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37화 (37/220)

37화

물론 이유는 그것 말고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는 곡창지대잖아? 아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다면 이 곡창 지대의 추수도 끝낼 수 있겠지. 마침 그럴 시기니까 말이야.”

“아아아·····. 과연 그렇군.”

디오클레이우스는 완벽하게 상황을 이해했다.

베레스가 전쟁터로 선정한 장소, 즉 릴리바이움의 동쪽 평야지대는 상당히 넓었다.

얼마나 넓은가 하면 그 넓이는 제주도 몇 개를 통째로 가져다 놓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한 면적 전체가 기름진 토양인 것이다.

산야가 거의 없고 대부분 평야와 얕은 구릉 지대이며 화산토라서 토양의 질도 무척 좋았다.

시칠리아가 괜히 이 시대에 있어서 로마인들에게 곡창 지대의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니다.

돈과 재물에 욕심이 많은 베레스는 혹시라도 적들이 꼼수를 부리거나 후퇴를 할 까봐 넓은 평야지대를 전쟁터로 골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곳의 막대한 곡물이 전쟁의 겁화로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마침 원래 그 평야지대의 지주들 대부분도 이 도시의 관계자들이었으니 이제는 그 막대한 곡식을 자신이 합법적으로 가져 갈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는가?

실제로 그는 마시르를 보내자마자 모든 병사들에게 급하게 곡식을 추수해서 릴리바이움에 만든 자신의 개인 창고에 가져다 놓게 했다.

명목은 로마의 식량을 사전에 확보해서 장기전에 대기하다.

라는 명목이었다.

실제로는 장기전으로 갈 생각도 없는 주제에 말이다.

어쨌든··. 그로 인해서 우진은 한 달이라는 귀중한 점검의 시간을 얻었다.

사실 전투를 하기에 앞서서 지금의 전력을 체크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우진이 전투를 결심했다고 말했을 때 무리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 졌다.

드디어 로마인들과의 전투라는 말에 기쁨을 터트리는 자들과, 전투에 대한 두려움에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은가? 라고 말하는 자들 말이다.

사실 약간이기는 하지만 후자의 사람들이 더 많았다.

우진은 그들을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지금은 한참 훈련 중이었고, 또 아직 자신들에게 지급된 무기의 사용법도 확실하게 숙지하지 못했을 시기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하지만 우진은 이 전투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동료들을 설득시켰다.

사실 우진도 처음에는 릴리바이움의 대학살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전투의 결심을 했었다.

하지만 머리가 어느 정도 식은 후에 달리 생각하면 이것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본격적으로 커지려고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진도 빨리 전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이 필수였던 것이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실패도 돌아간 이유는 그에게 이렇다 할 지지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급, 무기와 인력의 충원.

후방 지원과 방어의 기점.

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된 지지기반과 근거지 없이 로마를 쓰러트린다는 것은 무리였다.

오히려 그런 지지기반도 없이 게릴라전처럼 싸우면서 3년에 걸쳐서 이탈리아 남부를 광풍처럼 휩쓸고 다닌 스파르타쿠스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게릴라전으로서의 한계가 다가와서 크라수스의 물량 공세를 이겨내지는 못한 것이다.

우진은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시칠리아를 제패하기 위해서 이렇게 남쪽으로 왔던 것이 아니었던 것인가?

릴리바이움에 일어난 참극은 우진에게 있어서는 다시 없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기회를 잘만 살리면···. 당초의 계획을 1년 정도는 더 앞당길 수 있다.’

그러니 이 전투는 꼭 해야 했고··.

그리고 꼭 이겨야 했다.

‘불안 요소는 있지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투지로 매울 뿐이다.’

“디오클레이우스, 할버드 병과는 어때?”

“충분해. 네가 말한 대로 훈련 시켰어.”

“기병은··· 숫자가 좀 적은 기분은 들지만 괜찮겠지. 그것도 충분히 만들었고···. 좋아.”

