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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65화 (65/220)

65화

<크릭서스의 용맹.>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필수 사항을 눈치 못채고 있는 병신을 보고 있노라면 크라수스는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가장 열 받는 것은 뭔지 아나? 내가 논리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크릭서스를 먼저 상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순간, 놈은 오기로라도 내 말을 듣지 않고 북쪽으로 군대를 돌릴 것이라는 거야.”

“그건····. 그렇겠죠.”

시저가 생각해도 타당한 의견이었다.

크라수스가 군사 회의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고 이렇게 혼자 막사에 와서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도 그래서였다.

원로원에서는 크라수스의 영향력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가능하면 이번 반란군의 토벌도 온전히 겔리우스의 공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마 원로원에서는 미리 겔리우스에게 언질을 했을 것이다.

절대로 크라수스의 말을 듣지 말라고 말이다.

“후우···. 어쩔 수 없군. 슬슬 치워야 겠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치우는 것, 효율적으로 잘 이용해야 되지 않겠나?”

“좋은 생각입니다.”

크라수스와 시저가 머리를 맞대고 겔리우스를 밀어낼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다음날.

겔리우스의 군은 둘로 나뉘어 졌다.

겔리우스가 2만을 이끌고 크라수스가 1만을 이끌고 갈라진 것이다.

“그럼 겔리우스 장군. 난 크릭서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가겠소.”

“음, 로마를 부탁하오.”

크라수스는 어제 군사 회의에서 겔리우스에게 제안했다.

아무리 그래도 로마를 향해서 진군하고 있는 1만의병력을 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라고 말이다.

그러니 겔리우스는 스파르타쿠스를 잡으러 가고 자신이 1만의 병력을 가지고 크릭서스를 잡겠다고 한 것이다.

겔리우스가 듣기로는 맞는 말 같았다.

처음에는 그냥 피라미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크라수스의 말을 들어보니 크릭서스가 이끄는 굴족 놈들은 로마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챘다.

그는 약간 당황했고 그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고 크라수스가 언변을 이용해서 능숙하게 그를 조종했다.

겔리우스는 유능하고 우수한 군인이기는 했지만 정치적인 모략이나 설득에는 너무나 취약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크라수스의 요청을 받아 들여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 전쟁에서 제대로 된 공적을 세우기 위해서는 스파르타쿠스를 잡아야 했다.

오히려 스파르타쿠스와의 전선에서 크라수스가 사라져 준다면 그에게 돌아갈 공적은 더욱더 줄어들 것이 확실했다.

그것은 원로원의 이해와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크라수스와 갈라져서 2만의 병력을 이끌고 있는 겔리우스는 북쪽의 스파르타쿠스를 쫓기 위해서 이동했다.

다만 특이한 것은 북쪽으로 이동해야 할 겔리우스가 진로를 남쪽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왜 그가 이렇게 남쪽으로 진로를 잡았냐고 하면 어제 크라수스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크라수스는 2만의 병력으로 걸어서 스파르타쿠스의 일행을 쫓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 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일단 남쪽에 있는 바리움의 항구에 가서 거기서 배를 타고 아드리아해에서 배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서 스파르타쿠스를 잡기로 했다.

육로를 이용해서 추적하는 것 보다 속도가 더 붙고 또 병사들의 로스도 적은 방법이었다.

사실 고대 로마라고 해도 2만이라는 인간을 배에 태워서 이동 시키는 것은 큰 일이었다.

하지만 천하의 크라수스는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재산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사재로 배를 수배했으니 겔리우스에게는 이용만 하면 된다고 한 것이다.

대신에 나중에 논공 행사 때 이 사실을 좀 신경 써 달라는 식으로 말했다.

결국 겔리우스는 그런 크라수스의 말에 흠뻑 넘어가서 이렇게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크라수스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역시 언제까지 독불 장군으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 거겠지.’

겔리우스는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기분이 묘해졌다.

로마의 원로원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저 사나운 이리 같은 크라수스가 자신에게 부탁하는 모습이라니···.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될 것 같았다.

뭐···. 그건 그가 살아 있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남쪽으로 향하던 겔리우스는 뜻밖의 상대를 만나게 한다.

“사령관님. 전방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그게 누구냐?”

“····반··· 반란군으로 보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전투 대형을 갖춰라!!!”

그야말로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해야 할까?

지금 겔리우스의 앞에 나타난 것은 가르가누스 산에서 내려온 크릭서스였다.

로마로 향하기 위해서 서쪽으로 진로를 잡은 크릭서스, 바리움의 항구에 가서 배를 타기로 한 겔리우스.

양쪽의 병력이 정말 우연히도 마주쳐 버린 것이다.

양쪽의 정찰병이 이미 발견했을 때는 피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할 정도로 정말 갑자기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조작한 인간이 없다면 절대로 있기 힘들 우연에 우연이 겹친 상황이었다.

“저 엿 같은 로마새끼들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전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겔리우스를 만나서 당황하고 있는 것은 크릭서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크릭서서는 물론이고 스파르타쿠스도 행군을 할 때는 부근의 노예에게 협조, 혹은 자유민에게 협박을 해서 길잡이로 쓰고 있었다.

그것은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었는데 스파르타쿠스는 그런 길잡이들을 이용해서 군대를 효율적으로 이동 시켰다고 했다.

주로 주인에게 불만이 많은 목동들이 반란군의 길잡이 역할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당연히 크릭서스도 그렇게 주변의 목동에게 협조를 구해서 서쪽으로 진군중이었다.

마침 딱 좋게 주변의 지리에 자신이 있다는 목동 출신의 노예가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노예가 실은 크라수스가 심은 스파이라는 것도 모르고 여기가지 와 버린 것이다.

