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귀를 울리는 고함소리에 소리가난 방향을 쳐다보니, 익숙한 금발의 여자와, 작은 키의 여자가 보였다. 둘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태연누나는 날,
수연누나는 유진이를 끌어당겼다.
"뭐하는 거야?!! 아무리 너가 바람둥이라도 그렇지...우리 맴버뿐 아니라 다른 여자 한테까.."
"잠깐! 하아..누나들, 지금 그런 상황 아니예요."
"아니긴? 방금 우리가 둘이 키스 하는거 봤는데?!!"
키스란 말에, 쑥쓰러워 하며, 고개를 숙이는 유진이. 덕분에, 둘의 오해는 더욱더 심해졌다.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주목되기 시작했기에, 난
일단 유진이와, 옆에 있던 태연누나의 손목을 잡고 구석 골목으로 끌고 갔다.
사람들은 모이는가 싶더니 금방 흩어져 버렸고, 여전히 수연누나와 태연누나는 날 뚤어져라 째려보고 있었다. 난 유진이에게, 다시한번 미안하다고
말하며 집으로 보냈다.
물론, 누나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후..좋아, 아까 걘 니 이야기 듣고 나중에 만나면 돼....아까상황, 설명해봐!!"
"마지막인사...같은 거예요."
"으응?"
유진이가 나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주자,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하고 미안한 표정을 짓는 두 누나.
"그런데, 너가 아무 말도 안했는데 그냥 약속을 없던 걸로 해준 거야?"
"네.. 원래 착한 애예요, 유진이..."
"......."
"그런데, 수연누나는 누나만 믿으라면서, 뭐 한 거 있어요?!"
어딘가 숙연해 지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장난스럽게 수연누나에게 물은 나. 수연누나는, 딱히 생각해논 방법이 없었는지 내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때는 내가 하고나서 정신이 없어서 되는대로 말해 버렸나봐~ 히히."
"응? 뭘 해?"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언급해 버린 수연누나. 태연누나의 질문에 순간 굳어버린 수연누나였다. 그래, 이제 말할 때가 됐지...
"태연누나, 사실 저..."
"대화를 했다고, 대화를!"
"대화하고 정신이 없어서 되는대로 말한다고?"
"그 대화랑 그 말한 거랑은 다른 거였구...에휴, 여튼 일 잘 풀렸으니깐 다행이다, 그렇지?"
"어? 응... 진짜 다행이야... 난 효인이가 진짜 우리한테 질려서 연락 끊은 건줄 알구.."
"그러니까~ 기념으루 같이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유난히 밝게 말하며, 화제를 돌리는 수연누나. 연기 하는게 티가 나는데, 태연누난 이번의 '유진이문제'에 신경이 쏠려서 그런지, 눈치 채지 못 한듯
보였다. 태연누나의 뒤에서, 말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는 수연누나.
지금 당장 말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미룰수록 안 좋은데... 그래도 저렇게 눈치를 주는데..조금만 미뤄두자..
두 누나들과 도착한 곳은, 숙소와 내 집 사이에 위치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유일하게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를 벗는 두 누나들 때문에, 놀란
나였지만,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밥 먹는 내내,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나였지만, 정작 태연누나는 해맑은 표정으로 흡입하듯 밥을 먹고 있었다. 이제 보니, 살이 더 빠진 것 같네...
"우물우물...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네? 아...누나 살이 빠진 것 같아서.."
"우움? 그런가아..헤헤..."
여전히 입을 오물거리며, 살짝 웃는 태연누나. 너무나도 귀여운 그 모습에, 이전부터 다짐해온, '진실 말하기'에 대한 주저함이 생겼다. 하지만, 더 이상
끌다가는 죄책감이..
이번 주 안에...모두에게 말 하겠어...
"뭔 생각해? 안 먹어?"
"응? 아...먹고 있어요."
