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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33화 (233/250)

233화

어스가 달려간 곳은 어린 세계수가 있는 곳이었다.

어린 세계수는 실리시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실리시아는 세계수의 보호를 위해 기량이 뛰어난 병력 상당수를 경비로 배치했다.

경비병력 모두 엘프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엘프에게 있어 자신이나 가족의 목숨보다 더 가치를 두는 존재가 바로 세계수가 아닌가.

그리고 그런 세계수가 인정한 친구가 바로 어스였으니 실리시아의 백성 중에서 가장 높은 충성심을 내비치는 이들 역시 바로 엘프였다.

더욱이 어스에겐 시스템의 보정까지 더해져 있었으니.

칭호 : 엘프의 군주(유일).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는 어스를 향한 엘프의 일방통행이 아니다.

어스의 감정 역시 엘프에게 꽤나 기울어져 있었다.

만약 인간 사회와 엘프 사회 둘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다는 선택지가 어스에게 주어진다면 그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엘프의 손을 들어줄 정도였다.

“어스!”

“오랜만이다. 그간 잘 지냈어?”

“그새 사람이 확 달라졌네. 헐, 그사이 영약이라도 먹은 게냐?”

일찍이 아도니스로 떠났던 옛 동료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저들을 머나먼 아도니스에서 단숨에 실리시아로 올 수 있도록 만든 건 어린 세계수의 뿌리 중 하나가 그곳과 이곳을 연결하는 통로로 기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멜. 페어몬트, 프라이스!”

로엘 만큼이나 반가운 이들이 바로 저들이었다.

어스는 환하게 웃으며 농담을 건네며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놀렸다.

그런데 그런 그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 어느 순간 멈추었다.

주변의 공기가 돌연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설마, 반란?

달라진 공기에 시선을 돌린 어스는 차가워진 공기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공기는 온전히 카멜, 페어몬트, 프라이스를 향해 있었다.

세 사람 역시 이러한 공기를 느낀 듯 활짝 펼친 팔을 슬쩍 내렸다.

‘날 대하는 엘프들의 태도가 달라진 건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놀랍지만 한편으로 뿌듯했다.

자신이 마음을 써주는 만큼 그들 역시 자신을 대함에 있어 사소한 부분까지 진심을 내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수와 동급이라 봐야 하나?

엘프들로 인해 분위기는 순간 무거워졌지만 그것이 그들의 충성심에서 기인한 것을 확인하였기에 가슴 한편은 든든했다.

“나중에 한잔해요.”

“그, 그래 그러자.”

엘프들의 눈치를 살피며 뒤로 슬쩍 빠진 세 사람의 모습은 흡사 꿔다 놓은 보릿자루를 연상시켰다.

“로엘.”

“느낌이 달라졌네요.”

외모가 아닌 느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로엘이었다.

그런 로엘의 두 눈은 연방 흔들리고 있었다.

엘프의 군주라는 칭호를 얻게 된 이후 어스는 이를 엘프들에게 직접 실험했다.

그 결과 다들 로엘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물론 초반엔 그랬고 이후엔 보다 깍듯해졌다.

“그래?”

“예. 좀 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응, 그건 충성심이란 감정이야.’

어스는 로엘의 어깨를 툭툭 쳐준 다음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로엘은 저 신비의 문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보았다.

다방면으로 풍부한 지식을 가진 페어몬트 역시.

“워, 워프 게이트?”

“9서클 공간 이동 마법이잖아!”

* * *

“여기가 미답지라고?”

“어.”

청순한 미모로 인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여자로 자주 오해 받고 있는 프라이스는 어스의 말에 놀라 단숨에 테라스로 뛰어갔다.

그 뒤를 페어몬트가 뒤따랐다.

그들이 알던 미답지는 지상 최강의 동토의 땅이다.

그런데 그런 땅이 녹음이 우거진 땅으로 돌변했으니 놀라움은 당연했다.

테라스에서 사방을 확인한 둘은 다시 돌아왔다.

“여, 여기가 정말 미답지였다고?”

“세계수의 힘이 컸어요. 엘프들이 신으로 모시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어스의 말에 페어몬트는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다시 시선을 밖으로 던졌다.

“이 땅이 모두 네 것이라고?”

“어.”

“우와. 대륙 제일의 땅 부자가 됐네. 그 자가 내 의동생이라니. 앞으로 잘 부탁한다.”

“지금까지 받아먹은 게 있는데 당연하지. 그보다 아도니스는 어땠어?”

