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45화 (45/220)

45화

“후우···. 훈련장에 한 번 가봐야 겠다.”

우진은 무기의 수급에 관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일단 병사들의 훈련장에 가보기로 했다.

답답한 마음에 차라리 바람이라도 좀 쐬고 싶었던 것이다.

병사들의 전체적인 훈련은 디오클레이우스와 고참들, 그러니까 우진과 함께 탈출했던 노예 검투사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진이 직접 관리하는 병과도 있었다.

바로 기마대와 롱보우 궁전차대였다.

“똑바로 휘둘러!! 말 위에서 휘두르는 공격은 타이밍이 생명이야.”

“한 번에 확 베어버리는 거야. 로마 놈들 말 못타는 거야 유명한 일이니까 겁먹지 말고 한 번에 확!!”

몇몇 기마민족 교관들이 새롭게 들어온 기마병들에게 훈련을 지시하고 있었다.

달려가는 말에서 짚단으로 만든 표적을 베어내는 훈련으로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었다.

“마시르, 훈련 상황은 어때?”

“아!! 진님?”

“일일이 무릎 꿇을 것 없다고 했잖아?”

“그럴 수는 없습니다.”

붉은 파도 안에서도 마시르는 유독 우진에게 충성심이 강했다.

그래서 만날 때 마다 이렇게 오버를 하는 경향이 좀 있기는 했다.

사실 마시르는 지금 우진의 부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기에 그가 이렇게 극도의 예의를 표하는 것은 기마대 전체에게 효과를 발휘하기는 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마시르가 우진에게 극도의 예를 표하는데 다른 가마대원들이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갑은 여전히 불가능 한가?”

우진은 말들을 보면서 마시르에게 말했다.

우진은 전부터 말에게 갑옷을 입히는 마갑에 관해서 장인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장인들 중에서 우진이 말하는 마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 그것은 아직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언월도에 점점 익숙해 지고 있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보조 장비로 석궁을 보조하도록 해봐.”

“예. 석궁을 말입니까? 그것은 아직 개발이···.”

“내가 개발하라고 한 사거리가 긴 석궁을 말하는게 아니야. 기존의 석궁을 말하는 거야.”

우진의 말에 마시르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그것이라면 가능합니다.”

지금 시대의 석궁이라는 것은 보통의 활 보다도 사거리가 짧았다.

하지만 우진은 기마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로마군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기마대였다.

우진은 기마대를 육성해서 적진을 강하게 돌파하는 강경 돌파부터 원거리에서 깔짝 깔짝 거리면서 적을 괴롭히는 역할을 모두 수행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번에 릴리바잉움에 자리하면서 기마를 대폭 충원 할 수 있었다.

총 500의 기마가 생겼는데 우진은 이 중에서 200의 기마를 롱보우 궁전차에 배치했고, 나머지 300은 기마대에 배치했다.

그로 인해서 궁전차도 드디어 전차 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달리는 전차에서 롱보우를 사격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효과는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기마대 역시 총 400으로 늘어났다.

기마 400은 쓰기에 따라서는 전황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전력이었다.

우진은 병력을 돌아보면서 충고 할 것은 충고하면서 전력 상승을 위해서 꼼꼼하게 지시를 내렸다.

그때 멀리서 전령 한 명이 달려왔다.

“진님, 사신이 왔습니다.”

“사신?”

“예. 진님이 직접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신이라····.”

우진은 이제 막 릴리바이움이라는 요새 도시를 하나 꿰 찼다.

그런 우진에게 사신이 올 곳이라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항복을 권하는 로마인들이거나···.

‘그러지 않다면····.’

우진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스파르타쿠스가 자신에게 접선을 시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가지. 마시르, 훈련은 계속해서 맡기겠다.”

“예. 알겠습니다. 진님.”

우진은 그렇게 해서 릴리바이움에 임시로 마련한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우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로마인이 아니라 이 시칠리아의 속주인들의 대표라는 자였다.

“시칠리아 속주인의 대표? 그게 무슨 말이오?”

“예. 정확히 말하면 저는 시칠리아 북부의 도시인 파르노무스 시민의 대표로 온 자입니다.”

“·····파르노무스?”

우진은 아직 시칠리아의 지형에 익숙하지 못해서 파르노무스가 어디인지 몰랐다.

파르노무스는 21세기에는 팔레르모라고 불리는 시칠리아 북동부의 큰 항구도시이다.

이곳 릴리바이움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카르타고의 요새도시였던 그 곳은 지금도 상당수가 카르타고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도시였다.

지도를 가져오게 한 우진은 그 지도를 보고 나서 한번에 눈을 반짝였다.

‘군사적 요충지다.’

우진은 조잡한 이 시대의 지도로도 파르노무스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봤다.

도시의 규모는 이 릴리바이운과 대등한 도시였고 요새로서의 기반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우진이 탐을 낸 것은 그곳이 시칠리아 북부도로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진이 있는 릴리바이움으로 오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북쪽의 길과 또 하나는 남쪽의 길이었다.

중앙의 엔나 지방을 가로 질러서 오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그 길도 중간에 위로 꺾여서 북부의 길과 합쳐진다.

중앙의 산맥을 그대로 가로 지르는 길은 워낙에 험하고 소로라서 군대가 움직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파르노무스라는 도시는 북쪽의 길목을 떡하니 가로 막고 있었다.

