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 Epilogue4
페란스가 보란 듯 다리 사이로 들어간 허벅지에 힘을 주고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끔 나는 네가 알파라는 사실도 잊어버려. 내가 아는 알파들은 숨 쉬듯이 추파를 던지던데 너는 무슨 수도사처럼,”
“이제 그런 야비한 방법도 쓰시는군요.”
로젠게인이 페란스의 턱을 붙들었다. 페란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술을 핥았다.
“들켰네. 내가 지금 좀, 급해서.”
“후회할 겁니다.”
페란스에게 하는 경고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페란스에게 있어서 섹스는 아직 각인을 푸는 수단이었다. 발정기를 제외하고 페란스는 자위도 필요 없을 만큼 성욕을 느끼지 않았다. 자신과 겪었던 두 번의 섹스에서 페란스가 느꼈을 쾌감은 극히 적었다. 각인을 풀겠다는 목적이 없다면 섹스가 아니라 고문에 더 가까운 일일 것이다. 이를 물고 섹스를 견디다 정신을 잃는 페란스를 보며 후회하는 것은 제 몫이었다.
그런 이유로, 자신을 부추기는 페란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거부할 수도 없었다.
허락한 만큼 머무르고 허락한 만큼 가질 수 있는 입장에서 허락은 절대적이었다. 후회 같은 감정은 사치였다.
“약은 못 드십니다. 지금 드시는 해독제 때문에. 그건 알고 계셨습니까?”
“너야말로 우리가 약 먹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건 알고 있어?”
페란스는 요새 ‘우리’ 같은 다정한 말을 아무런 조짐도 없이 툭툭 내던졌다. 그때마다 돌에 맞은 개구리가 되는 건 로젠게인이었다.
로젠게인이 페란스의 엉덩이를 받쳐 훌쩍 들어 올리며 속삭였다.
“지금은 발정기가 아니니까요.”
“마음은 발정기 못지않아.”
이번 돌은 너무 컸다.
앓는 소리를 내뱉은 로젠게인이 세 걸음 만에 침대에 도착했다.
퉁!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쏟아지자 침대가 신경질을 내뱉었다.
“아, 그래도 향유는 있어야겠는데.”
서로를 빨아들이는, 다급한 키스가 시작되었다. 혀를 섞고 빨아들이다 누군가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떼면 다른 쪽은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입술 아래를 핥았다.
“삽입도 허락하실 참입니까?”
“그런 말은 새삼스럽지 않나? 이전까지 잘만 넣던 게 누구야, 대체.”
“그때는 발정기였고, 지금은 아니라.”
“자꾸 핑계 대지 마. 두 번째는 아니었어.”
“그땐 전하께서 넣으라고 하셨습니다.”
키스와 말을 섞어서 주고받는 사이 옷이 벗겨졌다. 잠옷을 입고 있던 페란스는 알몸이, 로젠게인은 셔츠를 열어서 젖힌 상태가 되었다.
“말이 너무 많은데. 침대에서는 말하는 것 말고 혀가 할 일이 많지 않나?”
“옳으신 지적입니다.”
로젠게인이 페란스의 알몸을 뒤집었다. 당황한 페란스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뭐 하려고?”
“혀가 제 일을 하도록.”
로젠게인이 페란스의 머리를 베개에 대고 누르며 드러나는 뒷목을 핥았다. 페란스가 얼굴을 파묻은 베개를 양손으로 꾹 쥐고 어깨를 움칫 떨었다.
“오늘은…… 각인을 풀겠다는 생각으로 덤벼.”
이를 물고 내는 소리가 사랑스러웠다. 솜털이 일어선 채 오싹오싹 떨리는 살갗은 각인 반응 때문이 아니었다.
“애쓰겠습니다.”
뒷목과 등뼈를, 오목하게 파인 엉덩이 보조개를 꼼꼼히 핥은 로젠게인이 양손으로 엉덩이 사이를 벌렸다.
“아, 설마…… 그거,”
페란스가 허리를 움찔거렸다. 손을 앞으로 돌려 고환을 부드럽게 쓸기 시작한 로젠게인이 엉덩이 골로 혀를 미끄러트렸다.
“말씀하신 대로 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까요.”
“아니, 좀……. 그래도,”
“쉿. 집중하고 싶습니다.”
사타구니에서는 페로몬 향이 진해졌다. 엉덩이 사이에서 숨을 들이쉰 로젠게인이 고환과 성기를 한꺼번에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다물린 입구를 혀로 적셨다.
“흣, 으읏…….”
페란스가 엉덩이를 조금씩 흔들었다. 아직 각인 반응이 시작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로젠게인은 마음을 놓고 혀를 움직였다. 촉촉하게 젖어들어 가는 입구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후, 나는 이건 좀…….”
페란스는 귓바퀴가 전부 발긋해진 채 계속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허벅지 안쪽은 떨려 왔다. 제 손바닥 안에서 착실히 부푼 성기 끝에서도 선액이 배어 나왔다.
슷, 스슥!
혀가 전부 입구 안으로 들어갔고, 로젠게인은 성기를 전부 감싸고 빠르게 손목을 움직였다.
“아, 흣! 하아, 거, 거기…… 흐읏!”
