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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6화 (26/220)

26화

후일 옥타비아누스, 그러니까 흔히 아우구스투스의 시대에 가면 로마인들도 노예의 인권을 조금은 챙긴다.

노예를 무단으로 죽이는 것을 금하고 불구로 만드는 것도 금지했다.

뭐···. 그래 봐야 노예는 노예.

아주 쥐꼬리만큼의 온정을 베풀 뿐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나마 그렇게 조금이라도 노예의 인권을 챙겨 주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다.

지금의 로마인들에게 있어서 노예라는 것은 그야말로 소유물.

어떤 의미로는 가축 이하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때도 있을 정도로 ‘물건’이었다.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두지 않는 노예들이 당했을 학대, 유린은 21세기의 현대인들에게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가혹한 것일 것이다.

바로 지금 우진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저렇게 까지 할 줄이야.’

우진도 독한 마음을 먹고 죽일 생각은 했다.

농장주의 가족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잠시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이 시대에서 20세 이하의 미성년자 운운하는 것은 개그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노예들의 분노를 풀게 하기 위해서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 할 줄은 우진도 미처 몰랐다.

한 30분 만에 노예들은 농장주의 가족들을 고깃덩어리를 만들었다.

시체는 고사하고 인간이었다는 형체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형태의 시체였다.

이 로마에 오고 수도 없이 많은 인간을 죽인 우진조차 속이 메슥거릴 정도로 구역질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살인마도 뭣도 아닌 지극히 순종적으로 보이던 노예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들 하나하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고 이런 행위를 단독으로 할 배짱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단체가 되면 도덕심이 무뎌지고 판단력도 흐려진다.

민중의 분노는 그래서 거대한 권력자들에게도 가장 무서운 것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우진 역시 이들의 광기에 약간 질렸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시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우진은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형제들은 들으시오!!!”

우진은 광기를 표출한 노예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이제 로마인에 대한 복종심으로 인한 두려움 보다는 광기의 해방으로 인해서 인간 본연의 투쟁본능이 드러나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우진이 말했다.

“난 붉은 파도의 대장. 데스라고 하오.”

“데스?”

“그게 누구지····?”

수근 거리는 노예들에게 우진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무리를 이끌고 로마인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리기 위해서 형제들과 함께 일어난 혁명가요.”

우진의 말은 노예들이 알아 듣기에 어려운 말들도 섞여 있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왜냐 하면 노예들에게 가장 중요한 골자가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로마의 개자식들을 다 죽일 겁니까?”

“로마의 개자식들을 다 지옥에 보낼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을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나도 붉은 파도로 받아 주시오!!!”

“나도 가담하겠소. 제발 받아 주시오.”

“여자라도 상관없다면 저도 받아 주십시오!!”

“저도!!”

“부탁입니다. 저도!!!”

민중의 불길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법이다.

노예들은 자신들의 터져나온 광기를 계속해서 감당해줄 우진이라는 존재에게 이끌리듯이 다가갔다.

실제로 감정이 격앙된 지금 이들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로마인을 죽일 수만 있다면 내가 죽어도 좋다.’

라고 말이다.

소위 목숨을 건다는 말을 쉽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이들은 진실로 우진에게 목숨을 걸었다.

‘좋다. 충분히 일어났어.’

우진은 스스로의 의지로 봉기하기 시작한 노예들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데스. 이 로마를 무너트리고 도리와 정의를 내 새울 이름이오. 형제들이여. 나에게 함께해 주시오!!!”

“오오오!!!!”

“데스!! 데스!!! 데쓰!!!”

“빌어먹을 로마 새끼들을 다 죽여 버리자!!!”

우진의 말에 모든 노예들일 동조했다.

그날, 우진은 아군 80여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이익은 본격적으로 붉은 파도라는 가상의 세력을 시칠리아에 만들었다는 얘기다.

첫 번째 농장을 습격한 후에 붉은 파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움직였다.

우진도 부지런히 참가했지만 규모에 따라서 우진 말고 다른 검투사들에게 임무를 일임할 때도 있었다.

주로 시칠리아 곡창 지대에서 노예들을 부리면서 재산을 축척하고 있는 부농들이 소유한 노예들이 목표였다.

우진과 그 부하들은 그들을 덮쳐서 재산을 빼앗고 노예를 해방 시켜갔다.

“오오!!! 붉은 파도가 왔다!!”

“데스!! 로마를 무너트릴 자!!!”

소문은 발이 없어도 충분히 빨랐다.

어디서 들었는지 이제는 붉은 복면을 쓴 우진들이 다가가기만 하면 주인을 배잔하고 열렬하게 환영하는 노예들도 있었다.

그럴때는 전투도 없이 일방적으로 장원 하나를 풍비박살내기도 했다.

붉은 파도가 지나간 후에는 항상 로마인들의 시체가 쌓였고, 그들의 피가 대지를 적셨다.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붉은 파도의 인원은 500명이 늘었다.

500명이 늘어난 시점에서 우진은 크게 한건을 하기로 했다.

시칠리아의 채석장을 습격해서 거기에 메여있는 광산 노예들을 해방 시킨 것이다.

이 한건으로 인해서 500의 병력은 두배가 넘게 불어났다.

우진은 불어난 병력을 한꺼번에 통솔하지 않았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게 기본이지.’

우진은 병력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은 자신이 관리하고 한쪽은 시칠리아의 서쪽으로 원정을 보냈다.

