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슈슈슉!!
“큭!!! 방패병 방패 들어!!!”
로마병단의 방패수들은 방패를 들었다.
하지만 날아오는 화살은 그 위력이 범상치 않아서 방패를 뚫고 팔을 관통하는 화살들이 종종 있을 정도였다.
“크악!!”
“아악!!!”
“방패 내리지 마라!!! 내리지 말란 말이다. 이 병신 새끼들아!!!”
지휘관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군데군데서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적들의 화살은 자신들 보다 더 강력하고, 또 더 강했다.
“크윽··. 뭐냐? 뭘로 쏘고 있는 거냐? 저 놈들은!!”
로마군의 군단장은 상대가 사용하는 화살 때문에 원거리 전에서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로마 군에서도 화살을 쏘면서 반격하기 시작했지만 역시 사거리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
이쪽의 화살 보다는 저쪽의 화살이 훨씬 더 높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온 것이다.
“산에서 연습 할 때 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쏴도 될 걸 그랬어.”
“그러게 말이야. 뭐, 기억해 두자고, 이런 것 하나하나가 우리한테는 경험이니까 말이야.”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에 진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기대 이상이군.’
진은 뒤편을 슬쩍 바라봤다.
그러자 거기에는 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병기, 롱보우 궁전차 가있었다.
롱보우 궁전차.
말 그대로 롱보우를 탑재한 궁전차를 말하는 것이다.
우진이 만든 수많은 원거리 무기 중에서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써 먹을 수 있는 것은 롱보우 뿐이었다.
다만 사용하는 자들이 숙달되기에는 너무 어려운게 문제였다.
그래서 우진은 그 어려운 사용법을 쉽게 사용하도록 바꿨다.
우선 전차를 만들어서 거기다가 롱보우를 탑재했다.
탑재한 롱보우는 다섯 개를 일렬로 겹쳐서 가로로 실었다.
그렇게 만들고 나니 꼭 작은 발리스타를 다섯 개 겹쳐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총 네 명의 남자를 태워서 롱보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게 했다.
한꺼번에 당겼다가 한꺼번에 쏘는 방식이었기에 한번에 다섯 발의 화살을 날릴 수 있었다.
한 번 쏘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10~13초 정도였지만 한 번에 다섯발을 쏘고 있었기에 화력은 충분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로로 늘어놓고 무조건 쏘기만 하는 것이기에 아무래도 정밀 사격은 불가능 했다.
화살은 그저 무작정 정해진 궤도로 날아갈 뿐이었다.
그래도 전쟁터에서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무작정 최대한 많이 쏘면 그것으로 충분히 적의 예봉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명사수 한 명 보다는 평범한 궁수 10명이 더 전쟁터에서는 쓸모 있는 법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큭!! 보병 전진!!!! 적을 공격하라!!!”
원거리 전에서 계속해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로마군은 결국 보병을 본격적으로 전진 시키기 시작했다.
최강의 병력중에 하나인 로마의 보병군단을 전진 시킨 것이다.
“그걸 기다렸지. 방패 고정!!!”
우진은 적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방패를 고정 시키라고 했다.
“옛!! 방패 고정!!!”
쿵!! 쿵쿵쿵!!!
우진의 명령에 보병들은 거대한 타워실드 같은 방패를 지면에 고정 시켰다.
사실 로마군들은 몰랐겠지만 우진은 방패에도 꼼수를 부렸다.
로마의 중장 보병들의 방패술은 거의 예술의 경지까지 승화된 전술이다.
그 단단함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하다 못해 뭔가 메리트가 있어야 했다.
우진은 방패의 아래쪽 면에 청동으로 만든 작은 쇠말뚝을 촘촘하게 박았다.
이것을 이용해서 지면에 방패를 단단하게 고정 시키는 것이다.
이 방패병들은 다른 방패병들과 다르게 보병의 최전선에서 오로지 방패만을 사용하는 자들이었다.
허리에 검 한 자루가 달려 있기는 했지만 이들의 주 무기는 아군을 지키는 이 방패인 것이다.
그런 방패가 촘촘하게 지면에 박히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지면에는 벽이 생겼다.
물론 로마군에서는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냥 방패가 좀 무겁고 크다고 느낄 뿐.
“투창!!!”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로마의 보병들이 창을 들로 위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던졌다.
