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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33화 (33/220)

33화

우진이 디오클레이우스를 데리고 간 곳에는 그동안 우진이 고심해서 시험작으로 만들어둔 무기들이 즐비했다.

“····이건 다 뭐야? 처음 보는 무기가 태반인데?”

“내가 알고 있는 내 고향의 무기들을 만들게 한 거야. 이 중에서 쓸 만한 것들을 정해서 보급하려고 해.”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수많은 종류의 무기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실 우진은 처음에 언월도를 시작으로 해서 이런저런 무기를 여러 가지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예상 이상으로 성과가 적으면 어떻게 하지?’

그 순간 우진의 머릿속에 신중함이 제동을 걸었다.

이건 장난도 게임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실전인 것이다.

베레스를 속여서 무기와 자원을 받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순순히 속여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안 그래도 비비아노가 수시로 붉은 파도의 본거지를 찾았냐고 연락을 하고 있다.

그때마다 애간장만 태우면서 조금만 더 있으면 흔적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달래고 있지만 언젠가 한계는 올 것이다.

‘로마에서 스파르타쿠스가 거병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빨리 전력을 상승 시켜야 해. 하지만 빨리가다 실패하면 그때는 돌이킬 수가 없다.’

우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여러 가지의 시험작을 만들었다.

세력 안에 있는 대장장이들이 애를 좀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무기들이 70~80%정도의 퀄리티로는 무기를 재현해내는 것을 성공했다.

말 그대로 시험기로는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흠····. 신비한 무기가 많은걸? 응? 이 무기는 뭐야? 왜 이렇게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거야?”

“장팔사모라는 거야? 써 볼래?”

“······됐어. 이런걸 어떻게 쓰라고?”

“쳇···.”

그래도 동양에서는 최고 클래스의 장수가 애용했던 애병을 재현한 것인데···.

아무래도 디오클레이우스의 눈에는 그다지 차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무기라면 자신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데 그걸 그냥 신기하다고 쓴다고 한다면 어지간한 꼴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우진이 고안했던 언월도도 몇몇 부하들에게 사용하게 해보고 있는데 그것은 반응이 괜찮은 편이었다.

묵직하게 베는 맛이 있어서 기존에 배틀해머나 배틀엑스를 무기로 쓰는 부하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었다.

도끼나 해머보다 휘두르기는 편한데 위력을 떨어지지 않았기에 무척이나 인기 있었다.

거의 유일하게 이미 양산에 들어간 무기중에 하나였다.

“흠···. 별로 쓸만한게··. 응? 이건 뭐야?”

몇 개의 무기를 휘둘러 보면서 별로 만족하지 못하던 디오클레이우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한 자루의 도끼창. 즉 할버드였다.

“왜? 거기에 관심 있어?”

“아니··. 모양이 특이해서····.”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디오클레이우스의 눈은 할버드에서 떨어지고 있지 않았다.

‘역시 할버드는 인기있군. 하긴 유럽에서 오랜 세월동안 애용해온 무기니까.’

할버드는 찌르는 차의 옆면에 도끼와 반대편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어서 찌르기 부수기 걸어서 당기기 등등 활용의 범위가 넓었다.

15~16세기 무렵에는 유럽에서 쓰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대유행했던 우수한 무기였다.

형태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만들어낸 무기인 것이다.

우진은 안 그래도 기병은 언월도를 쓴다고 해도 보병은 뭘 들려줄지 걱정이었는데 할버드를 쓴 보병을 만든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가능하면 네가 사용하면서 보병을 이끌어 줬으면 해.”

“내가 보병을?”

“그래. 네 입맛대로 훈련 시켜서 잘 만들어봐.”

우진은 자신이 기마를 이끌고 디오클레이우스가 보병을 이끌게 할 생각이었다.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이 이걸 써야겠군.”

어쩔 서 없이 쓴다는 것 치고는 입이 귀에 걸린 것을 봐서는 어지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하긴···, 안 그래도 네 덩치에 짧은 숏소드 계열인 글라디우스는 좀 아쉬웠겠지.’

무기는 신체와의 밸런스라는 것이 있어서 체장이 긴 사람은 무기도 긴 것이 쓰기 편한 법이다.

“아···. 글라디우스도 버리지 마. 근거리가 되면 그걸 써야 할 때도 있으니까 부무장으로 가지고 있으라고 해.”

“난 그래도 상관 없지만 병사들 하나하나에게는 너무 무겁지 않아?”

디오클레이우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기 목숨 줄이라고 해. 무조건 가지고 있으라고.”

“그렇게 하지.”

할버드는 다 좋지만 근거리에서 적을 상대하기는 좀그랬다.

아무래도 중병기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고로 중병기를 다루는 자는 부무장으로 검 한자루 정도는 차고 있어야 했다.

‘중장 보병에 맞설 패와, 기병전력의 윤곽은 잡혔고, 남은 것은 원거리전투인데····.’

사실 이게 가장 골치 아팠다.

우진이 주문한 사정거리가 긴 석궁의 개발은 아직도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하긴 그렇게 쉽게 되면 진작에 로마에서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석궁에 관한 지식이 없는 우진으로서는 그저 대장장이들에게 최대한 성과를 바란다고 독촉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었다.

힘든 것은 알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꼭 힘을 내서 성공해 달라.

우진은 거의 스토커처럼 대장장이들에게 달라 붙어서 재촉했다.

덕분에 대장장이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우진의 대응책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우진 자신도 몰랐겠지만 우진이 앞으로 로마의 정예병을 상대하려면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원거리 무기였다.

물론 로마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은 중장보병의 방패를 앞장세운 전진이다.

