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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36화 (36/220)

36화

<전투를 앞에 두고....>

“지금 당장 나를 총독에게 안내해라.”

마시르는 당당하게 로마의 병사들에게 말했고, 그런 마시르의 태도에 정체 모를 위압감을 느낀 병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마시르의 말대로 베레스 총독에게 마시르를 안내했다.

“뭐라고? 붉은 파도의 인간?”

“예. 본인 입으로 그렇다고 합니다.”

“어디냐? 지금 어디에 있느냐?”

베레스는 마치 죽은 자식이라도 살아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단 릴리바이움의 시민들에게 누명을 씌워서 공적을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짜 붉은 파도를 어쩌지 못하면 영원히 끝은 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릴리바이움의 시민들을 희생 시켜서 자신의 정치 생명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려고 한 것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발로 나타난 진짜 붉은 파도의 인간은 대단히 귀중한 것이었다.

‘놈들 중에서 배신자가 나온 걸까? 아무래도 좋다. 근거지를 찾아서 일망타진해 버리겠다.’

베레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시르를 만났다.

베레스와 마주한 마시르는 주변의 로마 병사들에게 경계 당하고 있기는 했지만 무릎을 꿇지도 않고 당당하게 두 발로 서있었다.

“······무례한 놈이군. 내가 누군지는 알고 그렇게 뻣뻣하게 서 있는 거냐?”

베레스의 말에 마시르는 입가를 씨익 올리면서 말했다.

“잘 알지. 이 시칠리아의 총독이 아닌가?”

“그걸 알면서 그런 태도라니? 목이 날아가도 불만은 없겠군.”

베레스의 말에 몇몇 병사들이 허리의 검으로 손을 가지고 갔다.

하지만 마시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베레스에게 똑바로 말했다.

“너희들 엿같은 로마 새끼들은 사신을 이렇게 대접하나 보지?”

“하!!? 사신? 하··· 하하하하하!!!”

마시르의 말에 베레스는 문자 그래도 우습다는 듯이 배꼽을 잡고 박장대소 했다.

그리고 주변의 베레스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신이라고? 감히···. 하하하하···.”

“그 데스라는 멍청이가 스스로 왕국이라고 건설한 모양이지?”

“크큭···.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군요.”

지중해 최강국 로마.

그리고 그 로마의 귀족인 이들에게 있어서 사신이라는 것은 최소한 국가의 틀 정도는 잡힌 곳에서 보낸 사신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일개 부족들이 보낸 사신들 조차 그냥 그 자리에서 무시하고 죽여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던 로마군에게 있어서 말이 혁명군이지 사실상 거물 산적단 정도의 위치로 생각하고 있는 붉은 파도에서 사신이라는 것을 보냈다는 것이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스울지 몰라도 마시르의 눈에서는 불똥이 튀기고 있었다.

‘이것들이 감히····.’

마시르에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혁명군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 혁명군을 이끌고 있는 진의 존재는 마시르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앙이었다.

“병신 같은 로마새끼들이···. 감히 우리 대장님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것들이 달린 주둥이로 잘도 짖어 대는 군.”

마시르의 말은 모욕을 넘어서 치욕을 안겨주는 말들이었다.

“이 놈이 감히···.”

“죽고 싶은 거냐?”

“병사!! 지금 당장 이 반란군 새끼를····. 헛!!”

베레스는 병사들에게 마시르의 한쪽 팔이라도 잘라 버리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마시르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마시르는 순식간에 오른손을 뻗어 자신의 왼편에 있는 가드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촤아악!!

그리고 그대로 그것을 그대로 힘껏 백핸드로 휘둘렀고 그대로 왼편에 있는 가다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크악!!!”

“이 놈이··· 크윽!!!

그리고 쓰러지는 놈의 가슴을 발로 차버리면서 동시에 놈이 손에 쥐고 있던 검까지 빼앗았다.

순식간에 가드 한명을 죽이면서 양손에 무기를 손에 넣은 마시르는 그대로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고작 이게 로마군의 실력이냐? 나 같은 어린애 한명한테 이렇게 무방비로 뻗어 버리는 실력?”

“이 놈이!!!?”

“죽여 버리겠다.”

마시르의 도발에 주변 병사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마시르는 어디 올 테면 오라는 듯이 검을 꼬나쥐고 병사들을 노려봤다.

‘적어도 열 놈은 데리고 가 주지.’

우진은 이 임무를 위험한 임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맡긴다고 했다.

그렇다면 마시르에게 있어서 아껴야 할 목숨 같은 것은 없었다.

‘어차피····. 내가 그 분을 위해서 바칠 수 있는 것은 이 목숨 하나 정도다.’

한때 무력한 소년이었던 마시르는 이제 죽음 앞에서도 겁을 내지 않는 담대하고 용감한 전사가 되었다.

그때 베레스가 말했다.

“멈춰라!!!!”

병사들을 제지한 베레스는 마시르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네놈. 사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지?”

“그렇소.”

“그렇다면 그 말이 뭔지 전하고 죽는게 좋을 것이다.”

베레스가 마시르를 공격 하려는 병사들을 말린 이유는 이것이었다.

베레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마시를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꼬리가 잡히지 않던 붉은 파도를 흔적이 고맙게도 스스로 나타나 준 것이다.

이걸 놓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좋소. 우리 혁명군의 지도자인 지··· 데스 님의 말을 정하겠소.”

잠시 진의 본명이 나올 뻔 했지만 가까스로 수습하는 나시르였다.

“대장님이 말씀하시기를···. 자신의 공적을 위해서 무고한 자국의 시민을 죽인 부패한 총독 베레스는 들어라.”

“뭣이!!?”

