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82화 (82/220)

82화

<우진 나라를 건국하다.>

전쟁이 끝난 이후 시칠리아로 복귀한 우진은 바빴다.

내정이라는 것이 마음먹고 하나하나 손대기 시작하니까 일이 끝이 없었다.

마치 주부들이 살람살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나라 살림이나 가정 살림이나 같은(?) 살림이니까 그런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시칠리아는 곡창지대였다.

다행이도 가장 중요한 식량의 수급은 큰 차질이 없었다.

이 당시에 시칠리아에서 나는 식량으로 로마 본토가 거의 먹고 살았다고 할 정도니 식량 수급만큼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고대 시대에 식량의 자급자족이 된다는 것은 나라로서의 최소 기틀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병력도 최대한 확충하고 무장도 갖춰서 우진은 총 10만에 달하는 군대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군대를 만드는 것에 가장 어려운 것은 인력의 확보와 유지에 들어가는 군량이었는데···.

우진의 경우는 둘 다 걱정 없었다.

시칠리아를 재패하고 로마까지 진격했던 우진은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카르타고가 멸망하고 적수가 없었던 로마에 한방 먹인 남자가 원래는 아무것도 없었던 검투사 노예.

라는 석세스 스토리는 로마에게 학대 받았던 수많은 노예들에게 큰 감명을 줬다.

무기를 들 수 있는 모든 남자들이 앞 다퉈서 붉은 파도의 군대에 지원하는 바람에 인력의 확충은 정말 수월했다.

식량과 무기.

이 두 가지를 손에 넣은 우진에게 있어서 최근의 고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해군력의 부재.

또 하나는 최근 붉어지고 있는 건국 문제였다.

지금 우진은 시칠리아를 재패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칠리아에 가둬져 있다고 해도 맞았다.

로마군은 전 해군력을 다 동원해서 지금 시칠리아의 바닷길을 꽁꽁 묶어두고 있었다.

살아있는 항로는 딱 하나.

메사나에서 레기움으로 가는 항로 하나 뿐이었다.

워낙에 가까운 항로라서 로마군도 그 항로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에스파냐, 소아시아, 이집트, 모든 항로가 꽁꽁 틀어 막혀 있었다.

그 방어막을 풀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해전을 벌여서 로마의 해군의 방어막에 구멍을 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군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우진은 이 시대의 해전을 잘 몰랐고, 또 해군 전력을 키울 여력도 부족했다.

기본적으로 해군이라는 것은 배에서 싸우는 군사다.

즉 배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닐 정도로 비싼 전력이라는 것이다시칠리아의 막대한 식량을 팔아서 재화를 마련하거나 배를 사오고 싶어도···.

우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로마에서 그걸 지켜볼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실 이게 더 시급했다.

바로 건국문제였다.

최근 몇몇 간부들을 시작으로 우진에게 건국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우진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다.

“건국이라·······. 필요하기는 한 것도 같은데····.”

사실 말로는 망설이고 있는 우진이었지만 머릿속으로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건국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필수 옵션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미 시칠리아는 하나의 나라다.

군대, 세금, 치안, 그리고 법령까지···.

모든 것을 우진과 그 측근들이 회의를 거쳐서 정하고 집행하고 있었다.

그런 나라에서 우진이 왕위에 오르고 나라를 선포한다면···. 그러면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크다.

우선 나라라는 형태를 갖추면 그것만으로도 국민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이 고대시대에는 아직 나라에 소속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부족단위 안에서 생활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랬기에···. ‘나라’라고 하는 테두리 안에서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국민들의 심리적 안심 이외에도 나라를 선포하면 대외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효과도 지대했다.

로마를 상대로 반항하는 반 세력에서 나라를 선포하면 이제까지 로마의 영향력 하에서 숨죽이고 있던 나라들도 우진에게 거래를 신청 할 가능성도 있었다.

나라와 나라간의 거래.

즉, 외교라는 것이 성립하는 것이다.

저번처럼 깜짝 기습에 가까운 진격전은 이제 불가능 하다.