탕!! 타탕!!
원래 로마의 보병은 부딪히기 직전에 창을 두 번 던진다. 한 번은 포물선으로 멀리. 또 한 번은 10걸은 앞쯤에 도착했을 때···.
“다시 투창!!!”
“하앗!!!”
“차앗!!!”
쾅!! 콰지직!! 콰앙!!
두 번째에 던지는 창은 가까운 거리에서 있는 힘껏 집어 던진 창날이었다.
첫 번째에 투척하는 창은 좀 가벼운 것으로 일단 적을 꼼짝 하지 못하게 고정시키기 위해서 포물선을 그리며 던지는 것이다.
맞아서 성과를 올리면 재수 좋은 것이고 그게 아니라도 적의 발을 고정 시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진짜는 두 발째.
두 발째에 던지는 창은 포물선이 아니고 가까이 접근해서 있는 힘껏 일직선으로 집어 던지는 창으로 첫 번째에 던지는 창 보다는 무게도 1kg정도 더 무거운 것이다.
이 두 번째 창은 나무를 이중으로 겹쳐서 만든 우진의 부하들이 들고 있는 방패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노림수이고 원래는 이 두 번째 투창에 방패를 떨어트리거나 심장이 꿰뚫려서 죽어 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해서 빈틈이 생기면 지중해 최강이었던 로마 중장보병이 그 틈을 파고들어서 적을 유린하는 것.
이었는데···. 그런데 우진의 부대는 그런 면에서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방패에 구멍이 좀 나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아직도 전열은 당당하게 굳어져 있었다.
방패 자체가 지면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였기에 그만큼 방진이 더 탄탄했던 것이다.
“상관없다!! 부셔버려!!!”
“오오오!!!!”
어쨌든 여기까지 와서 돌아 갈 수는 없었다.
큰 방패는 방어력면에서는 유리해도 저쪽에서 공격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때···.
“포지션 체인지!!!”
우진의 명령이 또 한 번 떨어지고 방패병들은 일제히 방패를 옆으로 세우고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돌격 직전에 로마의 보병집단을 마주한 것은 그들이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도끼창을 들고 있는 보병들이었다.
“모두 들어!!!!”
보병들 중에서 직접 보병들을 이끌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가 크게 외쳤다.
그러자 할버드를 들고 있는 보병들이 모두 할버드를 높게 들었다.
그리고 로마군이 접근한 순간····.
“찍어!!!”
“으아아아앗!!!”
“으랏챠!!!!”
“죽어랏!!!!”
콰지직!! 콰직!! 콰지지직!!
마치 도끼날의 폭포수가 내리는 광경이 이러할까?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그대로 도끼날을 찍어내린 일격에 로마의 중장 보병은 그대로 예봉이 꺽여 버렸다.
“크악!!!”
“아!! 아아!! 내 팔!!!”
“커어억!!!!”
로마 군단의 중장 보병은 정면에서 찌르고 베는 공격에는 막강한 방어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위쪽에서 있는 힘껏 찍어 버리는 할버드의 도끼질에는 너무나 취약했다.
투구채로 머리가 쪼개지는 자.
기껏 피했지만 어깨가 토막이 난 자.
등등···. 첫 일격에서 돌진하던 선봉군의 초수의 교환에서 로마군은 압도적인 손실을 입었다.
“계속해서 2열 찍어!!! 연쇄적으로 계속해서 찍는 거다!!!”
“우오오!!!”
“다 뒈져라!! 이 엿 같은 로마 새끼들아!!!”
“죽어 버려!!!!”
할버드 보병은 있는 힘껏···.
그야말로 이제까지의 원한을 갚기라고 하겠다는 것처럼 미친 듯이 로마군단을 찍고 또 찍어 갔다.
‘과연···. 이렇게 준비하기를 잘했군.’
우진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할버드 병들의 성과를 보면서 심장이 짜릿해 짐을 느꼈다.
사실 지금 저기서 로마군단과 싸우고 있는 할버드병들은 제대로 된 할버드 병은 아니다.
할버드는 원래 만능의 무기다.
창날로 찌르고, 도끼로 찍어 부수고, 갈고리로 걸어 당기고·····.
