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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38화 (38/220)

38화

<전투의 시작.>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결전을 기다리고 있는 우진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인생에서 가장 빨리 지나간 한 달처럼 느껴졌다.

릴리바이움의 동쪽 평원에는 이미 진작 베레스의 군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우진의 예상대로 전쟁터 주변의 곡식은 모두 깨끗하게 추수가 되어 있었다.

“총독 각하!!!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어느 방향에서냐?”

“동쪽의 구릉 너머에서 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동쪽 어디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다는 거군.”

베레스는 머릿속으로 이 후에 있을 잔당의 처리에 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제 적들을 맞이할 시간이었다.

“전구우우운!!! 정렬!!!”

처척!! 척!!

베레스의 명령에 따라서 로마의 정예군이 완벽한 전열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흡사 인간의 군집체가 움직이는 광경이 아니라 하나의 생물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우진의 예상대로 베레스 본인은 그다지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데리고 있는 로마군은 진짜 정예병이었다.

강한 군이라는 것은 뛰어난 지휘관에 강맹한 정예 병력이 갖춰진 것을 말한다.

하지만 강한 지휘관이 오합지졸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정예 병력의 지휘관으로 딸린 인간이 무능한 지휘관이라거나 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베레스는 후자였다.

한 마디로 레벨은 딸리는 놈이지만 장비는 만렙으로 갖춘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베레스의 역량은 둘째 치고 저 로마군단을 그냥 우습게 봤다가는 우진이라고 해도 큰 코 다칠 수 있었다.

“대단하군. 저게 로마군인가?”

우진은 멀리서 정확하게 대열을 맞추고 칼각을 잡고 있는 로마군의 대열을 보면서 감탄했다.

한때 지중해에서 세계 최강으로 이름을 날린 군대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런 로마군을 마주하고 있으니 우진은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두근거리는 심장.

입안이 까끌까끌해지는 느낌.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 같은 근육.

피부로 느껴지는 짜릿할 정도로 따가운 공기.

로마 시대로 오고 나서 별의 별 경험을 다한 우진이었지만 첫 전쟁터의 느낌은 역시 색달랐다.

굳이 비교하자면 처음 아레나에 서서 적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하고 비슷했지만····.

한 마디로 격이 달랐다.

‘····누가 질 줄 알고····.’

우진은 이를 악 물었다.

우진은 지금 자신이 지휘관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군의 전체적인 사기에 영향을 주게 된다.

숫자는 적, 6,000. 그리고 아군이 4,000.

이 정도 숫자면 전력상으로는 충분히 해 볼만 했다.

“후우우우우우·····.”

길게 심장 깊숙한 곳에 있는 공기를 다 비워 내는 것처럼 깊게 숨을 내쉰 다음에 우진이 아군들에게 말했다.

“나의 자랑스런 형제들이여!!!!!”

“················.”

“················.”

“················.”

우진의 간단한 한마디에 붉은 파도의 모두의 이목이 우진 한명에게 모였다.

자신에게 충분한 시선이 모였다고 느껴지자 우진은 말을 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다시피, 우리는 지금 전쟁터에 왔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 전쟁터에 피를 흘리기 위해서 왔는가?”

우진의 말에 대답한 것은 우진의 맹우이자 오른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로마인들의 피로 이 신성한 대지를 정화하기 위해서!!!!!”

“오오오!!!!”

“엿 같은 로마 새끼들 피로 이 평원을 물들이자!!!!”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에 수많은 동료들이 동조했다.

그리고 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바로 우리들의 자유와 존엄을 짓밟은 공화국의 개들에게 대의를 위해서 뭉친 우리 형제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왔다.”

진의 말은 쩌렁쩌렁하게 울려서 이 평원의 모두에게 들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로마군에게도 말이다.

“건방진 것들····.”

“주제를 모르는 군요.”

베레스를 위시한 로마의 지휘관들은 있느대로 열이 받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의 말은 계속 되었다.

“오늘!! 우리는 저 빌어먹을 로마의 개들을 모두 죽이고, 그들의 피로 이뤄진 강의 위에서 형제들과 함께 승리의 함성을 토할 것이다. 형제들이여. 승리를 확신 하는가!!!!?”

“오오오오오!!!!!!”

“우리들의 승리와 적들의 패배를 확신하는 자들은 나를 따르라. 그 확신을 현실로 바꿔 주겠다!!!!”

“오오오!!!!”

“진!!! 진!! 진!! 진!!!”

“진!!! 진!! 진!! 진!!!”

수많은 동료들이 진의 이름을 부르면서 연호해 갔다.

“진? 저 놈들의 대장의 이름은 데스라고 하지 않았나?”

베레스가 눈살을 찌푸리고 하는 말에 옆의 부관이 대꾸했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알고 있다니···. 그럼 뭔가? 데스 놈이 아니라 그 부하가 온 건가?”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쯧, 하여튼 노예 놈들 비겁한 것은 알아 줘야 하는 법이지····.”

사실 진과 데스는 동일 인물이지만···.

진이 친절하게 그 점을 설명해줄 이유는 없었다.

다만 이제 더 이상 데스라는 존재의 그림자 속에 자신이 숨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진이었기에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것 뿐이다.

“전구우운!!!! 전진!!!!!!”

뿌우우우!!!!

우진의 신호에 따라서 뿔피리가 울리고 대열을 맞춰서 혁명군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흐음···. 저건···?”

“우리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군요.”

혁명군이 전진하는 것을 보고 베레스를 위시한 로마의 지휘관들은 콧웃음을 쳤다.

혁명군이라는 자들이 어떤 전법을 쓰려나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들과 똑같이 방패를 일렬에 앞세우고 전진하고 있었다.

