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디오클레이우스!! 여기는 맡기겠다.”
“오오!! 나에게 맡겨라 형제여.”
이제 보병들간의 전투는 전투라기 보다는 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할버드와 글라디우의 궁합이 이렇게 나쁠 것이라고는 우진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유리할 것이다.
정도라면 생각했었는데···.
현실에 와서 대치해 놓고 보니 총과 활 만큼의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 마시르!!! 그리고 언월도 부대!! 나를 따르라!!!”
“오오오오!!!”
우진은 마시르를 위주로 한 기마부대를 이끌고 출격했다.
이 시대 로마군에게 있어서 유일한 약점을 꼽으라면 역시 기마병이었다.
로마인들에게 있어서 기마병은 사실상 거의 무시당하는 병과나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전력이라기 보다는 교통망을 이용한 전령으로서의 활용도가 높았고, 말을 본격적으로 전쟁터에 사용하는 빈도는 지극히 낮았다.
기병이라는 것이 전쟁터에서 차지하는 효용성을 생각하면 그런 로마의 태도는 좀 이상했다.
어떤 역가사는 그런 로마를 보고 천상 기병에는 소질이 없는 민족 이라고 비웃기도 했다.
어쩌면 그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른다.
육식을 하지 않는 당시의 로마인들은 체격도 북방의 굴족이나 다른 이민족들보다 작았고····.
무엇보다 로마인들 스스로가 북방의 이민족들의 기마술에 스스로 밀린다는 것을 자각하고 기마 이외의 부분에 주력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트리키아와의 전쟁에서도 트리키아인들의 가벼운 경기병의 치고 빠지는 전략에 로마인들이 상당히 고전했다는 기록은 종종 남아 있다.
개중에는 기병으로 일기토를 벌인 로마의 어느 장군이 트리키아의 전사에에 목이 날아갔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였다.
우진은 그런 로마를 괴롭히기 위해서 기병을 철저하게 육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키우기도 유지하기도 손에 넣기도 어려운 전력이었고, 지금 붉은 파도에서 가지고 있는 기병은 고작해야 100기 정도였다.
기병이 워낙에 적었기에 오늘 전투의 서전에서 맹활약한 롱보우 궁전차도 말만 전차지 여기까지는 사람이 끌고 와야 했다.
그러니 전차라는 말 보다는 수례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온전하고 온전한 기병대 100기가 드디어 출전했다.
기병대 100기로 마땅한 전과를 올리는 것은 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통상적으로 병사들을 노렸을 때의 일이고··. 우진의 목표는 한 곳이었다.
“오른쪽으로 선회한다. 목표는 간악한 총독 베레스의 목이다!!!”
“오오오오!!!!”
“아라라라라라!!!!”
노예들 중에서도 특히 말을 잘 타는 이민족들로 구성해서 만든 이 기병대는 능숙하게 말을 몰고 우진의 뒤를 따랐다.
전쟁터의 오른쪽을 멀리 우회해서 그대로 베레스의 목을 노리는 우진의 병력을 보고 베레스는 기겁을 했다.
“저 놈이 감히····. 막아랏!! 막으란 말이다!!!”
후퇴하기 싫어서 고집을 부리고 있던 베레스는 정작 자신의 목이 위험에 처하자 기겁을 했다.
로마군은 확실히 기병에 주력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보조병으로서 아주 안 부린 것은 아니었다.
총 200에 달하는 기병대 전원이 멀리서 돌아오는 우진의 병력을 요격하기 위해서 출동했다.
“이럇!!!”
“달려라!!!”
원래 로마에서 기병대는 이민족들의 보조병들 중에서 차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시칠리아의 총독 직속의 속주군의 기병대는 모두 로마인들이었다.
그들은 달려오는 기병대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진 전쟁이라지만 여기서 지휘관 까지 잃으면 진짜 끝장이었다.
“좀 더 가까워지면 창을 던져라. 승부는 검으로 본다!!!”
“옛!!!”
“옛!!!”
“옛!!!”
기병대의 대장의 말에 부하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하지만··. 기병과 기병의 싸움에서 그들이 우진에게 덤빈다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무모한 짓이었다.
“진님!! 충분히 가까워 졌습니다.”
“좋아!!! 투척!!!”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 졌다는 마시르의 보고를 받자 마자 진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모두들 말의 안장에서 뭔가를 꺼내서 적들을 행해서 힘껏 던졌다.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날아가서 적들에게 꽃히고 있는 것은 바로 손도끼, 토마호크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한 투척용 손도끼였다.
“크아악!!”
“히히히힝!!!”
아까부터 번번이 먼저 선수를 빼앗기고 있는 로마군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일 것이다.
