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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48화 (48/220)

48화

우진이 배에서 내려서 도시의 정찰을 위해서 도시로 들어가고 나서 가르코스는 우진의 지시대로 배를 지키고 있었다.

몰래 정찰을 온 상황이니 가능하면 눈에 띠지 않게 하는 것이 좋았다.

가르코스는 얌전히 배에 올라타서 여자들과 함께 기다리려고 했다.

그때···. 아까 우진과 대화를 나눴던 병사중에 한명이 배로 찾아왔다.

“어쩐 일이십니까? 병사님.”

배로 찾아온 불청객을 보고 가르코스는 순간 짜증이 났지만 계획을 망칠 수는 없어서 공손하게 병사를 대했다.

“으음···. 이 배에 타고있는 여자를 좀 보고 싶은데?”

“·······저기, 전 이 배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상품의 구매를 원하시면 선장님이 오실 때 까지··.”

“난 여자를 좀 보자고 했다. 뭐 불만 있나?”

“··············.”

‘이 새끼를·····.’

가르코스는 순간 살기가 솟구쳤다.

지금 이 배에는 자신을 포함한 검투사 출신의 병사 세 명과 이미 전투를 치러본 병사도 두 명이나 있었다.

로마 병사 나부랭이 하나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해는 밝았고, 주변의 사람들도 많았다.

만에 하나 병사의 비명 소리라도 새 나가면 모든게 끝이었다.

결국 지금은 고분고분하게 구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리로 오시죠.”

“그래···. 진작에 그럴 것이지.”

가르코스의 안내를 받아서 병사는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멈칫 멈췄다.

“아니··. 여자들을 여기 갑판으로 데리고 와라.”

“······족쇄가 달려 있어서 밖으로 데리고 오는 것 보다는 안에서···.”

“데리고 오라니까.”

“···알겠습니다.”

‘빌어먹을 개 같은 로마새끼···.’

가르코스는 일단 선창의 안으로만 들어가면 이 자식을 소리 없이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놈은 선창의 안으로 들어갈 것을 거부했다.

아마도 자신들을 경계한 것일 것이다.

‘이 놈들 십중팔구 해적들일 텐데···. 함부로 따라가면 위험하지.’

실제로 가르코스의 예상대로 병사는 이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붉은 파도의 첩자라는 생각은 안하고 있었지만 이 시대의 노예 상인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해적들이었다.

지금이야 로마에 소속되어 있는 항구니까 이렇게 고분고분 하지만 단 둘이 있게 되는 사태는 꼭 피해야만 했다.

몸 사리는 일에는 이골이 난 병사의 태도 때문에 가르코스는 어쩔수 없이 여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여자들은 겉으로는 노예의 흉내를 내고 있었지만 사실은 붉은 파도의 동료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가르코스는 사전에 말을 해 뒀다.

절대로 반항하지 말라고. 지금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이다.

“호오···. 제법 쓸만 한 여자들이 많은걸?”

로마의 병사는 여자들을 보고 히죽 거렸다.

그리고 한명 한명을 둘러 보다가 마음에 드는 한명에게 가서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면서 여자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읏····.”

“병사님!!!”

여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했고 가르코스는 급하게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병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왜 그러지? 어차피 창녀로 팔 여자들이잖나?”

“하지만 상품입니다.”

“훗, 어차피 너희들도 한참 가지고 놀았을 텐데 대 로마제국의 병사인 내가 좀 가지고 노는게 아깝다는 건가?”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자의 은밀한 속살을 자기 좋을 대로 만져대고 있었다.

“읍!!”

여자는 다리를 바짝 오므리면서 어떻게든 로마 병사의 손길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놈은 그런 여자의 반응 하나하나까지 즐기고 있었다.

“훗, 제법 반응이 싱싱한걸?”

여자는 그런 병사의 희롱에 최대한 참으려고 했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두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안돼···. 참아야 해.’

가르코스는 여자에게 살짝 눈치를 주면서 병사에게 말했다.

“선장님이 없는 동안 상품에 흠이라도 나면 저희가 바로 물고기 밥이 됩니다. 좀 봐주십시오.”

가르코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에게 사정했지만 그 사정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건 너희들 사정이고···. 너희들 오늘 정박 했으니 적어도 오늘 당장 떠나지는 않겠지?”

“그건·····.”

“이 여자 하루 정도 빌리도록 하지. 이건 그 대가로 술 값이다.”

병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우진에게 받았던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서 가르코스의 발치에 던졌다.

땡그랑!!

가르코스는 생각 같아서는 이 바닥에 동전이 아니라 저 빌어먹을 로마병사 새끼의 목을 굴러다니게 하고 싶었다.

하려고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만으로 끝내야 했다.

우진이 없는 동안 소란이 벌어지면 큰일이었다.

‘노예상인이 상품인 창녀를 이 이상 감싸는 것도 수상해 보일 수 있는 일이다.’

가르코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체념하고 말했다.

“내일···. 꼭 돌려 주셔야 합니다.”

“훗···. 알았다. 너희 선장이라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얘기를 잘 해주지.”

놈은 그렇게 말하고 여자를 데리고 배로 내려가려고 했다.

.

“아···. 생각해 보니 이 여자 혼자서는 좀 버거울 지도 모르겠군.”

“예!!?”

가르코스는 당황했다.

