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73화 (73/220)

73화

크라수스는 후방의 병사들에게 말했다.

“캐터펄트와 발리스타를 쏴라.”

“···지금 아군이 석여 있습니다.”

“상관없다. 쏴라!!”

크라수스는 아군의 희생을 무릅쓰고 원거리 병기로 적들을 사격했다.

이내 발리스타와 투석기가 원거리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크악!!”

“이··· 이놈들!!!”

멀리서 날아온 원거리 공격에는 방어력이 취약한 할버드 병들이 애를 먹기 시작했다.

“이 놈들이···. 아군도 신경쓰지 않고···?”

디오클레이우스는 자신들 못지 않게 아군들도 섞여 있는 상황에서 주저 없이 공격하는 크라수스의 공격에 당황했다.

크라수스 본인이 자각하고 있는대로 그는 전략가가 아니었다.

그의 본질은···. 뭐랄까? 숫자에 특화된 사람?

그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그런 그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택한 것은 전략의 수정이라던가?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물량전.

대부분의 전투는 그 물량이라는 것이 승패의 9할을 좌우하는 법이다.

역사에는 소수가 전략으로 다수를 이기는 것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이레귤러.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상황.

즉 물량을 이용해서 밀어 붙이는 것이 가장 승률이 높은게 당연.

이라는 것이 크라수스의 지론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군의 숫자가 적군보다 더 많다.

그렇다면 같이 희생을 시켜도 최후에 남는 것은 아군.

그런 사고방식 속에서 병사라는 칩을 가지고 숫자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역시 어디까지 숫자의 하나일 뿐.

어떤 의미로는 전쟁이라는 것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애당초 전쟁이라는 것은 누가 남느냐? 로 승리가 결정되는 행위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보통 아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작전을 짜고 전략을 구상하는게 보통인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봤을 때 크라수스에게 있어서 이것은 하나의 신념일지도 모른다.

양이 질을 압도한다. 라는 신념 말이다.

어쨌든 크라수스의 그런 무차별 소모전 공격에 의해서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에게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디오클레이우스가 보병에게 명령했다.

“포지션 체인지!! 다시 방패병 전면으로!!”

처척!! 척!!

디오클레이우스의 명령에 따라서 보병의 선두에 다시 방패병이 앞으로 나왔다.

캐터펄트의 투석과 발리스타의 투창은 강력해서 방패로 완전히 막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희생은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

“이대로 대형을 유지. 후퇴하라!!!!”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군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등을 보이면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방패를 앞에 세우고 뒷걸음질로 전열을 유지하면서 물러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게 후퇴하면 안전도는 올라가도 신속하게 뒤로 빠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희생만 늘릴 뿐이다. 왜냐하면···.

“추격하라!!!”

“적들에게 당한만큼 갚아줘라!!!”

적이 이렇게 끈질기게 추적을 하기 때문이다.

로마군은 그대로 투창을 하면서 디오클레이우스의 보병을 추적해 갔다.

“커억·····.”

“진··· 진님····. 컥!!”

방패로 공격을 탄탄하게 막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희생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희생자가 늘어가면서도 디오클레이우스는 진형을 유지했다.

역기서 진형을 유지하는 것이 그가 할 일이었다.

이렇게 진형을 유지하고 로마군을 끌어 들여야지만····.

“전군!!! 돌격하라!!!!”

우진이 이끄는 기병대가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나머지는 너에게 맡기겠다.”

디오클레이우스의 얼굴에는 한줄기 미소가 맺혀 있었다.

“사령관님!! 측면에서 기병대가 등장했습니다.”

“뭐라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크라수스는 깜짝 놀랐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근거리에서 기병대가 자신이 있는 본진으로 돌격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본진은 보병대가 후퇴하는 디오클레이우스의 보봉을 추격하기 위해서 상당수 빠져 있어서 방어가 약해져 있었다.

그 틈에 갑자기 측면에서 나타난 기병대. 그것은 크라수스의 심장이 철렁할 정도의 한수인 것이다.