말이 달리는 탄력을 이용해서 그대로 집어 던진 손도끼는 제법 멀리 날아갔고 그 손도끼에 수많은 이들이 다치고 말에서 떨어져서 죽었다.
“충돌 전에 한번씩 더 던져!!!”
“옛!!! 하앗!!”
“차아앗!!!”
우진의 명령에 따라서 다시 한 번 도끼가 허공을빙빙 돌면서 날아갔다.
창과 달리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손도끼는 안장에 좌우 한 개씩. 총 두 개가 묶여져 있었다.
그 두 개로 인해서 우진은 바로 승기를 잡은 것이다.
“이대로 돌격한다. 배운대로 싸워라!!!”
“옛!!!”
“옛!!!”
“옛!!!”
손도끼의 투척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로마의 기병은 150이상, 거기에 100기의 우진의 기마대가 돌진했다.
첫 돌격의 순간 우진은 태도를 휘둘러서 그대로 적들의 창을 쳐내고 그들의 목에 찔러 넣었다.
“쿨럭···.”
“아직 멀었다!!!”
우진은 용맹하게 소리치면서 스스로 최전선에서 깊숙하게 들어가서 싸우기 시작했다.
짧은 글라디우스로 싸우는 로마의 기마병에 비해서 우진과 우진의 부하들은 확실하게 선전하고 있었다.
“크악!!!”
“제길라······알····.”
“크억!!!!”
기마 무리가 섞여서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자들 중 열에 아홉은 모두 로마인들이었다.
‘무기가 잘 먹히는 군.’
우진은 자신의 태도와 부하들이 사용하는 언월도의 이용도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았다.
언월도의 경우는 말 위에서 두 손으로 휘둘러야 한다는 것이 좀 힘들었지만 그것만 빼고는 기본적으로 검과 같은 무리로 사용 가능한 무기였다.
말을 타고 체중을 실어서 있는 힘껏 베어 버리면 그야말로 필살의 일격이었다.
같은 기만 상황이라고 해서 이런 유리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로마의 기마병들은 기마간의 전투라고 생각해서 검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건 실수였다.
차라리 창을 들고 있으면 적어도 지금 보다는 일방적이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기본적으로 언월도와 글라디우스 사이에서는 사정 거리의 차이가 너무 나서 특히 더 불리했다.
기마간의 싸움은 인간의 하체가 자유롭지 못하기에 더욱더 무기의 차이로 인한 불리함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마술에서도 차이가 컸다.
우진의 부하들은 모두 말이라면 어려서부터 타 왔던 민족들 중에서 뽑은 정예들이었다.
기마술 하나만 놓고 보면 오히려 우진이 이들에게 배워야 할 정도였다.
더구나 결정적인 차이점은 이들이 모두 안장을 차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시대의 로마인들은 아직 안장이라는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천에 두꺼운 가죽을 대고 그것을 안정의 대용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말 위에서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오래 탓을 때 엉덩이나 좀 덜 아픈 정도이지·····.
그에 비해서 우진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말했지만 그냥 본인이 말을 타는게 불편해서 안장을 만들라고 했다.
기마대 설립 초기····.
씽씽 잘도 타고 달리면서 온갖 묘기를 다 부리는 부하들에 비해서 자신은 번번이 낙마를 하는게 부끄러워서 이유를 살펴 보니 안장이 없어서 자꾸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우진은 그래서 대장장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면서 안장을 만들라고 했다.
그 결과 이제는 발걸이까지 생겨서 말 위에서도 마치 지면과 비슷한 정도의 안정감을 얻고 싸울 수 있었다.
무기의 사정거리.
안장의 이로움.
애당초 기마술의 압도적인 차이.
이런 이점 하나하나가 싸여서 로마군들의 기병들은 우진의 기병대에게 일방적으로 유린당하고 있었다.
“크아악!!!”
마지막 한 명을 처리한 우진은 그대로 다시 총독을 향해서 돌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뿌우우우!!!
로마군들이 퇴각 명령을 내렸고 총독은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쳇·····.”
우진은 혀를 차며 안타까워 했다.
“쫓아서 목을 가지고 올까요?”
“··········아니 됐어. 무리할 필요까지는 없지.”
우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시르를 말렸다.
후퇴하는 로마군들을 보면서 우진은 아군들에게 크게 외쳤다.
오늘의 전투는 완벽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모든 계산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이제 동료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차례였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모든 것을 담아서 우진은 외쳤다.
“형제들이여 소리쳐라!! 우리들의 승리다!!!!!”
“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릴리바이움의 동쪽 평야에···.
자유와 승리의 외침이 하늘까지 울려 퍼졌다.
============================ 작품 후기 ============================
1차전은 여기까지.
주인공의 압승이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