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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6화 (26/250)

026화

“막아! 놈들이 방벽에 오르면 끝장이다!”

“젠장!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망할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몰려오잖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 과거엔 중급에 대형 몬스터까지 온 적이 있었어.”

자유 마을이 핏물에 잠긴 시절의 이야기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 일을 직접 겪은 사람은 이 마을에 몇 없지만 이야기는 아직도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그 마법사는 뭘 하는 거야? 저기 저렇게 몰려있는 곳에 파이어 볼 한 방 날리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겠는데.”

“마법도 마나가 있어야 쓰지. 멍청한 놈아.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무식한 놈 취급 받을 테니까.”

“그럼 마법 지원은 못 받는 거야?”

“서클이 위태로울 정도로 마법을 썼는데, 거기서 더 쓰면 서클이 끝장 날거야.”

“서클이 끝장나는 것보단 목숨을 보존하는 게 낫잖아?”

“너 평생 고자로 살 수 있냐? 서클이란 마법사에게 거시기인 거야.”

친구의 친절한 설명에 남자는 몸을 움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자로 사느니 죽는 게 낫겠네.”

더 이상 마법사의 지원을 바랄 수 없다는 걸 인정한 남자의 말, 그 말의 울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파이어 볼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몬스터가 밀집한 곳이었다.

콰앙!

“저 마법사는 목숨이 우선인가 보네.”

“어려서 잘 모르는 걸 거야. 흠흠. 아무튼 저 마법사님의 희생 덕분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게 중요하잖아.”

“하긴 고자는 내가 아니니까.”

쾅쾅쾅-!

파이어 볼이 쉴 새 없이 몬스터가 뭉친 곳마다 떨어졌다.

불의 힘은 1차 피해에서 그치지 않았다.

몸에 불이 붙은 몬스터들이 날뛰면서 2차 피해를 야기했고, 그 피해는 방벽을 향한 몬스터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 * *

“무리하지 마.”

어스의 곁을 지키고 있는 아그네스가 우려의 표정으로 말하였다.

거너도 그녀와 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마나 회복 포션으로 때우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스가 날린 파이어 볼의 개수만 해도 족히 스무 발에 달한다.

이 수치는 3서클 마법사가 서클 붕괴를 각오하고서라도 불가능한 수치였다.

마나 회복 포션의 효능이 마나의 즉시 회복이라면 모를까 포션의 효과는 마나를 서서히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아그네스와 거너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어스가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꿀꺽.

4발의 파이어 볼을 날린 어스는 남은 마나는 파이어 애로우를 사용하여 깔끔하게 ‘0’으로 만들었다.

그 현상은 마법사들이 가장 꺼리는 마나 고갈을 의미하는 수치였다.

호수에 물이 마르면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이치처럼 서클 내부에 마나가 없으면 서클에 균열이 발생한다.

균열이 발생한 상황에선 소소한 자극에도 서클이 깨져 버린다.

이러니 마법사들이 마나 고갈에 예민할 수밖에, 하지만 어스에겐 자신과 무관한 그들만의 문제였다.

애초 그에겐 서클 따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자꾸 물을 마시는 거야?”

중급 마나 회복 포션을 물에 희석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묻는 아그네스였다.

그녀는 말하는 중에도 계속하여 화살을 날리고 있었고, 거너는 방벽 아래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간혹 한두 놈이 올라오면 거너의 양날 도끼 한 쌍이 놈들의 머리통을 박살 냈다.

“물 아니고 마나 회복 포션이에요.”

마나가 즉시 채워지자 어스는 말하는 중에 파이어 볼을 날려 아그네스와 거너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대체 저 녀석…… 정체가 뭘까?

두 사람 모두 어스의 정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고민에 아랑곳없이 스킬을 사용하던 어스의 표정이 돌연 환하게 밝아졌다.

‘이런, 기특한 레벨업.’

때마침 레벨이 오른 어스는 즉시 정신 스탯에 업적 포인트를 분배했다.

220이었던 마나 총량은 즉시 230이 되었다.

