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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51화 (151/250)

151화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펫은 인간으로 비유하면 신생아다.

그런데 그런 신생아가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백이면 백 다 놀라서 까무러칠 것이다.

하물며 인간도 아닌 녀석이 단숨에 인간의 언어를 막힘없이 구사하고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잠시 충격에 빠졌던 어스는 곧 이를 벗어났다.

“내가 널 뭐라고 불러야 해?”

다시 봐도 어쩜 저리 못생겼을까? 귀여운 구석이라곤 정말 찾아볼 수 없었다.

펫은 얼굴 면적에 비해 극단적으로 작은 눈을 연방 깜빡거리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녀석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쩜 자신보다 녀석이 시스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주인님이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돼. 난 주인님의 소중한 펫이니까.”

녀석이 이름 따윈 이미 어스의 뇌리에서 증발했다.

그보단 시스템의 정체를 녀석이 아느냐가 더 중요했다.

“혹시 너 어디서 왔는지 기억해? 혹은, 나 이전에 본 사람이나 혹은 지금 보는 풍경 말고 다른 풍경본 적 있어?”

“그런 걸 알아야 해?”

“몰라?”

“응.”

시스템의 정체를 알 수 있을까 싶어 순간적으로 기대했던 어스는 그 말에 이내 실망했다.

그러자 그의 마음을 느끼기라도 한 듯 펫은 슬픈 얼굴을 하고서 쩔쩔맸다.

“나 주인님 실망시킨 거야?”

“됐어. 그보다 네가 가진 재주는 뭐야?”

녀석이 자신의 펫이란 것만 알뿐 대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녀석도 자신처럼 상태창이 있나 싶어 시도해봤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니 당사자에게 물을 수밖에.

아이템을 먹은 녀석이니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사막 촉수 두더지와는 분명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졌다.

“나 땅 잘 파.”

당연히 잘 파겠지 두더진데.

“그딴 거 말고.”

“나 몸 튼튼해.”

일단 건강하다니 그건 다행인가?

그러나 이것 역시 어스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다른 건?”

스무고개도 아니고 일일이 물어야 하나?

“나 이거 할 줄 알아.”

몸통을 감싸고 있는 등껍질에서 가느다란 촉수 다발이 쑥 튀어나와서는 실바람에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버들강아지처럼 흔들렸다.

저딴 건 맞아도 맞았는지 모를 것 같았다.

자신의 촉수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그것밖에 없는 건 아니……지?”

“나 말 잘해.”

‘서, 설마? 아이템으로 인해 언어 능력을 습득한 건가?’

그렇다면 폭망(?)이다.

한때 평범한 창은 아이템을 흡수하여 그 어떤 마법 물품도 견줄 수 없는 무기로 탈바꿈했다.

전설에 나오는 무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귀중한 아이템을 습득하고도 얻은 것이 고작 언어뿐이라면 배신감에 밤잠을 제대로 못잘 것이다.

불길한 생각은 지우자. 지워야 한다.

말이 씨가 되듯 생각이 씨가 될 수 있으니까.

“다른 건?”

“나 골렘을 만들 수 있어!”

“…….”

이건 좀 충격이다.

현대의 마도학은 오히려 과거의 마도학보다 못하단 소릴 듣고 있다.

현대의 마도학이 그와 같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배경엔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고대의 마법 물품과 비교해서 형편없기 때문이다.

골렘 역시 현대의 마도학이 과거의 마도학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졌다는 소릴 듣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그런 골렘을 자신의 펫이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골렘을 전위에 내세운다면 지금껏 해왔던 블링크에 들어가는 마나를 공격 스킬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두근두근.

‘될 놈 된다는 말이 날 위해서 나온 말이구나!’

그래서일까? 못생긴 녀석의 외모가 이 순간 완전히 달라보였다.

“지금 골렘 만들 수 있어?”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어스의 감정을 느낀 것인지 펫은 상당히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부모에게 칭찬을 잔뜩 받은 어린아이처럼.

“골렘 생성!”

육중한 물체를 지면을 강타한 것처럼 펫을 중심으로 일대의 흙이 거대한 파도처럼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흙은 이내 하나로 뭉치더니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장엄하고 웅장하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진 골렘은 잔뜩 고취된 어스의 기대감을 먼지처럼 날려버렸다.

펫과 똑 닮은 골렘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크기까지.

하아.

