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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07화 (107/250)

107화

에스터 추기경을 집어 삼킨 던전에 파견된 원정대, 그들의 최우선 과제는 추기경의 신병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시체라도, 반면 던전 클리어를 걱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랬었던 원정대의 자신감은 견디기 힘든 혹독한 자연 환경 앞에서 차츰 마모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건 마법사들의 공중 정찰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지형이기에 정찰은 가장 우선시되었지만, 먼 거리를 바로 코앞에서 보듯 볼 수 있는 마법들 모두 광활한 모래사막 앞에선 그것이 무색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 할 수는 없는 법. 그렇게 연일 계속되는 마법 사용은 마법사들의 서클을 약화시켰고, 자연 환경은 그들의 체력을 대폭 떨어뜨려 마법 성공률을 하락시켰다.

원정대의 마법사들의 수준이 4서클 이상이었기에 그나마 하락률이 떨어지는 것에 그쳤지, 그보다 못한 수준의 마법사였다면 움직이는 짐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성기사들이 지친 그들을 위해 힐을 사용해 주었지만 그때뿐, 마법사들의 완전한 회복은 어려웠다.

그렇게 힘겹게 하루하루 원정을 수행하던 그때였다.

“몬스터다, 몬스터가 오고 있다!”

원거리 정찰을 중이던 마법사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쉬었고, 두 눈은 퀭했다.

저와 같은 모습은 비단 저 마법사 하나만이 아니다.

지독한 더위와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이 절로 가라앉는 달궈진 뜨거운 모래와 씨름하며 걷고 또 걸었다.

밤엔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는 몸을 단련하지 않아 체이 약한 마법사들에겐 최악의 환경이었다.

어디 마법사들뿐이랴.

체력적인 측면에선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던 기사와 성기사들마저 극단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환경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모두가 지쳐 있을 때 몬스터가 출현한 것이었다.

플라이 마법을 급히 해제하며 지상에 내려온 마법사는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몸의 중심을 잡았다.

마법사는 자신이 본 것을 알렸다.

“최소 300마리 이상입니다. 기동력은 준마에 필적할 수준이었습니다. 곧 놈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그에, 원정대의 지휘를 맡은 소드 마스터 슈리에 율리아스 후작이 소리쳤다.

“사구 정상으로 신속히 이동한다.”

사구의 높이는 얼추 비슷했다.

사구와 사구가 접하는 골짜기 부분에서 정상부까지의 평균 높이는 30미터에 달했다.

백사장을 걷는 행위도 체력을 크게 잡아먹는데 하물며 30미터짜리 사구가 들판을 뒤덮은 잡초처럼 수를 헤아릴 수 없이 펼쳐져 있다.

매일매일 이를 오르고 내려가고를 반복하니 누군들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사구 정상부를 선점한 원정대는 슈리에 후작의 명령에 따라 원진을 만들었다.

지형적인 이점을 선점하고 다들 호흡을 가다듬었다.

천만다행하게도 준비가 갖춰지자 몬스터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을 본 원정대는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는 놈들의 이동 방식에 놀랐다.

“허, 허공에 떠서 이동하고 있어!”

그랬다, 전갈의 꼬리를 가진 인간…… 아니, 전갈인간이라고 불리는 저 몬스터 파빌사그는 부유 상태였다.

그럼에도 놈들의 움직임은 단단한 땅을 밟고 내달리는 준마처럼 빨랐다.

“검과 방패라니.”

거기다 무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놈들은 곧장 공격했다.

사방에서.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가진 자들이 공격에 나섰다.

“라이트닝 애로우!”

“라이트닝 애로우!”

……

……

마법사의 수는 기사나 성기사에 비해 적었다.

때문에 저들이 날린 마법 모두 명중하더라도 몬스터의 전체 숫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그나마도 그 모든 공격이 모조리 몬스터가 든 방패에 막히었고, 놈들의 기민한 움직임에 빗나갔다.

“이, 이런!”

“어찌 저런 움직임을!”

마법사들은 물론 지켜보던 기사와 성기사들 모두 깜짝 놀랐다.

라이트닝 애로우는 동급의 애로우 마법 중 가장 빠르다.

또한 번개 속성이다 보니 감전 효과까지 있어 무턱대고 막았다간 몸이 마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패로 막은 놈들에게선 조금의 마비 증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위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낭패다.

