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우진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겠지만···. 검투사는 로마시대에 아레나의 신이라고 불리면서 선망의 시선을 항상 달고 다녔다.
그 덕분에 검투사들은 노예라고 해도 돈과 재산을 소유 할 수 있었다.
개중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아내를 소유한 검투사들도 실제로 있었다.
파르티스는 우진에게 돈을 들이지 않고 포상을 내리기 위해서 여자 노예 중에 얼굴이 반반한 여자를 상으로 내린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마누라인 라시에타를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우진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쿨하게 ‘여자 따위는 필요 없어. 꺼져.’ 라고 말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노예에게 있어서 주인은 절대다.
주인이 주는 것이라면 그것이 벌이건 상이건 모두 달게 받아야 했다.
결국은 이 다섯 명의 여자들 중에 한 명을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진은 여자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씻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았지만 잘 살펴보면 그녀들 모두 21세기의 지구로 가면 모델이나 여배우들 못지 않게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누구를 정하려고 해도 뭐라 정할 기준이 없었다.
우진은 그저 운명에 손을 맡기듯이 한명의 손을 잡았다.
여자치고는 약간 큰 키에 슬림한 체형을 하고 있었으며 금발 치고는 드물게 스트레이트한 머릿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래 금발은 99%가 곱슬인데 그녀는 약간 특수한 케이스인 모양이다.
우진이 손을 잡고 끌어당기자 그녀는 우진의 품안에 쏙 들어왔다.
그러자 가드들은 우진을 음흉하게 바라보면서 한 마디를 남기고 나갔다.
“재미 잘 보라고····.”
“·············.”
그들이 나가고 나서 방안에 남은 것은 우진과 한명의 여성 뿐이었다.
우진은 일단 그녀에게 와인을 한 장 따라주면서 말했다.
“이름은?”
“···세체니입니다.”
“세체니라··. 고향은 어디지?”
“라인강 남쪽에서··· 어린시절 부족이 전쟁에 패하고 로마로 왔습니다.”
“·········라인강 남쪽이라···.”
우진은 세체니의 혈통을 생각해 봤다.
아마도 아마도 라인강 남쪽이라면 켈트족이나 굴족일 가능성이 컸다.
나중에 이들이 이주를 해서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를 세우는 초석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정말 정말 먼 훗날의 얘기다.
어쨌든 우진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혈통 따위가 아니었다.
우진은 잠시 생각했다.
이제와서 인권이 어쩌니 뭐니 할 생각은 없다.
노예의 신분으로 살인도 했고, 개같이 굴욕적인 자세로 아부도 했고, 심지어는 남창이나 다름없는 짓도 했다.
시대가 빌어먹을 시대였고 한 술 더 떠서 자신은이 빌어먹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바로 목이 날아가는 노예였다.
그러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 세체니라는 여자를 안는다면 그것은···.
뭐랄까? 일종의 선을 넘어버리는 것이 되어 버린다.
아부도, 살인도, 그리고 남창처럼 라시에타의 위에서 그년의 성욕을 채워준 것도···.
모두 필요에 의해서 한 것이다.
이 빌어먹을 고대 로마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 세체니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안는다면 그것을 필요에 의해서 불가항력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이 여자를 상대로 자신의 성욕을 푸는 것일 뿐.
“·······침대는 저기야. 그리고··· 여기 여분의 옷이 있으니 입어.”
“····절 안지 않으실 건가요?”
의아하게 묻는 그녀에게 우진은 조금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녀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한 것이다.
“······혹시 남색의····.”
“아니 절대로!!!”
우진은 기겁을 해서 외쳤다.
이 시대에 그런 인간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노예 중에서도 예쁘장한 남자들은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걸 알고 우진은 자신이 예쁘장하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감사했다.
라시에타와 상납적인 성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와 관계를 가지기에는····.
생각만 해도 심각한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우진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보고 남색가라니····.
“그럼··· 어째서 저를 안지 않는 건가요?”
그녀는 우진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거야·······.”
대답을 하려던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노예는 비인간 적이니까?
여자를 강제로 범하는 것은 성폭행이니까?
그것은 현대인인 우진의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이었다. 이 로대 로마시대에는 인권이고 뭐고 없었다.
자기 아내가 노예하고 뒹굴어도 신경도 쓰지 않는 파르티스를 생각하면 성적으로도 무척 개방된 사회이다.
기본적으로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성적 개방도는 고대로 거슬러 가면 갈수록 개방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고대 로마라고 하면 손에 꼽을 정도로 난리였다.
이혼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고대 로마라는 문명부터였다.
오리 무리 속에는 백조가 미운 새끼인 법이다.
여기서 인권이 어쩌니 저쩌니 해 봤자 우진이 그냥 미친놈 취급당할 뿐이었다.
결국 우진은 그냥 신경질을 내면서 말했다.
“내 마음이야. 오늘은 피곤하니까 그냥 자.”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먼저 침대에 가서 벽을 보고 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세체니가 우진의 옆으로 다가와서 눕는 것을 느꼈다.
