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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5화 (5/250)

005화

단 두 번, 어스가 매직 애로우를 시전할 수 있는 수치다.

그 안에 반드시 레벨이 올라야 한다.

초조하다, 미쳐 버릴 것처럼.

방벽을 넘은 고블린과 사람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두 손가락으로도 다 셀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변해 버렸다.

이렇게 될 줄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모습을 보자 분하고 원통했다.

더구나 여긴 어머니와 여동생도 있다.

“후, 후퇴! 마을 회관으로 후퇴해!”

“씨발, 지원은 왜 안 오는 거야? 영주성에서 오는 것도 아니잖아!”

다급한 마음이 깃든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후퇴 명령이 내려졌기에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고 있었다.

도망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무기까지 내던지는 자들이 수두룩했다.

마을 회관이 무기고도 아니고 거기선 맨주먹으로 싸울 생각인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어스의 그림자 위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겹쳐졌다.

흠칫!

재빨리 돌아선 어스는 방벽에 서 있는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놈은 괴성을 내지르며 곧장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스는 고블린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배에 엉덩이를 붙인 놈이 입을 벌려 물어뜯으려고 했다.

놈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덩치는 작은 게 힘은 어찌나 좋은지 곧 물릴 처지에 내몰리고 말았다.

바로 그때 누군가 버려둔 호미 한 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짱돌에 비하면 귀족이지!’

팔을 빼는 건 위험하지만 이 순간 어스는 생명력에 모든 걸 맡겼다.

고블린은 자신을 막는 손이 풀리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스의 목을 냉큼 물었다.

콱!

그 순간 어스는 호미 자루를 집어 들었다.

보통의 경우 목이 물리면 움직일 수 없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보다 정신적으로 무너진다.

이젠 끝이구나! 그렇게 자포자기해 버리는 것이다.

하나 어스는 포기를 몰랐다.

‘역시, 안 아파.’

콱!

이번엔 어스가 고블린을 물었다.

치아가 아닌 호미 끝으로.

-레벨업.

-업적 포인트 1을 획득합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빌어먹을 정말 고맙다, 이 새끼야.’

죽어서 경험치가 되어준 고블린이 사체를 옆으로 밀어낸 어스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놈에게 물려서 떨어졌던 생명력은 레벨업과 동시에 단숨에 가득 채워졌다.

마나 역시.

눈보다 빠른 속도로 어스는 업적 포인트를 마나에 분배했다.

마나 : 105/110.

눈물 나는 수치였다.

‘아씨.’

여전히 마나 애로우의 사용횟수는 열 번이다.

그래도 맨몸뚱이, 아니 호미 한 자루보단 그래도 든든한 무기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선은 이미 무너졌다.

방벽은 함락.

도망쳐야 한다.

무작정 뛰려던 어스는 밧줄에 묶인 몸이 당겨지듯 덜컹거리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괴성.

룬의 성서에 나오는 지옥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어, 엄마. 루시!’

분명 근처에 있었는데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짜증과 원망, 걱정과 두려움이 범벅이 되면서 어스의 피를 말린다.

그들을 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달아난다?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다.

죽는 게 무서웠으니까.

하지만 어스는 달아나지 않고 가족을 찾기 위해 지옥으로 뛰어들었다.

겁이 나 지려버릴 것 같았지만.

아니, 이미 지렸나?

모르겠다, 아무것도.

* * *

콱!

가까이 붙은 고블린의 정수리에 호미를 냅다 꽂았다.

제 몸을 방패 삼아.

검방, 아니 호방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생명력 신비로운 그 효능을 믿은 결과 한 놈을 지옥으로 보낼 수 있었다.

어스의 몸은 고블린이 흘린 피로, 사람들이 흘린 피가 웅덩이가 된 곳에 서너 번 자빠지면서 혈인이 되어 있었다.

호미로 찍고, 마나 애로우를 날리며 붉어진 시야로 어머니와 동생을 찾아 헤매던 그때.

-레벨업.

-업적 포인트 1을 획득합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레벨업이 그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생명력 : 8/100.

생명력이 고작 8이 남은 상황에서 다시 그는 부활하고 있었다.

‘상태창.’

이제 열한 발의 매직 애로우를 사용할 수 있다.