맛있게 밥을 먹는 태연누나와,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수연누나. 그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듯한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고, 헤어진 우리. 난 곧바로
침대에 가서 누웠다.
눈을 뜨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점심시간...쯤 되었으려나. 난 전에 먹다 남은 피자조각을 데워, 간단히 점심을 떼운 뒤, 깨끗하게 샤워를 했다.
간단히 옷을 입고 집을 나서니, 어느새 따뜻해진 날씨가 날 반겼다. 2월 중순...
생각해보면, 방학하기 몇 일전부터인 12월 중순부터 2달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편의점 알바를 하다가 만난 태연누나와 서현누나. 덕분에 알게된
다른 누나들과 수정누나.
태연누나와 첫 경험을 하고, 윤아누나 협박사건으로 17바늘이나 꿰매기도 하고, 수연 누나한테 뺨도 맞고... MAAT와 관련 되서 유진이까지 끌어들여져
힘든 때도 있었지만, 동생 정이랑 여행도 다녀오고...
9명의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죄를 지은 것까지...
"이젠...정리할 때야."
난, 소녀시대 숙소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문이 살짝 열리고, 얼굴을 내민 건 다름 아닌 태연누나.
"에엣- 효인이네?! 잠깐만!!"
방금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머리와, 눈에 낀 눈곱. 태연누난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재빨리 문을 다시 닫았다. 문이 열린 건 약 20분 뒤.
"미안~ 기다렸지?"
"아, 아니에요..."
20분 동안 씻었는지, 누나의 얼굴은 말끔해져 있었다. 살짝 미소를 지은채로, 날 바라보는 태연누나의 모습에,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묵묵히 앉아있는 나.
"저..다른 누나들은..?"
"음- 수영이랑 써니는 방에있구. 나머진 스캐줄."
".....누나."
".....으응?"
갑자기 진지해진 나의 모습에, 당황한 듯 멀뚱히 날 쳐다보는 태연누나. 하아...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누나 이후로 다른 여자들이랑...관계 맺었어요..."
"어..어??"
"누나랑 편의점에서 하고 나서...하아, 다른 누나들이랑도...관계를 맺었어요."
"다, 다른 누나들...이라니?!! 너 설마...."
"....네."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한 태연누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얼마간의 정적이 지나고, 무척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여는 태연누나.
".....누군데."
"하아, 효연누나.."
"효연이?!"
".......빼고...."
"......?"
"......."
"......!!!"
내 말뜻을 이해한 태연누나는, 자신의 입을 양손으로 막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퍼억-
"으읏..."
들어 올려 진 태연누나의 손은, 뺨을 때릴 거란 내 예상과 다르게, 주먹으로 내 배를 강타했다.
"당장...당장 나가!!!!!!"
난, 고개를 푹 숙인 채, 숙소를 나왔다. 태연누나의 고함소리를 듣고 나온 써니누나와 수영누나가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왔다. 유난히 맑은
하늘이 야속해 보였다.
이제, 아홉 명 남은 건가. 아, 수연누나랑 수정누난 알고 있을테구... 수영누나랑 써니누나도 알게 됐겠지만, 따로 만나서 얘기해야겠지...
하아, 나오는 게 한숨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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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인이 나가고, 충격 받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린 태연.
"왜, 왜 그래 태연아?"
바닥에 쓰러진 태연이 걱정된다는 듯, 물어보는 수영과 써니. 그러나, 이미 태연의 눈에는 그런 둘이, 가식적인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첫 상대인 효인을 빼앗아 가버린 여자들.
"만지지...마!"
"뭐, 뭔데 그래?! 효인이랑 뭔 일 있었어?!!"
"시끄....."
투욱-
갑작스럽게,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태연이, 쓰러져 버렸다. 수영과 써니는 그런 태연을 일단 침대에 눕힌 뒤,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열이
나거나 얼굴빛이 변하는 등 아픈 증세는 없었기 때문에, 매니저에게 연락하는 건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태연이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몰라. 효인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으니까.. 효인이랑 뭔 일이 있었나봐. 연락해볼까?"
