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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77화 (77/220)

77화

사실 시저의 전언이 아니었다면 안토니우스에게 그런 정치적 주변머리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주변머리가 없는 안토니우스였기에 시저의 당부를 반 밖에 지키지 못했다.

확실히 시저는 그렇게 포상을 약속하는 말로 푸블리우스를 말리라고는 했다.

하지만···.

토씨 하나 안 틀린 똑같은 말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중요한 법.

아직까지 푸블리우스의 욕심이 절정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아마 이번에는 내버려 뒀어도 무리하게 투리의 안쪽까지 추적해 들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섣불리 시저에게 받은 처방전부터 꺼내는 것은 스스로 말의 효과를 약화 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긴···. 안토니우스에게 그런 정치적 주변 머리가 있었다면 애당초 실제의 역사에서 아우구스투스에게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크릭서스의 첫패배 이후로 크릭서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공격을 계속했다.

공격을 하고 그 공격을 실패하고는 반복하면서 마치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로마군의 탄탄한 방어는 단 한 번도 뚫리지 않았고 오로지 반란군 쪽에만 피해가 생기고 있었다.

로마군의 입장에서 봤을 때 크릭서스라는 무식한 야만인이 무모한 공격만 반복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 지났을 때.

다시 로마군을 뚫기 위해서 반란군이 뛰쳐 나왔다.

다만 이번에는 크릭서스의 군대만이 아니라 세 개의 군대가 동시에 나왔다.

각각 5,000으로 이뤄진 우진, 스파르타쿠스, 크릭서스가 이끄는 군대였다.

그 군대는 세 군대로 나눠서 파상적인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이 놈들이 드디어 작정을 한 건가?”

“아마도···, 저 세 무리 중에 하나는 어떻게든 포위망 밖으로 탈출 시키겠다는 생각일 것 같습니다.”

“나도 안다····. 그럼 누가 스파르타쿠스일까?”

푸블리우스는 적들의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셋 중에 한 명은 스파르타쿠스라고 생각했다.

우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정보가 없는 그로서는 그게 최고의 대어로 생각된 것이다.

‘누구지? 누구를 집중해서 상대하면 될까?’

푸블리우스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군에 지시를 늦게 내리는 것을 보고 옆에서 안토니우스가 말했다.

“어서 지시를 내리십시오. 저 세무리 중에 어떤 무리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음!! 아아···. 전군 대응하라!!!”

“옛!!!”

“옛!!!”

“옛!!!”

힘차게 대답하는 부하들을 보면서 푸블리우스는 이마의 땀을 훔쳤다.

‘실수 할 뻔 했군···.’

생각해 보면 5,000으로 나눴다고 해도 결국은 총 병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이제까지처럼 대응하면 충분히 대응 하며 다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셋 중에 스파르타쿠스를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나머지 두 개에 관한 마크가 흐려진 것이다.

그때 세 무리중에 중앙 돌파를 한 병력이 거칠게 로마군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딱히 전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선두에서 날뛰는 자들의 무력이 뛰어나서 보병의 방어진을 뚫어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남자가 사방을 향해서 포효하듯이 외쳤다.

“내가 스파르타쿠스다!!!!!”

“스파르타쿠스? 저 놈이!!?”

푸블리우스는 자신의 바로 정면의 위치에서 날뛰고 있는 스파르타쿠스를 보고는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끓어 올랐다.

세상에 한창 무서울 것 없는 철부지 도련님이 최근에 전투에서도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면서 계속해서 풀어졌다.

이제는 세상에 무서울게 없을 것 같았다.

지금 같아서는 로마 최고의 용장인 폼페이우스라도 상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마에 반기를 든 검투사 노예 정도는····.

“전군 돌격!!!!”

푸블리우스가 결국 무리수를 두고 스파르타쿠스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때 안토니우스를 세 무리 중에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푸블리우스의 무모한 행동에 클레임을 건 자는 아무도 없었다.

“받아랏!!!”

푸블리우스는 말 위에서 크게 글라디우스를 휘둘러서 스파르타쿠스를 베어 버리려고 했다.

제법 많이 휘둘러본 검격이기는 했지만 원래 말 위에서 글라디우스로 적을 베는 것은 되게 어렵다.