업적 포인트 1, 어스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지력에 이를 분배했다.

매직 애로우의 공격력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함이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4).

생명력 : 100/100.

마나 : 110/110.

스탯 : 힘(1). 체력(1). 민첩(1). 지력(2). 정신(3).

직업 스킬(1/9) : 매직 애로우(+0/12).

업적 포인트 : 0.

코인 : 68.

어스의 선택은 절묘했다.

지력 1을 올렸을 뿐인데, 매직 애로우의 위력이 달라졌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팔이나 옆구리를 스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땐 호미가 있었다.

그걸로 마무리했다.

레벨업을 통한 회복이 아니었다면 어스는 벌써 지쳐서 쓰러졌을 것이다.

지금처럼 날뛰지 못했으리라.

‘매직 애로우, 매직 애로우…….’

전방에서 경주하듯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고블린 셋.

직선 거리였기에 명중률 보정에 힘입어 머리통에 구멍을 뚫어줄 수 있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모두 죽였다.

어스는 남은 마나량을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마나 : 40/110.

아쉬움에 목이 콱 막힌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대부분이 고블린들은 도망친 사람들을 뒤쫓아 갔다.

만약 그들이 아니었다면 어스는 크게 난처했을 것이다.

“크악!”

“아악!”

“아, 안 돼!”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이 비명.

오싹.

저기에 어머니와 여동생은 없어야 할 텐데.

불안한 시선을 이리저리 던지던 어스의 시선이 한 곳에 못 박혔다.

그토록 찾던 어머니와 여동생이 지금 벽을 등지고서 세 마리의 고블린과 대치하고 있었다.

일촉즉발!

어스는 가족을 향해 전력을 다해 질주하며 매직 애로우를 연사했다.

초인적인 집중력의 발휘로 세 발의 매직 애로우는 어김없이 놈들에게 명중했다.

목소리가 놈들의 죽음을 알려주었다.

“어, 어스?”

“오, 오빠!”

어스가 그들을 찾고 있었다면, 그들도 아들을, 오빠를 버려둘 수 없이 찾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엇갈렸고 이제야 겨우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이 헤어진 시간은 사실 그리 길지 않았지만 세 사람이 체감한 시간은 상당했다.

“달아나야 해. 얼른!”

어스는 이제야 아버지의 당부를 지킬 수 있었다.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가장은 어스 너다. 알지?

그 당부를.

* * *

세 사람은 무사히 마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간간이 한두 마리씩 앞길을 막는 놈들이 있었지만 놈들이 그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시름 놓은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목이 갈라질 것 같다.

물 한 모금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다친 데 없어?”

어스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어스처럼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옷 역시 피로 얼룩져 있었다.

다행히 그들이 흘린 피는 아니었다.

“오빠, 좀 전에 그거 마법이지? 마법 맞지?”

질문을 던진 루시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눈빛이라니.

그렇다고 타박하라 생각은 없다.

다들 몸과 마음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다 쓴 상태였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나을지도.

다시 루시가 입을 열기 전 그제야 한숨을 돌린 엘이나가 끼어들었다.

“어스, 정말이니? 정말, 네가 마법을 쓸 수 있어? 어떻게?”

그건 어스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게, 왜 갑자기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생겼을까? 착실한 룬 신자도 아닌데.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어스는 어머니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게 중요해? 우리가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온 게 중요하잖아. 그리고 아직은 안심하기엔 일러. 엄마도 알지?”

“하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가자.”

* * *

어스 가족은 토머스 마을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고블린의 공격을 받고 있는 갈색 자작나무 마을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마을이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격전을 치른 후라 다들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었다.

휴식이 절실했지만 당장은 부지런히 걸어야만 했다.

생존을 위해서.

토머스 마을까지 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숲을 통해서 가야 하다 보니 방향에 신경써야 한다.

자칫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숲에서 헤맬 수 있기에.

그래서 바짝 긴장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엘이나가 토머스 마을로 가는 길을 완전히 기억해 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어떻게 이 숲길을 알아?”

“너 낳기 전에 아빠랑 숲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 물론, 아빠처럼 사냥을 한 건 아니고 약초를 캐곤 했지.”

“그럼 토머스 마을까지 가는 길에 위험한 곳은 없어?”

