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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67화 (67/220)

67화

<우진과 스파르타쿠스>

애당초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는 많은 병력을 데리고 오지 못했다.

최소한의 병력으로 고작 500여명을 데리고 오는게 다였다.

해군 전력이 전무한 그들로서는 그것이 한계치였다.

애당초 원거리 항해 자체를 자제해야 할 입장이었던 것이다.

지금 시칠리아에서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가 동시에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무리 패배감이 젖어있는 베레스 총독이 또 꿈틀 거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 별동대는 어디까지나 극비로 몰래 움직인 것이다.

심지어 붉은 파도들 대부분도 아직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가 시칠리아에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 와중에 로마의 본토에 도착 하고나니 크릭서스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진은 결국 대부분의 병력을 디오클레이우스게에 주고 크릭서스를 돕게 했다.

그리고 본인은 서둘러서 북쪽으로 향하는 스파르타쿠스를 말리기 위해서 갔다.

적어도 그의 계획대로 일이 풀리기 위해서는 스파르타쿠스가 북쪽으로 가면 곤란했다.

우진은 근처에서 말을 구해서 타고 북으로 북으로 스파르타쿠스의 흔적을 찾아서 달렸다.

그의 뒤에는 고작 다섯 명의 부하들이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스파르타쿠스의 일행을 따라잡은 우진은····.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스파르타쿠스님이 널 왜 만나!!!?”

미친놈 취급 받고 있었다.

사실 부하 다섯 딸랑 데리고 와서 수만에 이르는 무리를 이끌고 있는 스파르타쿠스를 만나겠다고 하면····.

그래 미친놈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난 시칠리아의 붉은 파도의 대표자. 진이라고 한다. 스파르타쿠스를 만나서 할 말이 있단 말이다.”

우진의 말에 경비를 서고 있는 남자가 콧 웃음을치면서 말했다.

“시칠리아의 진? 놀고 있네. 그럼 난 올림푸스의 주피터다. 내 X이라도 경배해 볼 테냐?”

“푸하하하하!!!”

우진을 향해서 노골적으로 조롱을 하는 남자들을 보고 우진의 부하들은 눈에 불똥을 튀겼다.

“이 놈들이 감히····.”

“죽고 싶은 거냐?”

우진의 부하들이 눈을 부라리면서 검을 뽑으려고 하자 상대들도 검을 뽑았다.

“뭐야? 할 테냐?”

“이 놈들 아무래도 수상해. 로마의 스파이들일지도 몰라.”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뻘 짓 하고 있을 시간 없는데···.’

“스파르타쿠스에게 말이라도 전해 줘!! 그럼 그도 내 얼굴을 알고 있을 테니까.”

우진의 말에 남자들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너 같이 스파르타쿠스님하고 알고 있는 사이라고 뻥 치면서 뭐 하나 얻어내려는 놈들을 우리가 하루에 몇 명이나 상대하는지 알아!?”

“썩 꺼져!!! 안 그러면 엉덩이를 걷어차 줄 테니.”

놈들의 말에 우진의 부하들은 서서히 인내심의 한계가 온 것 같았다.

“진님. 저희에게 맡기시죠. 스파르타쿠스에게 가는 길을 뚫겠습니다.”

“부하 교육을 잘못 시킨 죄를 스파르타쿠스에게···.”

“시끄러!! 너희들 까지 왜 그래?”

회담을 하러 와서 시작부터 싸움으로 말문을 열어서 뭐가 이득일까?

북쪽으로 향하는 스파르타쿠스를 설득해서 남쪽으로 향하게 만들어야 할 우진의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싸움을 해서 좋을게 없었다.

그때 소란을 듣고 한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무슨 소란이야?”

“앗, 카스투스님.”

나타난 것은 스파르타쿠스 반란군의 간부중에 한명인 카스투스였다.

“이 놈들은 뭐냐?”

“미친놈들입니다. 자기가 시칠리아의 진이라고 하는 놈들인데····.”

“시칠리아의 진? 어이? 누가 말이냐?”

카스투스의 말에 진은 한걸음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내가 시칠리아의 붉은 파도를 이끄는 진이다. 당신은 누구지?”

“카스투스, 그런데·····. 시칠리아의 진이라····. 흠····.”

카스투스는 마치 진품 모조품 감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우진을 차분히 위 아래로 바라 보고 있었다.

“동양인의 외모에 사람 키 만한 길고 가는 칼. 그리고····. 척 봐도 강해 보이는군.”

일단 인상착의를 살핀다는 것만 해도 우진의 입장에서는 고마웠다.

“조금은 말이 통하는 인물이군.”

“····하지만 네가 시칠리아의 진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 않나?”

“·············.”

‘제길 그건 그래.’

“무엇보다 고작 부하 다섯 데리고 이 로마 본토에 나타나서 자신이 시칠리아의 진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지당했다.

정말 지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럼 나중에 다시 올게요. 라고 말하고 물러날 수도 없는 우진이었다.

“스파르타쿠스를 만나게 해 다오. 그는 예전에 아레나에서 나하고 만난 적이 있다.”

순간 카스투스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지.”

카스투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를 맡기고, 나를 따라와라. 스파르타쿠스에게 안내해 주지.”

“알았다.”

“진님, 무기는···.‘

“맡겨. 어차피 싸우러 온게 아니다.”

진은 부하들의 무기까지 모두 스파르타쿠스의 부하들에게 맡기고 카스투스라는 남자를 따라갔다.

따라가는 내내 우진은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을 탐색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든 모양이군.’

막사 중간 중간에 보이는 인물들 대부분은 아이들과 여성들의 비율이 높았다.

