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베레스 우진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다.>
“진님. 적들의 추적이 서쪽에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찰을 갔다 온 부하의 보고를 받은 우진은 피식 웃었다.
“우리를 어지간히도 서쪽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어떻게 할 까요? 강행 돌파할까요?”
“상관없다. 놈들이 원하는 대로 동쪽으로 가자.”
“옛. 알겠습니다.”
적들의 세력권 안으로 간다는 말을 해도 의심 없이 따르는 부하들을 보고 우진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게 정예지····.’
우진은 작전에 보안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동쪽으로 가는 이유는 우진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부하들은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동쪽으로 가겠다는 우진의 결정을 따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우진에게 절대적인 충성심과 신뢰를 품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신뢰에 꼭 응해주지.’
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부하들을 이끌고 동쪽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로마군의 추적은 집요하게 달라 붙었다.
만에 하나라도 우진이 이끄는 기마대의 흔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무리를 해서 부대를 나눠서 공격하고 따라 붙었다.
그렇게 무리를 하는 만큼 추격 부대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베레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우진을 잡아 죽일 수만 있다면 지금 자신이 이끌고 있는 부대가 전멸을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베레스는 이미 반쯤 미쳐 있었다.
미쳐서 집착하고 있는 베레스.
냉정하게 상황을 넓게 보고 있는 우진.
이미 둘의 승부는 결정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쫓기는 쪽 보다 쫓는 쪽이 더 고난했던 추격전도 끝을 보려고 하고 있었다.
우진과 베레스의 거래가 있고 나서 3주가 지나고 난 후였다.
“사령관님. 내일이면 드디어 파르노무스의 영역권 까지 적들을 몰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파르노무스에 보낸 전령은 어찌 되었나?”
“아직 답이 없습니다.”
“으음····. 전령을 너머 늦게 보냈나?”
“어떻게 할까요? 답을 기다릴까요? 아니면 전령을 한 번 더····.”
“아니 됐다. 그러다가 저 간악한 붉은 파도 놈들을 놓치는 것이 더 큰 일이다.”
“하지만·····.”
“괜찮다고 하지 않느냐? 어차피 성벽의 근처에 도달하면 파르노무스의 병력이 호응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문제는 붉은 파도를··, 적의 수괴인 진이라는 개자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잊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총독 각하.”
전령에게 지시를 내린 베레스는 지도에 있는 파르노무스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면서 말했다.
“내일이다···. 내일 이면 모든게 끝난다.”
베레스는 내일 파르노무스에서 우진의 최후가 결정 될 것이라고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음날.
우진은 베레스가 보일락 말락 한 장소까지 가서 베레스을 직접 유인했다.
하긴 그렇게 유인할 것도 없이 이미 로마군은 착실하게 우진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우진은 자신의 뒤에서 부지런히 따라오는 베레스의 본군을 보고 미소 지었다.
“잘 따라 오는군.”
“후후···. 그렇게 말입니다.”
“좀 있다가 놈들의 표정이 기대 되는 군요.”
우진의 부하들은 오늘 아침에 와서야 우진에게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베레스의 추적을 오히려 즐기기까지 하고 있었다.
드디어 우진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줄기차게 따라오는 베레스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진님!! 성벽이 보입니다.”
“좋았어. 이대로 달려라!!!”
“옛!!!!”
“옛!!!!”
“옛!!!!”
우진과 부하들이 파르노무스의 성벽을 향해서 박차를 가하는 것을 보고 뒤편에서 베레스는 우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뭐하자는 거지? 설마 기마로 성벽을 넘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생각을 해도 꼭 저 같은 생각을 하는 베레스였다.
당연히 우진은 그런 병신 짓거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 하면 우진이 성벽에 다가가자 알아서 성문이 쩍 하니 열렸으니 말이다.
“이대로 들어간다!!”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파르노무스에 입성했고 입성한 그를 반기는 것은 오랜만에 만난 형제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하하하!! 수고 많았다. 진.”
“너야 말로, 멋지게 해 냈군.”
우진은 말에서 내려서 디오클레이우스의 굳건한 팔을 덥석 마주 잡았다.
한편.
우진이 디오클레이우스와 함께 ‘서로 칭찬 합시다.’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또 한 명은 ‘세상에 이딴 일이’를 찍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저 반란군에게 파르노무스의 성문이 열리냔 말이다!!!!!”
베레스는 자신이 미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격분했다.
베레스 자신은 모르겠지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었다.
처음에 협상을 제의 했을 때부터.
그 후에 태연하게 함정에 걸려 들었다가 알짱 알짱 거리면서 그를 도발 했을 때부터.
그리고 북부의 도로에서 길을 파르노무스 쪽으로 꺾은 것 까지····.