“감히!!!”

마시르의 말에 베레스의 측근들은 단체로 발끈했다.

저 말은 절대로 세상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는 말이어야 했다.

릴리바이움의 살육과 탄압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명분 속에서 이뤄진 것이어야 했다.

그래야만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이 멀쩡하게 자리 보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레스 역시 눈살을 찌푸리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저 입을 막아야 하나 망설였지만···.

‘일단 얘기는 끝까지 들어보자. 죽이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어.’

그렇게 인내하면서 마시르의 말을 들었다.

“나 붉은 파도의 리더, 데스는 그대들의 잔악한 행위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나는 그대들에게 하늘의 신을 대신해서 천벌을 내리기 위해 결투를 신청한다.”

“결투?”

“결투라니····?”

어이없어 하는 베레스의 부하들에게 마시르의 말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요. 우리 혁명군 붉은 파도는 그대들에게 정면으로 결투를 신청하오.”

“·······결투라···. 결투라····. 무슨 꿍꿍이냐?”

베레스는 마시르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고작해야 산적 나부랭이들이 정면 승부를 할 리가 없다····, 뭘 노리는 거지?’

베레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붉은 파도는 약간 골치 아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적때들일 뿐이었다.

기습적으로 여기 저기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 자체의 전력은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위치를 찾기만 하면 바로 섬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꿍꿍이는 없소. 전투의 장소, 시간까지 모두 그쪽에 일임한다고 했소.”

장소와 시간까지 일임한다는 말은 마치 당신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의미로 들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실제로 진에 관해서 거의 신앙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마시르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이 놈들이····.”

“미친놈들····.”

마시르의 말에 베레스는 무겁게 침묵을 지켰고 주변의 측근들은 눈을 스산하게 뜨고 마시르를 노려봤다.

그들은 지금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감히 노예들 따위에게 정면으로 선전포고를 들을 정도로 자신들이 얕잡아 보이는가 싶을 정도였다.

“총독 각하!! 이 미친놈의 말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로 붉은 파도의 인물인지 아닌지도 의심 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십자가에 산채로 못을 박아서 모두에게 경고를 남기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부하들의 말에 베레스는 팔짱을 낀 채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체면을 접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베레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붉은 파도를 잡아서 토벌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스스로 앞으로 나와서 싸워 준다고 하니 이건 입만 벌리고 있는데 거기로 포도가 알아서 떨어지는 격이었다.

‘하지만 정말일까?’

베레스가 걱정하는 것은 이것이 정말로 붉은 파도의 의지일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이것이 함정이라면····.

‘아니 하지만 시간과 장소를 다 내가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가 되어도 입는 손실은 잠시 헛걸음을 한다는 것 정도일 뿐이었다.

베레스는 실리주의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체면보다는 실제로 손에 남는 이득을 중요하게 여겼다.

설령 속아서 헛걸음을 한다고 해도 측근들 입 단속만 하면 체면이 망가질 일은 없을 테니 충분히 그럴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이 릴리바이움의 동쪽에 보면 평야지대가 있다. 앞으로 한 달 후에 그곳에서 보자.”

“·····좋소. 난 그렇게 전하겠소.”

마시르는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등을 돌리고 스스로 돌아갔다.

그런 마시르를 보고 베레스의 측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총독 각하, 저 미친놈을 그냥 보내실 겁니까?”

“지껄일 주둥아리만 있으면 되지 않습니까? 두 눈을 파내고 귀를 잘라 버리는게 어떻습니까?”

분통을 터트리는 부하들을 보고 베레스는 쯧쯧,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러다가 적들이 겁이라도 먹고 다시 산으로 숨어 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

“그건···?”

“그때는····.”

마땅히 대꾸를 하지 못하는 부하들을 보고 베레스가 날카롭게 추궁했다.

“너희 무능한 놈들이 아무리 추적해도 꼬리의 털 끝 하나 보이지 않던 놈들이다. 다시 숨어 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다?”

“············.”

“············.”

“············.”

“못난 것들··. 지금 당장 전력을 모아라. 그리고 한 달 후의 전투에 대비해라!!”

“옛!!!”

“옛!!!”

“옛!!!”

베레스는 자신의 2개 군단.

총 6,000명의 정예 병사로 붉은 파도를 상대하기로 했다.

“그래···. 놈들이 응했다고?”

“예. 한 달 후에 릴리바이움의 동쪽 평야에서 일전을 겨루자고 했습니다.”

“·····알았다. 위험한 임무를 수행 하느라고 수고 많았다. 마시르.”

“감사합니다. 대장님.”

마시르가 물러나고 나자 우진은 옆의 디오클레이우스와 지도를 보면서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릴리바이움의 동쪽 평야라면···. 충분히 넓은 지대로군. 그리고 그냥 황무지가 아니라 곡창지대야.”

“그래 아마도 우리가 함정을 팔 것을 경계하는 모양인데···. 그런데 왜 한 달 씩이나 기다리라는 거지?”

디오클레이우스가 생각하기에 한 달이라는 기간은 이상할 정도로 길었다.

군사의 이동을 고려해도 시간은 10일 정도면 충분할 텐데 말이다.

오히려 시간을 빡빡하게 잡아야 진과 부하들이 준비를 하기도 버거울 텐데 말이다.

“······아마도 우리한테 충분한 시간을 줘서 달아날 마음을 없애려고 하는 걸 테지. 우리가 도망 가는게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야.”

“그러고 보니 그렇군.”

너무 촉박한 시간을 제시 했을 때는 우진들이 그대로 전투를 받아 들이지 않고 도망갈 우려가 있었다.

우진이 생각하기에 아마 베레스는 그 점을 고려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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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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