검이 워낙에 짧아서 상체를 숙여 베야 했기 때문이다.

그걸 피하지 못할 스파르타쿠스가 아니었다.

아니었는데···.

“크윽····.”

스파르타쿠스는 피하지 않고 적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푸블리우스의 공격에도 계속해서 허둥 거리면서 뒤로 물러나기만 할 뿐이었다.

“뭐하냐? 야만인!! 고작해야 이걸로 끝이냐?”

푸블리우스는 사납게 날뛰면서 스파르타쿠스를 몰아붙였다.

결국 견디지 못한 스파르타쿠스는 그대로 등을 돌려서 도망치면서 말했다.

“후퇴하라!!! 전군 후퇴하라!!!”

스파르타쿠스의 명령에 따라서 스파르타쿠스를 이끌던 병력만이 아니라 다른 세 곳의 병력들도 썰물 빠지듯이 빠지기 시작했다.

“큭!! 도망가지 마라!!!”

푸블리우스는 그대로 말을 몰아서 스파르타쿠스를 추적하려고 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상대가 뒤로 도망가니 거기에 약이 바짝 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앞에 안토니우스가 나타났다.

“뭐 하시는 겁니까?”

크릭서스를 상대하고 있던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스파르타쿠스를 추적하고 있는 푸블리우스를 말리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런 안토니우스를 보고 푸블리우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음? 안토니우스? 너야 말로 뭐 하는 거냐? 비켜라!!!”

“지금 적을 추적하다가는 포위망이 흐트러 집니다. 임무를 잊으셨습니까?”

“·········스파르타쿠스를 잡으면 그 순간 전쟁은 끝이다.”

“포위망을 유지 하는게 사령관님의 임무입니다.”

“················.”

“사령관님!!”

“아니. 알았다. 전군 대열을 유지하라!!”

결국 푸블리우스는 추적을 위해서 투리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는 아쉬움이 크게 자리잡아 있었다.

투리의 성벽의 안쪽.

거기서는 우진이 전투에서 복귀한 간부들을 모아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병력의 피해는?”

“별로 없습니다. 모두들 작전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기에 무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좋아. 스파르타쿠스, 푸블리우스라는 애송이는 어떻게 되었나?”

“약은 충분히 올렸소. 잘 하면 지금이라도 바로 따라 들어올 것 같았는데 말이지····.”

아쉬워하는 스파르타쿠스를 보고 옆에서 크릭서스가 말했다.

“아마도 내가 상대하고 있던 안토니우스라는 애송이가 말린 것 같더군.”

“안토니우스?”

우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어디선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우진은 원래 21세기의 한국인이었고 로마의 역사에 관해서 그렇게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그나만 크라수스나 폼페이우스 같은 경우는 역사적으로 조금은 알고 있었고, 또 이 시대에 오고 나서 질리도록 들은 이름이었지만···.

‘안토니우스? 으음···. 분명 어디선가 들은 이름인데···. 축구선수? ···는 아니겠지?’

아무래도 안토니우스라는 이름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게 없는 것 같았다.

사실 그걸 알았다고 해도 이제와서 작전을 바꿀 일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지금 상대하고 있는 적은 푸블리우스. 라는 크라수스 가문의 도련님이다.

“이제 떡밥은 충분히 뿌렸어. 오늘이라도 슬슬 입질이 오는지 확인해 보자고.”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푸블리우스의 막사.

“쯧, 다 잡았었는데·····.”

거기에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거리고 있는 푸블리우스가 있었다.

그는 오늘 있었던 전투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압도하고도 미처 잡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또 아쉬웠다.

사실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추적을 해서 잡으려면 투리의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랬다가는 안토니우스의 말대로 투리를 감싸고 있는 방어막에 구멍이 생길지도 몰랐다.

‘이 방어라인을 유지하기만 하면···. 그렇게 하면 나에게는 출세가도가 보장된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어디까지 올라 갈 수 있을까?’

푸블리우스의 목표는 술라나 마리우스처럼 절대 권력을 노려서 한 번쯤은 로마에 군림해 보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이 있었다.

원래 귀족이 아니었던 마리우스나 몰락한 가문속에서 일어나야 했던 술라에 비하면 훨신 더 유리한 환경 속에서 스타트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스파르타쿠스의 목까지 더해지면···.