“내가 붉은 파도의 리더인 진이다!!!!!!”

더구나 그 기병대의 최전방에서 검을 휘두르고 부하들을 독려하는 적은 상대의 대장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게···.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크라수스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보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 기마 방어진을 펼쳐라!! 측면의 기병을 막아라!!”

“옛!!! 대 기마 방어진!!!”

뿌우우우!!

로마의 보병들은 측면에서 돌격해 오는 우진을 향해서 방패를 펼치고 날카롭게 창을 세웠다.

대 기마를 상대하기 위한 고슴도치 같은 빈틈없는 방어진.

거기에 대항해서 우진은 쇄기 형태의 기마 돌격진을 취했다.

중국의 기마부대가 자주 취하는 진형으로 주로 보병의 집단을 돌파하기 위해서 취하는 진형이다.

이 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뿌드득. 뿌득.

‘나 개인의 무력이지.’

최 선두에 장군의 무력으로 적의 빈틈을 부수면 거기를 통해서 기마가 돌격한다.

어떤 의미로는 무식하기 까지 한 그런 기마 돌격진.

하지만····.

“으아아아앗!!!!”

콰지직!!!

“커억!!”

그 무식한 정면 돌파야 말로 고대 전투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다.

우진이 휘두른 칼질 한방에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리는 로마군의 보병을 시작으로 우진은 무인지경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모두 죽여라!!!!”

“우오오오오!!!!”

우진의 힘에 고무된 다른 기마대들도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기마의 위에서 언월도를 휘두르며 로마군의 보병들을 베어내는 기마대의 돌격에 서서히 로마군의 방어진을 뚫리기 시작했다.

“크라수스!!!!!”

우진은 멀리 보이는 크라수스를 보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고대 전투답게 도망치지 못하게 지명을 한 것이다.

“저 놈이·····?”

“사령관님. 피하셔야····.”

“전군은 돌격하라!! 적들에게서 도망치는 자는 내가 용서치 않겠다!!!”

크라수스는 전력가가 아니다.

하지만 자존심 한점도 없는 소인배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랬다면 애당초 전쟁터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을 몰고 달려가는 그를 중심으로 본진의 병력이 드디어 우진이 이끄는 기마대와 돌격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잘 풀리는군.’

우진은 잘 하면 첫날에 크라수스의 목을 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쏴라!!!”

돌격하는 우진의 측면에서 대량의 화살이 날아와서 덮쳤다.

“크윽···.”

“큭···.”

갑작스럽게 옆에서 대량으로 날아오는 화살에 우진을 비롯한 기마대가 주춤했다.

돌격이 생명인 기마대에게 있어서 이 잠깐의 주춤 거림은 결코 좋지 않은 것이었다.

“죽여라!!”

“검을 버리고 창으로 찔러라!! 멀리 떨어진 놈들은 투창을 해라!!!”

기마대가 잠깐 주춤한 사이에 옆에서 달려오는 창을 든 병력들은 기마대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존의 보병들과 달리 방패를 버리고 창만으로 무장한 창병들이었다.

인간과 말.

이 두 가지 생물의 근력을 비교하면 애와 어른 수준의 차이가 나는 법이다.

당연히 힘으로 버텨야 하는 방패 보다는 차라리 두 손으로 창을 들고 찌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누구지? 이런 수작을 부리는 놈은?’

우진은 갑자기 옆에서 달려온 한 무리의 창병들 때문에 일이 틀어지기 시작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 무리는 한명의 젊은 지휘관이 유기적으로 병사들을 지휘하면서 우진의 기마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우진은 그 젊은 지휘관을 향해서 말을 달렸다.

중간에 거치적 거리는 것들을 다 베어 버리면서 달려다는 우진은 금방 표적에 도달했다.

“너만 해치우면 나머지는 오합지졸이다!!!”

우진은 한번에 적의 목을 날려 버리려고 했다.

카카칵····.