"응? 아, 내가 해볼게. 넌 태연이 봐주고 있어..."
수영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써니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곤 바로 효인이게 전화하는 써니였다.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더니, 이내 들리는 효인의 목소리.
"써니누나?"
"응, 나인데, 지금 태연이 이상한데..왜 저러는지 알아?"
"......누나한테도 이야기 해줄게요. 지금 만날 수 있어요?"
"으응.."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하고 어두운 목소리의 효인 때문에, 괜시리 쫄아버린 써니였다. 써니는, 수영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간단히 준비한 뒤
숙소에서 나왔다.
효인에게 전화를 다시 하려고 한 써니의 눈에, 저 멀리에서 걸어오는 효인이 들어왔다.
"효인아!"
"........"
평소처럼, 밝게 효인이를 불러봤지만, 여전히 어두운 표정의 효인. 써니는 그런 효인이 적응 안 되는지, 괜히 더 밝은 목소리와 표정을 지어보였다. 덕분에,
더욱 말을 꺼내기 힘들어진 효인이었다.
20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입을 떼는 효인.
"하아, 태연누나가 저러는 건 저 때문이에요.."
"응? 너가 뭐 했길래?"
"제가...태연누나랑... 관계를... 맺었어요.."
"어어...뭐?!!"
역시나 태연과 비슷한 반응의 써니. 효인은 그런 써니의 시선을 피한채로, 말을 이어갔다.
"써니누나랑 했을 때, 이미 태연누나랑 한 뒤였어요. 그 뒤로.. 다른 누나들이랑도..."
".....다른 맴버도?!"
"효연누나 빼고...다..."
"......."
써니는, 제자리에 멈춰서서 심호흡을 하는 듯 보였다. 효인은, 그런 써니를 보면서, 더욱 마음이 아파 오는 것 같았지만, 이미 자신이 저지른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다시 효인을 쳐다보는 써니.
"후, 뭐...내가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니까. 그때 했던 것도 내가 강제로 한 거고..."
"........"
"하지만, 너 우리 맴버들한테는 잘못한 거야! 다른 애들은 이거 알아?!"
"아니요, 제시카 누나랑 태연누나만... 수영누나랑 서현누난 일부만 알고 있구요.."
"걔들도 나처럼 자기가 원해서 한 거야?! 강제로 한 거 아니구?!"
"네에..."
"하아...어쩌다 이렇게 된 거래.. 넌 그럼 다 당하고 있던 거야?!! 남자가?!!"
"......"
써니는 한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효인을 쳐다봤다. 자신의 눈길을 피하는 효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쳐다봐도, 자꾸 눈을 피하는 효인.
"하아, 내가 다른 애들한텐 최대한 잘 말해볼게. 대신, 너 또 연락 끊고 잠수하거나 그러면 안 된다?!! 생각해보니, 너 잠수는 왜 탄거야?! 그것 때문에
다른 애들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알아?!"
"제가 한명씩 만나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서로 힘들어져 그리고 한 두 명도 아니고 앞으로 여섯 명이나 남았는데?!"
"아, 크리스탈 누나도 알고 있어요."
"어쨌든! 왜 잠수 탔는지나 말해봐."
결국, 효인은 유진이와 있었던 일에 대해 써니에게 모두 말해줬다. 아무래도, 제시카와 태연이 전혀 말을 안한 듯, 효인의 말을 듣는 써니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써니는, 이번에 잠수와 관련된 일과, 9명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이 잘 말해보겠다며, 효인을 달랬다. 효인은 예상 밖의 써니의 행동에,
아직 적응이 안 되는 듯 보였다.
"누나 왜 이렇게 담담해요...? 전 뭐 뺨이라도 맞고 그럴 줄 알았는데..."