그사이 원진을 형성하던 기사들과 파빌사그가 격돌했다.

날붙이가 맞닿음에도 그곳에선 폭음이 터졌다.

기사들의 다리가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

못이라도 된 듯.

“흥분하지 마라! 자리를 지켜라!”

일부 기사들이 흥분하여 뛰어나가려 하자 이를 본 슈리에 후작이 소리쳤다.

허공에 떠서 이동하는 파빌사그의 신장은 2미터였고, 근육은 두꺼운 중갑을 연상시켰다.

그러한 덩치임에도 놈들의 움직임은 쾌속했다.

지형지물의 영향으로 움직임이 불편한 상황이다 보니 이에 맞서는 기사들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기사 중 일부는 마나 소드를 곁들인 공격도 감행했다.

마나 소드는 놈들의 검과 방패를 자르지도, 부수지도 못하였다.

“아래!”

“놈들의 꼬리를 조심해!”

더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드는 놈들의 꼬리 공격도 조심해야 한다.

기사들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기사들은 연신 헛바람을 들이켰다.

기후 때문에 방어 장비를 최소화한 기사들에게 있어 이 공격은 치명적인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원진의 한축을 맡고 있는 카멜, 하커, 호커 역시 고전을 치르고 있었다.

놈들의 치고 빠지는 전술도 전술이지만 역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꼬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아직까진 그 꼬리에 당해 쓰러진 기사들은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까지 무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홀리 실드!”

솔론 왕국의 기사들과 언제든 교대할 수 있도록 2열에 배치된 성기사들이 일제히 신성 방패를 생성하였다.

방패는 솔론 왕국 기사들의 하체를 보호했다.

덕분에 솔론 왕국 기사들이 보다 편히 싸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뿐, 전황을 바꾸기엔 부족했다.

반전이 필요하다, 큰 한 방이.

이런 일에 적합한 인물은 역시 소드 마스터 슈리에 후작과 7서클 대마법사 플린트 테리어다.

그러나 플린트가 나서기엔 여건이 나빴다.

그가 속한 마탑의 이름, 푸른 뇌전이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정에 참가한 마법사들 모두 번개와 관련된 마법에 정통한 자들이다.

그리고 번개는 이를 사용하는 마법사들조차 통제가 힘들다.

한마디로 적을 골라서 공격할 수 없다는 말이다.

플린트 테리어는 경지는 높았으나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그 결과 앞서 놈들에게 큰 한 방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놓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늦은 건 아니다.

아군과 붙어 싸우는 몬스터도 있지만 뒤에도 몬스터가 있었으니까.

“물러서지 마라! 적을 진안에 들여선 안 된다!”

슈리에 후작이 소리치며 모래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플린트는 플라이 마법을 펼쳐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런 그의 손에서 6서클 전격계 마법, 기가 라이데인이 펼쳐졌다.

플린트의 기가 라이데인이 떨어진 곳마다 파빌사그의 비명이 어김없이 울려 퍼졌다.

하나 강력한 마법에 비해 들리는 비명은 적었다.

제아무리 7서클 대마법사라 하나 마나가 무한은 아니었기에 대마법사의 마법은 4번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사이 슈리에 후작은 몬스터의 목을 날리고 있었다.

제아무리 6띠 던전의 몬스터라곤 하지만 작정하고 공격하는 소드 마스터의 마나 블레이드 앞에선 종잇장에 지나지 않았다.

슈리에 후작은 아군의 취약한 부분을 메우며 적을 꾸준히 쳐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원정대보다 몬스터의 편이었다.

“크악!”

“억!”

끝내 원정대에서 피해자가 발생했다.

맹독의 꼬리에 당한 그들의 전신은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입술에선 검은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이에 성기사들이 급히 신성력을 발휘하여 해독에 나섰지만 독이 퍼지는 속도를 일시 늦출 뿐 완전히 구할 수 없었다.

아군의 사망자가 하나둘 늘어나자 원진이 흔들렸다.

이에 공포감을 느낀 마법사 중 하나가 그만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체인 라이트닝!”

적아의 구분 없이 모조리 삼킨 공격.

원진 한쪽이 무너지며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파빌사그 하나가 자신의 검을 투척했다.

