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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03화 (203/250)

203화

칭호의 양도라니 이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이런 어스의 마음을 감안한 듯 시스템이 그에 따른 보상을 내놓았다.

-어린 위그드라실을 펫으로 길들일 수 있습니다.

-어린 위그드라실을 펫으로 길들이기 위해선 ‘위그드라실의 증오’와 싸워야 합니다.

-위그드라실의 증오와 싸우시겠습니까?

시스템이 내놓은 보상은 매우 흡족했다.

엘프의 신앙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위그드라실을 펫으로 삼을 수 있다니.

‘나문데 소환은 가능한가?’

새삼 다시 어린 위그드라실을 살펴보았다.

시쿠처럼 사용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었다.

그래도 자그마치 한 종족의 신인 녀석을 펫으로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두근두근.

‘진정해, 진정하자.’

흥분을 주체하기 위해 거듭 심호흡을 한 어스는 그제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그것과 싸우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혹시 그와 관련된 정보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시스템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승낙해야 추후 진행을 들을 수 있는 듯했다.

아쉽다.

어떤 방식인지 알면 좋을 텐데.

어스는 싸움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궁리했다.

‘증오라는 감정을 언급한 것으로 봐선 본체와의 싸움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네.’

감조차 잡히지 않다 보니 슬며시 걱정이란 놈이 고개를 들었다.

어스는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121).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100/100). 승리의 노래(12/12).

생명력 : 26,870/26,870.

마나 : 27,000/27,000. (마나 회복 1시간 20퍼센트).

인벤토리 : 1(+11).

스탯 : 힘(102.7). 체력(5,300). 민첩(102.7). 지력(3,200). 정신(5,000).

직업 스킬(10/12) : 매직 애로우(+5/12). 파이어 애로우(+3/12). 파이어 볼(+3/12). 파이어 버스트(+3/12). 아이스 스피어(+3/12). 일루젼(+3/12).

콜 라이트닝(+5/12). 블링크(+3/12). 체인 라이트닝(+4/12). 헬파이어(+0/12).

업적 포인트 : 0.

코인 : 87,21,000.

언제 보아도 웅장하다.

이를 보니 수그러들었던 자신감이 기세 좋게 고개를 쳐들었다.

‘9서클 스킬만 구입하면 그림 완성인데.’

그렇다고 마계로 넘어갈 수 없으니 당장은 그림의 빵이다.

차원 이동까지 현실에서 남은 시간은 27일, 그리고 마계로 넘어가면 다시 재사용 시간이 걸려 30일은 그곳에서 쭉 머물러야 한다.

도합 57일이다.

57일이면 인류는 아도니스로 전함을 띄우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전에 내 영지부터 난리 나겠지.’

명성을 이용하여 사들인 이종족의 수는 눈덩이 불어나듯 불어나고 있었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향후 3개월이면 뤼빅스에 있는 이종족이란 이종족은 모두 테리우스에 모이게 될 것이다.

물론 자신의 명성과 교단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종족 노예를 팔지 않는 자도 더러 있지만 그 수는 미미했다.

“로엘.”

“…….”

“로엘?”

“앗, 죄송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바로 옆에서 불렀는데 대답이 늦은 거야?”

“별거 아닙니다.”

로엘은 별거 아니라며 손사래 쳤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어린 위그드라실을 바라보는 어스의 눈빛이 수시로 심상치 않게 변하는 걸 목도하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사랑스러운 눈으로 어린 위그드라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별거 아니면 다행이고.”

“그럼 자리를 옮기실까요?”

“이렇게 급히?”

“보실 건 다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볼 건 다 봤지만 용무가 끝난 건 아냐.”

어스의 말에 로엘은 좀 전 보았던 그의 심상치 않은 눈빛이 불현듯 떠올랐다.

“용무라니 무슨 용무를 말하시는 건지?”

“저 녀석 영성이 없다며?”

“당장은 없지만 좀 더 성장하시면 갖게 되실 수도 있지요. 아직 어린 분이니까요.”

