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27화 (27/220)

27화

<메사나 붉은 파도에 흔들리다.>

전투에서의 죽음을 두려워할 디오클레이우스는 아니다.

그는 타고난 전사였고,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었으니 전투를 두려워 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 두려워 하는 것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아군의 목숨이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군을 이끌 지휘관으로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무조건 돌격 앞으로 라고 하는 머저리는 우수한 전사까지가 딱 한계.

지휘관은 두려움과 저돌성을 겸비해야 했다.

애당초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저돌성은 봤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너무 보이지 않아서 문제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을 모르는 자는 앞일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군사를 소비한다.

그래서는 곤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소질은 보이니 되었다.

앞으로 시간을 들여서 두려움은 신중함으로, 저돌성은 용맹함으로 바꿔가는 것이 중요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단련 시켜주마. 디오클레이우스.’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를 그저 졸로만 쓸 생각은 없었다.

힘, 리더쉽, 그리고 정신력.

모든 것을 봐도 디오클레이우스는 지금 붉은 파도의 NO.2이다.

하지만 그저 우진의 명령대로 Yes만 남발하는 남자여서는 곤란했다.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가 엄연히 장군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랬다.

후한 말에 유비가 스스로 능력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유비 본인 보다는 주변에 유능한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함께 시작한 관우 장비만 해도 어디인가?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그런 역할을 맡기고 싶은 것이다.

능동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전쟁터에서 일군을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장군으로 말이다.

이번 원정은 그런 디오클레이우스의 장군 육성의 첫 걸음이 될 것이었다.

“디오클레이우스, 날 믿나?”

“망할 주피터 보다 더 너를 믿는다. 진.”

“그래···. 그럼 너 자신도 믿어라.”

“하지만 난·····.”

“난 너를 믿는다.”

“······진····.”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마치 잘못 들었다는 듯이 쇼크에 빠졌다.

“내가 너를 믿는다. 네가 절대적으로 나를 믿고 신뢰하는 것 만큼 나도 내 형제를 믿고 신뢰하고 있다.”

“···········진. 그게 정말이냐.”

“그래. 이번 원정은 무척 중요해. 내가 여기서 베레스의 눈을 속이는 동안 넌 시칠리아 서부에서 세력을 쌓고 로마의 불만 세력들의 동조를 얻어내야 해.”

“그래, 알고 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할 원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디오클레이우스가 이해한 듯 하자 우진이 은은한 미소를 띠우고 설명을 계속했다.

“그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베레스 총독의 귀와 눈을 가리고 교란 시킬 사람과, 시칠리아 서쪽에서 임무를 수행할 사람, 즉 내가 둘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렇군.”

“유감이지만 나는 하나다. 하지만···. 나와 동등한 능력을 지닌 형제가 있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날 믿어줘서 고맙다. 형제여.”

“·············.”

“신에게 맹세코 그 믿음을 져 버리지 않겠다. 형제여.”

“고맙다. 디오클레이우스.”

우진과의 만남이 끝나고 돌아가는 디오클레이우스의 눈에는 자신감과 결의가 가득했다.

세상에서 가장 인정하고 경외하던 인물이 자신을 동등하게 여겨줄 때의 그 감격.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지극히 공통된 감격의 순간인 것이었다.

다음날 원정길.

출발하는 디오클레이우스의 가슴에는 불안감 대신에 자신감이. 두려움 대신에 기대감이 가득해 있었다.

그리고 떠나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보면서 우진은 중얼 거렸다.

“믿는다. 형제여.”

이제 스파르타쿠스가 자신의 세력을 떨치기 까지 우진은 힘을 모으고 또 모을 뿐이었다.

쾅!!

“망할 개자식들···. 이게 다 뭐란 말이냐!!?”

시칠리아 총독인 가이우스 베레스.

그는 시칠리아의 주도시인 시라쿠사의 행정실에서 자기 머리 높이까지 쌓인 수많은 진정서와 탄원서를 보고 책상을 내려치며 크게 호통쳤다.

“도대체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너희는 뭘 했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총독님. 놈들이 워낙에 신출 귀몰해서····.”

“방비를 늘렸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놈들의 머릿수가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베레스를 가장 열받게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최근에 설치기 시작한 붉은 파도라는 산적들이었다.

진은 스스로를 산적이 아닌 혁명가라고 했지만 로마의 총독인 가이우스 베레스의 입장에서는 산적.

아니 자신의 출세를 방해하는 해충일 뿐이었다.

돈에 욕심이 멀어서 부패한 그는 딱히 로마의 재력가들의 죽음 따위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재임하는 기간 중에 이런 진정들이 계속되면 이 소식은 로마의 원로원의 귀에 들어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원로원에서 베레스는 무능한 인물로 낙인찍힐 것이다.