힘차게 날아간 검은 실수를 저지른 마법사의 이마를 단숨에 관통해 버렸다.

뒤에 있던 자들도 이에 맞아 쓰러졌다.

부와 명예를 손쉽게 거머쥘 수 없는 5서클 마법사 셋이 허무하게 쓰러졌다.

‘이대론 안 돼.’

플린트 대마법사는 아직 마나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소드 마스터 슈리에 후작이 있어 당장은 원진이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라고 해서 마나가 무한한 것은 아니기에 이대로라면 원정대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카멜은 이를 악물며 최후의 수단을 써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바로 그때였다.

하늘에서 불덩이가 파빌사그 후방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쾅쾅쾅-!

어느 한 곳에 집중된 것이 아닌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뭐지?”

“누구지?”

“설마, 후속 원정대?”

생각지도 못한 조력자의 등장에 원정대의 사기는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놈들이 동요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놈들을 쳐라!”

방어만 고집하던 원정대의 족쇄가 풀리는 순간이다.

* * *

포션이 있는 한 무한이라고 해야 할 마나를 바닥에 깔고 있는 어스, 그는 블링크를 이용하며 무차별적인 폭격에 나섰다.

-파빌사그를 처치했습니다. 5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마나가 무한이나 다름없는 마법사가 거리마저 내주지 않고 있으니, 제아무리 강력한 적이라도 이런 조건을 갖춘 마법사를 상대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상대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공간을 가르며 이동하고 있으니 당하는 입장에선 때론 영문도 모르고 당하기 일쑤였다.

저 아래 파빌사그처럼 말이다.

쾅쾅쾅-!

자신의 등장과 함께 전황이 급격히 변하는 걸 확인한 어스는 소드 마스터나 대마법사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었지만 왠지 그라면 해도 될 것 같았다.

한편, 다 이긴 싸움이라고 생각했던 파빌사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하며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을 찾느라 혈안이었다.

그럼에도 놈들은 어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평범하게(?) 날아서 이동하는 것이면 모를까 블링크로 이동하다보니 운이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그를 발견하는 건 요원했다.

그래서 파빌사그들에게 이 상황은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전의를 급격하게 상실한 파빌사그는 결국 퇴각했다.

지형을 무시한 놈들의 빠른 퇴각 속도는 어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런다고 놈들이 어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놈들의 속도가 빠르다곤 하지만 어찌 블링크보다 앞설 수 있을까.

‘파이어 볼, 파이어 버스터.’

뭉쳐서 도망치면 어디가 덧나나 꼭 저렇게 뿔뿔이 흩어져야 하나?

한두 마리 더 잡자고 쫓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어스는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 * *

“하, 하늘이다!”

“저 위에 있다.”

원정대의 시선이 허공에 떠 있는, 아니 추락중인 어스를 발견하곤 다들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어스는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원정대 앞이었다.

모두가 입만 벌린 채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때.

“어스!”

그를 알아본 카멜 왕자를 비롯해 하커, 호커 형제 달려왔다.

사람들이 쳐다만 보고 말도 걸지 않아 민망했던 어스는 그제야 안도했다.

“오랜만이에요, 왕자님.”

“몰라보게 컸구나. 반갑고, 고맙고, 그리고 안심이다.”

덥석.

카멜의 격렬한 포옹에 두 손을 어찌할 바 몰라 잠시 헤매던 어스는 두 손으로 그의 등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곧이어 어스를 향해 유명 인사들이 다가왔다.

소드 마스터와 7서클 대마법사였다.

카멜을 통해 그들과 인사한 어스는 카멜의 제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땅한 자리가 없었기에 아래까지 걸어 내려가야만 했다.

드디어 카멜 왕자를 통해 정식으로 그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소드 마스터랑 대마법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다니.’

대마법사는 몰라도 소드 마스터를 만난 사실을 여동생이 알게 된다면 엄청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녀석의 목표가 기사이기에.

‘사인이라도 받을까?’

물론 생각이지 실천에 옮기진 않았다.

품위 유지를 위해.

아니, 정확하게는 대마법사의 노골적인 시선에 긴장하고 말았다.

대마법사의 눈에 비친 자신이 진정 마법사일까, 아닐까 싶어.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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