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크릭서스에 대한 소식을 듣자 스파르타쿠스는 눈을 크게 뜨면서 반응했다.
역시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우진은 그런 스파르타쿠스를 안심 시켰다.
“디오클레이우스를 시켜서 원조를 부탁하기는 했으니 아마 죽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 친구가 하려는 일은 너무 무모해.”
“······마치 크릭서스가 하려는 행위가 뭔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로마로 직접 진군.”
“··········.”
“아닌가?”
“아니···. 그게 맞네. 어떻게 알았나?”
“거기서 서쪽으로 진군을 하기 시작하면 어디가 나올지는 세 살 애라도 알지.”
사실 우진은 실제의 역사에서 크릭서스가 스파르타쿠스와 헤어지고 나서 로마를 공격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 정보를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걸 말해줄 리는 없었다.
역사를 알고 있다는 말 같은 것 해 봤자 미친놈 취급만 받을 테고 말이다.
“그 친구 그렇게 무리하다가는 개죽음 밖에는 안 될 거야.”
“말 조심하게.”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우진을 노려봤다.
‘흐음····. 의리가 생각보다 훨씬 두터운 걸?’
원래의 역사에서 스파르타쿠스는 크릭서스의 희생으로 인해서 알프스를 넘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알프스를 목전에 두고 스파르타쿠스는 다시 남하를 시작했었다.
그 이유에 관해서 수많은 역사가들은 그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진은 지금 스파르타쿠스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특히 아끼는 동료. 사실상 형제나 다름 없는 크릭서스의 죽음이 스파르타쿠스를 다시 전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대로 알프스를 넘어서 안주의 땅으로 향할 수 있었지만 전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다시 발을 돌렸던 것이다.
복수심, 전우애, 의리.
이런 것은 역사에 남는 것이 아니다.
남는다고 해도 웅변가들이 공석에서 오버 액션을 하면서 지껄이고 나서야 남는 것이다.
스파르타쿠스는 그런 연설도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발길을 다시 돌렸으리라.
‘이런 남자라면···. 믿어도 괜찮겠지.’
우진은 스파르타쿠스를 역사에 대한 지식과 예전에 아레나에서 잠깐 만났던 정도의 지식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 스파르타쿠스가 어떤 인간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우진이 직접 만나본 스파르타쿠스는 분노에 몸을 맡겼음에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고, 냉철한 판단을 할 줄 알면서도 뜨거운 열정의 선택을 따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어디로 튈지는 알 수 없는 폭발한 마그마 같은 남자였다.
다만, 그 폭발의 원인은 항상 자신의 정의와 대의에 있었다.
그릇된 이유로 움직일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제 그를 믿는것에 주저함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당신에게 힘을 빌려 주겠네. 그러니 나와 함께 하세.”
우진은 손을 뻗어서 스파르타쿠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네는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보고 있나?”
“공화국을 무너트려 버릴 걸세.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우진의 이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남자하고 동급으로 불리고 있었다는 건가?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군.’
로마 본토의 스파르타쿠스, 시칠리아의 진.
이 두 가지 이름은 최근 로마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노예들에게 구세주나 같은 이름들이었다.
스파르타쿠스 역시 내심 진에게 경쟁심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고 나서 스파르타쿠스는 인정했다.
검을 겨뤄서 패한 것도 아니고 군대를 가지고 싸움을 한 것도 아니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훨씬 더 격이 깊고 뛰어난 인간이라고 말이다.
“자네의 말을 따라보겠네.”
“감사하네. 절대 후회하지 않게···.”
“다만 조건이 있네.”
“그게 뭐지?”
“내가 자네를 믿는 만큼 자네도 나의 형제들을 보살펴주게. 지금까지 자네를 따라온 자들과 차별없이···.”
스파르타쿠스의 이 말은 사실상 내가 너의 밑으로 숙이고 들어가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우진은 그런 스파르타쿠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약속하지.”
스파르타쿠스와 진은 서로의 팔을 굳세게 잡았다.
스파르타쿠스의 남하.
이제가지 알프스를 넘어가고 있던 그의 세력이 갑자기 다시 남하를 시작하자 크라수스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다시 남쪽으로? 이 트리키아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자네는 알겠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뜩이나 남쪽에 남아있는 크릭서스의 세력도 골치 아픈데····.”
“흐음, 전에 놓친 것이 다시 생각해도 아쉽군.”
크라수스는 이전에 크릭서스와의 전투에서 후방에 나타났던 병력이 극소수의 병력이 허세만 부린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사실을 알고 그는 크게 후회했지만 한편으로는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수정하는 계기도 되었다.
“크릭서스라····. 그 정도 잔꾀를 부릴 줄 아는 놈이면 놈도 보통은 아닐 것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 정보 수정이 잘못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시저도 크라수스도 그때 후방에서 나타난 병력의 정체를 크릭서스의 절묘한 한수라고 여기고 있었다.
