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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화 (2/220)

2화

<우진 노예가 되다.>

“으으···. 여기는?”

우진은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어느 숲속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다시 눈을 뜨게 된다면 앰블런스의 안이거나 병원의 중환자실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니 몸은 멀쩡했고, 자신이 있는 곳은 어딘지 모를 울창한 숲속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 약이라도 맞은 건가?”

우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기억에 의하면 분명이 로마 시내에서 총에 맞은 것이 마지막 기억일 텐데··.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숲에 누워 있던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총에 맞았을 자신이 이렇게 멀쩡한 것일까?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공복감이 드는 것을 봐서는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았다.

어쨌든 계속해서 이렇게 숲 속에 누워 있을 수는 없었던 우진은 걸어서 숲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사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숲을 빠져 나갈 수 있는지는 몰랐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디로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진은 무작정 방향을 정하고 걸었다.

계속 가다보면 길이 나올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현대인인 우진으로서는 숲속에서 방향을 잡는 것도 힘들었고 삐뚤삐뚤하게 숲을 걸어가는 것이 다였다.

그래도 우진은 계속 걸었다.

중간에 나뭇가지를 주워서 지팡이로 삼아서 피로를 줄이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거의 20시간 이상을 걷고 걸어서 우진은 드디어 길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살았다·····.”

길에 도착했다는 것은 기다리면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일단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진은 충분히 만족 스러웠다.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었던 우진은 길가에 앉아서 차라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아····. 그런데 이 길 좀 이상한걸?”

우진은 길 가에 앉아서 문득 자신이 발견한 길을 보고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된 도로가 아니라 흙위에 돌을 깔아서 만든 도로였다.

이런 도로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건 어딘가 좀 묘한 느낌이 드는 도로였다.

‘꼭 관광으로 본 옛날 로마의 도로 같은걸?’

우진은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밤에 횃불을 밝히고 말발굽 소리와 나무바퀴가 돌 바닥에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세상에 마차라니···. 어떻게 된 거야?’

우진은 이제 본격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고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건? 영화도 아니고 무슨····?”

우진의 눈에 다가오는 자들은 고대 로마의 양식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차의 위에는 토가라고 하는 고대 로마인들이 입었던 옷을 걸친 남자가 있었고 그 마차를 모는 사람들 주변에는 행군하는 군인들이 있었다.

“넌 누구냐!!?”

그 중에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우진에게 물었다.

순간 우진은 뭐라고 해야 할지 당황했고, 동시에 어째서 자신이 저들의 말을 알아 듣고 있는지에 재차 당황했다.

“아··. 저기 저는···.”

그리고 뭐라고 말을 하려던 우진은 또 한 번 자신의 입에서 상대와 같은 말이 나오자 또 당황했다.

“수상한 놈이군··. 복장도 특이하고···. 어디의 주민이냐?”

“그게 그러니까···. 전 한국인입니다. 여기에는 검도 시합 때문에 왔다가 길을 잃어서····.”

우진의 말에 상대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검을 꺼내고는 우진을 겨누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놈을 포위해라. 아무래도 도주 노예 같다!!”

“옛!!!!”

“옛!!!!”

“옛!!!!”

그의 말에 주변의 병사들이 우진을 삽식간에 포위했다.

“잠깐!! 난 한국인이라니까요? 여권도 있습니다. 제길!! 큭····. 이거 놔!!!!”

우진은 당황하면서 그에게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는 우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진에게 다가온 병사들이 우진을 잡고 찍어 누를 뿐이었다.

하루종일 걷고 걸어서 지친 우진은 병사들의 억센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당해버렸다.

그들은 우진의 옷을 찢다시피 벗기며 우진의 몸을 수색했다.

“단장님. 몸에 낙인이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아직 주인이 정해지기 전의 노예였겠군.”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 까요?”

“뒤의 노예들하고 같이 넣어라. 노예시장에 팔아버리겠다.”

“알겠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창민은 당황하면서 그에게 외쳤다.

“노예라니!! 이봐!!!!”

“이놈이!!”

“그 입 다물어라!!!”

퍽!! 퍼퍽!!!

발악하는 우진에게 주변 병사들의 구타가 쏟아졌다. 그리고 우진은 쏟아지는 구타 속에서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우진이 갑작스럽게 로마의 병사들에게 잡혀서 욕을 보고 있을때...

동쪽의 강국 폰투스의 흑해 해안에서도 한명의 남자가 쓸러져 있었다.

이 시대의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한명의 남자가 정신을 차린것 처럼 고개를 들었다.

“여기는 어디지? 난···. 도대체···.”

그가 얘기의 전면으로 나서는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다.

캉!! 캉!!! 카캉!!!!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

“하앗!!!”