“한번 해보자고·····.”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를 드러내면서 전투의 흥분감을 감추지 않았다.

둘은 몇몇 세부 사항을 좀 더 의논하고 그날 밤 늦게 헤어졌다.

회의가 다 끝나고 우진의 집에서 디오클레이우스가 나가고 나자 세체니가 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드디어 전투 인가요?”

“그래. 드디어 시작인 거야.”

이제가지 로마와의 전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릴라 전이 아니라 정면으로 로마의 군대와 싸우는 전투는 이게 처음인 것이다.

“···괜찮으시겠어요?”

세체니의 걱정 스러운 말투에 우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베레스 정도를 못 이기면 이 후에 있을 놈들을 어떻게 상대하겠어?”

“이 후라면···?”

“로마의 입장에서 봤을때···. 베레스 정도는 잔챙이에 불과할 거야.”

우진이 알고 있기로 이 시대에 유명한 인물은 시저, 폼페이우스, 그리고 크라수스 정도였다.

원래 한국인이고 로마의 역사에 그다지 관심도 없는 우진이었기에 굵직 굴직한 거물들 밖에는 알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마리우스나 술라 정도는 들어 봤지만 가이우스 베레스 라는 인간은 우진에게 있어서 듣보잡일 뿐이었다.

‘그런 놈 하나 못 뛰어 넘어서야 타도 로마는 꿈도 못 꾸겠지.’

우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진의 생각이고 세체니는 전쟁터로 향해서 피를 흘리면서 싸울 우진이 걱정되고 또 걱정될 뿐이었다.

“···진님, 저는···· 저는····.”

“왜 그래? 걱정하지 말라니까?”

“저는 당신이 가지 말았으면 해요.”

“·············.”

세체니의 말에 우진은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리고말았다.

“진··· 진님은 우리들의 중심이잖아요. 그런 당신이 없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되죠?”

“세체니····.”

“디오클레이우스님도 용맹하시잖아요. 진님이 작전을 짜고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 님이···.”

“세체니·····.”

“진님이 없으면 우리는··· 나는····.”

마침내 횡설수설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세체니를 보고 우진은 그녀를 품에 안아서 눈물을 닥아줬다.

“흑···. 흑흑·····.”

“············.”

“죄송해요····. 흑··· 저만···. 저만 생각하고····. 흑···· 흑흑····.”

세체니가 방금 한 말은 모두 이기심의 발로였다.

진이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면 했고, 죽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이기심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들이 입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고, 한 번 흘러나온 말들은 마치 무너진 댐에서 쏟아지는 탁류처럼 흘러나와 버렸던 것이다.

우진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둘은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니던가?

“세체니. 나도 가능하면··· 정말 가능만 하다면 너하고 단 둘이 어디론가 떠나서 함께 조용히 살고 싶을때가 있어.”

“··············.”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지금 내가 짊어진 것이 있으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진님····.”

“널 사랑해. 하지만···. 널 사랑한다고 해서 너만을 위해서 내가 짊어지고 있는 의무와 날 믿어주는 동료들을 외면 할 수는 없어. 그건····.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예. 당신은 모두를 이끌어 주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세체니는 그렇게 머리가 나쁜 여자가 아니다.

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사랑의 이기심으로 잠깐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진을 이해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진을 기다리고 따르는 법을 알아야 했다.

역사적으로 큰 일을 한 남자들의 배후에는 대부분 그 남자에게 큰 뒷받침이 되어준 여인들이 있었다.

진은 세체니의 딸기 같이 붉은 입술에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둘의 혀가 서로 얽히고 세체니는 우진의 목을 부러트릴 것처럼 격렬하게 안으면서 진의 품에 안겨왔다.

진은 그런 세체니를 키스한 채로 품에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하아·····.”

“···········.”