레벨 두 개만 더 올리면 파이어 볼을 다섯 번을 시전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희석한 마나 회복 포션도 거의 떨어져 간다는 사실이다.

그나저나 상인을 찾으러 간 니코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기에 아직 오지 않는 건지.

꿀꺽.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을 찍어 내는 기계처럼 또다시 스킬을 난사하는 어스였다.

괴물 마법사!

어스에게 붙을 이명이었다.

“어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니코가 예의 그 상인을 데리고 나타났다.

“고마워요. 니코 형. 저기 상인 아저씨. 포션, 그거 또 있어요?”

“다치셨습니까?”

니코와 함께 오는 중에 상인도 어스의 활약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어스를 대하는 상인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3서클이라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분명 고위 마법사가 분명해. 외모는 아마 마법으로 어리게 했겠지?’

상인의 착각이었다.

아니, 현실만 놓고 보면 상인의 짐작은 명확한 근거에 의한 추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뇨, 마나 회복 포션요.”

“그, 그걸 다 쓰신 겁니까? 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요. 있어요? 없어요? 마나 회복 포션.”

상인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치유 포션과 달리 마나 회복 포션의 과도한 복용은 기사에겐 마나 로드의 손상, 마법사에겐 서클의 과부하를 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마나 회복 포션을 복용하더라도 당장 마나의 힘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 마법사는 마나 회복 포션을 찾는 걸까? 신분도, 생각도 모든 게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명색이 고위 마법사가 마나 회복 포션의 주의 사항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아저씨!”

어스가 버럭 소리치자 그제야 상인은 혼자만의 상념에서 깨어났다.

“이, 있습니다. 마나 회복 포션.”

“오! 다 가져오세요. 몽땅. 물론 돈은 제가 내는 거 아닙니다.”

치유 포션의 가격에 대해 대충은 들었다.

더럽게 비싸다고.

반면 마나 회복 포션의 가격은 아예 모른다.

하지만 마셔 보니 천상의 약이란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니 치료 포션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비쌀 것이라는 게 어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청구서가 날아오는 일이 없도록 새삼 확인을 받는 것이다.

“그, 그야 당연하죠. 마을을 지키기 위함인데. 그런데 정말 마나 회복 포션을 더 드셔도 되는 겁니까?”

상인의 반응에 거너, 아그네스, 니코가 화들짝 놀랐다.

“제 동료가 원하는 포션에 부작용이 있습니까?”

“마법사님의 동료였습니까? 전 수하인 줄.”

말이 자꾸 딴 데로 새고 있다.

그에 답답한 어스가 상인을 재촉했다.

“있는 거 다 가져와요. 빨리. 제가 힘을 써야 마을을 지킬 수 있으니까.”

물론 마을을 지키는 데 있어 어스의 활약은 컸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스에게 이 상황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어스의 재촉에 상인은 알겠다는 대답을 하곤 뚱뚱한 몸매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부작용이라니. 어스, 몸은 괜찮아?”

“걱정 마. 니코 형. 그리고 두 분도 마찬가지예요.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그때, 어스의 배후를 검은 그림자가 덮쳤다.

방벽과 등을 진 상태였기에 이를 미처 보지 못했다.

거너, 아그네스, 니코 역시 마나 회복 포션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느라 어스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기에 어스와 마찬가지였다.

어스의 뒤를 노린 건 방벽을 타고 넘어온 양머리 괴물, 브로였다.

녀석이 휘두른 단단한 몽둥이가 어스의 머리통을 깠다.

“헉!”

“이런!”

“어스!”

한발 늦게 놈의 출현을 알아차린 아그네스, 거너, 니코, 문제는 이를 보았지만 놈의 공격을 막기엔 한발 늦었다.

어스의 머리통을 후려친 브로는 거너의 양날 도끼 한 쌍에 처참하게 다져졌다.

한편 브로의 방망이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어스는 아프진 않지만 머리에 맞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진 상태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생명력 : 5/100.

‘주, 죽을 뻔했다!’

대폭 떨어진 자신의 생명력에 어스는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너무나 멀쩡한 그 모습에 세 사람은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 기적이다.”

“룬이시여.”

“어스 너 머리 쇳덩이로 만들어진 거야?”