“아까랑 말이 조금 다르네.”

“설마요.”

“이상해. 날 보는 눈빛도 전에 없이 살짝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하하. 그럴 리가요. 아닙니다.”

“아니면 다행이고.”

말은 이리했지만 실상 그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엘프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등을 온전히 맡길 정도로 끈끈한 관계인가에선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엘프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어스는 그런 편이었다.

그것이 천성인지, 아니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구박을 당하며 자란 탓인지는 몰라도 어스가 사람을 전적으로 믿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말, 아닙니다. 어스 님은 우리 엘프의 친구이지 않습니까?”

“맞아. 우린 친구지. 그런 의미에서 날 믿고 위그드라실을 맡기는 건 어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쩜 내가 로엘이 우려하던 위그드라실의 ‘영성’ 그걸 깨울 수 있을 것 같아.”

“여, 영성을 말입니까?”

로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영성이지 않은가.

그것도 위그드라실의 영성!

그런데 어찌 인간이 그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전설의 드래곤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어스가 워낙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기대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어스의 행적과 능력은 과연 그가 인간이 맞나 싶을 만큼 모든 것이 경이로움이었다.

그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수천 년 만에 종족의 오랜 염원, 물론 반쪽이긴 해도 이루어진 마당에 다시 이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로엘이 망설이자 어스는 다그치려다 그만두었다.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하지만 너무 오래 끌진 마. 로엘도 알다시피 오염토의 확장을 막지 못하면 전쟁은 불가피해지잖아. 다른 건 몰라도 전쟁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

어스가 떠나고도 로엘은 한참 동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엘프의 현재와 미래가 자신의 결정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 * *

로엘에게 선택권을 쥐여준 어스는 엘프들이 마련한 임시 처소에 몸을 뉘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마계 가고 싶다.’

마계에서 제대로 꿀을 빤 어스는 던전도 몬스터도 더는 눈에 차지 않았다.

여기서 서너 달 빡세게 사냥하는 것보다 마계에서 반나절만 사냥해도 그보다 더한 보상을 얻을 수 있으니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

현재 시쿠가 미답지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사냥 중이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눈에 차지 않는다.

하급 마족 하나만 잡아도 지금까지 시쿠가 사냥한 것의 몇 백 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으니까.

‘일단 전쟁은 막아야지.’

영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는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잠깐, 그런데 꼭 내 영지만 고집할 필요 있나?’

어린 위그드라실의 힘으로 동토 중 동토라 불리는 미답지는 옥토로 변모한 상태다.

녀석이 자신의 펫이 되더라도 만약 이 땅이 여전히 옥토로 남는다면 이 땅의 소유권은 당연히 이 문제를 해결한, 그리고 어린 위그드라실의 주인인 자신이 가져야 하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이다.

‘늦기 전에 소유권을 주장해야 해!’

이렇게 멍 때리고 있다간 남 좋은 일 시킬 확률이 100퍼센트임을 깨달은 어스는 곧장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렇게 일어난 어스가 향한 곳은 교단 캠프였다.

마계에 가 있는 동안 다시 남쪽으로 이동하여 단박에 찾을 수 없었다.

“어, 어스 백작?”

캠프의 성기사들이 어스를 알아보곤 다들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베로니카 단장과 함께 테리우스로 왔다가 그녀와 함께 문전박대 당한지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고 그가 나타났으니 이는 당연한 반응이다.

“베로니카 단장님 뵈러 왔습니다. 안에 계시죠?”

굳이 안에 기별할 필요도 없었다.

베로니카 단장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 막사에서 나왔다.

“휴가 중이라고 하지 않았나?”

‘할망구 얼굴이 그새 폭삭 늙었네. 심경에 변화라도 생긴 건가?’

누구 때문에 자신의 나이를 찾아가던 말든 그건 베로니카 단장의 일이기에 어스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계약서를 갱신했으면 합니다.”

“뭘 갱신했으면 한다고?”