둘의 입술이 떨어지고 길게 늘어진 타액이 세체니의 입술을 촉촉하게 적셨다.

그리고 진은 순식간에 그녀의 옷을 벗겨서 그녀를 알몸으로 만들었다.

등불에 아스라이 비치는 그녀의 나신은 아름답다 못해서 신비스럽기 까지 했다.

“진님····.”

세체니는 자신의 알몸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우진에게 드러냈다.

우진이 자신을 봐주었으면 했다.

이 몸이 오직 우진이라는 한 남자에게만 허락한 특권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

양팔을 위로 올리고 마치 안아달라는 듯이 자신을 드러낸 세체니를 보고 진은 그대로 그녀를 덥쳐갔다.

“하아·····.”

세체니는 자신의 몸을 거칠게 탐하는 진의 손길 하나하나를 기꺼이 감수했다.

여성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 아프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손길은 그 이상으로 그녀의 몸에 뜨거운 불길을 지폈다.

“하앙··· 지··· 진님····.”

“그냥 진이라고 불러줘.”

“····진····.”

“세체니···.”

우진은 그대로 세체니의 몸안으로 자신을 일부를 밀어 넣었다.

하나가 된 둘의 그림자는 등잔을 조명 삼아서 아름답게, 요염하게, 그리고 격정적으로 뒤석여 갔다.

“하아···. 아아····. 진···. 진!!!!”

“세체니···. 으읏····.”

우진은 마음껏 세체니의 아름다운 나신을 탐했다.

21세기의 미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우진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세체니는 정녕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런 아름다운 여성에게 사랑받고 헌신 받는다는 것은 남자에게 있어서 단순한 쾌락 이상의 무언가를 가져다 줬다.

우월감? 정복감?

아니다.

그런 감정들은 평범하게 아름다운 여성들을 안았을 때도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지금 우진이 세체니에게서 느끼는 감각은 그런 것들로 표현 할 수 있는 감정을 훨씬 뛰어 넘었다.

우진도 남자인지라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사랑받는 환상을 품어 본 적이 있었다.

천박하고 안하고를 넘어서 남자라면 그런 환상정도는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건 그냥 환상일 뿐이지 실제로 실행 하려는 머저리는 어지간하면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진이 마음먹기만 하면 그런 여자들로 이뤄진 하렘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강제로 취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 붉은 파도에 있는 여자들 중에는 우진이 손짓 한 번, 아니 눈짓 한 번만 해도 당장 옷을 벗고 우진에게 순종할 여인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지는 세체니 한 명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아름다운 여자들을 봐도 세체니와 비교가 되었고, 세체니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세체니에게 있어서 우진이 세계 최고의 남자인 것처럼···.

우진에게 있어서도 세체니는 이미 단순한 여자 이상의 존재로 자리 매김한 것이다.

“세체니···. 내가 맹세할게···.”

“하아···. 아아····. 아아···.”

진은 세체니의 아름다운 나신을 안아가고 탐해가면서 맹세했다.

세체니는 우진의 품안에서 그의 욕망에 따라서 파도 치면서도 그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새겨 들었다.

“난 죽지 않아. 네 곁으로 꼭 돌아올 거니까.”

“····아아···. 진!! 진!!!”

세체니는 진의 말에 이제까지 그 어떤 말 보다 더 기쁜 환희를 느꼈다.

그리고 여자로서의 쾌락의 절정을 느끼면서 그대로 그녀는 몸도 마음도 하늘로 날아 올라가 버리는 것 같은 황홀경을 느꼈다.

“하아····· 하아····.”

진의 품안에서 거칠게 호흡을 가다듬는 세체니를 보고 진은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사랑해. 내가 이 시대에 와서 유일하게 후회하지 않는게 있다면 널 얻었다는 거야.”

방금 그 말은···. 한국어라서 세체니는 알아 듣지 못해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우진 스스로만 알아 들어도 충분한 말이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그래 좋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