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66화 (66/220)

66화

30합, 50여합이 지나도록 길어지던 승부는 주변의 다른 병사들의 이목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만난 로마인들 중에는 가장 강하군.’

‘강하다. 이런 놈이 내 부하였다면 좋았을 것을···.’

어느새 둘 다 서로에게 약간의 감탄을 하고 있었다.

입장은 달랐지만 둘은 동류였기에 어느 정도 통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다른 입장이 이 둘 중에 한명은 죽어야 끝나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었다.

“흐아앗!!!”

승부에 변화를 준 것은 겔리우스가 먼저였다.

크릭서스의 날카로운 공격을 피한 그는 그대로 옆으로 돌아서 텅텅 비어있는 크릭서스의 옆구리를 찔러 버리려고 했다.

“끝이다!!”

승리를 확신한 겔리우스는 그대로 크릭서스의 심장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어림없다!!”

그의 회심의 찌르기를 크릭서스는 보지도 않고 몸을 비틀어서 피했다.

그것은 거의 야생동물 같은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찌르기를 피한 크릭서스는 그대로 겔리우스의 한쪽 팔을 옆구리에 끼고 다른 한손으로 놈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찌르기 역시 겔리우스가 사전에 읽고 크릭서스의 손목을 잡아서 제지했다.

“이익····.”

“으으으읏····.”

서로 한쪽 팔이 잡힌 상태에서 힘겨루기에 들어간 둘의 근육은 팽팽하게 부풀었다.

하지만 그때···.

퍼억!!!

강력한 충격과 함께 겔리우스의 눈에 별이 보였다. 크릭서스의 박치기가 정통으로 들어간 것이다.

“죽어랏!!!”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크릭서스는 겔리우스의 심장에 자신의 검을 박아 버렸다.

푸욱!!!

“커억····.”

겔리우스는 그렇게 자신의 심장을 꿰 뚫리고 죽어갔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그가 크릭서스에게 승리를 거두며 반란군을 상대로 첫 승을 올린 로마군의 지휘관으로 기록 되지만···.

상황이 바뀌어서 이렇게 되고 말았다.

“엿 같은 로마의 지휘관의 목을 땄다!!!!”

크릭서스는 주변의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로 인해서 주변의 굴족 전사들은 사기가 하늘을 찌렀다.

“오오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사방에서 크릭서스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스파르타쿠스의 이름 아래에서 쭉 활동하던 그들은 크릭서스를 따르는 것이 한편으로는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릭서스가 당당하게 로마의 지휘관을 물리치는 광경을 보자 불안감이 가시고 사기가 하늘을 찔렀던 것이다.

스파르타쿠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크릭서스 역시 일군을 이끌 재목이었던 것이다.

“남은 로마인들을 죽여라!!!”

“크릭서스의 뒤를 이어라!!!”

지휘관을 잃어버린 나머지 잔당을 사냥하기 위해서 굴족의 전사들이 거칠게 달려 들었다.

한 번 기세가 붙은 그들은 숫적 차이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용맹하게 싸웠다.

그때···.

뿌우우우!!! 뿌우!!!

한쪽에서 로마군의 전투 나팔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제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갑자기 나타난 일군이 측면에서 나타났다.

“저건?”

“···원군?”

전투가 거의 결정되었던 전장에 갑자기 나타는 새로운 로마군은 겔리우스의 부하들에게는 희망이었고 굴족에게 있어서는 불쾌한 소식이었다.

“예상대로 스파르타쿠스의 애완견이 굴족놈이 잘 해준 모양이군.”

“엄밀히 말하면 예상 이상이죠. 겔리우스라고 하면 그래도 이름 있는 장수인데 설마하니 일대일로 꺾어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건 그래.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잘 되었다.”

“그건 그렇습니다. 안토니우스!!!”

“예. 부사령관님.”

시저의 부름에 나타난 안토니우스는 형님이라는 말 대신이 부사령관이라는 호칭을 썼다.

그만큼 머릿속이 전투 상태로 들어간 것이다.

“적들을 섬멸하고 위기에 빠진 아군을 구한다. 준비해라.”

“옛!!”

“사령관님 명령을.”

“음···. 전군 진격!! 반란군을 섬멸하라!!!”