그 모든 것은 우진의 계횓 대로였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에 돌원숭이처럼 베레스는 처음부터 끝가지 놀아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원래 우진의 계획은 이랬다.
파르노무스에서 거래를 하면 베레스는 틀림없이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할 것이 뻔했다.
거기서 우진은 생각했다.
시라쿠사에서 직접 끌고 오는 병력에 한계가 있는 이상 베레스는 틀림없이 가까운 대도시인 파르노무스에서 병력을 차출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거기서부터 베레스는 우진의 손바닥 위에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베레스가 우진을 추적하기 위해서 몇날 며칠을 개고생 하면서 허공에 삽질 삼매경을 하고 있는 사이에 우진의 지시를 받은 디오클레이우스가 릴리바이움에서 움직였다.
릴리바이움에 있는 모든 배를 총 동원해서 디오클레이우스는 3,000의 병력을 실고 파르노무스로 향했다.
사실 이 행동에는 두 가지 도박 요소가 있었다.
하나는 해상을 항해하는 동안 로마군단의 해군 병력에게 걸리지 않을까 하는 것.
아직 해전의 경험도 없고 장비도 없는 붉은 파도의 군대에게 있어서 해전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우진이 장인들을 닦달해서 거북선을 만들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택도 없었다.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바보 취급만 당했다.
어쨌든 로마의 해군 전력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디오클레이우스는 야밤에 출항해서 먼 바다를 빙 돌아서 갔다.
혹시라도 연안을 끼고 돌다가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로 멀리 돌아가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파르노무스에 도착한 디오클레이우스였지만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있었다.
파르노무스는 현대에 와서는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일 정도로 큰 요새 도시였다.
물론 이 당시의 고대 로마에서는 시라쿠사가 가장 컷고 파르노무스의 규모는 메사나에도 따르지 못하고 이었지만···.
여전히 물류가 많이 도는 대도시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즉, 도시의 방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우진을 이것을 어떻게 하기 위해서 베레스를 약 올려서 숨박꼭질을 하게 한 것이다.
파르노무스의 방위군은 총 6,000정도였다.
이 중에 3,000을 우진을 추적하기 위해서 베레스가 데리고 갔다.
그 말은··. 지금 방위군으로 남아있는 것은 3,000정도가 고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오클레이우스가 이끌고 있는 병력도 마찬가지로 3,000남짓.
작전의 전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우진이 지시한 한가지 당부가 떠 올렸다.
[“항구에 도착해서 전투가 시작되려고 하면, 배 위에서 연기를 피워서 봉화를 올려. 그럼 내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발생할 테니까?”]
그 깜짝 이벤트가 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믿을 뿐이었다.
어쨌든 3,000 대 3,000.
하지만 이쪽은 익숙하지도 않은 배를 타고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전황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우진이 준비한 한 수의 안배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연기를 피워라!!”
“예. 알겠습니다.”
“진, 너만 믿는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일단 신호를 보냈으니 남은 것은 하나 뿐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대규모 선단이 해안에 나타나자 파르노무스의 방어군도 재빨리 움직였다.
“모두 위치로!!! 한 놈도 상륙하게 두지 마라!!!”
지휘관은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위쳤다.
이 도시도 원래는 카르타고의 요새 도시였던 곳이다.
도시의 부두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책은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병사들이 부둣가에 방패를 들고 집결했다.
망루와 군대군대 있는 요새의 성탑의 발리스타에도 병사들이 배치 되었다.
“적들이 사거리에 들어왔습니다.”
“좋다!! 쏴라!!!!”
푸슉!! 푸슈욱!!
가장 먼저 불을 뿜은 것은 로마군이 자랑하는 발리스타와 캐터펄트였다.
거대한 발리스타의 촉과 돌덩어리가 다가오는 배들을 향해서 날아갔다.
콰직!! 우지끈!!
원래 발리스타와 캐터펄트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공성병기였지만 이렇게 해안에 다가오는 배들을 박살내는 것에도 용이했다.
“화살을 쏴라!!!”
로마군의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서 화살을 들고 모인 부둣가의 병사들도 화살피를 날리기 시작했다.
“아악!!”
“큭··· 제기랄···.”
배를 타고 진격하던 디오클레이우스의 병사들은 익숙하지 않은 해전으로 애를 먹었다.
“노를 젖는 것을 멈추지 마라!! 진격하라!!!”
디오클레이우스는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지시했다.
이런 화력전에서 잔 머리는 필요 없다.
우진이 안배한 한 수가 어떤 것인지는 몰아도 그래도 일단 지금은 무조건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화살비와 공성 병기의 공격에 배가 가라앉고 부하들이 다쳤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면 안 되는 것이었다.
적의 공격이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살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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