그 말은 이 도시를 손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릴리바이움과의 연계로 인해서 시칠리아 북동부 전체가 우진의 손에 떨어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초 VIP로군.’

우진은 그 파르노무스의 시민 대표라는 자에게 신중하게 말했다.

“먼길을 오시느라고 수고 많았습니다. 여기에 오신 용건은 제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유가 맞습니까?”

우진인 슬쩍 운을 때자 사신으로 왔다는 자가 말을 이었다.

“예. 저희 파르노무스의 시민들은 붉은 파도의 진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거 참···. 듣던 중에 반가운 소식이군요.”

우진은 겉으로는 태연하게 대응했지만 보이지 않는 주목을 불끈 내 쥐고 긴장했다.

이것은 큰 일이었다.

잘만 하면 전체 전력이 몇 배로 늘어 날 수도 있을 만큼 커다란 건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먹기 좋은 떡일수록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우진은 사신으로 온 자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뜻은 정말 고맙습니다. 로마의 탄압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 주신 파르노무스의 시민분들에게 큰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이것은 도시를 함락 시키기 위한 계획의 실행서와 실행 날짜입니다.”

사신으로 온 자는 한 장의 양피지를 우진에게 내밀었다.

우진은 그 서신을 꺼내서 읽어 봤다.

서신의 내용은 이런저런 미사여구가 좀 많았지만 간출이자면 야밤에 성벽의 문을 열어 둘 테니 거기로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그럼 내부에서 시민군이 동조해서 로마군을 쓰러트리고 성을 넘기겠다는 말이었다.

‘계획은 좋군. 그런데·····.’

계획은 좋았다.

도시의 성벽을 넘는 고생을 하지 않고도 완벽하게 도시를 떨어트릴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좋지 않은가?’

우진은 뭔가 이 계획에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안 좋아서 그런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너무 완벽한 계획이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 무리를 이끄는 자는 때로는 겁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중해야 옳았다.

우진은 지금 가슴 한 구석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에 목구멍이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었다.

“··············.”

“진님? 저기···.”

“아···? 왜 그러십니까?”

“답신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일을 제 독단으로 결정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제 동료들과 상의를 해야 하니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저는 가능하면 빠르게 답장을 받아가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오늘은 여기서 머물고 내일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까지 폐를 끼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만·····.”

우진의 말에 사신으로 온 자는 잠시 난처한 태도를 보였다.

‘수상해···.’

의심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법이다.

노골적으로 이 도시에 머물기 싫어하는 사신의 태도에서 우진의 의심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일단은 머물러 주십시오. 저희도 의논을 해야 하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순순히 대답하고 물러나는 사신이었지만 우진은 뭔가 이상한 태도를 느꼈다.

‘이건 수상해. 한 없이 수상해.’

우진은 바로 주변의 동료들을 불러서 이 사신의 계획에 관해서 의논을 하기로 했다.

“좋은 애기잖아? 지금 당장 응하지 그래?”

우진의 설명을 듣고 나서 디오클레이우스는 바로 응하자는 말을 했다.

“파르노무스의 시민들이 우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겁니다. 거기는 시라쿠사 이상가는 천연의 항구 도시라고 하니까요..”

“좋은 일들이 겹치는 군요.”

대부분의 동료들은 모두들 이번 사태에 관해서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 돌들이···.’

우진은 동거동락한 동료들이 전투시에는 정말 믿음직 스러웠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단세포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뭔가 이상한 점은 아무도 못 느끼는 거야?”

우진의 말에 동료들은 순진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이상해? 뭐가?”

“뭐가 이상하다는 말입니까?”

“이상 할 것은····. 예. 없는 것 같습니다만, 완벽한 계획으로 보입니다.”

“··············.”

오늘따라···.

동료들이 참 미덥지 않은 우진이었다.

그때 한쪽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디도가 말했다.

“반대급부. 이쪽에서 치러야 할 대가가 하나도 없군요.”

“음!! 과연····.”

디도의 말에 진은 그제야 이 계획에서 마음에 걸리는 점이 뭔지 확실히 알았다.

이 계획서에는 우진에게 도시를 바치겠다고만 적혀져 있었지만 거기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사항은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상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보통은 요구 조건으로 뭔가를 요구 하는게 보통이지 않은가?

재산을 요구 하던가? 도시의 지분을 요구 하던가? 뭔가를 요구하는게 당연했다.

듣기로는 파르노무스는 상당히 큰 도시라고 했다.

릴리바이움이 동쪽의 평야에서 얻는 식량이 주 수입이라면 파르노무스는 그야말로 천연의 항구 도시라고 했다.

항구를 이용한 교역이 활발해서 물류가 많이 흘렀고 그런 도시이기에 비축된 물자도 풍부했다.

그런데 그런 도시를 들어서 바치면서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만사 대가 없는 순수한 도움은 지극히 드문 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것은 진리라고 해도 좋았다.

하나를 의심하기 시작하자 여러 가지 의문점이 도미노처럼 쓰러져서 드러났다.

‘시민들의 대표? 속주 시민들 사이에 그 정도의 단결력이 있나?’

그것도 이상했다.

그 정도의 단결력이 있다면 진작 어느 정도 로마군을 향한 반항심이 있어야 했다.

============================ 작품 후기 ============================

로마군 : 카드 한장을 깔고 턴을 넘기겠다.

우진 : ..... 그거 함정 아니야?

오늘은 삼연참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순위가 20위 안으로 올라서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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