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흡!!!”
한창 칸니쿠스를 밀어 붙이고 있던 우진은 바람을 가르면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격을 느끼고는 몸을 피했다.
“카스투스!?”
우진에게 검격을 날린 것은 이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던 카스투스였다.
칸니쿠스는 자신의 싸움에 끼어든 카스투스를 보고는 못마땅해 했지만 카스투스가 먼저 말했다.
“너 혼자 상대할 인간이 아니다.”
“···········.”
“설마 비겁하다고는 하지 않겠지? 먼저 둘이서 덤비라고 한 것은 당신이다.”
카스투스의 말에 우진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얼마든지. 나도 이제야 좀 해볼만 하겠군.”
스르릉.
우진은 둘을 상대하게 되자 이제야 검을 뽑았다.
우진이 검을 뽑고 칸니쿠스와 카스투스 두명과 대치했다.
긴장감이 흐르는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칸니쿠스였다.
“으아앗!!!”
칸니쿠스가 우진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고 바로 이어서 카스투스가 뒤를 이었다.
둘은 마치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싸워 본 것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
둘을 상대하는 우진은 공격을 정면으로 받지 않고 살짝 살짝 흘려내면서 일단 방어에 주력했다.
‘제법인걸? 둘이 되면 이렇게 귀찮을 정도인가?’
칸니쿠스도 카스투스도 둘 다 공격은 단조로웠다. 하지만 그 단조로운 공격을 둘이서 번갈아 가면서 끊임없이 파상적으로 파고들 빈틈이 보이지를 않았다.
‘뭐···. 보이지 않는 빈틈이라면 억지로 비집어서 만들어내면 되는 거지.’
우진은 그렇게 마음먹고 이제 슬슬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쉬쉭!!!
우진의 검이 거의 동시라고 느낄 정도로 날카로운 섬광을 뿜어냈다.
“웃!!!”
“흡!!”
둘은 우진의 공격을 용케 막아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안 그러면 죽는다.”
우진은 그렇게 도발을 하고 난 후에 둘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공수의 교대로 이제 우진이 둘을 공격하고 둘은 우진의 참격을 수비하기에 바빴다.
파팟!! 팟!! 스팟!!
우진의 검격은 다른 검투사들의 공격과는 그 종류가 전혀 달랐다.
보통 검투사들은 검을 힘 있고 강하게 휘두른다.
그것은 철제 무기의 단단한 내구성을 이용해서 강도와 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진의 검격은 다르다.
우진의 검격은 절도와 속도에 치중되어 있다.
원래 이 시대의 제철 기술로 만들어진 우진의 태도는 진짜 태도에 비해서 퀄리티가 반 정도 밖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아니 아마 반도 안 될 것이다.
베는 맛, 도신의 강도, 손잡이의 밀착감.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핸디캡을 상쇄하고 있는게 바로 우진의 검술이었다.
우진 스스로도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겠지만 이 시대로 타임슬립하고 우진의 검술은 진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죽도로 호구를 두 쪽으로 갈라버리는 만화에서나 벌어질 그런 일도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 우진의 솜씨가 바로 이 3급품의 태도로도 최상급의 절삭력을 지닌 완벽한 참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크윽···.”
“망할····.”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죽을 맛이었다.
2대1로 상대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부하들이 다 지켜보는 와중에 이게 무슨 망신인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현실이 어쩔 수 없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타이밍에 섬뜩한 참격이 날아온다.
2대 1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주도권을 상대가 완전히 쥐고 자신들은 수비 일변도일 뿐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몇 번이고 자신들의 급소를 살짝 살짝 스치는 우진의 검격.
그게 뜻하는 것은 하나였다.
죽이려면 진작에 죽었다.
라는 것이다.
“크윽····. 으아아앗!!!”
수치심을 참지 못했음일까?
카스투스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우진에게 정면으로 달려 들었다.
자신의 안위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공격이었다.
“위험해!!”
지켜보고 있던 스파르타쿠스도 카스투스의 무모한 행동에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은 한 걸음에 거리를 좁히면서 카스투스의 품안에 파고 들었다.
