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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65화 (65/250)

065화

타닥타닥.

보고 있던 마나 연공서를 덮은 어스는 이를 인벤토리에 넣은 뒤 모닥불 너머 앉아 있는 루리아를 바라보았다.

어쩌다 보니 오늘 밤은 루리아와 불침번을 함께 서게 되었다.

처음엔 좋았지만 그녀의 무뚝뚝함으로 인해 지금은 불편한 옷을 잔득 껴입은 듯 불편했다.

그 때문에 마나 연공서를 펼쳐들었지만 이런 마음으론 책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참고로 페어몬트에게서 선물 받은 마나 연공법은 바쁜 중에도 계속하여 살펴보고 있었다.

실제 연공법에 나온 대로 수련도 하였다.

기간이 짧다지만 이미 마나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확연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었다.

하다못해 남들 다 느낀다는 마나조차 놀랍게도 느끼지 못했다.

마나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요즘 이 때문에 적잖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어스였다.

‘내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일까?’

일례로 얼마 전 블링크를 시전했을 때 보인 하들리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니, 이미 진작 알고 있었다.

다만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 짓는 세상의 엄격한 잣대에 짓눌려 살아온 탓에 본능처럼 외면하지 않았나 싶다.

‘과연 내게 연공법이 필요할까?’

사람들이 마나 연공법을 익히는 건 마나를 보다 원활하게 축적하고 효율적으로 쓰기 위함이다.

그런데 자신은 연공법이 없어도 이미 원활한 축적이,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한 상태였다.

모든 마법사들이 까무러칠 정도다.

‘나 지금 헛수고를 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연공법을 쓸모없는 물건인데.

‘아냐, 좀더…… 음, 그래. 반년! 딱 반년만 더 해 보자.’

그때 가서도 마나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그땐…… 적당한 매수자를 찾아서 아주 비싼 가격에게 팔아야지 뭐. 별수 있나.

“어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어스는 루리아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

그에 루리아가 다시 한 번 더 불렀다.

그제야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예? 아, 으, 응. 왜?”

루리아는 귀족가의 영애가 아닌 동료이기를 선언했다.

이후 그녀는 모두에게 편히 말하길 요청했다.

처음엔 그녀에게 편하게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 익숙해진 상태였다.

반면 다른 이들은 루리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편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놓았다.

자신이 이상한 건지, 아니면 동료들이 이상한 건지……. 아무튼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자 어스 역시 조금은 그에 동화되어 말을 놓을 수 있었다.

아직은 의식해야 가능했다.

“아직도 내가 어색해?”

“음…… 솔직히 좀 그래. 하지만 익숙해지도록 노력할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이라면 더더욱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한 루리아는 인간적으로 존경 받아 마땅하다.

‘포기는 아닌가?’

모험가라곤 하지만 평생 모험가로 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페어몬트는 괴짜가 아닐 수 없었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모험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마워.”

“뭐가?”

“모든 게.”

장소의 영향인지, 아니면 모닥불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계절적인 요인 때문인지 여하튼 루리아가 조금 달라 보였다.

좋은 의미로.

그래서인지 그녀와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은…… 너무 나간 걸까?

“루리아 누나?”

루리아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무시?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때 루리아의 손이 움직였다.

스릉.

‘누나라고 했다고 카, 칼까지 뽑을 필요 없잖아!’

지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으면서.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후덜덜.

이는 어스의 착각이었다.

루리아가 검까지 뽑아든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착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어스를 향해 루리아는 냉철한 얼굴로 수신호를 보냈다.

저 의미는 일행을 깨우라는 의미였다.

다행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들킨 게 아니라 침입자여서.

냉큼 자리에서 일어난 어스는 일행을 깨웠다.

이곳이 산중이지만 일행은 두꺼운 벽과 천장을 통해 이슬과 찬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본래 있던 건 아니고 땅의 정령 노임이 만든 건축물이었다.

내부나 외관은 투박하지만 추운 산맥에서 이런 안식처는 엄청난 호강이 아닐 수 없었다.

심하게 흔들어 깨우지 않았음에도 일행은 예외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부터 잡았다.