빌어먹을 개자식이 기껏 가려고 하더니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오늘 우리 동료들 끼리 술자리가 있어서 말이지···. 거기 다른 여자들도 좀 빌리지. 어차피 빌리기만 하는 거니까 상관없겠지?”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에는 주머니채로 가르코스에게 던져줬다.

“아니 그건···?”

“뭐지? 아니면 하나는 되고 여럿은 안 된다는 건가? 그런 이유가 있나?”

“········아···아닙니다.”

‘당했다······.’

가르코스는 사람 잘못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까 선창 아래로 안 내려 가려고 한 것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이 새끼는 이런 일을 한 두 번 해 본놈이 아니라 아주 상습법인 것이다.

아마도 혼자서 일을 벌이면 위에서 어떤 채근이 들어올지 모르니 다른 동료들, 혹은 바로 위의 상사까지 매수해서 같이 즐길 생각인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 여자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것이고 말이다.

‘아마도 처음에 한명만 지목한 것도 연기였겠지. 절대로 안된다고 말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야.’

가르코스의 예상 그대로였다.

“그럼. 여자들은 내일 돌려주지. 걱정하지마. 혹시 망가지면 물어 줄테니 말이야. 크하하하····.”

놈은 그렇게 재수 없는 웃음을 보이면서 여자들을 데리고 돌아가 버렸다.

이런 이유로 해서 여자들은 병사들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배에 돌아온 우진이 여자들이 어디에 갔는지 알게 되자 가르코스의 얼굴을 한 방 날려 버린 것이다.

쓰러진 가르코스의 멱살을 잡고 우진은 으르렁 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들은 우리 동료다. 그런데 엿 같은 로마 병사 새끼들이 데리고 가는 것을 그냥 방관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 어쩔 수 없는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우진의 말에 가르코스도 악에 받쳐서 대꾸했다.

“저희가 여기서 소란이라도 피우면 도시 안에 있는 진님이 위험 할 수도 있었단 말입니다.”

“그게 동료를 버릴 핑계가 된다고 생각하나!!!?”

“물론입니다!!!”

“············.”

우진은 지금 심정 같아서는 가르코스의 얼굴을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가르코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모순을 동반한 짜증과 분노가 밀려왔던 것이다.

“여자들뿐만 아니라 여기 나머지 전원을 합해도 진님 하나 만큼의 가치가 없습니다.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릴리바이움의 수많은 형제들과 시민들을 생각해 보시란 말입니다.”

“··············.”

“제 결정으로 인해서 여자들이 고통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이 틀렸다고는 지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르코스의 말에 우진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만 뒀다.

사실 중요도만 놓고 보면 그의 말이 맞기도 맞았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지금 우진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여자들이 내일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내일 여자들이 돌아오면 도시를 떠난다.

그리고 내정하게 계획을 짜서 비비아노의 함정에 대처한다.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리고 사내는···.

때로는 머리만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움직일 때가 종종 있는 법이다.

시름으로 가슴이 먹먹할 때.

기쁨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을 때.

그리고 분노로 격정이 차 올랐을 때····.

“여자들을 오늘 되 찾는다.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뒀겠지?”

“예. 혹시 몰라서 저희가 여자들을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따라가서 알아왔습니다.”

“다행이군. 지금 당장 찾으러 간다.”

“진님···.”

“내 말을 들어라. 가르코스!!!”

“하지만···.”

자꾸 토를 다는 가르코스를 위해서 우진이 본격적으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네가 생각하는 것은 안다. 여자들을 희생 시켜서라도 우리 임무를 우선시 하고 싶었겠지.”

우진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 같이 말하자 가르코스는 열변을 토했다.

“그렇습니다. 진님은 저희에게 로마를 무너트리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저에게 그 빌어먹을 개 자식들의 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여 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 아이들을 죽인 엿 같은 로마 새끼들이 피를 토하면서 죽어 가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말을 하는 가르코스의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역시 로마인에게 자신의 일족이 살해 당하고 노예로 잡힌 경우였다.

그의 눈앞에서 어린 아들이 찔려 죽기도 했다.

로마를 쓰러트릴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우진에게서 간신히 그 희망을 봤는데 그 희망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우진에게 절절히 매달리는 것이었다.

“내가 너에게 한 말에 거짓은 없어.”

“그렇다면 어째서···.”

“가르코스!! ······네 심정은 충분히 알고 있다.”

“진님····.”

“확실히 우리는 로마를 쓰러트리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심 하나 때문에 이런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니야.”

“···········.”

“다시는 너의 가족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진의 말에 가르코스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과거 로마의 병사에게 죽어 나가던 그의 가족, 능욕 당하던 그의 누이···.

그 모든 광경이 아직도 꿈에도 나올 정도로 생생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여자들이 잡혀가는 순간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 버린 것이다.

“아···. 아아·····.”

가르코스는 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확실히 자각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로마에 대한 분노로 모든 것을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가족이 겪었던 아픔을 또 재현시키는 것은 그도 바라지 않았었는데····.

후회하고 있는 가르코스를 보고 우진이 말했다.

“가자. 늦었든 빠르든···. 우리의 동료를 구하자.”

“옛. 진님!!!”

우진은 가르코스를 위시해서 다섯 명의 검투사 노예 전력을 데리고 여자들을 찾기 위해서 밤거리로 나갔다.

============================ 작품 후기 ============================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로마의 혁명'이 10위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감사의 의미로 이틀 연속 삼연참이 들어가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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