“차아!!!!”

목청의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기합소리.

그리고 햇빛을 받으면서 꿈틀 거리는 뜨거운 근육질의 사나이들···.

지금 우진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었다.

“제기랄···. 그때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우진이 그때 로마의 군대에 잡히고 나서 쇠족쇄를 찬지도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우진은 자신에게 벌어진 현실을 어느정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하나, 그는 지금 현대의 이탈리아가 아니라 기원전의 고대 로마시대에 있었다.

둘, 지금 자신은 한국인이 아니고 이방인이며 노예로 등록되어 있다.

셋, 지금 자신은···. 그냥 노예가 아니라 검투사로 등록되기 직전이다. 라는 것 까지였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현실로 받아 들이는 데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 우진이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 온갖 발악을 다 했다.

하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면 인간은 두가지 선택 중에 하나를 하는 법이다.

체념하고 죽던가?

그 현실을 받아 들이고 적응하던가?

우진은 체념하고 죽기에는 너무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개월 팔에 노예의 낙인을 받은 그 순간부터 우진은 이 빌어먹을 현실에 적응했다.

‘망할···. 이계로 넘어가거나 조선 시대로 넘어가서 영웅이 되고 돈 벌고 하는 것은 소설에서 읽어 봤지만····. 하필이면 고대 로마시대? 이런 최악의 시대에 떨어지다니····.’

만약 차원이동이나 시공희귀에 꽝과 당첨이 있다면 우진이 뽑은 것은 최악의 꽝일 것이다.

고대 로마.

그것도 노예 신분.

고대 로마에서 노예의 신분이라는 것은 인간 이하의 생물, 말하는 가축이나 다를바가 없었다.

처음 노예 시장에서 우진은 그 광경을 잊지 못했다.

사람이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그 엿 같은 시선을 말이다.

놈들은 아리따운 여자의 옷을 벗겨서 마치 관람하듯이 구경하면 낄낄 거렸다.

그리고 자신처럼 건장한 남자 노예들은 농장이나 광산을 관리하는 자들이 대량으로 구매해갔다.

그러던 중에 우진은 운이 좋은건지 없는 건지··.

노예 중에서도 가장 특수한 노예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검투사로 팔려갔다.

검투사.

글라디에이터라고 불리는 이 존재는 노예지만 무척 특수한 노예이기도 했다.

아니 애당초···. 노예가 천한 것인지 로마의 시민들은 검투사들이 천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유희를 위해서 피를 흘리고 그들의 죽음에서 쾌락을 찾기도 했지만···.

로마의 시민들은 그들을 아레나의 전설, 신들에게 선택 받은 전사의 영혼들이라고 동경했다.

그래서 노예가 아닌 자유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자들 중에서도 검투사로 아레나에 서는 자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목숨이 걸린 위험을 무릅쓰는 만큼 검투사의 99%는 대부분 노예였다.

다만 노예라고 해도 승률이 좋은 검투사는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어느 정도의 재산을 인정 받아서 재산을 모으면 종내에는 자유를 사는 것도 가능했다.

우진이 현실적으로 당면한 과제도 그것이었다.

자유.

일단 노예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얻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랐다.

주인의 변덕 하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치가 노예였다.

그리고···. 우진은 사실 주인이 알면 죽을 것이 뻔한 위험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위험부담이란····.

“진!!! 호출이다. 따라와라.”

“····망할 썅년.”

한창 땀을 흘리면서 훈련을 하고 있던 우진은 입에서 욕지기가 절로 나왔다.

지금 우진에게 이 훈련은 그냥 훈련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수시로 이 훈련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었다.

그게 우진으로서는 짜증이 절로 나는 일이었다.

“똑바로 따라와라.”

“···············.”

우진이 묵묵하게 병사를 따라간 곳은 창살을 지나서 여러명의 가드들이 지키고 있는 호화로운 방이었다.

그 방에는 겉보기에는 제법 아리따운 금발의 여성이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워서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 오련, 진···. 네 온기가 그립단다.”

“·····예. 도미너스(주인님).”

우진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호화로운 침대위로 몸을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몸을 실었다.

“하아아···. 넌 정말 짐승이야···.”

“·····도미너스께서 너무 아름다우시기 때문이죠.”

“이리 오렴···. 날 즐겁게 해 봐.”

그리고 우진은 그녀의 몸 위에 자신을 겹치면서 그녀를 안아갔다.

“아아··. 아아!!!”

아름다운 그녀는 우진의 몸 아래에 깔려서 음탕한 요부처럼 몸부림 치며 쾌락에 허덕였다.

정작 그런 그녀를 내려다 보는 우진의 눈은 냉정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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