우진은 한 번 레기움까지 직접 가서 레기움의 봉쇄라인을 정찰한 적이 있는데···.

그걸 정면으로 뚫는다는 선택지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다른 해안도시도 방어가 튼튼하게 이뤄져 있다고 들었다.

한번 점령 했었던 투리까지 로마군은 다시 점령해서 근본부터 방어라인을 다시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해양강국 카르타고를 상대하던 시절의 고대 로마의 해양방어라인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르타고가 멸망한 이후로는 많이 쇠퇴했지만 그래도 우진의 병력으로 노려볼 만한 빈틈은 거의 없었다.

어쨌든, 이제 정면 승부로 결판을 내야 하는 만큼 나라의 형태를 갖추는 것은 그 시작이라고 봐야 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팔자에도 없는 왕 노릇이라니····.”

결국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진은 선택해야 했다.

자신이 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선택지를 말이다.

며칠후.

시칠리아 간부들의 정기 회의에서 우진은 의제를 먼저 정했다.

[건국]

“여기에 관해서 할 말 있는 사람?”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라라····. 좀 늦은감이 있기는 하지만. 한시 바삐 서둘러야 할 일이죠.”

“흠,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칼잡이나 하던 놈들인데 나라를 만든다고 잘 굴러갈지.”

크릭서스는 살짝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전투에는 호전적이었지만 그 이외의 일에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무관심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못 할 것도 없지? 로마새끼들도 하는데 말이야.”

“그렇지···. 다만 우리 자리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건데···.”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자신들의 위치에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이 둘은 우진에게 굴복한 이후로 자신들의 일족중에 상당수의 신망을 잃었다.

자신들의 일족중에서 최고의 전사.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일족을 이끌던 그들이었기에 다른 자에게 패배를 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각 일족의 우두머리였고, 우진은 그들을 마냥 무시하지는 못했다.

사실 실제 역사에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우진이 알고 있었다면 대우가 좀 달랐겠지만 우진은 지금의 단계에서는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를 각 일족의 대표로 인정하고 있었다.

사실 실제의 역사에서 이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스파르타쿠스이 발목을 잡아끈 사고 뭉치들이었다.

원래의 역사에서···.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스파르타쿠스가 크라수스를 상대로 후퇴만 계속하자 반발해서 자신들의 일족을 데리고 이탈했다.

그것은 크릭서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고 그들은 아마 자신들이 새로운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스파르타쿠스에게서 떨어져 나가 무모한 행동을 하는 그들은 크라수스에게 있어서 손 쉬운 먹이감이었다.

둘은 크라수스의 유인책에 걸려서 전멸의 위이게 처했다.

대패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져서 도망가는 그들에게는 추적이 붙었고 결국 그들은 크릭서스의 전철을 밟을 뻔 했다.

하지만 도피가 한계에 도달했던 시점에서 그들의 패배 정보를들은 스파르타쿠스가 나타나서 그들을 구원해 줬다.

크릭서스때와 달리 스파르타쿠스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그 둘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스파르타쿠스는 차라리 그 둘을 버리는게 나았을 것이다.

그 후에 스파르타쿠스는 그 둘을 받아들이고 둘 역시 스파르타쿠스에게 복종했다.

하지만 칸텐나에서의 전투에서 이 둘은 스파르타쿠스의 명령을 어기고 다시 한 번 크라수스에게 정명 격돌을 했다.

크라수스가 그만큼 바라던 장면이었고 스파르타쿠스가 악착같이 피하던 전면전을 벌인 것이다.

그 전투에서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죽고 그 둘을 따라서 3만명 이상의 반란군이 죽었다.

당시 3만이라는 숫자의 손실은 스파르타쿠스에게 뼈 아픈 것이었다.

이때의 손실이 없었다면 스파르타쿠스도 좀 더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지 몰랐다.

이렇게 사고 뭉치인 둘이지만····.

우진은 사실 이 둘의 원래 역사에서의 일 같은 것은 몰랐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듣보잡들 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역사도 바뀌었고 우진이 사전에 군기도 제법 잡았으니····.