페란스가 베개를 꽉 움켜쥐고 몸을 들썩거렸다. 각인 반응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페란스는 사정이 빠른 편이었다.
핏, 스륵!
손가락 새가 따듯해졌다. 페로몬 향이 훅 번지며 페란스가 몸을 축 늘어트렸다.
로젠게인이 엉덩이 보조개에 각각 입을 맞추며 페란스의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잠깐 움찔대던 페란스가 순순히 다리를 벌려 주었다.
말랑하게 젖은 입구에 정액으로 젖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 흐.”
페란스가 등을 작게 말았다. 안에 넣은 손가락으로 내부를 벌리듯 휘저으며 로젠게인이 페란스의 뒷목에 입을 맞췄다.
“각인 반응이 오는 중입니까?”
“아, 아니…… 아직 아니…….”
“그럼 왜 이러시는 겁니까?”
“네가 좀,”
페란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대신 고개를 홱 돌려 입을 맞췄다. 감겨 오는 혀가 무서울 정도로 달았다. 질척대는 소리가 키스 때문인지, 아니면 손가락이 들어간 구멍 때문인지 헷갈렸다.
입구는 부드러웠고 손가락 하나를 무리 없이 삼켰다. 안쪽은 젖진 않았지만 정액이 발려 매끄러웠다. 그래도 삽입을 시도하는 순간 단단한 벽처럼 다물릴 것이다.
사실 이 정도로 끝내고 싶었다.
페란스의 각인 반응을 지켜보는 건 그에게도 고통스러웠다. 페란스가 겪는 육신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이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내는 자신을 향한 거부가 그를 무기력하고 좌절하게, 하지만 동시에 난폭하게 만들었다.
“한 번 더 사정하십시오. 각인 반응이 오기 전에.”
로젠게인이 손가락을 더 깊숙이 밀어 넣어 도톰한 끝부분을 찾았다. 입술을 미끄러트려 목덜미를 빨며 다른 손으로 젖꼭지를 쥐어 비틀었다. 페란스가 허리 아래를 부르르 떨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만…… 넣어.”
“삽입만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아니야. 넣어. 넣고 싶어.”
“전하.”
저를 바라보던 페란스가 머리칼을 조금 잡아당겨 고개를 끌어 올렸다. 눈높이가 비슷해지자 그가 제 아랫입술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너도 섰잖아. 이건 아프지 않아?”
페란스가 억지로 어깨를 비틀어 제 아랫도리에 손을 댔다.
반쯤 일어선 채 있던 성기가 방금 일로 전부 힘을 받았다. 불편한 건 사실이었지만 각인 반응을 겪는 사람에게 이걸 아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괜찮습니다.”
“나는 안 괜찮아.”
이번 돌은 바위였다. 아직도 죽지 않은 게 신기했다.
페란스가 몸을 더 틀어 제 어깨를 그러안았다.
“넣어 줘……. 아직 각인 반응이 없을 때.”
“…….”
저도 모르게 손이 굳었다. 페란스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손가락이 빠져나오게 했다. 양손을 제 목에 두르고 보채듯 허벅지로 몸을 감았다.
“어서. 네가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어.”
“…….”
로젠게인이 이를 꾹 물었다.
그에게 페란스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해 또한 사치였다. 이해할 필요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 페란스는 그냥 거기에 살아 있으면서 내킬 때 제게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됐다.
“삽입을 하는 순간 각인 반응이 시작될 겁니다.”
성기를 꺼내 입구에 맞추었다. 넣기 전 몸을 기울인 그가 페란스의 이마에 다정하게 입술을 붙였다. 살갗이 입술을 녹이는 것 같았다.
“괴로우실 겁니다. 발정기 때보다 더.”
“참을 수 있어.”
페란스가 고개를 치켜들어 입술을 맞부딪쳤다.
“아무리 괴로워도 네가 아닌 다른 알파에게 각인한 것보다 괴롭진 않아.”
“…….”
페란스의 말이 정말로 바위였다면 제 몸은 지금 종이처럼 납작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디.”
숨을 삼킨 그가 벌어진 다리를 향해 몸을 눕혔다. 그 전에 페란스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아 달아날 길이 없게 만들었다.
퍼억!
단숨에 몸을 전부 밀어 넣었다. 페란스가 비명을 참기 위해 이를 악다무는 게 보였다. 다물리기 시작하는 내벽에 성기가 짓눌렸다.
“전하.”
그래도 이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었다. 페란스가 그새 눈물이 울컥 고인 눈으로 제 눈을 마주 보았다.
“하읏, 우, 움직여…… 빨리.”
“전하.”
나직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와는 달리 허리를 붙잡아 움직이는 동작은 사나웠다. 단단하게 닫히는 안을 강제로 열기 위해서는 그 역시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몸이 땀으로 젖어들었다.
“전하.”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페란스의 속눈썹 위에 걸렸다. 페란스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전하.”
“흐읏, 응.”
“전하.”
“으, 응…….”
퍽! 퍼억!
움직임이 거세졌다. 페로몬이 터진 둑처럼 흘러나왔다.
고통스럽고도 황홀한 정사는 페란스가 세 번째로 정신을 잃을 때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