“앞으로 5년안에 프라이토르가 되는 것도 문제는 아니야.”

자신의 아버지인 크라수스가 콜술로 재임하고 있는 동안 프라이토르까지 오르면 그 다음 콘술의 직위도 자동적으로 세습 받을 수도 있었다.

물론 콘술의 직위는 세습 받는게 아니라 정당하게 선출되어서 원로원의 투표로 뽑혀야 하는 것이지만···.

권력의 옥좌에 앉는 방법은 꼭 정공법 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푸블리우스는 스파르타쿠스의 목이 아쉬웠다.

그 반란군의 수뇌의 목만 있다면··. 그렇다면 자신의 인생은 그야말로 황금길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사실···. 냉정하게 말했을 때 푸블리우스가 출세해서 콘술이 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의 능력을 운운하기 이전에····.

시저나 지금은 어린애일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글렀다.

뭐, 본인이 그걸 알리는 만무하지만 말이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급보입니다.”

혼자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푸블리우스의 막사에 한명의 전령이 황급하게 들어와서 말했다.

“무슨 일이냐?”

“예. 해안선을 정찰중이던 자들이 투리의 항구에서 대량의 배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배!!?”

“예. 원래 투리에 있던 배는 물론이고 다른 배들도 투리에 입항하고 있다고 합니다.”

“투리에 입항? 대량의 배? 설마····?”

푸블리우스는 황급하게 최악의 결론을 내렸다.

“놈들이 배를 타고 도망간다는 건가?”

그 생각이 든 순간 푸블리우스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전군을 준비해라!! 놈들이 도망가기 전에 투리를 함락 시켜야 한다. 절대로 스파르타쿠스를 놓치지 마라!!!”

뒤에 스파르타쿠스를 놓치지 말라는 말에는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간절한 진심이 들어 있었다.

원래···. 공적을 탐하는 지휘관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결과를 낸 전적이 지극히 드문 법인데 말이다.

푸블리우스가 투리의 공성전 준비를 하자 안토니우스가 말리기 위해서 부리나케 달려왔다.

“뭐 하시는 겁니까?”

“투리를 공격한다. 더 이상 말리지 마라!!!”

“포위망을 유지해야 합니다.”

“적들이 배로 도망가려고 한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푸블리우스의 일갈에 안토니우스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적들이 배로 옮길 수 있는 병력은 많아야 1,000정도입니다. 그 정도를 놓치는게 아쉬워서 공성을 한단 말입니까? 그것도 해도 떨어진 이 야밤에?”

원래 공성전은 밤에 하면 특히 더 불리한 법이다.

조명도 통신 장비도 없는 이 시대에 있어서 어두컴컴한 야밤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공격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법이다.

그래서 야습의 성공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어가 약한 막사나 이동중인 병력을 습격했을 때의 일이다.

단단한 방어로 보호되고 있는 성벽을 공격하는 공성전의 경우는 오히려 야습을 감행하는 쪽이 불리하다.

물론 지금 투리의 방어는 여기저기 무너진 성벽으로 인해서 구멍이 뚫려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야밤에 공성을 결행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푸블리우스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논리는 훨훨 날아가 버렸다.

“이대로 가면 스파르타쿠스를 놓친단 말이다!!”

“그 야만인을 놓친다고 해도 고작 1,000남짓한 병력을 가지고는 로마 어디를 가도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잘해봐야 어디 산적이나 해적질이나 하겠죠.”

“로마를 욕 보인 반역자가 도망가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란 말이냐!!?”

“만에 하나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 하면서 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안토니우스의 말은 지극히 옳았다.

하지만 그것은 로마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로마의 군인으로서의 생각.

지금 푸블리우스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스파르타쿠스의 목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군!! 진격해서 투리를 점거해라. 그 개 같은 반란군의 수괴의 목을 나에게 가져와라!!!”

“옛!!!”

“옛!!!”

“옛!!!”

결국 안토니우스의 만류도 무시하고 푸블리우스는 군을 진격 시켰다.

그로 인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고 말이다.

“제길···.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데····.”

안토니우스는 입술을 꼭 깨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 작품 후기 ============================

안토니우스 : 아나....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레기움에 시저 형님이나 따라갈 것을...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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