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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5화 (5/220)

5화

<우진. 두각을 드러내다.>

그날 밤.

검투사로 첫 승을 장식한 우진의 대우는 약간 달라졌다.

창살로 막혀는 있지만 그래도 개인실이 주어졌고, 그 안에는 짚더미만 쌓아놓은 잠자리가 아니라 나무로 만든 침대와, 덮고 잘 수 있는 이불까지 있었다.

이 시대의 화폐의 가치를 정확하게는 모르는 우진이었지만 기억에 의하면 고대 검투사의 가치는 한화로 치면 대략 10억 정도 된다고 했다.

오늘 그에게 돌아온 돈은 1데나르(은화)였다.

이게 많은지 적은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등록되어 있는 자신의 몸값은 10,000데나르였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10,000번을 이겨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인데···.

아마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검투사의 인기에 따라서 자신의 대전료도 올라간다고 했다.

챔피언 클레스의 대전료는 100데나르를 넘는다고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진이 계산하기에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해서 이겨야 할 승수는 아마도 100~150전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100전 이상이라···. 그것만 해도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기는 하지····.’

죽고 죽이는 싸움을 100번 이상 이겨내야 간신히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로또 맞추는 것이 만만해 보일 정도였다.

더구나 모든 검투사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우진의 주인인 레마이오스 파르티스가 독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검투사가 먹는 것 입는 것 심지어는 무기에 들어가는 돈까지 모두 검투사의 대전료에서 제외되었다.

그 덕분에 우진으로서는 짜증도 짜증이 여간이 아니었다.

‘기록에 의하면 검투사가 다른 노예들 보다 유일하게 좋은 점이 있었다면 먹을 것은 풍족하게 먹었다는 것인데····. 아마도 개 뻥이거나 내 주인이라는 새끼가 독한 놈인 거겠지.’

어쨌든 상관없다.

불평해도 나아지지 않을 현실이라면 그대로 헤쳐나갈 뿐이었다.

다음날···.

“어이, 나무 기둥만 후려치지 말고 나하고 할까?”

“···너도 살아 남았냐?”

“크큭··· 내가 말했지? 살아 남는다고····.”

우진에게 말을 건 것은 남들 보다 훨씬 더 커다란 덩치의 거한 디오클레이우스였다.

그도 어제 우진과 같이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은···. 그도 이겼다는 말이었다.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는 서로 목검을 잡고 대치하고 가볍게 몸을 풀 듯이 겨루기 시작했다.

“훗··· 어때? 승리의 소감이?”

“····알아서 뭐 하게!!!”

우진이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횡으로 빙글 둘면서 디오클레이우스의 등을 검날로 쳤다.

목검이라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제법 강렬한 통증을 느낀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랬단 말이지?”

“연습하려는 것 아니었냐?”

디오클레이우스 같은 위압적인 덩치의 거한이 웃으니까 직접 위협하는 것 보다 오히려 더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런 놈을 보고 선천적이 강자라고 하는 거겠지···. 하지만 검투사는 그것만 가지고 오래 하기는 힘든 법이야.’

우진이 살펴본 이 시대의 검술은 확실히 힘이 강하고 팔 다리가 길면 더 유리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이판사판의 상대가 나오거나 혹은 변칙적인 수단을 쓰는 검투사가 나올지 몰랐다.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의 허벅지를 지적하며 말했다.

“그거 어떻게 하다가 다친 거냐?”

“아··· 이거? 별것 아니야. 어제 내 상대가 마지막에 발악 좀 하더군.”

“·······내가 네 상대였으면 넌 죽었어.”

“어이어이··· 말이 좀 그런데?”

우진의 말은 쉬운 말이 아니었다.

같은 소속끼리 싸우는 일은 드물기는 해도 없는 일도 아니긴 했다.

그러니 잠재적인 적이기도 한 자신들기리 그렇게 내가 너보다 더 강하다고 장담하는 것은 상당한 실례였다.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를 좀 더 도발하면서 말했다.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전력으로 와 봐. 그럼 왜 내 말이 맞는지 가르쳐 줄테니.”

“·······후회하기 없기다. 진.”

디오클레이우스는 그 큰 몸을 풀면서 우진과의 간격을 차근차근 좁혀왔다.

그런 그를 보고 우진은 몸을 긴장 시키고 대치했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가 먼저 움직였다.

“차앗!!!!”

거대한 몸집을 이용한 디오클레이우스의 휘두르기는 바람을 가르며 맹렬하게 다가왔다.

원래 거구들은 느리다는 이미지가 있는 법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몸체와 발놀림에 관한 것이었다.

팔의 휘두름은 체중의 하중에 그렇게 영향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휘두를 수 있었다.

우진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목검을 피하고 재빠르게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타타타탓.