뿌우우우!!!!!

크라수스의 명령에 따라서 질서정연한 군단병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크릭서스!! 측면에서 일단의 군세가 나타났습니다.”

“모두 받아친다. 굴족의 용맹함을 보여줘라!!!”

“우오오오!!!!”

크릭서스는 바보가 아니다. 여기서 싸우면 불리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후퇴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 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적들과 아군이 모두 뒤섞여 있었다.

이 상황에서 후퇴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살아가는 것은 아주 극소수중에 극소수일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싸우고 한명이라도 더 많은 로마군을 죽이고 죽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싸워라!!!”

“오오!! 로마인들을 죽여라!!!”

양군은 힘껏 부딪히기 시작했고 전투의 결과는 점점 크릭서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정면의 적이 남아있는 난전 상태에서 측면에서 치고 오는 적들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크릭서스는 부하들과 함께 군단의 방패 방진을 뚫어 보겠다고 힘껏 돌격했지만 좀처럼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이 놈들을 전멸 시키고 나면 바로 스파르타쿠스의 차례로군요.”

“그렇지····. 명줄이 좀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분할 거야.”

시저와 크라수스는 아군의 유리한 전황을 바라보면서 다음 계획을 이미 상의하고 있었다.

그만큼 확정적인 승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형제들을 구하라!!!!”

“우오오오!!! 크릭서스를 구해라!!!”

크라수스와 시저의 본진 바로 뒤편에서 반란군의 것으로 추정되는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크라수스에게도 시저에게고 깜짝 놀랄 일이었다.

“후방에서? 어떻게?”

“큭···. 설마 스파르타쿠스가···?”

시저와 크라수스는 당황했다.

지금 본군의 뒤편에서 적군이 나타난다는 것은 자칫 잘못 하면 이 전황이 또 한번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후퇴한다.”

크라수스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빠른 결단을 내렸다.

“사령관님. 아직 확실히 적의 규모가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일단은···.”

“움직일 때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 명령에 복종하라.”

“·····알겠습니다.”

시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행동하고 싶었지만 크라수스는 이미 후퇴를 결심했다.

사실 당초의 목적인 겔리우스 한 번 써먹고 죽게 하기 작전은 충분히 성공했으니 이제 물러가도 되기는 되었다.

‘다만 찝찝하군····. 북쪽으로 향했다고 알려진 스파르타쿠스가 어째서····.’

시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선은 군을 물리도록 지시했다.

“아군인가?”

“후우····. 살았다···.”

힘든 전투속에서 전멸의 위기를 맞이했던 굴족의 전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용맹한 전사들이라고 해도 죽을 위기속에서 살아난 순간에는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

호전적인 크릭서스도 이번에는 물러나는 로마군을 추적하지 않았다.

로마군이 물러나고 크릭서스는 자신을 도와준 아군의 정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얼굴은 놀랍게도 그가 아는 얼굴이었다.

비록 스파르타쿠스는 아니었지만 틀림없이 그의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디오클레이우스?”

“오랜만이군. 크릭서스.”

시칠리아에 있어야 할 디오클레이우스가 지금 이 로마의 본토에 등장한 것이다.

급하게 마련한 자리에서 크릭서스는 디오클레이우스와 마주 앉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만났을 때는 서로 죽고 죽이려는 사이였으니···. 그래. 그렇게 해야 겠지.”

둘은 예전에 아레나에서 싸운적이 있는 사이였다.

크릭서스는 자신과 싸우고 살아남은 자들이 워낙에 적기도 했고, 또 그중에서도 진과 디오크레이우스는 인상이 워낙에 강렬해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진과 디오클레이우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와 크릭서스가 편을 이뤄서 2대2 시합을 했던 것이었다.

그때는 네 명다 로마인들의 유희를 위해서 피를 흘려야 하는 검투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네 명 모두 로마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변해 있었다.

“너하고 진은 시칠리아에서 싸우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진의 명령이야.”

“···그 명령의 내용은?”

“너하고 스파르타쿠스에게 협조를 구하려고 했던 거지. 그런데···. 우리가 본토에 오자마자 들은 소식이 너희들이 반으로 갈라져서 따로따로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었으니 기가 찼지. 말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왜 갈라 진거야? 뭐 때문에?”

