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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52화 (52/220)

52화

사실 베레스 총독하고 직접 만나는 것은 우진도 처음이었다.

우진이 부하들을 포함해서 500의 동료들을 이끌고 온 것에 비해서 베레스는 1,000의 군사를 이끌고 왔다.

하지만 우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일정 거리에서 마주한 양 군세에서는 양쪽의 대표로 우진과 베르스, 그리고 호위병 몇 명만이 앞으로 나왔다.

“당신이 베레스인가?”

“그렇다. 네놈이 진이라는 야만인이군.”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너희 로마인들도 충분히 미개인이다.”

뿌드득····.

“감히····.”

우진의 말에 베레스는 이를 갈면서 분해했지만 우진은 신경 쓰지 않고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서로 보고 있어봤자 반가운 사이도 아니고···. 할 일이나 하고 헤어지지. 나도 네놈 얼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베어 버릴 것 같거든?”

우진의 말에 베레스의 호위병들은 발끈 했지만 그래도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물건은 확실하겠지?”

“뒤편의 짐마차에 실려있다.”

베레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뒤편에 수십개의 짐마차를 가르켰다.

“확인해 보겠다. 마차를 두고 군사를 뒤로 물려라.”

“······의심 많은 야만인 답군. 좋다.”

베레스는 뒤편에 지령을 내렸다

“전 부대 100미터 뒤로 후퇴하라!!!”

베레스의 명령에 따라서 병사들은 짐마차와 말들을 내버려 두고 그대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제 됐나?”

“아직, 확인해 본다고 하지 않았나?”

베레스가 병사들을 물리자 우진은 부하들을 보내서 물건을 확인해 봤다.

말 천 마리는 멀리서도 확인 가능했지만 짐마차에 실려있는 물건은 안을 직접 살펴봐야 확인이 가능했다.

사실 우진은 이 때 베레스가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 확실합니다. 진님!!”

“품질도 양호하고···.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하들의 확인을 하고 나자 우진은 베레스를 보면서 말했다.

“의외로군. 부패한 총독 나부랭이 주제에 약속을 지키다니 말이야.”

“그 입 다물어라. 되 먹지 않은 야만인아.”

“아니지···. 아마도 약속 보다는 그만큼 원로원의 귀에 자신의 부정이 귀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랬던 것일까?”

“닥치라고 했다.”

베레스는 이를 악물고 우진을 잡아 먹을 것처럼 노려봤다.

그런 베레스를 향해서 우진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좋다. 나 역시 약속은 지켰으니 말이야.”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뒤편에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우진의 부하들이 꽁꽁 묶인 비비아노를 데리고 왔다.

“음!! 으음!!!”

재갈을 물려서 몸부림 치고 있는 비비아노를 보고 베레스는 눈에 불을 켰다.

그는 최근에 비비아노가 수작을 부려서 자신이 원로원에 원군을 청하 것도 무효로 돌렸다는 것을 알았다.

“비비아노·····.”

산채로 머리뼈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을 것 같은 눈빛을 한 베레스를 보고 비비아노는 심장이 덜덜 떨렸다.

그는 차라리 우진이 자신을 베레스에게 넘기지 않기를 바랬다.

베레스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저런··. 서로 사이 좀 좋게 지내지 그래?”

“닥쳐!!!”

우진의 이죽거림에 베레스는 날카롭게 대응했다.

이윽고 우진의 부하들이 모든 짐마차를 들고 돌아오지 우진도 베레스에게 비비아노를 넘겼다.

“그럼. 우리는 이대로 가겠다. 달리 할 말 있나?”

우진이 하는 말을 들은 베레스는 이를 갈면서 우진에게 말했다.

“놔 주는 것은 이번 한 번 뿐이다. 다음에 내 눈에 띠는 날에는 네 놈의 엿같은 대가리를 쳐 날려 주마.”

“큭···. 기대하지.”

우진은 마치 너 따위가 잘도 그러겠다. 라는 눈을 하고는 말을 돌려서 가버렸다.

그런 우진의 등 뒤로 베레스가 비비아노를 죽일 듯이 구타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유쾌하게 무시했다.

베레스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우진의 부하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진님. 정말로 베레스가 순순히 약속을 지킨 것일까요? 아무런 수작도 보이지를 않는군요.”

“훗, 그럴 리가 없지.”

우진은 부하의 말에 콧 웃음을 쳤다.

“부패한 정치가라는 존재들은 말이야. 손해 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해. 설령 자신이 내일 죽을 목숨이라고 해도 그동안 자신이 이룩한 재산이나 권력을 죽는 그 순간까지 쥐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들이지.”

우진이 생각하기에 부패 정치가들은 그런 놈들이었다. 정치가로서의 뼈대가 굵은가 얇은가의 정도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얼마만큼 칼 같이 쳐낼 수 있느냐 라는 것이다.

자신의 부패공작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서 반란군 입장에 있는 자신에게 무기를 넘겨주는 베레스에게 그런 뼈대가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든 우진이었다.

베레스를 직접 만나보고 나서는 그런 감상이 더욱더 확신으로 변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인가? 이 시기에 시칠리아를 담당하고 있는 인간이 저런 피라미라서.’

우진의 입장에서는 정말 고맙울 뿐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원로원에 무능한 인간을 시칠리아에 짱 박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내용의 감사 편지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진님, 그렇다면 놈들이 역시 수작을 부리려는 걸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내 생각 같아서는 이 앞쪽의 협곡 부분에 매복이라도 해 놓지 않았을까?”