스텝의 기본은 뛰지 않고 잘게잘게 발을 지면에 최대한 가깝게 하면서 전후좌우를 종횡무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진은 한번은 여유를 가지고 뒤로 물러나서 피하고 두 번째에 날아오는 공격은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했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가 팔을 휘수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스텝을 밟아서 그의 측면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목검으로 허벅지를 한 번 긋고는 다시 옆으로 와서 옆구리를 두드렸다.

사아악!!! 퍽!!

“크윽····.”

“정신 팔지 마. 무작정 크게 휘두르기만 하니까 빈틈이 생기는 거야.”

“이익···.”

우진의 충고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것일까?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우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핫!! 차앗!!! 타아!!!”

디오클레이우스는 그야말로 용맹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과감하게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체격에서 나오는 그의 공격은 틀림없이 강맹했다.

아마 정면으로 검을 마주하면 우진이라고 해도 손이 저려서 검을 떨어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우진이 검을 마주할 리가 없지 않은가?

우진은 교묘하게 스텝을 움직여서 디오클레이우스의 오른편으로 돌아갔다.

오른손에 검을 잡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가 그런 우진을 베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백핸드 스윙을 수평으로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면···.

후웅!!

우진은 자신의 머리위로 살벌하게 지나가는 목검을 피해서 디오클레이우스의 옆구리를 폼멜로 찍어 버렸다.

콰직!!

“커억·····. 으으····.”

털썩.

겨드랑이 밑의 옆구리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엄연한 인체의 급소이다.

제대로 맞으면 폐에 대미지가 가서 한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2미터의 거대한 거한인 디오클레이우스가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각자 훈련중이던 다른 검투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저렇게 하는 수가 있는건가?”

“대단한 걸?”

“진이라고 했지? 동방에는 모두 저렇게 싸우나?”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의 일방적인 대련은 모두의 주목을 끌어모았다.

사실상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 사이에는 상당한 체격의 차이가 난다.

체격의 차이는 거리와 힘.

두 가지의 차이로 직결되는 법이다.

디오클레이우스 같은 타입은 타고난 강자. 나면서부터 다른 사람들 보다 강한 체질을 타고난 남자인 것이다.

지금 검투장에 가면 대부분 승리하는 것도 디오클레이우스 같은 타입의 거한들이었다.

그게 상식이었고 표준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눈앞에서 그 상식이 뒤집어 지고 있었다.

파팍!!

“아윽····.”

“항상 움직여야지. 제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

“크윽···. 하앗!!!”

파팟!! 팎!!!

“쿨럭····.”

“검만 신경쓰지 말고 전신을 신경써. 발을 걸거나 모래를 튀기거나···. 방법은 무궁무진하단 말이야.”

어느새 둘의 대련은 대련이라기 보다는 우진이 가르치고 디오클레이우스가 배우는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우진의 발에 걸려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디오클레이우스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크윽···. 제길 안 되는군···. 내가 졌다.

“오오오!!!”

“디오클레이우스가 졌어.”

“저 녀석 우리 중에서 최고 유망주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디오클레이우스가 패배를 인정하자 좌중에서는 수많은 검투사들이 놀라워 했다.

그들 중에 우진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예상을 뒤업고 우진이 이겼다.

그것도 그냥 이긴게 아니고 가녀린 여성의 손목이라도 잡아채는 것처럼 간단하게 말이다.

다른 검투사들이 우진을 보는 눈빛이 단번에 변했다.

이제까지 우진은 검투사들 사이에서 은연중에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진은 유일하게 이 검투사 양성소의 동양인이다.

검투사들이라고 파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검투사들 사이에서 파벌은 자신들의 민족으로 정해지는게 보통이었다.

굴족은 굴족끼리···.

색슨족은 색슨족끼리···.

시리아인은 시리아인들 끼리···.

그렇게 여러 가지 인종들이 가능하면 자기들 끼리 뭉쳐서 일종의 파벌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진과 파벌을 이룰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하나뿐인 카르타고 출신의 디오클레이오스가 우진과 좀 친하게 지내고 있었을 뿐.

그런데 우진의 실력이 드러나자 다른 검투사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들은 슬금슬금 우진에게 접근해서 말했다.

“큼···. 진···. 가능하면 나도 좀 가르쳐 주겠나?”

“잠깐···. 진 그 전에 우리부터 좀···.”

“어이. 거기 떨어져. 나도 부탁할 거야.”

우진의 강함을 보고 여러 그룹에서 서로 끌어가려고 난리였다.

검투사에게 있어서 강함이라는 것은 살기 위한···.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한 단 하나뿐인 도구다.

그러니 강한 동료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그것은 꼭 잡아야 할 찬스였다.

우진은 자신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그들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이게 하나의 찬스가 될지도····.’

우진은 그들에게 최대한 친절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한 명씩 줄서··. 그럼 차근차근 봐 줄테니까···.”

우진의 말에 건장한 근육 덩어리의 검투사들이 일제히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진은 속으로 이번 사태를 하나의 기회로 바꾸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고수는 항상 두각을 드러내는 법이죠.

오늘 중에 두편 정도는 더 올리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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