“···흥, 말이 많은 놈이군. 덩치에 맞지 않게스리···.”

“말하기 싫다면 그냥 싫다고 할 것을····.”

“············.”

“············.”

디오클레이우스와 크릭서스는 서로 맞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서로 삐걱 거렸다.

“할 말 있거든 빨리 말해라. 난 바빠.”

“로마를 공격하려고?”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에 크릭서스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어떻게 알았지?”

“갈라져서 서쪽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는데 그걸 모르면 바보겠지.”

빈정거리는 디오클레이우스였지만 사실 그도 크릭서스에게 오기 전에 우진이 말해줘서 안 것이었다.

“알고 있다면 얘기가 빠르겠군. 우리는 하루 빨리···.·”

“아, 진이 거기에 관해서 너에게 전언이 한 개 있다.”

“······말해라.”

“아직 이르다.”

쾅!!!

“워워··· 진정하라고 친구. 내가 한 말 아니야.”

“·····아직 이르다고? 아직···. 스파르타쿠스도 그렇고 너희들 대장이라는 놈도 그렇고···. 지금 이르면 언제 한단 말이냐!!!?”

고함을 치는 크릭서스의 기세는 마치 사자가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사나웠다.

어지간한 배짱이 없으면 그 기세만으로 눌려서 압도당할 정도로 사나운 기세였다.

하지만 디오클레이우스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말이었다.

“뭐···. 실제로 이번에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다 전멸 할 뻔 했잖아? 로마의 성벽 하나 두들겨 보지 못하고 말이야.”

“·····크윽····.”

크릭서스는 분하게도 뭐라고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말은 그게 바른 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붉은 파도도 언젠가는 로마를 불태울 생각이다. 하지만 진이 한 말이 있어.”

“·············.”

“설령 로마를 태운다고 해도 로마라는 공화국이 만든 세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이야.”

“그럼 뭘 어쩌자는 거냐? 스파르타쿠스의 말대로 알프스를 넘어서 공화국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서 거기서 안주해야 한단 말이냐? 이제까지 흐른 피는? 눈물은? 그 원통함은?”

크릭서스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진지하게 얼굴을 바꾸면서 말했다.

“그걸 뒤집기 위해서 우리 붉은 파도는 움직이고 있는 거다. 이미 준비는 차곡차곡 이뤄지고 있어.”

“준비?”

“그래. 너나 스파르타쿠스와 달리 우리 대장이라는 인간은····. 뭐랄까? 좀 다르거든?”

“다르다니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말이냐?”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는 좀 그래. 하지만···. 확실히 진은 우리하고는 근본적으로 어딘지 달라. 그 친구하고 가장 오랜 세월 어울린게 나지만 그런 나도 때때로 진에게서 이질감을 느껴.”

“·············.”

“그래서 때때로 생각하지. 시대를 바꾸는 것은, 역사에 커다란 이름을 새기는 놈은 이렇게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 적인 놈들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뭐냐?”

“당연히 네 힘을 빌리기 위해서지.”

“내 힘을?”

“그래. 우리하고 힘을 합치자. 크릭서스. 그럼 언젠가 로마인들이 만든 세상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해 주겠다.”

“··········.”

멋있게 말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였지만 지금 그가 하고 있는 말은 대부분 우진이 해준 말을 리플레이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고민에 빠져 있던 크릭서스는 무거운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진은 스파르타쿠스에게 갔다는 거겠지?”

“그렇지.”

“····그 결과에 따라서 나도 행동을 정하겠다.”

크릭서스의 그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알겠다. 그럼 나도 그때까지는 기다리도록 하지.”

이제 남은 결과는 우진과 스파르타쿠스의 회담에서 결정될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제가 갑자기 연참을 많이해서 놀란 분들이 계실 겁니다.

사실 그렇게 한 이유는 로마 본토의 스토리가 너무 길어지면 주인공을 보고 싶다는 요구가 많이 늘어날것 같아서 확!! 달려 버리려고 한 겁니다.

그렇다고 본토 스토리를 그냥 막 때운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공들여서 준비했습니다.

크릭서스 형님의 액션신도 포함해서 말이죠.

어쨌든 다음화에는 주인공이 나올겁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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