하지만 크릭서스 역시 후퇴를 모르는 전사의 영혼을 지닌 자였다.

“상황은 아무래도 좋다···. 형제들이여!!!!!”

크릭서스는 부지런히 대열을 바꾸고 있는 로마군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우리들의 승리를 위해서 엿 같은 로마 새끼들이 눈앞에 왔다. 형제들이여 함성을 질러라!!!”

“우오오오오!!!!”

“오오오오오!!!!”

호전적인 굴족의 피는 순식간에 끓어 올랐다.

“누가 저들의 피를 검에 묻히겠는가!?”

“크릭서스!! 크릭서스!!”

“누가 이 대지에 엿 같은 로마의 개들의 피로 적시겠는가!?”

“크릭서스!! 크릭서스!!”

“그 누가 로마를 불태우고 짓밟히고 유린당한 형제 자매들의 한을 풀겠는가!!?”

“크릭서스!! 크릭서스!!”

“검을 뽑아라 형제들이여!!! 돌격!!!!!!”

“우오오오오!!!”

“오오오오!!!!!!!!!”

“다 죽여라!!!!”

크릭서스가 돌격 명령을 내릴 때까지도 겔리우스는 아직 전열을 다듬고 있었다.

2만에 달하는 군대가 행군대열로 있다가 전투 대형으로 바꾸는 것은 그렇게 순식각에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했는데 크릭서스는 그런 틈을 주지 않았다.

“저 병신 같은 굴족 새끼는 전쟁도 할 줄 모르는가?”

겔리우스는 이를 갈면서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크릭서스의 군대를 보면서 짜증을 냈다.

대열이고 뭐고 없이 난장판으로 달려오고 있는 굴족 따위는 하나도 안 무서웠다.

그 역시 원정에서 실제 전쟁을 겪어온 베테랑이었다. 저런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로마의 자랑인 중장보병이 완벽하게 대열을 갖춰서 정면으로 맞상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대열이 아직 안 맞춰진 상태에서는 곤란한 것이었다.

“죽여라!!!!”

“엿 같은 로마의 개새끼들아!!!!”

결국 로마군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크릭서스의 군대가 격돌했다.

군사의 차이는 1만대 2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를 쳐서 기세를 잡은 것은 크리서스 쪽이었다.

그는 선두에서 용맹하게 검을 휘둘러서 로마군들을 베어가기 시작했고 거기에 자극받은 그의 부하들은 피에 미친 광인들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에 로마의 군대는 숫적으로 2배나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리기 시작했다.

“큭!! 물러서지 마라!! 싸워라!!!!”

“노예놈들에게 로마군의 강함을 보여줘라!!!”

주변에서 백부장급의 사령관들은 어떻게든 부하들을 챙기면서 전열을 가다듬으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로마군은 확실히 강하다.

날카롭고 우수한 철제 무기.

확실하게 훈련받은 병사들의 군기.

그 두 가지를 완벽하게 살리는 전술.

로마군이 강하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강한 로마군이라는 것은 완벽한 지휘하에서 발생하는 단체의 강력함이었다.

전술과 전략 속에서 서로서로 지켜주면서 싸우는 것에 익숙한 로마군들에게 있어서 이런 난전은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나운 적들의 기세는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고, 그런 기세에 밀린 로마군은 점점 안 좋은 상황속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 싸워라!!! 이제는 무조건 싸워서 활로를 여는 수밖에 없다!!!”

무너지는 군대를 보면서 겔리우스는 크게 소리쳤다. 그런 겔리우스를 보고 크릭서스는 크게 소리쳤다.

“네놈이 엿 같은 군의 사령관이냐!!!?”

멀리서 사납게 소리치는 크릭서스를 보고 겔리우스가 마주 소리쳤다.

“천한 노예 주제에 감히···. 네놈 이름을 밝혀라!!!”

“굴족의 전사 크릭서스다!!! 이 엿 같은 로마 새끼야!!!”

“네 놈이?”

그제야 겔리우스는 자신이 크라수스의 손안에서 놀아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릭서스가 로마군을 종횡무진 베어내면서 자신에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놈을 잡으면 전황은 일시에 바뀐다.’

겔리우스는 말을 몰아서 크릭서스를 향해서 돌격했다.

“크릭서스!!!!!!”

“우오오오오!!!!!!”

두 명의 전사가 사납게 달려가서 돌격했다.

겔리우스는 말 위에서 힘차게 검을 휘둘렀지만 크릭서스는 자신에게 검이 닿지 않게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그렇게 뒹구는 와중에 크릭서스는 겔리우스가 타고 있는 말의 다리를 베어 버리는 것에 성공했다.

“푸히히힝!!!”

말은 잘린 다리 때문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고 겔리우스는 그 와중에 넘어져 버렸다.

“크윽···.”

급하게 몸을 일으킨 그의 앞에는 크릭서스가 그의 머리를 쪼개 버리기 위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 놈!!!”

“죽어랏!!!!”

카앙!!

초수의 교환을 시작으로 둘은 서로 검격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한쪽은 카퓨아의 챔피언을 지냈을 정도의 검투사.

또 하나는 집안의 후광 없이 자수성가한 로마의 군인.

길은 달랐지만 자신의 팔뚝 하나만으로 자신의 자리를 쟁취해온 두 사내들이 격렬하게 격돌했다.

“하앗!!!”

“으아아아!!!!”

둘의 글라디우스가 부딪히면서 허공에 불꽃이 튀기고 둘의 거친 기합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 작품 후기 ============================

지도가 작아서 안 보이시는 분은 뜰에 오셔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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