우진의 말에 부하는 ‘설마’ 라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 하지만 첩자의 정보로는 총독이 끌고 온 병력은 저게 다라고 했습니다.”

“나도 안다.”

“그런데 매복이 어디서···.”

“진님!!”

그때 갑자기 말 머리를 잘라 버리면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그것은 미리 앞쪽의 정찰을 보낸 우진의 부하였다.

그는 재빨리 와서 우진에게 말했다.

“이 앞쪽의 협곡의 위쪽에 로마군들의 매복이 보입니다.”

“····거봐? 내가 그랬지?”

“············.”

우진의 말에 좀 전까지 설마라고 말하던 부하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우진이 이 파르노무스의 남서쪽에서 거래를 하자고 한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사실 그냥 서쪽에서 거래를 하면 시칠리아 북부도로를 타고 바로 릴리바이움까지 갈 수 있는데 일부로 좁은 소로를 택한 것이다.

이 소로는 산과 산의 사이에 있는 좁은 길목을 지나가야 했기에 사실 거래를 마치고 빨리 릴리바이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여기를 거래의 장소로 탱한 것은 일종의 유인이었다.

돌아가는 길목에 딱 좋은 매복지.

시라쿠사에서 군을 움직이지 않아도 바로 옆에 있는 파르노무스의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용이함.

거기다 로마인들 특유의 오만함까지 계산해서 우진은 이 길을 택한 것이다.

“생각대로 로마군이 움직였군. 마시르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전해라. 생선이 미끼를 물었다고.”

“옛!!!”

달려가는 전령을 보고 우진 주변의 부하들은 우진을 존경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이 분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실들을 안 것일까?’

‘혹시 헤라클레스처럼 신의 후예인가?’

‘지름신에게 신탁이라도 받은 것일까?’

우진은 자신을 존경 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뭐해? 빨리 안 움직여?”

“옛? 아닙니다. 가자!!”

부하들은 그제야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진은 신의 후예도 아니고 지름신의 신탁 따위는 안 받았다.

지름신의 신탁은 보통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 쥐고 있을 때나 받는 거다.

지금 우진은 조금씩 책사로서의 능력을 개화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것도 적으로 돌렸을 때 가장 까다로운 모략형 책사에 말이다.

보통 전쟁터에서 책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다음 행동이 뭔지 알아내는 것이다.

여기서 패턴이 두 가지로 바뀐다.

하나는 현재의 상황에서 적이 어떤 행동을 할지 계산하고 예측하는 지략형.

그리고 또 하나는 상황을 움직여서 적이 오직 한가지 패턴으로 밖에는 움직일 수 없게 외통수를 쳐 버리는 모략형.

무엇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지략형은 크게 무리수를 두지 않고 안전제일주의로 가는 반면에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대신 모략형은 적의 움직임을 컨트롤 해서 큰 성과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자신과 동류의 고수를 만났을 때는 오히려 이용만 족족 당하거나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우진은 현대에서는 검도 챔피언이었고, 지략이나 군사학을 배운 적은 없었다.

하지만 환경에 생물이 적응해서 진화를 하듯이···.

인간도 변화한 상황에 맞춰서 자신을 바꿔가는 법이다.

우진은 아직 개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을 조종하고 유도하는 모략형의 지략가에 눈을 뜨고 있었다.

일단 우진은 재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 500의 병사들 전원을 말에 태웠다.

“나머지 말과 무기들은 전부 주변의 수풀에 잘 숨겨둬라. 싸움이 끝난 후에 찾으러 와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좋아!!! 이제 가자!!!”

우진은 부하들 전원을 데리고 매복이 기다리는 함정 속으로 정면으로 다가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매복이 기다리는 쪽으로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해 봤자 이미 베레스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놈이 가져온 1,000의 군사는 아마도 그런 용도였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지금쯤이면 파르노무스에서 군사를 좀 더 증원 받아서 우리의 뒤를 따라오고 있을지도 모르지.’

즉, 이제와서 매복을 피해서 뒤로 도망가는 것은 절대로 활로가 아니었다.

활로는 어디까지나 앞이었다.

정면을 돌파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진은 최정예의 기마병 500을 이끌고 온 것이 아니겠는가?

우진은 협곡의 입구에 다 와가서 부하들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달리기 시작하면··. 모두 한꺼번에 내 뒤를 따라라. 조용히 전달.”

“예. 알겠습니다.”

부하들은 조용하게 우진의 명령을 전달하면서 부하들을 준비 시켰다.

이때 이미 우진은 협곡의 좌우편에서 상당한 살기가 풍기는 것을 알았다.

‘나무가 이렇게 우거진 숲이라면 낙석은 무리다. 아마도 화살로 오겠지.’

협곡의 상단부를 점거한 병사들이 화살로 공격하면 이쪽에서는 싸울 수단이 없었다.

‘그래···. 싸울 수단은 말이지····.’

반쯤 협곡에 들어온 우진은 적들의 살기가 점점더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팽팽함이 끊어지기 바로 직전!!!

“전원 달려!!!!”

“이럇!!!”

“하앗!!!!”

우진의 호령과 함께 500의 기마가 갑자기 질주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함정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먹튀의 진수를 보여주마.

여러분들의 응원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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