침대가 좁았기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우진에게 밀착했다. 그리고 우진은···.
오랜만에 따스한 인간의 온기를 느끼면서 잠들 수 있었다.
이 고대 로마시대로 타임 슬립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안온함이었다.
그 후로 우진은 조금씩이지만 훈련소를 바꿔갔다.
이 훈련소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파르티스였지만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은 우진으로 바뀌어 갔다.
우진은 감독관의 지휘를 손에 넣고 본격적으로 선수들을 훈련 시키기 시작했다.
감독관의 지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들을 강하게 해서 승리를 가져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선수로서만 활동 할 때에는 우진의 승리만이 우진의 실적이었다.
하지만 감독관이 된 후에는 모든 선수의 승패가 우진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진은 그 실적을 위해서 선수들을 거칠게 단련시켰다.
불평하는 자들은 없었다.
애당초 노예인 이들이었기 때문에 불평을 한다는 선택지가 없었고···.
또 이들에게 있어서 훈련이라는 것은 생존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출구이기도 했다.
그러니 불평 불만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고대의 것 보다 훨씬 발달한 현대의 검도 스킬에 검투사들의 투쟁심이 더해지자 서서히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진이 감독관으로 합류하고 나서 레마이오스 검투사 양성소는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체 승률이 90%가 넘는 레마이오스 검투사 양성소는 최근 반년동안 사망자가 가장 적은 훈련소이기도 했다.
특히, 감독관인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의 무패행진은 로마시민들 사이에서 그들의 이름을 조금씩 유명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검투소 훈련이 끝나고 나서 우진은 땀을 씻어내기 위해서 검투사들과 함께 욕탕으로 향했다.
원래 로마에는 목욕 문화가 있었다.
수로가 발달했고 수원이 충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다만 파르티스는 워낙에 구두쇠였기 때문에 검투사들에게까지 그 해택을 돌리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우진이 검투사들에게 돈을 거두어서 간단하게 물을 끼얹을 수 있는 샤워실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첫 번째 선택이었다.
이 시대의 의술이라고 해도 뻔할 뻔자였기 때문에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우진은 그런 것에 많은 신경을 썼다.
훈련을 마치고 방에 들어가자 우진을 반겨주는 아리따운 여자가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진님.”
“····그래.”
세체니는 지난 반년 동안 우진에게 완전히 적응했다.
사실 반년 동안 우진은 세체니를 한 번도 안지 않았다. 처음에 세체니는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내 그녀 나름대로 납득 할 만한 이유를 찾았다.
우진은 이 집의 안주인이기도 한 라시에타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우진이 차짓 잘못해서 그녀를 건드렸다면 라시에타의 질투를 살 수도 있었다.
로마인이 노예를 여럿 건드리는 것은 괜찮지만 노예가 여러명의 상대를 건드리는 것은 안 된다.
그게 이 시대의 상식중에 하나였다.
실제로 그녀는 우진의 아내로 하사되고 나서 라시에타에게 호출을 받은 적이 있었다.
“흐음···. 네가 진의 아내라고····?”
라시에타는 세체니를 보고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의 앞에 와서 말했다.
“그와의 잠자리는 어떻든?”
“···그것은···?”
“그가 너를 만져주던? 나를 만지던 손으로 네 몸을 만지고 쓰다듬어 주던? 이 몸을?”
세체니의 어깨를 쥐고 있는 라시에타의 손아귀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세체니는 황급하게 대답했다.
“그는···. 그는 저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관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움찔.
그 말에 라시에타는 잠깐 동요했다.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그 증거로···. 저는 아직까지 순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래. 내 남편이 너에게 많은 신경을 썻나 보구나····.”
“··········.”
세체니가 순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에 라시에타는 어느정도 화가 풀렸다.
사실····. 여자 노예의 배위에 올라타는 것이 식은죽 먹기보다 쉬운 로마였지만···.
어느 목적을 가지고 키워진 여성 노예들은 순결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 목적이라는 것은 상품으로서의 가치였다.
귀빈이 찾아 왔을 때를 대비한 접대의 목적이라던가? 혹은 공을 세운 노예들에게 주는 포상의 용도로도 사용 되었다.
파르티스는 돈에는 쪼잔해도 그 외에는 그럭저럭의 아량을 가지고 있었다.
우진에게 감독관을 맡기면서 순결을 유지하고 있던 젊은 여성 노예 다섯중에 하나를 넘긴 것이다.
그건 돈은 들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우진이 건들지 않아서 아직까지 순결을 유지하고 있던 세체니를 보고 라시에타는 슬쩍 경고를 남겼다.
“내가 기분 나쁠 짓은 하지 마라. 알겠나?”
“예. 도미너스.”
“혹···. 나중에 내가 그에게 관심이 식으면 그때는 네 년이 다리를 벌리는 것도 허락하마. 그 전에는 함부로 발정이 났다가는 크게 곤욕을 치를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도미너스.”
세체니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라시에타의 말에 복종을 표하며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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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군기 잡는것은 결코 남자들 못지 않죠.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