하지만 우진의 검격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상대가 재빨리 검을 들어서 우진의 검을 막은 것이다.

우진의 필살의 검격이 막힌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심지어 상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검을 찔러서 우진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죽어랏!!!”

“이게····.”

우진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찔러오는 검을 유려하게 하리를 젖혀서 피하고는 다시 한 번 검격을 날렸다.

그러자 상대는 능숙하게 기마를 조종해서 우진에게서 떨어졌다.

‘이렇게 말 잘 타는 로마놈은 처음인걸?’

우진은 자신보다 훨씬 능숙한 기마술을 구사하는 지휘관에 감탄했다.

그리고 가까이서 적의 얼굴을 본 우진은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

놀랍게도 상대는 우진의 기억 속에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네놈은···? 메사나에서의 그 연설가?”

“메사나? 연설? ····그때 네놈도 있었던가? 아쉽군. 알았으면 죽여 줬을 텐데 말이야.”

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나야 말로 이렇게 걸리적거릴 녀석이었다면 그때 죽일걸?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붉은 파도의 진이다. 네놈의 이름을 밝혀라.”

“시저,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다.”

“·············!!!!”

시저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순간 우진은 두 눈을 부릅떴다.

‘제발 내가 잘 못 들었다고 누가 좀 말해 줫으면·····.’

로마사에 기본적인 지식 밖에 모르는 우진이었지만 어떻게 저 이름을 모를 수 있겠는가?

로마가 제국으로 거듭나는 제 일보를 내디딘 것이 바로 저 시저고 그것을 완성 시킨 것이 아우구스투스였다.

황제의 자리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로마인들에겐느 신군이라고까지 칭송받는 걸물.

“제길····. 진짜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

자기 이름 하나 밝혔을 뿐인데 오히려 뻘쭘할 정도로 오버 액션을 취하는 우진을 보고 시저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저 인물이 시저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때 메사나에서의 작전을 전부 제로로 돌리고서라도 반드시 죽였어야 할 인물이었다.

‘그래···. 내 공들인 작전을 마지막 한수에서 멈추게 한 것도 이놈이었군····.’

로마가 자랑하는 불세출의 전략가인 시저.

어쩐지 크라수스가 대응했다고 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좀 찝찝한 구석이 들었는데 역시 시저가 나섰던 것이었다.

“············.”

“뭐 하느냐!!? 와라!!!”

시저는 침묵하고 있는 우진을 보고 호기롭게 외쳤다.

하지만 우진은 시저에게 돌격하는 대신에····.

“돌파한다!!! 나를 따라라!!!”

“우오오오!!!!”

부하들과 함께 말머리를 돌려서 아군쪽으로 후퇴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앗!!!”

시저는 한참 자신의 목을 노리고 덤벼 들 것이라고 생각하던 우진이 말 머리를 돌려서 후퇴하자 예상 밖의 사태로 놀랐다.

“추적·····. 아니 됐다. 서전은 여기까지군.”

시저는 추적하려고 하다가 그만뒀다.

상대의 기병은 놀라운 돌파력을 가지고 있었고 기병이 얼마 없는 자신의 창병으로 추격하는 것은 절대 무리였다.

시저는 대신에 위기에 처했던 크라수스에게 갔다.

“괜찮으십니까? 사령관님?”

“음···. 괜찮네. 그보다 자네는 용케 대응했군.”

적의 기마대가 갑자기 옆에서 나왔을 때 크라수스는 깜짝 놀랬다.

어디서 어떻게 나온건지 전혀 감이 오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시저는 이미 기마대를 상대하기 위해서 병사들의 편제를 변화시키고 최적의 타이밍에 끼어 들어서 적을 막았다.

사전에 기마대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않았다면 그런 민첩한 대응은 절대 불가능 했다.

============================ 작품 후기 ============================

우진 : 저게 시저였을 줄이야... 계획을 수정한다.

시저 : 어디서 저런게 튀어 나와서 내 출세길에 고추가루 뿌리는 거야?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