그리고 한손으로 카스투스의 손목을 잡고는 다른 한손에 들려있는 태도의 손잡이로 카스투스의 턱을 올려쳤다.
뻐억!!
“커억···.”
“카스투스!!! 크윽!!”
하늘로 올라간 카스투스의 턱을 보고 도와주려던 칸니쿠스에게는 우진이 어깨로 들쳐매서 뒤로 넘긴 카스투스의 육중한 몸이 떨어졌다.
콰당!!
둘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우진은 쓰러진 그들이 일어나기 전에 한발로 카스투스의 등을 밟고 검으로 둘을 겨누면서 말했다.
“계속 해 볼테냐?”
“········기권이오.”
“···········.”
계속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기를 부려서 한다고 하면 그 즉시 우진의 검이 둘의 목을 동시에 관통해 버릴것만 같았다.
우진이 검을 치우고 그렇게 대결의 승자는 결정 되었다.
“오오오·····.”
“세상에···. 저 둘을 동시에···.”
“저게 시칠리아의 진인가?”
고대의 민중은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같은 민족의 전사라면 좋지만 굳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저 강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스파르타쿠스의 군대는 지금 간절할 정도로 힘을 원하는 자들.
로마를 쓰러트릴 힘이 있는 자가 자신들을 이끌어 주기를 원했다.
우진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앞으로 내 지휘에 불만 있는 자는 지금 나와라. 지금 나오지도 않는 겁쟁이가 나중에 딴 말을 한다면 그때는 바로 베어 버리겠다!!”
우진의 선언에 ‘저요.’ 하면서 나갈 바보는 아무도 없었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다음에 나보다 강한 자는 나서라. 라고 하는 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
지극히 원초적이고 부족단위의 지도자에게는 통할 방법이지만····.
때로는 이런 원초적인 방법이 더 잘 먹힐때도 있는 법이다.
“아무도 나오지 않으면 모두 협조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겠다. 그 대신에 내게 협조한 만큼, 난 반드시 여러분들에게 승리를 약속하겠다.”
“진!! 진!! 진!!!”
“진!! 진!! 진!!!”
“진!! 진!! 진!!!”
한 두 번 하는게 아니라서 그럴까?
진의 말에는 어느새 대중을 설득 시키고 매료 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가 깃들어 있었다.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를 상대로 보여준 압도적인 힘.
거기에 어울리는 자신감.
우진은 단번에 스파르타쿠스의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원래 이렇게 되면 기존의 권력자와의 마찰. 즉, 스파르타쿠스와의 마찰이 있어야 정답이지만····.
이미 우진을 자신의 윗줄로 생각하고 있는 스파르타쿠스였기에 아무런 불만도 가지지 않았다.
“승리를 위해서, 외쳐라!! 먼저 간 형제들이 들을 수 있도록!!!!”
“우오오오오오오!!!!!!!!”
그날 투리는 뜨겁게 불타 올랐다.
다음날.
우진이 합류한 투리의 군대는 성벽의 밖으로 나갔다.
많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벽의 유리함을 버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을 이끌고 밖으로 나간 것은 다름 아닌 스파르타쿠스의 오른팔인 크릭서스와, 우진의 부관인 마시르였다.
“크릭서스님. 다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진님이 말씀하신 작전을 잘 기억하고 있겠죠?”
“한 번만 더 물으면 내 귀에서 피가 나올거다.”
“알고 계시면 됐습니다. 반드시 작전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
“알고 있다.”
우진의 작전을 위해서는 초전에서 크릭서스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과연 크릭서스의 성질 머리로 그 역할을 잘 할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기 때문에 우진은 자신의 심복인 마시르를 동반 시켰다.
성질 죽이고 작전을 똑.바.로. 수행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전군 속보로 전진!!!”
크릭서스는 지극히 평범하게 방패를 앞에 세우고 병사들과 함께 앞으로 전진했다.
숫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닌데 지극히 정석적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푸블리우스가 그냥 두고 볼 리는 없었다.