“주인님?”

“…….”

“주인님?”

크고 튼튼한 골렘을 전방에 앞세우고서 그 뒤에서 스킬을 난사하는 멋진 그림은 꿈으로 간직해야 할 듯싶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어스는 쓰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말없이 녀석을 귀환시켰다.

어차피 못 먹는 아이템이지만 그래도 이딴 식으로 날리게 될 줄이야.

급격한 스트레스 수치 상승을 해소하기 위해 어스는 몬스터를 찾아 블링크를 연방 시전했다.

* * *

레아 왕국의 대도시 칼림, 일명 호수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곳은 레아 왕국의 기득권층은 물론 타국의 기득권층의 관심까지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그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배경은 6띠 던전의 단독 원정 성공 여부였다.

만약 어스가 6띠 던전을 이전 던전 처리하듯 하루도 안 되어 처리할 수 있다면 고위 던전에 투입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의 피해를 더는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교단과의 협상을 통해 원정 우선권만 확보하면 이러한 낭비를 아예 없앨 수 있다.

우선권을 얻기 위한 로비에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겠지만 그것이 더 싸게 먹힌다.

그러니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레이몬드 주교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물을 빙자한 뇌물.

“어이쿠, 레이몬드 주교님. 에스터 추기경님은 잘 계시지요?”

또 뇌물.

“던전 처리부와 레이몬드 주교님의 앞날에 작은 보탬이…….”

또또 뇌물.

숨만 쉬어도 재물이 쌓이고, 어떻게 하면 이권에 개입할까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알아서 품에 척척 안겼다.

덕분에 레이몬드 주교의 재산은 미친 듯이 불어났다.

‘흐흐, 우리 추기경님도 더 승승장구하시어야 하니 이만큼 챙겨드리고, 우리 아우님도 하고 싶은 거 다 하셔야 하니 이만큼 챙겨주고, 그리고 나도 조금 먹고.’

조금밖에 먹지 않았음에도 기존 창고들이 꽉 찬 레이몬드는 이참에 창고를 새로 짓기로 마음먹었다.

헤벌쭉.

‘아우님, 아우님. 이번 원정만 성공하시면 내 아우님이 전에 말한 일을 반드시 성사시킬 테니 모쪼록 원정만 성공하시게.’

어스가 들어간 6띠 던전을 바라보며 레이몬드 주교는 간절, 또 간절하게 빌고 빌었다.

지금 저 모습만 보면 레이몬드 주교가 믿는 자가 룬인지, 어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주교님, 레오다니스에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주교님, 트리온에서…….”

“주교님…….”

‘밥 먹을 시간도 안 주고 몰려드네, 몰려들어. 허허.’

레이몬드는 식사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겁고 펑퍼짐한 엉덩이는 제 주인의 기분 담아 방정맞게 씰룩거렸고, 발걸음은 고도 비만이 무색하게 가볍기 그지없었다.

“오! 후작님 반갑습니다. 어이쿠, 공작님도 오셨군요! 아니, 공주님도 오셨네요. 하하.”

* * *

-일반 검은 사슬 나가를 처치했습니다. 7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지상을 향해 내리꽂히는 커다란 불덩이에 의해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하였다.

땅 위의 존재도, 그리고 그들이 밟고 있는 땅 역시 움푹 패고 타오르다 까맣게 물들어 바싹 마른 알갱이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재가 가라앉은 땅 위엔 더 이상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 던전 몬스터는 동급 던전 몬스터보다 코인을 왜 이리 많이 주는 거지? 딱히 까다롭지도 않은데. 이상하네.’

과거 에스터 추기경을 삼킨 던전 등급 또한 여기와 같은 6띠였다.

그곳의 몬스터는 파빌사그(전갈인간)로 일반 파빌사그의 경우 처치 시 두당 50코인이었다.

50코인도 적지 않은 액수였으니 당시엔 그것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이후 던전 원정 경험이 쌓이면서 의문이 생겼다.

처치하기 까다로운데도 적게 코인을 적게 주는 녀석이 있고, 방금 처리한 녀석들처럼 처치하기 쉬운데도 코인을 많이 주는 녀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의 기준이 뭐지?’

당시 경지보다 지금 경지가 더 높아졌지만 다시 여기 몬스터처럼 파빌사그를 사냥하라고 하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파빌사그와 난 상성이 맞지 않았던 건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한 건가?’