보병집단과도 그리고 대 기병을 상대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는 만능의 병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을 그렇게 숙련 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지금 할버드의 모든 사용법을 숙지하고 충분히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타고난 전사라고 할 수 있는 디오클레이우스 정도 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병사들에게는 우선 다른 복잡한 것을 다 집어 치우고 한 가지 명령만을 내렸다.
바로 도끼날을 이용한 전심전력의 찍기.
이것 하나만을 한 호흡으로 할 수 있게 훈련 시켰다.
물론 모션이 큰 공격이니까 빈틈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마련해 둔 것이 바로 제 2진이었다.
“으아아앗!!!”
“죽어라 로마의 개들아!!!”
1진이 도끼를 휘두르고 생긴 빈틈을 적이 공격할 틈도 없이 바로 2진이 다시 할버드를 찍어 버린다.
그리고 그 틈에 1진은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다시 할버드를 또 직고, 그 후에 다시 2진이···.
이런 무한 연쇄의 도끼질만을 몇 주에 걸쳐서 수만번 넘게 반복해 왔던 할버드 병들이었다.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로마 병사들 입장에서는 죽을 맞이었다.
그 원인은 두 가지.
이 열로 나눠서 계속되는 공격은 역시 호흡이 짧았다.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그 빈틈을 노리고 덤비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창을 투척하고 난 후에 로마 군단의 장비는 방패와 글라디우스 하나 뿐이었다.
글라디우스는 짧은 검이니 만큼 중장보병들의 좁은 밀집대형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었지만 역시 너무 짧고 작았다.
할버드를 들고 중거리 공격을 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파고 든다는 것은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크아악!!!”
“제··· 제기랄·· 아악!!!”
“사··· 살려줘···. 크악!!!!”
마치 개미때가 횡렬로 야금야금 전진하는 느낌이 이럴까?
지중해 최강의 로마 병사들이 무차별 적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 이건 꿈이야.”
이 광경이 누구보다 믿기지 않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베레스 총독이었다.
기껏해야 반란군이라고···.
공화국이 자랑하는 정예 병력에게 도전하는 것은 미친 만용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반란군에게 정면으로 맞서서 깨지고 있는 정예병력들의 모습이 실제로 보니 베레스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사실···. 로마군이 정예 병력이고 이 시대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최강의 무기라고 해도 사용하는 방법이 너무 단순하면 역시 효과는 반으로 줄어드는 법이다.
로마의 일선에서 싸우는 지휘관들은 이런 로마군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작전을 짜고 실제로 파격적인 병과를 활용한 예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전법 그대로 통할 것이라고 방심한 베레스의 경우는 그 쓴맛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로마 군단의 장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거기에 대비한 우진.
그리고 자신들의 장점에 자만해서 적들을 고작 산적 나부랭이라고 깔본 베레스.
그 두 가지 차이가 이렇게 압도적인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큭···. 어떻게 이런···.”
“총동각하!! 후퇴 하셔야 합니다.”
“후퇴!!? 지금 나 보고 후퇴하라는 말이냐? 고작해야 반란군 따위에게!!?”
“어쩔 수 없습니다. 총독각하!!!”
“크윽·····. 큭····. 이런 치욕을······.”
베레스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지휘관의 역량 중에는 후퇴의 결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내리는 것도 하나의 기준으로 들어가 있는 법인데····.
역시 베레스의 경우는 군의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은 없는 인간이었던 모양이다.
그 덕분에 궤멸해서 이미 전열이고 뭐고 없이 무너진 병사들의 피해는 더욱더 커져가고 있었다.
“빠드득···. 어찌 방법이 없단 말이냐? 우리는 대 공화국의 시민들이다!!! 어떻게 반란군 따위에게···.”
“총독각하!! 아직 시라쿠사에 가면 병사들이 더 있습니다. 이번 전투는 버리고 다음 전투를 기약하십시오.”
이미 전세가 기울었는데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강짜를 부리고 있는 베레스는····.
본인은 자각 없겠지만 거의 우진의 편이었다.
덕분에 로마 중장 보병의 전열은 거의 다 무너졌고, 이제 우진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 작품 후기 ============================
으음...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작품의 순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건 모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한번에 파바박!! 하고 치고 나가는 소설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상위권에 은근슬쩍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하하하 어쨌든 상위권 가고 싶다는 말이죠.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