“십오 년도 훨씬 넘은 일이라서 확신은 못 하겠네.”

그 말에 어스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그 말은 맹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네?”

어스는 대형 표범을 잊지 않았다

놈의 모든 걸.

거친 숨을 몰아쉬던 루시가 말했다.

“마법사라며? 맹수는 사냥꾼인 아빠도 잡을 수 있는데.”

“나 마법사 된 지 얼마 안 됐거든! 사람으로 치면 갓난쟁이라고. 그 갓난쟁이가 널 구했어. 이제 이해돼?”

할 말이 없는지 뒤로 쏙 빠지는 루시였다.

잠시.

“오빠.”

“왜?”

“마법으로 물 못 만들어?”

못하긴. 할 수 있다, 할 수는 있는데 해선 안 된다.

스킬 슬롯이 무한하지 않기에.

“내가 정령사냐?”

“둘 다 그만해. 갈증만 심해지니까.”

어머니의 꾸지람에 둘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몇 마디 하자 갈증이 더 심해지긴 했다.

“엄마도 기억을 더듬어서 가는 거니까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

그에 어스와 루시는 입을 꾹 다물고서 엘이나의 뒤만 쫓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물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엄마? 이거 물소리지?”

“응.”

“저쪽이 분명해.”

루시가 냉큼 몸을 돌려 물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냅다 뛰었다.

좀 전까지 물먹은 솜처럼 움직이던 녀석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생생하다.

사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다.

그렇게 갈증을 해소한 그들은 힘을 내 다시 움직였다.

목을 축이고 나서인지 한결 몸도 가벼웠다.

* * *

중간중간 야생동물을 보고, 그들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긴 했지만 우려했던 맹수는 만나지 않았다.

“다, 다 왔어! 저기가 토머스 마을이야!”

세 사람의 발걸음이 동시에 빨라졌다.

“거기 누구냐!”

날선 목소리가 가족을 막아 세웠다.

작고 단단한 몸집의 남자였다.

손에는 나무 방패와 단창이 쥐어져 있었다.

무기를 휴대한 건 비단 그 남자만이 아니었다.

어스는 그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설마, 이 마을에서도 고블린을 발견한 건가?’

그렇다면 잠시도 여기서 지체하면 안 된다.

어스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엘이나가 나섰다.

“저흰 갈색 자작나무 마을에서 온 일가족입니다. 여긴 제 아들이고, 이 아인 제 딸입니다.”

“갈색 자작나무 마을? 거기 고블린 떼가 습격한 마을 아니오?”

“그, 그걸 어떻게 아세요?”

“주도로 가던 남자에게 들었소. 그래서 다들 바짝 긴장한 상태고.”

자연스럽게 어스의 의구심이 풀릴 수 있었다.

“아! 촌장님이 보낸 사람을 만나셨군요.”

“지금 마을에서 도망쳐온 게요?”

“예. 숲을 통해서.”

“모습을 보니 고생이 심했나 보네. 혹시, 거기 상황을 알 수 있겠소?”

지치고 피곤했지만 토머스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였기에 엘이나는 자신들이 겪은 일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안색이 경직됐다.

“갈색 자작마을이면 사냥꾼들이 태반인 곳인데 그런 곳이 삽시간에 무너지다니.”

“그놈들이 우리 마을에 오면 우린 끝장이야!”

“놈들이 저 사람들 뒤를 쫓아오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엘이나는 한마디도 붙이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만, 그만들 해.”

엘이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코틴, 지금이라도 피난 가야 하지 않을까?”

“맞아, 갈색 자작나무 마을이면 우리보다 큰 마을이잖아. 그런 마을이 당했다면 우리도 버틸 수 없어.”

“일단은 촌장님께 보고하는 게 급선무야. 피곤하겠지만 촌장님을 만나서 다시 이야기해 줬으면 하오. 양해해 주시오. 그리고 댁의 아이들은 우리가 보살펴 주리다.”

“아뇨,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아냐, 너흰 저분을 따라가서 쉬고 있도록 해. 엄마는 촌장님을 만나 뵙고 바로 갈게. 말썽부리지 말고.”

엘이나 본인도 사실 무척 힘든 상태였지만 어머니로서 힘을 내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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