“미답지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혹시, 오염토의 원인을 해결할 방법을 찾은 건가? 지금 그 말인가?”

‘할망구 눈치가 백단이네.’

과연 이걸 인정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결국 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여기서 이야기할까요?”

“드, 들어가지. 따라오게.”

어스는 베로니카 단장을 따라 그녀의 막사로 들어갔다.

고위 성직자면 국왕과 동급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베로니카 단장의 막사는 그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소박했다.

디콘들이 머무는 막사도 이보단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자세하게 말해 보게. 정말 찾은 게 확실한 건가?”

이종족의 박해와 차별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교단이다.

그러나 교단의 대부분은 종족 전쟁까지 갈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의외로 반기지 않았다.

두 달가량 잡아야 하는 항해도 문제지만 만에 하나 정복군이 이종족에게 패하기라도 하는 날엔 그 후폭풍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오염토만 없앨 수 있다면 어떤 비용이라도 치를 것을 천명한 상태였다. 이는 자신의 성향과는 별개로 베로니카 단장 또한 공감한 바였다.

“찾았습니다. 확실하게.”

“역시, 원인이 있었어. 지원은 필요 없나?”

“오염토 지역에선 교단 제일검인 단장님도 힘을 제대로 못 쓰는 것으로 아는데 지원이라니, 오히려 제 발목만 잡는 일이니까 그 생각은 넣어 두세요. 그보단 미답지 소유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미답지니 그 땅을 제게 넘겨도 교단이나 각 왕국들이 손해 볼 건 없으니 갱신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데 아닌가요?”

어스의 생각과는 다르게 미답지가 동토 중의 동토라는 악명 높은 땅이었을 때나 의미가 없지 오염토의 원인이 제거된다면 그 땅을 노리는 세력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당장 미답지와 인접한 셀레네 왕국부터 반발하고 나설 확률이 높다.

그러나 교단이 나서 미답지의 소유가 어스에게 있다고 공표하면 속은 쓰릴지언정 대놓고 반발하진 못한다.

그게 오늘날 뤼빅스 대륙에서 교단이 가진 권위였으니,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권위는 앞으로도 쭉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나라라도 건국해 왕이 되고 싶은가?”

“건국 왕이라…… 음, 그것도 괜찮네요. 조언에 감사드리죠.”

“끙.”

“어차피 미답지 아닙니까? 깔끔하게 소유권 인정하시죠. 정복전쟁이 발발하면 이겨도 문제고 지면 더더욱 문제 아닌가요?”

“그 말 어디서 들었지?”

“보기보다 제 발이 넓어요.”

“칼렉 왕세잔가?”

“출처가 중요한가요?”

“음, 이건 교단 독단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거짓말.

“나흘 드릴게요. 얼른 결정하시고 대답해주세요.”

“그보다 정말 확실한 건가?”

“아님, 내가 왜 이러겠어요?”

베로니카 단장은 어스를 유심히 살폈다.

어스는 빼지 않고 눈싸움(?)에 응했다.

베로니카 단장이 먼저 눈길을 거두었다.

‘또 이긴 건가? 아! 이젠 자랑도 아니군. 현직 그랜드 소드 마스터도 잡은 난데. 최상급 소드 마스터쯤이야.’

마계에서 얻은 건 경험치와 보상만이 아니었다.

자신감도 얻었다.

웅장한 규모의 자신감을.

“그 말 확실해야 할 것일세.”

눈빛도 분위기도 한풀 꺾인 베로니카 단장의 태도에 어스는 시원섭섭했다.

기분 묘하게.

미답지란 광활한 영토가 제 손에 반쯤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보니 어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막사를 나섰다.

그러나 그런 그의 얼굴은 이내 굳어지고 말았다.

-하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3을 습득합니다.

-8,000코인을 습득합니다.

시쿠가 마족 하나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이 타이밍에 마족 나오면 안 되는데.’

어스는 서둘러 시쿠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블링크! 블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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