방패가 좀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사각형의 형태를 이루고 차근차근 전진하는 것은 로마의 중장보병과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아무래도 오와 열을 맞추는 모습이 부족한지 접근하는 속도가 느렸고 전진하는 대열도 조금 삐뚫어져 있었다.

“바보 같은 놈들···. 우리하고 똑같은 흉내로 우리를 이기겠다는 건가?”

“진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마!! 전령!! 우리도 전진한다!!!”

뿌우우우!!!! 뿌우!!!

또다시 로마군에서도 뿔피리가 울리고 로마군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척척척척척척····.

일사불란(一絲不亂).

이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차근차근 전진하는 로마의 중장보병은 마치 거대한 사각형의 물체가 전진하는 것 같았다.

오와 열은 물론이고 발소리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상대하고 있는 혁명군의 입장에서는 마치 거대한 거인이 걸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두 겁먹지 마라!!! 훈련 받은 대로만 하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아군이 겁먹은 것처럼 보이자 디오클레이우스가 크게 소리쳐서 아군을 고양 시키려 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고양은 잘못 되었다.

지휘관이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 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첫 마디를 ‘모두 겁먹지 마라.’ 라고 말한게 문제였다.

그 말은 지금 병사들이 겁먹은 것을 지휘관 스스로 인정하는 듯한 느낌이 아닌가?

그래서는 아군도 그다지 믿음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기서는 차라리 아군을 독려하는 것 보다는 로마군을 멸시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말 하는게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장수로서는 성장중인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런 면에서 아직 미숙함이 보였다.

하지만 그때 디오클레이우스의 실수를 커버하기 위해서 우진이 움직였다.

“전 보병 정지!! 카르코스!! 그걸 가져와라!!”

“옛!!!”

적과의 거리가 아직 한참 남았는데 아군을 정지 시킨 우진은 부하를 시켜서 뭔가를 가져왔다.

그것은 우진이 부하들을 시켜서 만들게 한 거대한 북이었다.

사람 몸통만한 커다란 북을 만들게 한 이유는 원래 작전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커다란 북 보다는 뿔피리를 더 선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이 북을 가지고 왔다. 사전에 로마군의 사기를 꺾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북으로 어떻게 사기를 꺾게 한다는 것인지는 동료들이 의문을 가졌지만···.

그것은 이제부터 보면 알 것이다.

“모두들 이제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마.”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직접 북채를 잡고 북을 치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둥!!

척!! 척!! 척!! 척!!

우진이 두드리는 북 소리는 로마의 보병의 발소리와 정확하게 싱크로 되었다.

그리고 우진은 웃음을 지으면서 북 소리를 조금 빠르게 해 봤다.

둥! 둥! 둥! 둥! 둥둥둥둥!!!

조금씩 조금씩 발라지는 북 소리에 로마군의 칼날 같은 대열이 파도를 치기 시작했다.

“어어····.”

“뭐 하는 거야? 밀지 마!!”

“이런···.”

허둥거리는 로마의 보병들을 보고 로마의 지휘관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 짓들이냐!!? 이 개새끼들아!!!”

“똑바로 안 움직여!!? 이게 무슨 추태란 말이냐!!?”

철통 같은 군기와 수많은 훈련으로 다져진 완벽한 행진.

그게 로마 중장기병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그들의 자존심이었다.

그 자존심이 그냥 북소리로 만든 장난질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광경은 로마인들 입장에서는 수치로 다가왔지만 첫 전투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혁명군의 입장에서는 긴장을 풀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봐라. 저 머저리들의 향연을···.”

진의 말에 부하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병신들아!! 절 맞추고 다시 와라.”

“처음부터 다시 해. 처음부터!!”

“와하하하하!!!”

폭소를 터트리는 진들을 보고 총독인 베레스는 있는대로 열이 받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추태란 말이냐?”

“죄송합니다. 총독 각하.”

“지금 당장 놈의 목을 가져와라. 어서!!!”

“옛!!!”

베레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로마의 중장 보병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서 진격해야 할 우진은 보병들에게 명령했다.

“열을 정확하게 맞춰라. 지금은 대기 한다!!!”

진의 명령에 따라서 혁명군은 방패를 들고 정확하게 열을 맞춰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놈····. 전군 속보!!!”

그런 진의 대응을 보고 로마군의 군단장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보병끼리의 격돌에서는 기선을 누가 잡느냐가 중요한 법인데 정지해 있는 상태로 적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적의 돌격을 그대로 감수해야만 했다.

‘하긴. 반란군 따위가 우리 로마군의 전술을 흉내내는 것은 고작 이정도가 다겠지. 그나만 칭찬해 주마.’

일정 거리가 가까워지자 로마군의 군단에서 다음 명령이 떨어졌다.

“궁수는 활과 발리스타를 당겨라!!!”

명령에 따라서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원거리 병기들이 일제 사격을 준비했다.

꾸우욱····.

일제히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의 화살은 지휘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쏴라!!!”

하지만 그때 명령이 먼저 떨어진 것은 우진의 호령소리였다.

그것과 동시에 반란군의 뒤편에서 일제히 화살이 날아왔다.

아니 화살치고는 좀 이상했다.

엄밀히 말해서 화살보다는 좀 크고 창 보다는 좀 작은 무언가가 무수하게 날아왔다.

============================ 작품 후기 ============================

집에 인터넷이 안 됩니다 ㅠㅠ

지금 올리고 있는 것도 핸드폰으로 테더링 잡아서 올리고 있습니다.

빨리 고쳐야 할 텐데 말이죠.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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