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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8화 (28/220)

28화

처음에 해적으로 변장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우진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해적이 로마의 항구에 기항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이 시대의 흐름을 잘 모르는 우진의 오해였다.

해적이라고 오로지 해적질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적질과 노예상인을 겸하고 때때로는 멀정한 상행도 하는···.

그런게 이 시대의 해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멀쩡하게 항구에 기항해서 정당한 상인의 가면을 쓰고 멀쩡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던 것이다.

해적이 체포당하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

해적질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걸리거나 확고한 증거나 증언이 있을 때.

그리고 또 하나는 워낙에 유명한 해적이라서 현상금이 걸려 있는 경우.

대강 그 정도가 다였다.

오히려 빼앗은 물건을 헐값에 넘기는 해적들은 거래 대상으로는 인기대상들이었다.

그래서일까?

해적으로 잠입해서 들어간 우진은 어이없을 정도로 손쉽게 메사나에 잠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제 일차 관문은 돌파했군.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메사나의 항구 안으로 잠입했다.

“팔 품목은 뒤편의 노예들 입니까?”

“그렇습니다.”

“흐음····. 무척 질 좋은 노예들을 가지고 계시군요. 가능하면 판매시기를 알 수 있을까요?”

“오늘은 쉬고 내일 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축복이 함께 하기를····.”

우진을 대하는 로마인으로 보이는 상인은 우진이 로마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도가 정중했다.

그것은 우진의 싼 가격에 대량의 노예를 팔 수 있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진이 가지고 온 노예들은 하나같이 건강하고 강건해 보였다.

저렇게 튼튼한 노예는 검투사 양성소에 가져다 팔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노예를 현대의 기준으로 비교 했을 때···.

농장이나 광산에서 일하는 노예가 소형차라면 검투사 노예는 스포츠카다.

그만큼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지금 우진이 데리고 있는 노예들은 검투사 후보로 적합한 노예들이 아니었다.

진짜 로마에서 수십번의 격전을 치른 알짜배기 검투사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다.

우진은 10명의 부하들을 해적으로 위장하고 30명의 부하들을 노예로 위장했다.

그렇게 위장한 무리를 이끌고 우진은 일단 밤이 될 때까지 여관에 머물기로 했다.

배에 노예로 위장한 부하들을 이끌고 도시 내부를 산책하듯이 돌아다니면서 우진은 도시의 지형을 샅샅이 살폈다.

“······충분하군. 돌아가자.”

“예. 대장님.”

우진은 최대한 꼼꼼하게 지형을 살피고 미리 잡아놓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

우진은 조금 이상한 광경을 봤다.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소란이 일어났다기 보다는 마치 군중이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무슨 일이지?’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이상한 상황이 아닌가 체크하기 위해서 다가간 우진의 눈에 보인 것은 한명 청년이 군중에게 뭔가를 연설. 아니 강의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우리 로마가 앞으로 지중해의 진정한 패자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북부의 공유지의 분배로 중산층을 풍족하게·····.”

말을 하는 로마 청년의 나이는 젊어 보였다.

이제 20대? 아니 어쩌면 10대 후반?

하지만 말을 하는 태도와 자신감 어린 눈빛은 우진이 타임 슬립해서 본 그 어떤 인간 보다 뛰어나 보였다.

우진은 잠시 호기심이 생겨서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봤다.

그리고 잠시 후.

‘이럴수가····.’

우진은 크게 감탄했다.

우진은 21세기의 대한민국 국민이고 선거철이 되면 좋든 싫든 TV에서는 관심도 없는 정치가들의 토론이 시작되고는 했다.

그런 자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핵심은 하나였다.

‘쟤들이 더 나빠요.’

보통 정치가들이 하는 행위는 대부분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진이었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가들도 그따위인데 이런 고대 로마의 정치가들 역량이야 오죽하랴?

우진은 이제까지 로마의 원로원들을 상당히 깔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청년을 보는 순간 이 시대의 인간은 모두 무지할 것이라는 편견이 싹 사라졌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설득력이 있고,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 당겼다.

이것은 천성이었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 머리가 좋고 나쁘고 와는 전혀 상관없는 재능.

시대에 이름을 새긴 위대한 지도자, 정치가들은 항상 가지고 있어온 재능.

그런 재능의 편린이 고작해야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에게서 보이고 있었다.

로마인도 아닌 우진은 자신이 어느새 해가 다 지도록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럴때가 아니지?’

우진은 이 눈앞의 청년의 정체가 궁금했다.

하지만 계획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작전을 짤 시간이었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웅변가일 뿐이라면 계획에 지장은 없겠지.’

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관으로 돌아갔다.

우진이 자리를 비우고도 청년의 연설은 계속 되었다.

청년은 이 자리에 있는 로마 시민 하나하나를 설득 시키듯이 바지런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청년의 말이 중지된 것은 그의 지인이 다가와서 어깨를 두드리고 나서였다.

“여기 있었군. 뭐하고 있는 거야?”

“응? 아아···. 잠시 정치 토론을 했지.”

“·····길거리에서?”

“로마 시민들 앞에서 라고는 생각 못하는 건가?”

청년의 말에 친구로 보이는 자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래. 자네를 말로 이기려고 한 내가 미친놈이지.”

“훗, 미친건 아니야. 그냥 어리석은 거지.”

“······빨리 가세. 배가 곧 출발이야.”

“음. 알았네. 그럼 여러분 오늘 제가 한 말을 여러분들의 가슴 한 구석에 꼭 기억해 주십시오. 저는 언젠가 로마의 정점에 서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제 이론과 제 이름을 기억···.”

“가자니까!!!! 배 출발 한다고!!!? 로마로 안 갈 건가?”