원정의 책임자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사실 디오클레이우스가 원정을 가는 것에는 나름 잡음이 많았지만 우진이 강하게 밀어 붙여서 디오클레이우스를 보냈다.

원정을 보내기 전날.

디오클레이우스가 우진의 방에 홀로 찾아왔었다.

“진. 안에 있나?”

“디오클레이우스? 무슨 일이야?”

“잠시 얘기 좀 하려고 들렸다.”

얘기를 하려고 들렸다는 디오클레이우스의 손에는 와인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우진을 그걸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들어와. 안주거리 정도는 꺼낼 테니까. 세체니!!”

“예. 지금 준비할게요.”

사실상 결혼식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부부나 다름 없는 둘이었다.

세체니는 익숙하다는 듯이 바지런하게 움직여서 와인에 곁들일 안주를 준비했다.

그런 세체니를 보고 디오클레이우스가 말했다.

“형제의 아내를 함부로 보는 것은 죄이지만··. 이 경우에는 어쩔수가 없군. 네 사랑을 받고 나서부터 나날이 아름다워져 가고 있어.”

“그게 여자의 매력이지. 내 색으로 물들인다고 해야 하나?”

우진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를 보면서 짓굳게 말했다.

“정 억울하면 너도 여러 여자에 집적거리지 말고 하나로 정해서 집중해 보지 그래?”

“음···. 아니 됐어. 하나로 정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서 말이야.”

“말은····.”

세체니 한명과 알콩달콩 신혼 살림을 하고 있는 우진과 달리 디오클레이우스는 그야말로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고 있었다.

우진의 오른팔이자 붉은 파도의 NO.2인 디오클레이우스는 여자들에게 충분히 인기인물이었다.

무책임 하다면 무책임한 행위였지만 이 시대의 기준으로 봤을때는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여성을 강제로 범하는 것은 이 시대에서도 어느정도 죄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능력 있는 남자가 여러 여자를 품에 안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세계였다.

아마도 이 시대의 신앙에 깊숙하게 남아있는 고대 그리스 신화가 그 영향을 끼친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들이란 항상 여자가 끊이지 않았고, 여러 여자들에게 선망과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스 고대 신화나 영웅담은 로마인들뿐만 아니라 당시 지중해 전체에 걸쳐서 정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었고, 우진의 부하들도 거기에 관해서 뭐라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쨌든 둘은 긴장감을 풀고 와인을 한두잔씩 함녀서 슬슬 얘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먼저 용건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우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이 시각에 남들 몰래 술병 하나 달랑 들고 무슨 청탁을 하려고 온 거야?”

“청탁?”

“아아···. 부탁이라는 말이야.”

“···········.”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원정군을 나보고 총괄해서 이끌라고 했지?”

“그래. 뭐 문제라도 있나?”

“·····난 네가 아니야. 위대한 지름신의 전사인 너는 모르겠지만 난 그냥 노예일 뿐이었다.”

진지한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에 우진은 와인을 다시 잔에 따르면서 대답했다.

“우리 모두 그랬지. 로마인들의 명령에 따라서 죽이라면 죽고 죽으라면 죽어야 했어.”

“하지만 넌 다르지 않나?”

“내가? 내가 어디가 다르지?”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바로 대답하려고 하다가 말문이 막혔다.

우진이 다른 노예들과 다른 점.

그런건 많았다.

검술도 노예치고는 압도적으로 강하고, 지혜롭고, 리더쉽이 있고, 모두를 이끌어 주는 능력이 있었다.

로마에서 탈출해서 남부의 험한 산맥 지대를 통과해서 배를 빼앗고 시칠리아의 이름 모를 지역에 정박, 그리고 이제는 화산 지대에 자리를 잡고 인구 1,200에 가까운 세력을 일궈냈다.

이런 우진의 대단한 점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디오클레이우스는 우진을 처음부터 봐 왔던 존재였다.

둘 다 보잘 것 없는 검투사로서 창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보리죽 한 그릇을 숟가락도 없이 개처럼 들이켜 마시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말이다.

그런 우진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점.

‘·····그게 뭐지? 도대체 그게····?’

디오클레이우스는 입으로 수십마디가 나올 것 같았지만 머릿속 한구석으로는 그 수십마디가 다 틀렸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우진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점.

디오클레이우스는 그 질문에 뭐라고 확고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형제를 보도 우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너하고 다른 점은 딱 하나야.”

“·······그게 뭐지?”

“난 행동했고, 넌 이제 행동 할거다. 라는 것이지.”

“······그런····.”

우진은 마치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로마를 쓰러트릴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무슨 내가 했으니 이제 너도 해봐.

라는 말하고 다를바 없지 않은가?

디오클레이우스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는 우진의 명령에 따라서 수백의 군대를 상대로 돌격하라고 해도 할 수 있었다.

얼음의 불모지로 행군을 하라고 해도. 용암이 펄펄끓는 화산의 분화구로 돌격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었다.

그 앞에서 우진이 이끌어 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진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독단으로 누군가를 이끌고 앞으로 향하는 것은 두려웠다.

이 용맹하고 거대무쌍한 남자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우진은 그런 디오클레이우스의 마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를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했다.

‘가능성이 있어.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기본 소양은 있는 거야.’

============================ 작품 후기 ============================

8월 한달도 잘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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