"뭐- 말했다 시피 너랑 관계를 맺은 건 전적으로 내 의지였으니, 그것에 대해선 할 말 없지. 그리고 다른 맴버들에 관해서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오해하고 싶지 않고. 마지막으로 널 알게 된 건 3달 정도지만, 너가 나쁜 애가 아니라는 걸 알거든-"
의외로 담담하고 이성적인 써니의 모습에,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효인이었다. 효인이 생각해온 써니는, 아주 편한 누나지만, 변태. 그 정도랄까. 그래도,
진짜 친 누나처럼 자기를 믿어주는 써니덕에 많이 감동한 듯, 효인의 눈가는 약간 젖어있었다.
"아아- 괜히 일 커지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지- 애들 스캐줄 돌아오자마자...그러니깐, 오늘 저녁쯤에 다 말할 거니깐, 그렇게 알고 있어."
"네에..."
"난 가볼게- 있다가 연락할께-"
그렇게 써니는 뒤돌아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효인은 보지 못했지만, 돌아선 써니의 웃는 얼굴엔,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숙소 앞,
문 앞에 도착하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린 써니.
역시나, 여태껏 좋아해오던 남자의 진실을 알아버린 충격에,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한참을 울다가, 겨우겨우 진정을 하고 숙소에 들어선
써니. 물론, 퉁퉁 부운 눈을 보고 수영이 물어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천천히 말해줄게...태연이는?"
"그냥 잠들어있어."
"하아, 다 설명해줄게..."
써니와 수영은, 비어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써니는, 자신이 방금 들은 얘기를 그대로 수영에게 전달해줬다. 아홉명과의 관계와, 이번에 연락이 끊겨있던
일까지.
"넌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데?"
"....나랑 서현인 같이 했었으니깐. 그리고 태연이랑 했다는 것도 핸드폰 사진을 통해 봤으니깐...세 명이네."
"핸드폰 사진?"
"별거 아냐. 여튼...우리 셋 말고도 여섯 명이랑 더 했단 거야?! 그 자식 진짜..."
"너도...효인이 좋아해?"
"뭐?"
써니는, 침대에 아, 자신의 발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수영에게 물었다. 수영은 잠시 동안 그런 써니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뭐, 좋은 애 라고는 생각해왔지만, 너나 서현이, 태연이 만큼은 아니야. 사랑하는 건 아니라구. 그러니까 그런 얘길 들어도 너만큼 충격 받지 않은 거지."
"....그럼 왜 했던 거야?"
"욕구충족이랄까...나도 모르겠다. 그때 서현이랑 효인이랑 하고 있는걸 보니깐...에휴. 여튼, 그래서 너가 다른 애들한테 다 말해줄 거라고?"
"으응. 효인이가 직접 1:1로 말한다고 하는 거 말렸어. 그러는 것 보단 내가 말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하아..다른 애들, 효인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거라면, 충격 많이 받겠네...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믿기지 않는다만..."
수영은 뭔가 말을 더 이으려다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써니를 보고, 쉬라고 말한 뒤 방을 나왔다. 써니는 수영이 나간 뒤에도 가만히 그자세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한편, 써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 효인은 잠시 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곤,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일주일 만에 들어선 집. 창문이
열려있어서 그런지, 거실엔 문을 통해 들어온 먼지가 쌓여있었다. 써니와의 얘기가 길어져서 그런지,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동생과의 여행 뒤로, 이런저런 사건 때문에 하루도 맘 편히 쉴 수 없었던 효인의 얼굴엔, 피곤이 잔뜩 쌓여있었다. 물론, 지금도 편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피곤한 효인의 머리 속에는 저녁이라던가, 청소를 한다는 등의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잠에 들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곧 써니가 다른 맴버들에게 말을 할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맴버들이 자신에게 연락을 해올 것은
당연한 것이니깐. 연락을 받지 않는다면....뭐, 생각할 것도 없이 더욱더 깨질 것을 알고 있는 효인은, 밀려오는 피로를 억지로 억누르면서, 자신의 손에
들린 핸드폰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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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진짜 미치겠다... 이 상황에서 자버리다니..
