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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30화 (30/220)

30화

<운명이 움직이다.>

“이런 빌어먹을 개 자식들아!!!!!”

쾅!! 퍼퍽!! 퍽!!

“총독 각하··. 진정··· 크윽···.”

“각하···. 어억!!”

베레스는 최 측근들에게 미칠 듯이 주먹을 휘두르고 사무실 안의 집기를 다 부셔 버렸다.

베레스의 측근들은 베레스보다 계급이 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로마인이고 귀족가문이었다.

하지만 출셋길에 빨간불이 들어온 베레스는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열이 받아 있었다.

메사나에서 우진이 사고를 친 것 때문에 입은 손해는 막대했다.

배가 수백척이나 불탔고, 메사나의 유력가문이 수도 없이 피로 물들었고, 로마로 배송하려고 했던 밀자루도 상당수 불에 타서 없어졌다.

무엇보다 메사나의 시민들에게 붉은 파도의 데스라는 이름이 공포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중에는 데스가 하데스의 화신이며 세상을 지옥에 빠트리기 위해서온 공포의 사신이라는 이상한 소문까지 퍼지고 있었다.

이 시대의 인간들이 미신을 잘 믿는 것처럼 시민들의 소문은 과장과 미신이 살처럼 달라 붙어서 종래에는 데스의 정체는 인간이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인 것처럼 과장되고 있었다.

그가 한 번 검을 휘두르면 천명의 군사가 일시에 죽고 화산이 폭발하고 바다가 갈라진다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뻥이 달라붙고 있었다.

웃기는 것은 이 시대의 인간들은 상당수가 이런 말을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불안해하는 시민들을 빨리 안정시키라는 명령이 원로원에서 내려왔다.

짧은 명령이기는 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무슨 수를 써서도 붉은 파도라는 산적들을 잡으라는 원로원의 명령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베레스의 입장에서는 출세가도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뿌드득···.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찾아라. 무조건 찾아라. 만약 찾지 못한다면 내가 원로원에 규탄당하기 전에 네놈들의 빌어먹을 대가리부터 다 날려 버리겠다.”

베레스의 퍼런 서슬에 부하들은 부리나케 집무실 밖으로 달려갔다.

이제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시칠리아는 두 번이나 대규모 노예 반란이 일어났던 지역이다.

아직 반 로마적인 정서가 있는 곳도 다수 있는 이 지역에서 또 대규모 반란을 허용한다는 것은 로마로서는 꼭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원로원에서 독박 쓰는 것이야 베레스 혼자겠지만 그래도 그 전에 베레스에게 자신들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측근들은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는 우진과 선에 닿아있던 비비아노도 있었다.

‘붉은 파도라····. 틀림없이 그때 숀이 놈들의 이름을 말했었지?’

우진은 지금 세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동료들에게 불리는 이름, 진.

그리고 로마에 반기를 든 혁명가 데스.

마지막으로 부패한 총독 베레스와 밀거래를 하고 있는 산적 두목 숀.

그리고 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비비아노에게 말했었다.

붉은 파도라는 신생 산적단이 거슬리니까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말이다.

사실 비비아노는 진작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고를 누락했다는 질책을 받을까봐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번지자 이제는 독단으로라도 숀과 접속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비비아노였다.

하다 못해서 붉은 파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였다.

혁명가 데스와 산적두목 숀이 동일 인물일 것이라는 가능성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장님!! 빌어먹을 로마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오는건가? 모두 준비는 다 되어 있겠지?”

“예. 충분합니다.”

우진은 메사나에서 한바탕을 한 후에 비비아노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붉은 파도의 이름을 이 세상에서 최초로 언급했던 것은 자신이었다.

비비아노의 머릿속의 뇌가 석재로 이뤄져 있지 않은 이상 우진에게 찾아올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그것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하고 있는 우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비비아노님.”

“오랜만이군. 숀.”

“어인 일로 이 누추한 장소까지 오셨습니까? 아직 거래의 시기는···.”

“물어볼게 있어서 왔다. 정직하게 대답하도록 하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직은 비비아노를 통한 총독과의 커넥션이 중요한 우진이었다.

태도는 지극히 비굴하게 유지하면서 자신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어필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비비아노를 안심 시키고 방심 시키려는 것이다.

다행이 이런 우진의 바램은 정통으로 먹혔다.

“예전에 말했던 붉은 파도라는 놈들에 관해서 묻고 싶은게 있다.”

“그 놈들 말입니까? 말도 마십시오.”

“····싸운적이 있나?”

“놈들은 무자비하고 냉혹한 놈들입니다. 저희 부하들이 몇 명이나 놈들에게 당했는지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싸운 적이 있다고?”

“예. 더구나 놈들을 상대로 대패하고 우리쪽의 머리수도 상당히 줄었습니다.”

“근거지를 혹시 알고 있나?”

“근거지는 모릅니다. 그저···.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터라 우리도 아차 하면 당할 뿐입니다. 저기 저 놈들을 보십시오.”

