 놀라서 동그래졌다.

   "빨리 받아요. 귀엽지만 분홍색은 좀. 애초에 누나 주려고 산건데요."

   "나, 나 주려구..?"

   "네. 저번에 누나 싸인된 앨범세트 받았 잖아요. 고마웠는데, 방금 관심 있게 보시길래...  아니 예요?"

   "아니아니아니아니, 되게 좋아...고마워..."

 티파니는, 앨범세트에 비해 훨씬 비싼 곰 인형을, 활짝 웃으며 끌어안았다. 눈에 띄는 큰 크기였지만, 애초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동네가 아니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두 사람 이었다.

   "누나 웃을 때, 진짜 예쁜 것 같아요."

   "응...?"

 효인이가 웃고 있는 티파니를 보고 한 말에, 티파니는 꽤나 놀란 듯, 효인에게 다시 되물었다.

   "그런 소리 자주 듣지 않아요? 사람들은 다들 그렇지만... 누난 특히 웃는 게 잘 어울려요."

   "그, 그래..?"

 사실 효인의 말대로, '웃는 게 예쁘다.'는 얘기는 귀가 아프게 들었던 티파니였다. 그런데, 효인에게 그런 말을 듣자, 티파니는 왠지 두근거림을

느끼며, 부끄러워 졌다.

   "고, 고마워."

   "사실인데요 뭐. 전 이쪽방향이라 가볼게요- 조심히 들어 가세요-"

   "으응. 다음에 보자-"

#회상 끝#

   "헤헤.. 효인이.."

 그때부터 티파니 마음속 깊은 곳엔 이미 효인이에 대한 호감이 심어져, 점점 더 자라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그저 '착하고 좋은 동생' 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말이다.

   "파니언니, 뭔 생각 하세요..?"

   "어엇?"

 언제 들어왔는지, 곰돌이를 끌어안고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던 티파니 옆에는, 서현이 서있었다.

   "아, 전에도 물어보려 했는데 그 곰 인형 어디서 샀어요? 수제 같던데."

   "으응? 아...팬, 팬한테 받았어.."

   "와...이렇게 큰 인형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그치..? 헤헤..."

 행복해 하는 티파니를 바라보던 서현은, 연말 콘서트에 관해 몇 가지를 알려주고 방에서 나갔다.

 그렇고 몇 시간 후, 연말특별콘서트를 위해 다시 숙소를 나선 소녀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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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1월. 동생과 나는, 그저께와 어제 쇼핑을 하며 시내를 돌아다니며 여행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출발은

내일 새벽.

 동생은, 아침부터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나가버렸다. 고로, 혼자 남은 난 나른한 낮 2시, 그냥 집에 누워있는 중이다.

  지이잉- 지이잉-

 전화가 온 걸 알리는 내 핸드폰. 발신자를 보니, 티파니 누나였다.

   "여보세요-?"

   "효인아, 지금 시간 있어?"

   "네. 왜요?"

   "너 내일 호주 간다면서. 그럼 한동안 못 볼테니까, 만나서 놀자구."

 사실 몇몇 누나들로부터, 여행가기전에 만나고 싶지만 스캐줄이 있어서 안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티파니 누나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하긴, 각자 다른 활동을 하니깐...

   "응? 응?!"

   "좋아요. 그런데 어디서..."

   "영화보자! 최신 액션영화 예매할게."

   "네. 누나랑 또 누구 오는데요?"

   "숙소에....나랑 수연이 밖에 없는데? 수연이는 안 갈꺼니깐, 우리 둘이 가자."

   "그러죠, 그 편이 더 편하구. 어디서 만날까요?"

   "음, 영화가... 4시 반이니까... 지하철 XX역 4번 출구에서, 네 시에 만나자."

   "네. 그럼 그때 봐요~"

 티파니 누나와 단둘이 만나서 놀만큼 친한가...싶긴 했지만, 할일도 없구 누나도 괜찮다는데 뭐.

 역시 정말로 친하다고 할 수 있는 건 태연누나랑 써니누나 까지 일라나? 알바에서 알게 된 이후로 평소에도 자주 만났으니.

 약속장소까진 삼십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난 느긋하게 샤워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틀 동안 동생에게 끌려 다니며 하루 종일 쇼핑도 하고

놀다보니 피로했지만, 오늘 잠을 푹 자고나니 멀쩡해졌다.

 따뜻한 샤워기물로 몸을 적시니, 약간 몽롱한 느낌과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은 기분이야..쿡.

 아, 서현누나가 짜준 목도리 하고 갈까..오늘 춥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얼마뒤, 약속장소. 정확히 4시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4번 출구로 향했다. 목도리를 코까지 올리고, 모자까지 쓰고 있는 수상한 사람. 물론

티파니 누나겠지만.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좀 떨어진 거리에서도 덜덜 떨고 있는게 보였다.

   "누나!"

   "앗, 효인이 너, 2분 늦었어!"

   "헤헤, 미안해요- 따뜻한 커피 살게요!"