생명력이 만든 기적(?)을 범인인 저들이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아그네스가 황급히 치료 포션을 건넸다.

“마셔.”

사양하려던 어스는 마나 회복 포션처럼 치료 포션이 생명력을 채워주지 않을까 싶어 사양하지 않고 냉큼 마셨다.

눈은 전방을 향하고 있으나 그가 보고 있는 건 자기 자신의 상태창의 생명력이었다.

“오~! 찬다, 차고 있어!”

너무 기쁜 나머지 생각이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세 사람은 어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스, 후방으로 가서 쉬어.”

“그래. 그게 좋겠어.”

“제가 데려 갈게요.”

어스는 그들의 말을 싹 무시하고.

“아그네스 누나, 치료 포션 더 있어요?”

어스가 받아 마신 치료 포션은 하급이었다.

마나 회복 포션과 치료 포션은 같은 하급이라도 채워지는 양이 달랐다.

마나 회복 포션 하급의 경우에는 200의 마나가 찬 반면, 치료 포션의 경우에는.

생명력 : 55/100.

50만 회복되었다.

“여기 내 걸 써.”

아그네스가 고개를 내젓자 니코가 가방에서 치료 포션을 건넸다.

역시 이번에도 하급의 치료 포션이었다.

“나중에 갚을 게.”

부족한 건 45, 하급이면 충분했다.

꿀꺽.

생명력을 다시 풀로 채워졌다.

좀 전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도 이젠 즉사는 면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방금 그 일로 경계심이 높아진 일행은 어스의 경호에 만전을 기했다.

마나가 바닥난 상태라 어스는 그들의 경호를 받으며 상황을 살폈다.

방벽 위 몇몇 장소에서 인간과 몬스터간의 혈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은 방벽을 내줄 상황은 아니지만 유입이 계속된다면 그것도 보장할 수 없다.

‘이 아저씨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레벨도 좋고 코인도 좋다, 하지만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있을 때 드디어 상인 아저씨가 등장했다.

어스에게 그는 상인이 아니라 구세주였다.

“마법사님 여기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진 전붑니다.”

12병들이 박스 3개였다.

앞서 가져왔던 것과는 별개인 듯 빠진 것 없이 개수는 총 36개로 모두 하급이었다.

“구할 수 있으면 더 구해주세요. 마을을 살리는 길입니다.”

어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 자리에서 하급 마나 회복 포션을 들이켰다.

-200의 마나가 회복됩니다.

36병의 하급 마나 회복 포션으로 시전할 수 있는 파이어 볼은 총 횟수는 144회로 이는 3서클 마법사 28명이 있어야지 가능한 수치였다.

그런데 그걸 어스 혼자 해내고 있었으니 진정 괴물 마법사라 불리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쾅쾅-!

전장에 작렬하는 쉴 새 없는 파이어 볼, 그때마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

……

……

-5코인을 습득합니다.

경험치와 코인을 아예 들이마시는 어스였다.

욕심 많은 고래처럼.

* * *

어스의 놀라운 활약덕분에 자유 마을은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었다.

웨이브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다들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내지르는 환호와 함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열기로 가득 찼던 들뜬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스를 찾아와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말뿐인 감사만 이어진 건 아니다.

마을 차원에서의 보상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당장은 캠프에 남아 있는 동료들이 걱정이었기에 마을에서 말을 빌려서 타고 곧장 내달렸다.

둘은 말을 탈 줄 알고, 둘은 말을 탈 줄 몰랐기에 니코는 거너의 허리를, 어스는 아그네스의 허리를 잡았다.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어스는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28).

생명력 : 100/100.

마나 : 230/230.

인벤토리 : 1(+1).

스탯 : 힘(1.1). 체력(1). 민첩(1). 지력(3). 정신(27).

직업 스킬(3/9) : 매직 애로우(+0/12). 파이어 애로우(+0/12). 파이어 볼(+0/12).

업적 포인트 : 22.

코인 : 6,569.

몬스터 웨이브 전의 레벨은 17이었다.

그랬던 레벨이 보다시피 지금은 28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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