“궁수 사격개시!! 보병 투창 준비, 사거리에 들어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던져라!!!”
푸블리우스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였기는 하지만 정확한 정석 교본에 따라서 지시를 내렸다.
총 지휘관인 그가 그렇게 지시를 내리는 것만 해도 성과는 충분했다.
왜냐하면····.
“아직 던지지 마라!! 적이 좀 더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궁수는 계속해서 쏴라. 적과 격돌하더라고 후미를 계속 노리고 사격하라!!”
지금 이 군에는 크라수스가 아들의 첫 출전을 잘 보좌하기 위해서 유능한 백인장들과 천인장들을 많이 배치해 뒀기 때문이다.
푸블리우스가 어지간히 멍 때리지만 않으면 자잘하고 사소한 오차는 그들이 다 수정해 가면서 원활하고 군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 덕분일까?
크릭서스의 부대는 로마군에 접근하기도 전에 제법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진한 부대는 로마군의 중장보병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리고는···.
“싸워라!!!”
“로마놈들을 죽여라!!!!”
거친 기세로 적들을 공격했지만 생각보다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하긴 당연했다.
그야말로 아무런 수작도 부리지 않은 정직한 정면 돌파로는 미리 단단히 방비하고 있는 로마의 중장보병을 뚫을 수 없었다.
“후퇴!! 후퇴하라!!!”
결국 별 신통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크릭서스는 후퇴를 감행했다.
무리하게 안으로 파고든 병력은 없었던 만큼 빨리 후퇴를 하는게 정답이기도 했다.
더 이상 파고 들거나 시간을 끓었다가는 크게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적들이 물러난다!!!”
“화살을 집중 시켜라!!!”
로마군은 적들을 별 피해 없이 안전하게 물리치자 사기가 크게 올랐다.
적들은 다시 투리의 성벽 안으로 들어갔고 크릭서스의 부대를 물리친 푸블리우스는 짜릿한 느낌에 전신이 전율에 휩싸였다.
‘이게···. 이게 전쟁터에서 거두는 승리의 쾌감인가?’
아직 제대로 된 전쟁의 승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방금 전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는 푸블리우스의 지휘를 받은 로마군이 반란군을 무찔렀다.
자신의 지휘로 적을 물리친다는 지휘관으로서의 쾌감.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쾌감을 맛 본 푸블리우스는 쿵쾅거리는 심장이 멎지를 않았다.
얼굴에서 나 지금 들떴음. 이라고 나와 있는 푸블리우스를 보고 안토니우스는 조금 불안감을 느끼면서 말했다.
“사령관님. 아시겠지만 추격은 하시면 안 됩니다.”
“큼···, 나도 알고 있다.”
“저희들의 목적은 크라수스님이 남쪽의 레기움을 탈환 할 때까지 여기를 단단히 틀어 막는 것. 거기에만 주력 하시면 사령관님은 이번 토벌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공적자가 될 것입니다.”
“공적자···. 다섯 손가락·····.”
푸블리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로마의 시민들에게 환호 받고 원로원들에게 인정 받는 자신의 모습이 떠 오르면서 하늘을 붕 나는 기분이었다.
“그 모든 것이 여기서 얼마나 신중하게 임무를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달렸다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
“크큼···. 알겠다. 귀관도 귀관의 위치로 돌아가라.”
“예.”
물러나면서 안토니우스는 생각했다.
‘일단 앞으로의 거대한 포상을 제시하면서 눈앞의 당근에게서 주의를 돌리는 것은 성공했군.’
좀 전에 안토니우스가 푸블리우스에게 한 말은 시저가 크라수스를 따라서 레기움으로 가기 전에 안토니우스에게 내린 처방전 중에 하나였다.
혹시라도 안토니우스가 공적을 탐내서 무리를 하려고 하면 그렇게 말하면서 진정 시키라고 했었다.
안토니우스는 그때 시저가 한 말을 그대로 답습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시저 : 혹시 몰라서 당근 하나는 주고 갔지.
푸블리우스 : 히힝...(당근 내놔)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