 난 바로 앞에 보이는 스타벅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티파니 누나는 '이걸로 2분 늦은 건 봐줄게.' 라며, 앞서서 스타벅스 안에 들어섰다. 칼로리

때문인지, 혹은 그냥 취향인지 에스프레소를 시키는 티파니 누나. 원래부터 단걸 좋아하는 난, 카라멜 마끼야또와 카페모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카페모카를 시켰다.

 몇 분 뒤, 나온 커피의 맛을 보고는 실망. 역시 체인점이라고 맛이 똑같은 건 아니란 말이지...여긴 영 별로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괜찮았는지, 눈웃음을 지으며 맛있게 커피를 먹는 티파니 누나. 목도리를 느슨하게 풀어 얼굴이 좀 드러나서 불안하긴 했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 안 쓰는 듯.

   "다른 누나들은 어디 갔어요?"

   "아, 지방행사. 나랑 수연이는 미국에서 왔잖아. 그래서 영어 관련해서 둘이 다닐 때가 꽤 있어."

   "아...미국권이라..."

 순간적으로 미국에 있는 동생과 부모님이 생각나는 나였다.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서 들고 나와 향한 곳은 바로 옆의 영화관. 티파니 누난 예매해온 영화표를 뽑더니, 한 장을 내게 건넸다.

 내가 어떤 팝콘을 살까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티파니 누나는 커플세트를 주문했다. 뭐, 그쪽이 싸고 양도 적당하다나.

 돈을 지불하고, 어느 정도 기다리자 커플세트가 나왔다.

 난 팝콘을 들고, 티파니누나는 칼로리 제로 콜라를 들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보는데, 약간 특이했다. 화면은 2D인데, 의자가 흔들리는... 음, 의자가 흔들리는 건 4D쪽 아닌가. 물 나오고 냄새나고 하는거....

 그럼 이건, 2D와 4D 사이인 3D영화 인가. 3D영화는 입체인데...

 그런 허졉한 생각을 하면서 팝콘을 먹으려는데, 팝콘상자 안에서 맞닿은 누나와 나의 손. 난 움찔하며, 천천히 손을 뺐다. 이건 왠지 3류 드라마의

흔한 '연예의 시작'같은데..?;;

 그리고 그 뒤로도,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몇 번 비슷한 일이 반복 됬지만, 두 번째 부턴 별  감흥 없이, 팝콘을 집어먹었다.

   "하아~ 영화 재미있었다...그치?"

   "네- 두 시간 가까이 하는 건데도, 지루하지가 않았네요."

   "저녁먹자- 저기 레스토랑 갈래?"

   "오, 그래요!"

 티파니 누나가 가리킨 곳은 한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 원래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썬, 특히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썬 아주 좋은 제안이었다.

저녁 먹고 가자는 누나의 말에 잠깐 동안 집에 혼자 있을 제시카 누나가 생각나긴 했지만... 뭐, 나랑은 앙숙이니깐. 그리고 알아서 하겠지.

   "음...미디움 안심스테이크 하나랑, 바베큐 립 하나요."

   "네,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이 가고 나서도, 티파니 누나는 목도리만 풀고 모자는 벗지 못했다. 그게 불편해 보여 좀 안쓰러워 보였지만, 누나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먼저

나온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뭐가 생각났는지 샐러드 소스를 입에 묻힌 상태로 입을 여는 누나.

   "오늘 저녁은 내가 살 테니깐, 다음번엔 너가 사는 거야, 알겠지?"

   "다음번이라..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그리구 말 놔... 선후배 사이도 아니구 그냥 아는 누나동생 사이인데. 나이들어 보이잖아."

   "그래도 6살 차이인데."

   "뭐 어때~ 내가 불편해서 그래."

   "앞으로 천천히..놓을게요."

 티파니 누나는 뭐라고 더 말하려 했으나, 이내 스테이크가 나와서 우리 둘은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저녁 9시. 지하철을 같이 타고, 같이 소녀시대 숙소 앞까지 왔다. 사실 제시카누나의 얼굴을 보기가 껄끄러워서 그냥 가려고 했지만, 여자 혼자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티파니 누나의 말에, 하는 수 없이 따라왔다.

 다른 누나들이면 모를까, 이 누나는 진짜로 위험하단 말이지. 위기의식도 없고, 단순하고.

   "들어가서 좀 있다가라~ 응?"

   "그냥 가볼게요. 저랑 제시카 누나, 사이 좀 그런 거 알잖아요."

   "그럼 잠깐만.."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가, 30초쯤 뒤에 다시 나온 티파니누나. 누나는 활짝 웃고 있었다.

   "수연이 없어! 그러니까 들어가자!"

   "....에휴."

 내일 새벽같이 출발해야 되서 일찍 자려고 했건만... 동생도 아까부터 문자를 계속 보내오고 있고...먼저 자라고 했지만..

 그래도 누나의 부탁이니깐, 할 수 없이 숙소에 들어선 나. 마지막으로 왔던 게, 삼일 전 윤아누나 사건 때였나. 우린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티파니

누나는 주스를 가져다주었고, 주스와 함께 편안한 소파에 앉아있으니, 무척 나른해졌다. 마치 내 집의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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