사실 원거리에서 스킬만 쏴 대다보니 근접전 방식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람들에 비해 체감이 아무래도 무딜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마법사가 아닌 전사가 될 마음은 개미 눈곱만큼도 없다.

물론 가끔은 병장기를 들고 몬스터와 치열하게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는 그들이 멋있어 보이긴 했지만 그것도 그때 잠깐이다.

전투가 끝난 후 몬스터 체액을 뒤집어 쓴 그들의 모습 때문이다.

1시간을 내리 이동하며 검은 사슬 나가를 사냥하다 보니 펫에 대한 실망감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꼬르륵.

배도 고프고.

주변을 둘러보던 어스는 식사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다.

단숨에 그곳으로 이동한 어스는 인벤토리에서 돗자리를 꺼내 깐 뒤 솔론 왕국 왕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유명 식당에서 구입한 요리를 꺼냈다.

그 식당이 워낙 유명해 가장 싼 1인분의 가격은 30테스다.

고급 요리의 경우 1인분에 100테스를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고가정책을 유지하다 보니 이 식당을 이용하는 자들 대부분이 돈 많은 평민 혹은 귀족이다.

하지만 그들도 그 식당을 항상 이용할 수 없다.

이틀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반면 어스는 그러한 제약 없이 원하면 언제든 그 식당을 이용할 수 있었다.

솔론의 왕족을 제외하곤 그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였다.

“비싸긴 한데 맛은 기가 막히니 안 사 먹을 수가 있나. 흠흠.”

시원시원한 사냥으로 풀린 스트레스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 육즙이 갓 주방에서 나온 듯 생생한 그 맛에 티끌만한 먼지도 남기지 안하고 완전히 사라졌다.

이러니 다들 출세에 목을 매는 것이다.

좋은 집, 좋은 음식, 좋은 여자를 갖기 위해서.

고급 음식도 이젠 자주 먹다보니 처음 먹었을 때와 달리 허겁지겁 먹는 단계를 초월한 어스는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식사를 끝마쳤다.

입도 호강, 배도 호강.

하암.

잠이 솔솔 쏟아졌다.

던전 밖은 한여름이었지만 던전 안은 식곤증을 유발하는 날씨였기에 졸음이 몰려왔다.

경계를 서 주는 사람이…… 깨워 줄…….

‘개똥도 쓸 데가 있다더니.’

펫이 떠올랐다.

여기에 매직 애로우까지 깔아 놓으면 낮잠을 자도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어스는 71개의 매직 애로우를 생성하여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철옹성에 충전한 마나를 사용하면 이보다 더 많은 매직 애로우를 깔 수 있으나 아쉽게도 그 마나를 이용하여 구현한 스킬은 제 몸의 마나와 달리 긴 시간 유지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펫 소환.”

어스가 별말 없이 귀환시키는 바람에 무척 슬퍼했던 펫은 그가 다시 자신을 불러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몹시 기뻐했다.

“주인님, 다시 불러줘서 나는 몹시 기쁘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한다. 뭐든 맡겨 달라.”

사냥과 맛있는 식사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과 따사로운 햇살에 사르르 녹았던 마음이 녀석을 보자 아쉬움이 또 뼈를 때린다.

하지만 어쩌랴 이게 현실인 것을.

“잘 테니까 누가 오면 바로 깨워. 매직 애로우는 건드리지 말고. 알았어?”

“주인님 자라. 내가 두 눈 부릅뜨고 주인님을 확실하게 지키겠다.”

딴엔 힘껏 부릅뜬 것 같은데 그래 봐야 좁쌀이다.

저놈 믿어도 될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누웠다.

어차피 잠깐 눈을 붙이는 수준인데 설마 그사이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 그리고 주변에 깔아 놓은 매직 미사일을 믿었다.

어스는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이에 펫은 자신을 믿고 쉬는 주인의 모습에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열심히 하면 주인님이 이름도 지어주고, 분명 예뻐해 해주실 거야. 주인님 편히 자라 내가 꼭 주인님 지킨다.’

결연한 표정으로 각오를 다진 무명의 펫은 골렘을 소환했다.

하나.

둘.

셋.

……

……

……

천!

자그마치 1,000기였다.

만약 이 모습을 어스가 보았다면 녀석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으리라.

그러나 아쉽게도 어스는 이미 깊은 잠든 상태였다.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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