남자들의 비율은 척 봐도 4대1? 아니 거의 5대1에 가까웠다.

아마 이제까지 로마를 상대로 분전을 거듭한 결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일 것이다.

우진의 입장에서는 이 일이 득으로 작용할지 독으로 작용할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스파르타쿠스님. 손님이 왔습니다.”

스파르타쿠스의 막사에 도착한 카스투스가 안에 말을 전하고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누군지 몰라도 중요한일 아니면···.”

“나요? 스파르타쿠스, 예전에 카퓨아에서 만났던 검투사. 진이요.”

우진의 말에 안에서 뭔가 투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막사 밖으로 스파르타쿠스가 뛰어 나왔다.

그리고 우진을 바라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믿을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진!!!?”

“오랜만이군. 스파르타쿠스.”

드디어 이 둘이 만난 것이다.

스파르타쿠스의 막사 안.

거기에 우진과 스파르타쿠스 단 둘만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동안 잘 지냈나···? 라고 물으면 이상한 거려나?”

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피차간에 똑같은 신세지. 로마를 상대로 싸우기로 했으니 말이야.”

“많이 힘들어 보이더군.”

“그럴 수밖에. 최근에 막대한 전력이 떨어져 나갔거든.”

“크릭서스를 말하는 건가?”

“어떻게 알았나?”

“지금 로마 본토에서 자네와 크릭서스가 갈라졌다는 것을 모르는 자는 장님에 귀머거리 밖에 없을걸?”

“후우······.”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네.”

“·········.”

“크릭서스는 무모한 도전을 하려고 하고 있어. 나도 생각 같아서는 그와 동참하고 싶네. 하지만·····.”

“한 무리를 이끄는 입장이라는 것은 때대로 잔인할 정도로 냉철해야 하지. 나도 이해하네.”

“··········.”

우진의 말에서 스파르타쿠스는 진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피차간에 공통점이 많은 둘이었다.

둘 다 검투사 출신이었고, 로마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고 나서 자신들이 직접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악인의 심정은 악인이.

성자의 심정은 성자가.

그리고 기존의 체제를 뒤집기 위해서 도전하는 이 둘의 입장은 서로가 아니면 느길 수 없을 지도 몰랐다.

“····자네가 여기 온 이유를 들어도 되겠나?”

“동맹을 맺기 위해서 왔네.”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피식 웃었다.

“동맹이라·····.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나?”

“알프스를 넘어서 라인강 동쪽으로 도망갈 생각이겠지? 아닌가?”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잠깐 놀랬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로마는 강대하고 거대하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라인강 너머에까지 와서 도망친 노예를 다시 잡아갈 생각은 하지 않을 걸세.”

“아니 할 거야.”

우진은 스파르타쿠스의 말을 단번이 부정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뻔하기 때문이지.”

“···········.”

“정녕 자유를 위해서 척박한 북쪽으로 가면 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로마가 자네를, 프라이토르를 세 명이나 무찌른 굴욕을 선사한 자네를 포기 할 거라고 생각하나?”

“···············.”

“절대 하지 않을 걸세. 그리고 설령 로마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너머에 자네와 자네를 의지하는 사람들이 살 길은 없어.”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설령 라인강의 동쪽으로 간다고 해서 거기에 로마는 없을지언정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다른 부족이 있겠지.”

“·············.”

“그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영역을 빼앗을 생각인가? 로마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아니!!! 난 절대로 그 로마인들을 따라하지 않을 걸세.”

“그렇다면 어떻게 북쪽이 자네를 따르는 자들의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대로 최후의 최후까지 모두가 로마에 무모한 도전을 하고 죽어가야···.”

“이겨야지.”

“·········.”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침묵해 버렸다.

“처음부터 질 생각으로 싸워서는 이길 싸움도 못 이기네. 우리는 이겨야 돼. 이겨서 우리의 자리를 마련하고 우리의 터전을 지키고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하네.”

“············.”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여전히 침묵만을 지킬 뿐이었다.

카퓨아에서 처음 반란을 일으켰을 때만 해도 그 역시 그럴 생각이었다.

자신의 주인이라는 놈은 자신이 승리하는 대가로 돈을 주고 그 돈으로 자신의 아내를 사서 자유롭게 해 주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아레나에서 피 흘려가며 번 돈은 그의 아내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인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이미 진작 창관에서 몸을 더럽히고 혀를 깨물고 죽어 버린 후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스파르타쿠스는 격정과 분노에 휘감겨서 동료들을 선동하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때의 스파르타쿠스는 힘을 길러서 로마를 쓰러트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득했다.

그 일념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로마군이 보내는 병력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늘어나는 동료들을 건사하기가 점점 버겁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아니면 서서히 자신의 한계가 보이는 그 순간부터 일까?

스파르타쿠스는 점점 중압감에 지쳐가고 있었다.

알프스를 넘어서 로마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도피의 심정이 들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고뇌하는 스파르타쿠스를 보면서 우진이 말했다.

“후우···. 내가 여기 올 때 크릭서스의 부대가 로마의 군단과 마주치려고 했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네.”

“크릭서스가?”

============================ 작품 후기 ============================

우진 : 네가 버린 부하는 내가 주웠다. 짜식, 이제 너도 나만 따라와.

스파르타쿠스 : 형님!!!

......이렇게 진행하기는 좀 그렇죠?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PS. 독자분들 중에 질문이 있으신 분은 제 뜰에 Q&A계시판이 있으니 거기에 질문을 해 주시면 제가 발견하는 즉시 꼭 답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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