로마의 귀족에게 있어서 원로원에 안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은 무엇보다 불안한 일이었다.

입신양명, 출세가도. 그 모든 것이 원로원의 결정에 의해서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길···. 붉은 파도라고? 빌어먹을 개 자식들··. 그 새끼들 피로 바다를 만들면 파도를 치는지 안치는지 확인해 볼 테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베레스의 얼굴은 누가 봐도 극도의 초조함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로마의 귀족으로 태어나서 쭉 로마의 귀족으로 살아온 자다.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에 익숙했던 인간인 만큼 이렇게 뜻밖의 상황에 대처할 능력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애당초···.

그가 시칠리아에 부임한 것은 한 몫 단단히 챙겨서 앞으로의 출세길에 힘이 되기를 바래서였다.

막대한 돈을 써서 이 시칠리아의 곡창지대를 지배 할 수 있는 권한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황금알을 낳아야 할 오리가 알은 고사하고 똥을 싸버리고 있으니 빡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놈들의 위치를 최대한 빨리 수색해라. 위치를 잡아내란 말이다.”

“거기에 관해서는 저희도 주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놈들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이미 흡수한 노예들도 제법 될 터인데···.”

“무능한 것들···.”

베레스는 부하들의 무능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이 건에 관해서 엄밀히 말하면 최대 무능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베레스였다.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몇몇 산적단과 내통하면서 베레스의 포위망에 빈틈이 생긴 것이다.

산적단과 내통하고 있는 것은 베레스와 그 측근 몇몇만이 알고 있는 기밀이었고,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하다.

그렇다보니 그쪽 방면으로는 군사의 방비도 가볍게 되어 있었고, 수색도 불가능 했다.

결국은 베레스의 부패함이 만들어낸 사각을 이용해서 우진은 병력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은 베레스의 부패함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다만 지금은 베레스도 그리고 베레스의 부하들도 그런 전황을 잘 몰랐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감히 산적 나부랭이가 로마의 총독을 등쳐 먹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 달이다. 그 한 달 동안 아무 성과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너희들 핏값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베레스의 말에 부하들은 얼굴이 핼쑥해 졌다.

기간을 정한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진작에 찾았을 것이다.

‘무능한 자식 같으니라고····.’

‘네가 직접 해보지 그래?’

부하들은 결국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갈 뿐이었다.

“자···. 나도 뭔가 움직여야 할 때가 되었는데····.”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가 시칠리아의 서쪽에서 분탕질을 칠 동안 뭔가 이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 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불은 큰 불속에서 가장 안전하게 감춰질 수 있는 것이다.

총독의 눈이 서쪽에 닿을 수도 없게 하기 위해서 뭔가 큰 것을 한바탕 해 버리려고 생각중인 우진이었다.

“······목표는 여기 밖에 없군.”

우진은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바로 메사나.

시칠리아 지역 안에서도 로마와 친밀한 지역이면서 동시에 로마의 학구 도시 레기움과 가까운 곳이었다.

시칠리아가 로마의 곡창 지대를 하면서 그 대부분의 식량이 여기서 실려가서 레기움을 거쳐 로마의 도로망을 통해서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즉, 이 시칠리아와 로마의 물류를 이어주는 대동맥과 같은 도시인 곳이 바로 메사나였다.

이곳을 공격당하면···.

그때는 시칠리아 총독뿐만 아니라 로마에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메사나는 이 시칠리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이고 경비도 단단하다.

그게 비해서 지금 우진이 가지고 있는 병력은 고작해야 500정도 뿐이다.

그걸로 메사나를 공격 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터무니없는 행동이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고는 절대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필요한 기적이라면, 만들어야지.”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기적을 만들기 위한 계책을 짜내기 시작했다.

메사나는 항구 도시이다.

로마와 시칠리아를 잇고 있는 대도시이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배들이 왕래했다.

우진은 그 점에서 빈틈을 착안했다.

로마의 대도시답게 두꺼운 성벽과 철통같은 가드들이 지키고 있는 도시에 정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배라면?

하루에 수백척, 많으면 천척이 넘게 드나드는 배들도 일일이 체크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 로마의 경비 시스템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우진이었지만 그렇게 철저하게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21세기에서도 배를 통해서 밀수입, 밀입국 하는 것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 로마시대에서 그것이 완벽하게 가능할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 할 수 없었다.

우진은 시칠리아로 잠입할 때 썼던 배를 오랜만에 꺼내서 거기에 검투사들을 태웠다.

배에 타고 나서 우진은 몇몇 부하들과 상의해서 해적으로 변장했다.

============================ 작품 후기 ============================

지금 집에 없습니다.

이것도 예약분으로 올리고 있고....

조카들 때문에 어쩌면 내일 못 올릴지도.....

부디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