딱 잘라 말해서 오해다.
크릭서스에게 그런 지혜는 없다. 아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전투는 오로지 힘으로 하는게 그 남자의 인생관이이까 말이다.
하긴 크라수스나 시저가 그런 크릭서스의 성격을 알 리도 없고, 또 시칠리아에서 진의 부하인 디오클레이우스가 와서 크릭서스를 도왔다고 믿는 것은 절대 무리였으니·····.
어쩌면 그들의 오해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적에 대한 과대 평가는 그들에게 신중함을 가져왔다.
그래서 지금 크라수스의 본대는 로마의 인근에서 진을 치고 수비에 주력하며 적의 행방을 쫓고 있는 상태였다.
“적들의 행보는?”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갈래로 나눠서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습니다.”
크릭서스의 부대는 수십개로 나뉘어져서 산야를 이용해서 이탈리아 반도의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십개의 어디에도 크릭서스가 있다는 본체는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군을 나눠서 다 추적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혹시 모를 적의 유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크라수스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흐음····, 역시 보통 놈이 아니야. 이제까지 이런 놈이 그늘에 숨어 있었다니.”
“거기에 더해서 스파르타쿠스까지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니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군요.”
“적들이 사전에 뭔가 계획을 하고 움직였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렇지·····.”
크라수스와 시저는 권위에 젖어서 백으로 올라간 무능한 자들이 아니었다.
저마다 다른 역경을 헤치고 이 로마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진정한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수한 인재들이었기에 그들은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현재의 사태에 당황하고 있었다.
크릭서스도 스파르타쿠스도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이유는 배후에 있는 진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둘로서는 반란군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유능한 자들일수록 자신들의 예상외의 상황에는 익숙하지 못했다.
크라수스는 우선 숨을 죽이고 반란군의 해방을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정보는 계속해서 수집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시저는 크라수스에게 그렇게 말한 이후로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없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고 있었다.
순전히 근거 없는 감이었지만 말이다.
남쪽에 남쪽으로 진군을 거듭한 반란군이 집결하고 있는 장소가 드러난 곳은 다름 아닌 투리라는 도시였다.
로마의 항구 도시인 그 투리가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에 의해서 떨어진 것이다.
이제까지 붉은 파도와는 다르게 대도시를 향한 공격을 철저하게 피했던 스파르타쿠스가 중규모의 도시를 함락 시켰다는 것은 나름 큰 이수였다.
투리는 이탈리아 남단의 항구도시 중에 하나로 타렌툼만에 위치해 있었다.
이탈리아 반도가 장화처럼 생겼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투리의 위치는 이 중에서 밑창의 정 가운데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
대략 그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그 위치에 스파르타쿠스 반란군의 힘이 모두 집중되고 있었다.
이미 서로 떨어졌던 크릭서스의 군대와 스파르타쿠스의 군대가 다시 합쳤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그렇게 반란군이 투리에 집중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크라수스는 군을 그쪽으로 집중시키기로 했다.
“놈들의 행동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우리도 움직이세.”
“사령관님. 아지 적들의 행동이 무엇을 노리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나도 그건 알고 있다. 불안감도 있어. 하지만 적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우리도 계속해서 로마의 방위에만 힘쓰고 있을 수는 없어.”
“···········.”
시저도 크라수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번 반란군이 산발적으로 흩어지자 크라수스의 군대는 가장 중요한 로마의 방어를 위해서 로마 인근의 라티움 지방에 방어기지를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반란군은 상당히 멀어져 버렸지만 로마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고마운 일이야. 남쪽으로 향한 이상 놈들은 독안에 든 쥐다. 바다를 건너갈 재주가 없는 놈들을 거기서 처형하겠다.”
“······알겠습니다.”
거부할 명분이 없는 시저는 우선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머리 한 구석에서는 맹렬하게 본능이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럴 때 자신의 본능을 믿지 않은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불안해···. 뭘 놓치고 있는 거지? 뭘?’
그는 지도를 꼼꼼하게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크라수스의 병력은 당초 3만에서 전투로 인해 로스가 생겨 1만5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역시 대부로 크라수스라고 해야 할까?
로마에서 아피아 가도를 타고 남하하는 길에 파큐아와 폼페이, 파이스툼에서 대대적으로 군대를 모집해서 그 군세를 7만에 가깝게 모았다.
비록 그 중에 상당수가 숫자뿐인 전쟁 초짜인 초병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숫자는 위압적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크라수스는 주변의 도시에서도 군을 충원해서 투리 근처에 진지를 친 스파르타쿠스의 부대를 놓치지 말고 압박하라고 했다.
드디어 크라수스도 승부수를 띠운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번화의 전략 배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싶다면 오늘 새롭게 업데이트한 지도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PS. 왜 3연참을 연속 3일 했는데 순위는 떨어진 걸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