우진이 가리킨 장소에는 온몸에 칭칭 붕대를 감고 있는 산적들이 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번에 메사나 공격에서 다친 친구들이다.

실제로 크게 다친 사람은 몇 없고, 대부분 좀 엄살을 부린 것이지만 그래도 전원 부상자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우진의 말에 신뢰도는 더욱더 컸다.

“음···. 혹시 놈들을 만나게 되면 우리에게 바로 보고해라.”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놈들과 싸울 무기도 변변치 않습니다. 부디··. 그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우진의 말에 비비아노는 움찔했다.

사실 이전에도 우진이 무기의 지급을 요청했지만 불가했다.

이 시대는 인류의 무기사에 있어서는 청동기과 철기의 전환기에 있던 시기였다.

당연하지만 당시 지중해의 패자였던 로마의 무기는 철기였다.

우진은 그 로마의 철제 무기가 탐이 났다.

지금 우진의 부하들 중에 완전 철기로 무장한 병력은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낡은 청동기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렇다보니 무기의 수급은 우진에게 있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비비아노는 상식적으로 산적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붉은 파도를 사냥하기 위한 사냥개로서 써먹을 생각이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어차피 써 먹으려면 제대로 써먹어야지.’

베레스의 재촉 때문에 궁지에 몰린 비비아노는 결국 우진에게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얼마나 원하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머릿수를 최대한 늘릴 생각이라서····.”

“··········.”

우진의 말에 비비아노는 인상을 찡그렸다.

“너희들이 세력을 확장하면 우리 로마가 좋아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우진은 일단 산적 두목을 표방하고 있다.

자신이 통치하고 있는 속주의 영역에서 산적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총독이 반길 리가 없었다.

“그게···. 저희도 언제까지 산적질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언젠가 저희들도 거둬 주시면 고마울 뿐입니다.”

우진의 말에 비비아노는 얼굴에 미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우진의 말에는 언 듯 욕심이 보였다.

공을 세운 산적이나 해적들을 사설 사병으로 받아 들이는 일은 가끔씩 있는 일이기는 했다.

겉으로는 용병들을 받아들인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 시대의 용병이라는 것은 부업으로 산적, 혹은 해적을 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느 정도 관용이 있는 자들만이 하는 것이다.

‘건방진 놈·····.’

비비아노는 우진의 욕심이 겉으로 드러난 순간 우진을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방지건 말건 지금 당장 우진의 협조는 필요한게 사실이었다.

“무기는 전해주마. 그 외에 자세한 미래는 네가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인지 증명하고 난 후에 말하자.”

“감사합니다. 비비아노 어르신.”

우진은 겉으로는 크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되었다. 드디어 무기를 손에 넣었다.’

이제 남은 것은 병력을 집중시켜서 양성시키는 것 뿐이었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언제 일어날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란이 일어나도 그 반란이 본격적으로 탄력이 받기에는 시간이 좀 있어.’

우진은 그 전에만 자신이 시칠리아를 제패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각 카퓨아에서는 드디어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네가 감히···. 크릭서스, 오우메니우스!! 너희들 까지 감히····.”

카퓨아 최고의 검투사 양성소의 주인인 바티아투스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 외치고 있었다.

평소에 그의 앞에서 살기등등하게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은 모두 이 양성소의 검투사들이었다.

그의 명령 한마디에 죽으라면 죽고 죽이라면 죽는 그런 충성스런 검투사.

아니···. 그렇게 충성스럽다고 생각했던 검투사들이었다.

그들이 지금 반란을 일으켜서 그의 아내를 죽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크큭····. 큭··. 빌어먹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바티아투스는 체념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하나만 물어보지. 이 일을 꾸민건 너냐? 스파르타쿠스.”

“그렇다.”

“크큭···. 크릭서스나 오우메니우스까지 네놈의 개로 만들다니····. 트리키아 변절자들은 독사 같은 혓바닥이 특징인 모양이지?”

“적어도 엿 같은 로마인들처럼 거짓을 달고 살지는 않지.”

“···········.”

“더 이상 들어줄 말은 없다. 죽어라.”

푸욱!!

“커억·····. 쿠··· 쿨럭···.”

복부를 관통당한 검에 의해서 점점 쓰러져 가는 바티아투스는 죽어가면서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제길···. 이렇게 아픈 거냐?’

이제까지 이 검에 베이고 찔리고 죽는 것은 수도 없이 봐 왔던 바티아투스였다.

다만···. 실제로 자신의 몸이 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국···, 이게 로마인과 노예들의 간극일지도 모른다.

아픔을 아는 자.

아픔을 모르는 자.

쓰러진 바티아투스의 시체를 보고 스파르타쿠스가 말했다.

“이제··. 이제 두 번 다시 우리는 공화국의 발길질이 짓밟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주인으로 만들지 않을 거다.”

“·············.”

“·············.”

“·············.”

“자유를 위해서 우리의 승리를 위해서, 일어나라 형제들아!!!!”

“오오오!!!!!”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거대한 운명의 축이 지금 카퓨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스파르타쿠스 거병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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