카멜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벌어진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땅의 정령 노임이 설치한 함정 방향에서 몬스터의 울부짖음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몬스터군.”

“몬스터네.”

하커와 호커 형제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출입구로 걸어갔다.

그런 그들에게선 조금의 긴장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들 형제를 시작으로 나머지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곳엔 검을 빼든 루리아가 서 있었다.

몬스터의 비명이 들린 방향으로.

일행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루리아의 긴장감이 한풀 꺾였다.

이는 그녀가 저들의 실력을 신뢰한다는 증거였다.

하들리는 허공에 라이트 마법을 펼쳤다.

연이어.

스산한 달빛이 전부였던 어둑한 공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단숨에 밝아졌다.

어스도 이에 질세라 어둠을 몰아낼 스킬을 시전했다.

그가 선택한 건 파이어 볼이었다.

그 숫자는 5개였다.

라이트 마법은 어둠만 몰아냈지만 어스의 마법은 어둠과 동시에 추위마저 몰아냈다.

자신의 존재감을 사방에 뿌리며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파이어 볼들을 바라보는 하들리는 질린 얼굴로 한숨만 연방 토해냈다.

이내 침입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안광을.

그런데 그 안광이 한 둘이 아니었다.

족히 수십, 어쩜 백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대박!’

물량의 법칙 앞에선 대마법사도, 소드 마스터도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긴 대마법사도, 소드 마스터도 없으니 일백 이상의 몬스터는 충분히 위협적인 숫자다.

하지만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이에 겁먹지 않았다.

각자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들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초천재 마법사!

아니, 그들의 뇌리엔 인간 자체가 사기로 인식되는 무지막지한 마법사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인을 잘 만나면 똥개도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법, 하물며 인간이야…….

‘이 비유는 아닌가?’

일행을 노려보던 안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두 마리가 아닌 백이 넘는 숫자가 땅을 박차자 그 소리가 매우 웅장했다.

라이트와 파이어 볼이 비추는 영역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놈들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봐 카멜이 놈들의 정체를 말하려던 그때.

어스가 소환한 5개의 파이어 볼이 물 만난 고기처럼 기민하게 움직였다.

곧이어 터지는 폭음!

쾅쾅쾅쾅쾅-!

-에이프를 처치했습니다. 2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20코인을 습득합니다.

“에이프다!”

놈들의 정체를, 아니 이름을 어스가 알게 된 그 순간 카멜의 목소리도 함께 터졌다.

쏟아지는 코인,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경험치.

어스는 속으로 환호성을 터트리며 마나 회복 포션을 들이켰다.

참고로 에이프는 육식 고릴라로 중형 몬스터로 분류되는 놈들이다.

오크보단 상위 트롤 보단 하위에 걸쳐 있는 놈들이나 실제는 트롤보다 더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놈들이 이러한 고평가를 받는 이유는 놈들이 무리 사냥을 한다는 점과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놈들의 투척은 상대하기 꽤나 까다롭고 위험하다.

“투척을 조심해!”

페어몬트가 일행을 향해 경고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에이프들이 바윗돌을 던졌다.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크기였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에 프라이스가 땅의 정령 노임을 시켜 전방에 벽을 세웠다.

‘정령은 완전 개사기라니까.’

일상생활은 물론 전투에서도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게 정령이다.

힘차게 날아온 바윗돌 모두 노임이 세운 벽에 가로막혔다.

묵직한 충돌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충격이 강했는지 벽이 일순 휘청거렸다.

일부는 깨져 부서지기도 했다.

‘무시무시하네.’

단단한 벽이 저럴진대 만약 사람이 맞는다면? 마차바퀴에 깔린 쥐새끼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거리를 좁히기 위한 놈들의 투석 행위는 계속되었다.

이에 프라이스는 노임을 부려 두 번 더 방벽을 만들어야만 했다.

어스라고 가만있지 않았다.

당연히 하들리도.

두 사람은 파이어 볼을 시선했다.

하들리는 세 번의 파이어 볼을 끝으로 마나가 다했는지 더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라이트만 유지했다.