친구에게 팔이 억지로 잡혀서 끌려가면서 청년은 마지막으로 민중들에게 말했다.

“기억해 주십시오. 제 이름은 시저.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입니다.”

우진이···.

우진이 조금만 더 뒤에 남아 있었다면 세계의 운명이 단번에 대 격변했을 것이다.

야밤.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무장을 하고 미리 확인해둔 길을 이용해서 움직였다.

목표는 한 것이었다.

바로 메사나의 정문이다.

배로 잠입해서 의심 받지 않고 들어 올 수 있는 인원은 고작해야 40여명 정도가 한계였다.

그래서 지금 나머지 병력 460명은 메사나의 성벽 외각에서 대기중이었다.

‘우선 성문을 제압해서 아군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우진은 오늘 낮에 메사나의 정문을 직접보고 확신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이다.

미리 봐둔 골목길의 사이사이를 통해서 성문이 보이는 위치까지 잠입한 우진은 그대로 성문의 상황을 살폈다.

횃불을 켜고 삼엄하게 감시를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낮에 비해서 인원은 확실하게 줄어 있었다.

성벽의 위에 네 명.

성벽의 밑에 여섯 명.

총 열 명만 제압하면 금방인 것이었다.

외적의 침입에는 굳건하게 방비를 하는 로마인들이었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트러블에는 방심을 한 모양이다.

우진은 그 방심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알려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자.’

우진은 말로 하지 않고 수신호를 보내서 부하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먼저 성벽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성문에서 좀 떨어진 장소에서 갈고리를 던져서 성벽의 위에 걸었다.

캉!! ······카가각·····.

“조심해서 당겨.”

“·····예. 대장님.”

우진은 성벽의 위에 던져진 갈고리의 소리에도 예민하게 굴었다.

다행이 로마의 병사들의 행동에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우진은 갈고리를 걸고 아군과 함께 그대로 성벽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문에서 약간 떨어진 성벽의 위로 올라간 우진은 그대로 성벽의 그림자를 은폐물 삼아서 기어서 전진했다.

보통 기어서 전진한다는 것은 체면이 무너지고 비겁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만 봤을 때는 무척이나 효과적인 수단 중에 하나가 아닐 수 없었다.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소리 없이 이동 할 수 있다.

현대의 군에서도 포복 전진은 기본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그만큼 효과적인 행위라는 반증이었다.

당연히 우진은 부하들에게 잠입을 위해서 기어가는 법을 가르쳤고, 우진을 포함한 남자들은 모두 소리없이 기어서 이윽고 성벽 위에서 감시를 하고 있는 성벽의 가드들의 뒤를 장악했다.

그리고 우진이 손짓으로 신호를 내리는 것과 동시에···.

푹!!! 푸우!!!

“으읍!!!”

“읍!!!”

가드들은 입이 틀어 막힌채로 영문도 모르고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 칼날에 죽어 버렸다.

그렇게 성벽위의 네 명을 순식간에 처리한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성벽 밑에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에 끝낸다. 시간 끌지 마라.”

우진의 말에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성벽의 위에서 가드들이 있는 곳으로 단번에 뛰어 내렸다.

“큭!!”

“누구··· 커억!!”

뛰어내리면서 우진은 단칼에 두명의 목을 날려 버렸고 나머지 세명은 각각 부하들이 처리했다.

덮친 후에 잠깐 엎치락뒷치락 하는 듯싶더니 이내 놈들의 목을 따버린 부하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성문을 완벽하게 접수한 우진은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제 성문을 열고 신호를 보내라.”

“예. 대장님.”

부하 한명은 성벽의 위에 올라가서 불화살을 만들어서 하늘 높이 쐈다.

그러자 잠시후···.

저쪽에서도 한발의 불화살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부하가 우진에게 말했다.

“대답이 왔습니다.”

“좋아. 성문 열어.”

“옛!!”

메사나의 성문은 도르래로 여는 수직형 개폐문이었다.

도르래에 지렛대를 박아서 있는 힘껏 돌리자 육중한 소리와 동시에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쳇···. 너무 멀리 대기 시켰나?”

우진은 성문이 열리고 나서도 바로바로 들어오지 않는 부하들을 기다리면서 초조해 했다.

여기서 시간을 끌다가 경비들에게 들키면 실수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런 일 없이 부하들은 제시간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한 부하들에게 우진은 간략하게 작전의 개요를 알렸다.

“도시를 점거 하는게 일이 아니다. 도시의 기반 시설. 특히 항구의 기반 시설에 피해를 주는 것에 주력해라. 자세한 사정은 각 조장들에게 전달했다. 가르코스, 마고.”

“예. 대장님.”

“예. 대장님.”

둘은 검투사 양성소에서부터 우진을 따라온 유능한 남자들이었다.

우진은 그 둘에게 따로 명령을 내렸다.

“너희 둘은 각각 50을 이끌고 곧장 항구로 가서 항구의 시설 파괴와 동시에 배를 타고 퇴각해라. 배에 태우기가 부족할 것 같으면 다른 배를 빼앗아라.”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작전대로 움직인다. 가라!!!”

“옛!!”

“옛!!”

“옛!!”

붉은 파도의 500여명이 마치 밀물처럼 메사나에 은밀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설정의 디테일에 관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인터넷을 닥치는 대로 검색하고 전문 서적을 구매하면서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가 그렇게 자료를 찾는 일은 이 소설을 역사 소설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료가 리얼하면 리얼할 수록 더욱더 재미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허구를 쓰는 장르 소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허구를 가장 재미있게 하는 것은 리얼한 세계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장르 소설로 여겨 주십시오.

역사 소설로 여기면 곤란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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