이 둘의 원래 역사에서 벌인 패배는 이제 벌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우진은 자신이 구상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라는 크게 두 가지 틀로 나눌 거야. 하나는 군부, 또 하나는 행정부.”

“·············.”

“·············.”

“·············.”

우진은 자신을 주목하는 시선을 느끼면서 거침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군부는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이 맡게 될 거야. 로마군들처럼 각각 군단을 맡아서 훈련시키고 전투를 수행하겠지. 군단은 한 군단에 5천씩 해서 총 20여개 군단을 만들 거야.”

“20여명이나? 그럼 난 몇 개 군단이나 맡는 거요?”

칸니쿠스의 말에 우진은 대강 생각한 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총 20여개의 군단이 성립되면···. 우선 대강 이렇게 할 거야.”

우진은 나무 판자에 미리 적어놓은 숫자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중앙군 : 10군단, 5만 명.]

[디오클레이우스 : 4군단, 2만 명.]

[스파르타쿠스 : 2군단, 1만 명.]

[크릭서스 : 2군단, 1만 명.]

[오우메니우스 : 1군단, 5천 명.]

[칸니쿠스 : 1군단, 5천 명.]

[카스투스 : 1군단, 5천 명.]

“각 군단의 편제와 인사는 군단의 책임자의 재량에 의해서···.”

“잠깐!!! 할 말이 있소.”

카스투스는 우진의 말을 자르고 크게 소리쳤다.

“무슨 말이지?”

“내 일족의 인원만 해도 1만이 넘소. 그런데 내가 고작해야 한 군단 밖에 못 맡는다고? 왜 크릭서스는 1만명이고 난 5,000명이란 말이오?”

카스투스의 목소리는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카스투스는 억울했다.

이미 자신의 영향력 안에 있는 일족이 1만이 넘었다.

그런데 직속 부하를 5,000으로 제한하는 것은 카수투스의 입장에서는 열이 받을 법도 하다.

말은 꺼내지 않고 있었지만 비슷한 입장에 있는 칸니쿠스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 불만이라도 있나?”

“아니 그러니까·····.”

우진은 카스투스의 불평에 대고 대 놓고 권위를 내세웠다.

까라면 까라.

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우진의 행동은···. 실로 정답이었다.

사실 조목조목 설명을 해서 납득 시킬 수도 있었다.

우진이 직접 관리하는 중앙군에 가장 많은 군대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레기움의 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가 그 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이끄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그 다음에 스파르타쿠스와 크릭서스에게 1만씩의 군대를 이끌게 했고, 그렇게 되다 보니 자연적으로 그 둘보다 이름값이 떨어지는 칸니쿠스와 카스투스에게는 5,000의 병력만을 맡긴 것이었다.

이렇게 조목조목 설명을 해서 납득을 시키는 것도 가능은 했다.

가능은 했지만····.

우진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권위를 앞세워서 힘으로 억눌러 버린 것이다.

그게 바로 정답인 것이었다.

난세의 왕은 그래야 한다.

신하의 안색을 살피면서 달변을 늘어놓는 왕이 어울리는 시대의 왕들도 있지만 적어도 이 고대 로마 시대에서 반란의 총아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우진이 그래서는 곤란했다.

어디까지나 당당하게.

아군은 납득 시키고 적군은 굴복 시킨다.

그게 우진이 택했고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하다 못해··. 우리 일족이라도 내 휘하에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입니다.”

우진의 강경한 눈초리 앞에서 카스투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런 카스투스를 보면서 우진이 말했다.

“네 일족이라·····. 좋다. 그럼 그렇게 해라.”

============================ 작품 후기 ============================

카스투스 : 너무 적어.

우진 : 주는대로 먹어라. 한대 맞기 싫으면.

1차 전쟁이 끝나고 이제 얘기는 다음 챕터로 넘어갑니다.

지도의 업데이트를 원하시는 분이 계셔서 계획에는 없었지만 업데이트 했습니다. 제 뜰에 오셔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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