우우우웅-
진동하는 핸드폰을 켜보니, 문자 50여개와 부재중 통화 20여개가 와있었다. 아 내가 진짜 미쳤지...
세 시간동안, 엄청나게 울려댔을 텐데 난 얼마나 깊게 잠 들었길래.. 하아..
*써니 말 사실이야?!! 당장 우리 숙소로 와!!!* -유리누나
*실망이야...*-윤아누나
*다신 얼굴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 내 번호도 지워.* -태연누나
*애들 반응이....미안, 잘 말한다고 말해본건데...* -써니누나
*결국 다 말했구나...* -제시카 누나.
초반에 온 문자들은, 다 내 잘못에 대한 것들이었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효인아...어디 있어...연락 좀 받아...* -티파니 누나
*너 지금 어디야?! 난 상관없어, 효인이 너만 있으면 돼. 제발...연락해줘...* -써니누나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네 잘못이 아닌데 내가 괜히 화낸 거야...미안해...* -태연누나
*너 지금 그런 상상하는 거 아니지...? 절대 죽으면 안돼...응???* -제시카 누나
*언니들한테 들은 얘기, 사실이야?! 너 지금 어디야?! 난 너 편이야, 알겠지? 제발 연락해!!* -크리스탈 누나
*언니들 지금 다 너 찾고 있어. 너 용서하겠대..제발, 제발 연락해줘...* -서현누나
....이건 뭔 상황이지. 설마 내가 내 잘못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써니누나 한테 전화하기로 했다. 이 상황에 제일 침착한건 써니누나 일껏 같아서... 전화를 걸고 몇 초만에 바로 받는
써니누나.
"효인아!! 어디야?!!!"
"저..저, 집이..예요.."
역시 긴장을 놓치고 잠에 빠진 게 잘못이었다. 이 상황에 잠이 들다니 난 정말...
"집?!! 너 지금 목에 줄 건거 아니지?!!"
"...네?"
"뛰어내리려 하는 거 아니지?!!"
"네? 아...네에..."
"전화 끊지 말고 기다려...지금 바로 갈 테니깐!!"
"네..."
약 이십분 동안, 써니누나뿐 아니라 다른 누나들까지 번갈아가며, 전화를 통해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자살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은데...
아니, 난 그럴 생각 없다 구요..!
그렇게 이십분 뒤, 집 앞에 도착한 누나들. 문을 열자마자, 수연 누나가 튀어나와 날 끌어안았다.
"효인아아아아...."
다른 누나들도, 차례로 나에게 달려들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난 바닥에 쓰러졌다.
"너 왜 연락을 안 받은거야! 우리가 너 찾느라구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HC본사에도 갔는데 너 아는 사람은 없고, 집에 와서 문 두드려 봐도 반응도
없고, 전에 갔던 원룸에도 없고!! 유진이란 애 번호도 없어서 연락도 안 되고...하아...진짜!!"
"저어..."
"그래, 어디 있었어, 너?!!"
순식간에 쌓였던 말들을 뱉어내는 태연누나. 크리스탈 누나까지 포함해서, 20개의 눈이 날 향해 있었다. 여기서, 그냥 자버렸다고 말했다간 결과는
뻔한 상황.
"그...너무 피곤해서 기절해 있었던 것 같아요..."
"기, 기절?! 이제 괜찮은거야?!"
"네에..."
"우리가 문 얼마나 두드렸는데... 못 들은거야?"
"네...근데, 서현누나는 비밀번호 알텐데..?"
"아..! 저, 정신없어서 까먹었어요..."