반면 어스는 마나 회복 포션의 도움을 받아 연방 지칠 줄 모르고 파이어 볼을 날렸다.

폭음과 불꽃이 한번 씩 퍼지고 치솟을 때마다 어스의 코인은 쭉쭉 증가하고 있었다.

양측이 거리가 20미터 이내가 되자 카멜, 하커, 호커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깝네.’

어스는 입맛을 다셨다.

그것은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소득 익스퍼트답게 세 사람의 검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들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그 경로엔 에이프가 어김없이 목이 잘린 채 쓰러졌다.

세 검사의 몬스터 사냥 속도는 어스가 파이어 볼로 사냥하는 속도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 말은.

‘파이어 볼! 파이어 볼!’

어스의 똥줄을 태웠다.

‘나도 좀 먹고 살자! 이 양반들아!’

카멜 파티의 전력이 평균을 한참 웃돌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냥감으로 전락한 건 오히려 인간들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게른 산맥의 몬스터는 다른 지역의 몬스터보다 월등하게 강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 이 상황은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기엔 파티의 전력이 말도 안 되게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 * *

나중에야 카멜 파티의 막강함을 깨달은 에이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위험한 산지, 그것도 야밤이라 놈들을 추격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기에 일행은 추적 대신 정리에 들어갔다.

‘부산물만 모아서 팔면 제법 돈이 될 텐데.’

부유한 모험가 파티가 아닌 가난한 용병대였다면 전장정리는 날이 밝아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부산물을 옮기는 고된 노동은 옵션이었을 것이다.

하나 이 파티의 그 누구도 노임에 의해 땅속으로 사라지는 에이프의 사체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게 가진 자들의 마인든가?’

부럽다, 몹시.

“정리 끝.”

열심히 일한 건 노임이었지만 생색은 프라이스가 냈다.

정령의 주인이 그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보기는 안 좋았다.

‘정령 한 마리 입양하고 싶어지네. 어디 가출한 정령 없으려나.’

이왕이면 땅의 정령이면 더 좋고.

“어스 너 또 몬스터 부산물 때문에 그러지?”

“아니거든.”

“에이,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아닌 척은. 크크.”

프라이스가 어스를 놀리는 와중에 주변을 살피고 온 카멜이 일행을 불러 모았다.

“너무 소란스러웠어. 아무래도 자리를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앞서 봐둔 곳으로 이동할 생각인데 다들 어때?”

“굳이 그럴 필요 있어? 우리에겐 최종병기 어스가 있는데. 더구나 어스의 품에 안긴 마나 회복 포션이면 3박 4일을 싸우더라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걸. 안 그래? 어스.”

말은 맞는 말이다.

‘확실히 붙어도 있는 놈들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옛말 하나 그른 게 없지.’

“아니라곤 말 못 하겠네.”

“들었지? 굳이 자리 옮길 필요…….”

“왕국군이 올지도 몰라.”

그제야 카멜의 의도를 알아차린 일행은 자신의 짐을 공간 주머니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어스는 내심 혀를 찼다.

왕국군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서두는 모습 때문이 아니다.

‘누가 보면 공간 주머니가 널리고 널린 줄 알겠어.’

처음 보는 장면도 아니지만 매번 이를 볼 때마다 괴리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동을 끝낸 일행의 흔적은 노임이 말끔히 지웠다.

정령 확실히 팔방미인이었다.

그렇게 일행이 떠난 휑한 자리에 복면의 인영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두 눈 가득 의문을 담고서.

‘대체…… 뭐 하는 녀석들이지?’

카멜 파티의 전력에 놀란 듯 인영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하나 이도 잠시 자신의 임무를 자각한 인영은 품에서 마법 통신구를 꺼내 그 위에 짧은 글을 적었다.

하지만 이를 발송하려던 찰나 연락이 먼저 왔다.

그 내용은 인영을 의문에 빠트렸다.

즉시 귀환!

“……어째서?”

복귀 명령이 떨어진 이상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기에 인영은 임무를 포기하고 곧장 움직였다.

한 마리 비조라도 된 듯 그렇게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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