로엘과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다 보니 일단 세 사람과 먼저 자리를 마련했다.

자신을 믿어주고 도움을 준 동료들에 대한 성의를 보인 것이다.

“원시 수준의 땅이더라고 몬스터는 어찌나 강한지…”

프라이스는 아도니스에 도착한 이후 엘프들의 도시로 이동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종족의 도시는 종족 특색이 묻어나서 신기하더라고. 드워프의 지하 도시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마침 로엘 씨가 와서 일정을 취소하고 널 보러 온 거야.”

“아도니스가 마음에 든 모양이네.”

“좋았지.”

“페어몬트는 어땠어요?”

“생의 마지막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더구나. 허허. 그런데 널 대하는 엘프나 이종족의 태도가 무척 공손하던데 어찌 된 영문인지 네 이야기 좀 해봐라.”

“꽤 긴 이야기에요.”

“너만 좋다면 삼박사일도 괜찮아.”

카멜 역시 진작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했지만 이 순간이 올 것을 알기에 궁금해도 참았다.

자신을 향한 세 쌍의 눈과 일일이 마주친 어스는 그들이 떠나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차원 이동에 관해선 잠시 고민하다 그 이야기는 덮어 두기로 했다.

마계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이야기 하나만 해도 저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사건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긴 시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떨어졌다.

“주인공들이 파티에 늦으면 안 되니까 조금 쉰 다음 1층으로 내려와요.”

시에라에게 세 사람을 맡긴 어스는 그제야 로엘을 불렀다.

로엘도 나름 할 일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잘 활용하고 돌아왔다.

“대현자가 되신 걸 감축드립니다. 어스님.”

“천만에. 참 대장로라는 분에게 내 이야기는 전했어?”

“대장로님을 뵈려 했지만 여행 중이시라 뵙지 못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언제든 아도니스로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차후 봬야겠군. 로엘이 왔으니 연합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네. 푸리엘에게 이야기 들어서 알겠지만 교단이 몽니를 부리고 있어. 이종족 노예와 혼혈 확보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어.”

“보고는 받았습니다.”

“마족들이 쳐들어와서 한바탕 난리를 피워야 정신을 차리려는지. 아무튼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

“마계는 어떤가요?”

“마계? 나쁘지 않아.”

그에게나 마계가 나쁘지 않은 것이지 마족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작정하고 잡으러 다니면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어쩌다 마주치면 그날로 내년 이맘때가 제삿날이 된다.

이러니 마족 입장에선 어스를 봐도 걱정, 안 봐도 걱정인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오만하고 호전적인 마족들조차 더는 그와 싸우지 말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었다.

마족들의 분위기는 고려 대상이지 않다보니 어스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건, 어떤 말을 하건 당연히 관심 밖이다.

“그런가요?”

“응, 그래.”

“그럼 그 검은 탑은?”

“파괴하려고 했는데 결국 안 되더라고.”

잠시 반색했던 로엘의 표정이 금방 심각해졌다.

마족을 중간계로 들여보내는 검은 탑은 이종족 입장에서도 반가운 기물이 아니었다.

뤼빅스가 마족에게 점령당하면 다음은 아도니스가 될 게 뻔했으니까.

그래서 어스가 검은 탑을 파괴하려했단 말에 기뻐하다 9서클의 대현자인 그조차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저리 심각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느 누가 저와 같지 않을까 싶다.

“어스 님의 힘으로도 말씀이십니까?”

“웬만한 도시도 메테오 하나면 증발하는데 그건 두 발이나 쐈는데도 소용없었어.”

또 생각난다 찬란했던 타락자가.

그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마계일까? 아님, 중간계라 불리는 이 세계일까? 그도 아님 던전의 기원이 되는 또 다른 세계일까?

조만간 무작위 차원 이동을 해봐야 하나?

운 좋으면 놈이 있는 세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당장은 마계에 집중할 생각이다.

레벨도 레벨이지만 당장 코인을 확보하여 모든 스킬을 +12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바, 방금 메테오라 하셨습니까? 금기의 마법을 어찌 배우신 겁니까?”

로엘의 표정은 거의 사색에 가까웠다.

“그게 금기 마법이었어?”

“대체 그 금기 마법은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배운 게 아니고 샀는데.

그보다 메테오가 금기 마법이라니, 그럼 대체 스킬 상점엔 왜 메테오 스킬이 있는 건가? 이건 엘프 한정 금기라서 그런 것인가?