서현누나는 다른 누나들의 째림에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누나들은, 내가 자살하려고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안심한 듯 보였다. 그리곤, 기절했다는 말에 잠시 걱정하는 듯하다가, 이내 화난표정을 지어보이는
몇몇 누나들.
그리 넓지 않은 집안에서, 우리 11명은 정적을 이어가며,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아..난 나가볼게.."
"나도.."
얼음장 같은 분위기에, 나가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효연누나와 수영누나. 두 누나들이 나가고 나서도, 조용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저...누나들...죄송해요..."
"......."
"하아...저도 모르게..."
"난, 상관없어. 난 너가 좋으니깐...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헀구.."
가장먼저 내 말에 대답한건 수연누나. 때문에, 다른 누나들의 시선이 모두 수연누나에게 향했다.
"뭐! 그래, 난 다 알고 했었어!! 그 정도로 효인이...좋아했다고!!"
"......."
"저, 저도 효인이 포기 안 할 꺼예요!"
"나, 나도!"
수연누나의 뒤를 이은 서현누나와 써니누나. 다른 누나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세 누나들을 바라봤다.
난 이 뻘줌한 상황에, 쭈그려 앉아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조용히 있었다.
"후..일단, 우리 숙소 가서 얘기하자. 거기서 다 정리 하자구..."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생각은 안 바뀔거야."
"정수연!! 일단 따라와...!"
"......."
표정을 굳힌 채로 소리치는 태연누나에게, 이전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른 누나들도 슬슬 눈치를 보다가, 먼저 나간 둘을 따라 나섰다. 나보곤
기다리라고 했었기에, 난 멍하니 거실 중앙에 앉아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시계만 바라보고 있으니, 더더욱 시간이 안가는 느낌. 마치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넋을 놓은 채로 누나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나였다.
약 한 시간 뒤, 울리는 내 핸드폰을 집어 들고, 핸드폰에 적힌 대로 바로 소녀시대 누나들의 숙소로 향했다. 이미 새벽이라, 길거리엔 짙은 어둠이 깔려,
왠지 더욱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숙소 문 앞에 서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열리는 문. 안에 들어서자, 비장한 표정의 누나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영누나와 효연누나를 제외한 여덟 명의 여자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더더욱 부끄러워지는 나였다.
"후...일단 앉아봐."
둥그렇게 앉아있는 누나들 사이에 앉자, 천천히 입을 여는 태연누나.
"애들이랑 얘기해 봤는데..."
"네..."
"하아, 여덟 명중 아무도 너 포기하지 않을꺼래."
"......?"
"그래서, 너가 선택해. 우리 모두 네 결정에 따르기로 했어."
".........."
나보고 결정하라니....
"너 설마, 아직도 아무도 안 좋아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그, 그게...."
정답이네요...
"하아...정말 우리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 거야?"
"그, 그게...이성적으로 사랑하는 건진 모르겠는데...누나들 없으면 쓸쓸하구, 슬프고, 우울한 감정은...있었어요."
"그럼, 여기서 없어졌을 때 가장 슬플거 같은 사람을 골라!"
집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솔직히, 누구 한명을 딱 꼬집어 말할 수가 없는데.... 편의점에서 가장 먼저 만난 태연누나와,
그 뒤로 숙소에서 하게 된 써니누나. 그리고, 흥분제 사건으로 하게 된 유리누나와, 뜬금없이 하게 된 서현/수영누나와의 3P.
황민호 사건으로, 윤아누나와도 하게 됬고, 티파니 누나까지 해버렸다. 그뒤, SM인수 사건으로 제시카 누나의 처녀를 갖고, 뒤이어서 크리스탈 누나와의
두 번째 3P까지. 물론 몇몇 누나들과는 그 외에도 간간히 관계를 이어왔고..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한명을 선택한다는 건, 다른 일곱명에겐 큰 상처가 될 텐데... 애초에 이렇게 일을 벌여놓은 나란 남자는...정말...
"빨리 정해!!"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