하지만 실제 가장 큰 전과를 올리는 것은 그 중장 보병들이 던지는 필룸이라는 투창용 무기였다.

당시 로마군사는 보병의 5분의4에게 이 필룸이라는 투창을 소지하게 했다.

이 창의 특징은 칼날이 길다는 것으로 전체 창의 길이의 3분의1가량이 창날이다.

로마는 이 필룸이라는 투창을 두 자루씩 가지고 있다가 먼저 원거리에서 필라라고 하는 가벼운 종류의 창을 던지고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면 좀 더 무거운 필룸을 집어 던진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적은 방패를 떨어트리거나 혹은 겁을 먹고 움추려 든다. 그 틈에 글라디우스를 뽑아서 백병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앞에서 철벽 같은 중장보병의 방어라인을 치고 뒤편에서 발리스타와 투석기, 그리고 화살과 투창으로 적을 섬멸하는 전법도 있었다고 한다.

즉, 로마군이 전쟁터에서 싸우려면 원거리 투척무기의 전투간에서도 최소한 대등,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석궁이 최고 좋았지만 당장 없는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으니···.

대안으로 이런저런 원거리 무기들을 잔뜩 만들어낸 우진이었다.

“이 무식하게 큰 활은 뭐야?”

“롱보우 라는 거야.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도 나무랄대가 없지.”

“좋군. 이걸로 하지 그래.”

“그래···.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단점이 있어.”

“·····뭔데?”

“지랄 맞을 정도로 쓰기 어려워.”

우진이 만든 원거리 무기 중에는 잉글랜드 롱보우를 흉내낸 것이 있었다.

사실 활을 크고 두껍게 만들면 될 뿐인 무기라서 가장 만들기는 쉬웠다.

하지만···. 그만큼 쓰기가 어려웠다.

사실 롱보우를 쓰던 잉글랜드에서도 롱보우를 다루던 병사들은 요먼이라고 불리며 따로 관리했다.

이들은 매주 활쏘기 훈련을 할 것을 의무로 규정했고 그 훈련도 엄격했다고 한다.

대신 그들은 다른 병사들 보다는 훨씬 높은 급료를 인정 받았고 또한 전쟁터에서 이동 중에는 기사도 기병도 아니면서 말로 이동 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요먼들은 6초에 한발씩 화살을 쏘는게 가능하다고 할 정도였으니 사실 그런 우대를 받을 만도 하다.

아마 인류사에 활이라는 무기로 우리나라의 호미각궁에 어느 정도 맞설 수 있는 활은 잉글랜드 롱보우 정도가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우진에게 있어서는 따로 궁병에 공을 들일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들인다고 잘 되는 보장도 없었고 말이다.

결국 우진이 원하는 무기는 사거리가 길고, 사용법이 간단하고, 대량으로 물량 공세를 할 수 있는 무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흠. 원거리 무기는 잘 모르겠는데···. 뭐 생각나는 것 아무것도 없어?”

“한가지···. 편법으로 생각한 것은 있지.”

“편법으로?”

“그래. 사실은···. 이리 와봐.”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데리고 뭔가를 보여줬다.

천막에 가려져 있던 그것을 본 순간 디오클레이우스는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호오···. 이런 방법을 쓴단 거지?”

“그래··. 처음 한동안은 말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적들도 대응할 거야. 약점이 눈에 뻔하니까 말이야.”

“으음····. 그래도 한동안은 쓸 수 있지 않아?”

“아쉬운 대로 말이지.”

“진, 넌 모든 것을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해.”

“··········.”

디오클레이우스의 뜻밖의 말에 우진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도박을 하고 있는 거야. 로마가 얼마나 강대한지는 우리도 잘 안다. 하지만 상황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에서 싸울 수만은 없는 거야. 안 그래?”

“····이럴수가····.”

“왜 그래?”

“디오클레이우스 네가 똑똑해 보여.”

“····죽자. 형제여.”

디오클레이우스는 광분했고 둘은 다큰 어른이 투닥투닥 거리기 시작했다.

이 혁명군 안에서 다른 인간들이 우진에게 이렇게 했다가는 몰매 맞아서 죽을 것이다.

하지만 우진과 사사로이 형제라고 칭할 정도로 절친한 디오클레이우스였기에 그 누구도 책망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디오클레이우스 덕분에 우진의 고민은 조금 사라졌다.

‘그래, 항상 완벽할 수는 없는 거야. 너무 쉽게 가려고 하지 말자.’

우진은 그렇게 마음 먹고 나서야 자신이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진 혼자라면 계속해서 끙끙 앍으면서 고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제 삼자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충고해준 디오클레이우스가 없었다면 말이다.

이래서 사람은 친구가 있어야 하는 법인가 보다.

============================ 작품 후기 ============================

제 작품을 읽어 보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때때로 훈훈하거나 가벼운 개그가 들어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번 편의 마무리는 쬐금 훈훈하게 했습니다.

으음... 역시 무기에 관해서는 관심 있는 분들이 많더군요. 여러분들 토론을 보는게 저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자료도 듬뿍 생겼고 말이죠.

사실 제가 생각해도 로마의 원거리 병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석궁만한게 없습니다.

주인공이 각궁을 만들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사실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석궁은 이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기원전 40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마 중세 유럽의 100년 전쟁에서 기사들 판금 갑옷까지 뻥뻥 뚫던 크로스보우와 이 시대의 석궁은 차이가 좀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방 금방 만들어 버리면 아무리 그대로 설정이 좀 이상하죠.

그래서 한동안은 대안 수단을 쓰게 하려고 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PS. 정찬성 선수 팔은 아쉽지만 몸 치료 잘하고 다음 기대에서 꼭 타이틀을 따기 바랍니다. 이번 시합에서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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