여하튼 메테오를 써 본 입장에서 금기라는 저 단어를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형은 물론이거니와 생태계 자체를 말살해버리기 때문이다.

‘그 구덩이 다 메우려면 흙을 얼마나 퍼 날라야 할까?’

산 하나 내지 두 개는 들이부어야 메워지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거기다 물을 채워 호수를 만드는 것도.

마계엔 산도 별로 없던데 호수로 만드는 게 낫지 싶다.

그렇게 모든 크레바스를 물로 채운다면 앞으로 마계는 그 이름을 버리고 대신 호수의 세계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크레바스가 좀 많은가.

거기다 마족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마계라 불릴 이유도 없고.

마족들이 어스의 저와 같은 생각을 듣는다면 그 자리에서 기함하리라.

종의 말살이라니.

“어쩌다 보니.”

이미 배웠다는데 달리 할 말이 없는 로엘이었다.

그리고 그가 메테오를 쓰는 곳이 마계다보니 막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아니, 그보다 금기의 마법까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검은 탑이 거슬렸다.

몹시.

“로엘. 이 봐 로엘?”

“예? 아, 실례했습니다.”

“실례는 무슨 괜찮아. 그보다 찬란했던 타락자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 * *

어스가 로엘에게 찬란했던 타락자에 대해 묻고 있는 그 시간, 교황청 내 대륙 통합 사령부에선 마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침공할 듯 보이던 마족이 어째서 잠잠한 것일까요?”

어스 때문에.

“그러게 말입니다. 간간이 보이던 마족도 더는 보이지 않으니, 이 상황이 흡사 폭풍전야 같아 오히려 더 불안하군요.”

어찌 저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마족들에 비하랴.

지금 이 시간에도 마족들은 인간 학살자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다들 전전긍긍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마족이 지천이다.

오죽하면 야반도주하여 오지로 숨어드는 마족까지 속속 나오고 있었다.

마계에서 어스가 활약하고 있음을 전혀 모르는 통합 사령부의 참모들은 나날이 그 걱정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폭풍전야인 게 오히려 다행이지 그만큼 우리에겐 시간이 주어진 것이니까.”

참모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오스발드 참모장이 팔짱을 풀며 말하였다.

“참모장의 말씀처럼 확실히 시간을 벌어 좋긴 하지만 시간을 끈만큼 더 강력한 폭풍이 상륙할까 걱정입니다.”

마족에 대한 자료는 충분히 확보했다.

전설이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막연한 이야기가 아닌, 살아 있는 마족을 잡아서 확인한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발생했다.

사로잡은 마족들 모두 우연히 검은 돌이란 이상한 돌을 주워 던전으로 떨어졌다.

그럼, 글리시아 남작 영지에 출현한 일천이나 되는 마족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다들 평민 출신 마족이어서 모르는 걸까?

‘고위 마족을 잡았으면 좋겠는데.’

신전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하다 최근 잠잠해진 그 마족들이면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교단은 사라진 고위 마족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일단 그들이 잡혀야 양질의 정보를 구할 수 있으리라.

오스발드 참모장은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폭풍이, 아니 마족의 본격적인 침략이 시작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 상황과 그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미진하여.

“저기 참모장님.”

“말하게.”

“정말 대현자에게 협조를 구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앞서 듣지 않았나? 대현자는 이종족의 나라를 세우기로 했다고. 그러니 그 말은 앞으로 입 밖에 꺼내지 말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마족의 본격적인 침공에 대비하여 부족한 점이 없는지 거듭 확인하여 이를 보완하는 것이야.”

“죄송합니다. 참모장께서도 답답하실 텐데.”

안다, 다 안다.

저이가 어떤 마음으로 굳이 이 말을 다시 꺼냈는지.

그러나 어쩌랴 교단과 대현자는 절충이 불가능한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린 우리가 맡은 소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니 주어진 자원이 새는 일 없이 적재적소에 사용되는지 점검하세.”

참모들을 다독여 일에 매진하도록 만들었지만 정작 오스발드 참모장 역시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불안했다.

예상보다 길어진 폭풍전야의 상황도 그렇고, 막상 마족이 침공하였을 때 노심초사하며 준비한 것들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어서였다.

‘대현자도 인간이다. 그러니 인류가 위기에 빠지면 그도 인류를 외면하진 못하리라.’

오스발드 참모진은 자신의 이런 소망을 담아 북쪽 하늘을 응시한 뒤 곧 업무에 매달렸다.

오늘 이 노력이 내일의 결실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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