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86화 (86/220)

86화

잠시 그 자마 전투에 관해서 설명하자면···.

자마 전투는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자신의 숙적인 스키피오와 직접 겨룬 마지막 전쟁이기도 했다.

그 전투에서 한니발은 충분한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한니발의 이름에 겁을 먹은 원로원은 스키피오에게 적극적으로 싸우지 말라고 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니발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막대한 병력을 추스릴 수 있었다.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보병은 12,000 로마 원정부터 자신을 따랐던 최정예였지만 로마의 스키피오의 34,000병력에 비해서는 좀 적은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한니발은 30,000명의 시민들을 징집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총 병력은 보병 43,000. 기병 3,000, 그리고 전투 코끼리도 100기정도 모았다.

로마의 전력이 보병 35,000애 기병 3,000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니발은 아마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로마군의 기병 3,000이라는 것은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로마인들이 말을 잘 못타는 것이야 유명한 사실이었고, 북아프리카의 지형은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그 숙적의 목만 딸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서 로마로 진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도 못하게 누미디아에서 배신을 하고 스키피오에게 누미디아 기병 6,000기를 보냈다.

이것은 컸다.

누미디아의 기병 자체가 로마의 기병과는 수준이 다른 정예였고, 무엇보다 이제까지 아군으로 알았던 누미디아의 배신이 뼈아팠던 것이다.

천하의 한니발도 여기에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기록에 의하면 자바 전투 하루전날에 한니발과 스피키오는 단독으로 대면했다고 한다.

거기서 한니발은 스키피오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네가 날 이기지 못한다면 난 다시 한 번 로마로 진격할 것이다. 그래도 위험한 도박을 해 보겠나?”

그러자 스키피오는 피식 웃으면서····.

“천하의 한니발이 전쟁을 피하는 건가? 누미디아의 배신이 생각보다 컸나 보군.”

“·············.”

한니발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병신 같은 배신자들···, 로마를 끌어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100분의 1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라고····.’

한니발은 이를 갈았다.

그런 한니발을 보고 스키피오가 말했다.

“어차피 전쟁은 도박이지. 한니발, 이제 당신과 나, 둘 중에 누가 승자로 남는지 한 번 해봅시다.”

“·····후회하게 될 거다.”

“후회 안 해. 설령 내가 당신에게 진다고 해도.”

“···········.”

“난 당신과 함께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새길 테니까.”

결국 한니발의 의도와는 달리 자바 전투는 벌어졌고, 그 결과는····.

스키피오의 대승이었다.

평소와 달리 기병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병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급조한 카르타고 시민병들과 로마의 정예 병력은 숫적 차이 따위가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이 전투에서 카르타고는 전사자와 포로를 모두 합쳐서 4만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써 한니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카르타고역시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후에 3차 포에니 전쟁에서는 카르타고는 자신의 영토만 간신히 지킬 정도의 군대만 있을 뿐.

이미 로마의 적수가 아니었다.

결국 카르타고인들에게 있어서 누미디아는 자신들의 나라를 멸망시킨 배신자이며, 자신들의 영웅인 한니발의 원수이기도 했던 것이다.

‘다행이도 여론은 괜찮은 것 같군.’

구 카르타고 출신들을 포함해서 상당수가 아프리카 진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우진으로서는 외부로 진출하려면 아프리카 말고는 답이 없기도 했다.

소아시아 쪽은 로마와 가장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격전 지대였다.

동맹을 맺으면 정말 든든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멀었다.

에스파냐의 마리우스 일파의 잔당도 다 정리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집트로 가려고 해도 가는 길목의 크레타 섬의 로마 해군들에게 걸릴 확률이 높았다.

다만··. 아프리카로 가는 항로 하나만이 안전했던 것이다.

원래 로마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항로 자체가 시칠리아를 거쳐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그 항로 만큼은 봉쇄가 약간 어설펐다.

지금 이대로 시칠리아 안에서 웅크리고만 있어서는 언젠가 무너질 것이다.

로마와의 체격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국토, 인구, 무기와 식량의 산출량.

시칠리아가 곡창지대라서 식량의 여분이 많이 남는 것 정도가 유일한 위안이었지만···.

그 외에는 지중해 연안 전체를 제패하고 있는 로마와의 차이가 너무 컸다.

그래서 우진은 저번 전투에서 하다못해 로마를 불태우고 이탈리아 반도이 절반 이상 정도는 차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시저의 수작 때문에 효과는 반에 반으로 반감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큭···. 로마에서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열 받네.’

우지끈···.

“전하?”

“아···. 아무것도 아니오.”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손에 쥐고 있던 지시봉이 부러트려 버렸다.

“어쨌든, 우리 시칠리아가 외부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누미디아 왕조를 밀어내고 거기를 우리의 영토로 만들 것이오. 여기에 동의하는 자는 거수하시오.”

우진의 선언에 행정부의 대부분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군부에서도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순히 손을 들었다.

하지만, 뜻 밖에도 손을 들지 않은 인물중에 우진에게 거슬리는 사람이 있었다.

“반대하는 자는 손을 들으시오.”

우진이 반대하는 자는 손을 들라고 하자 단 한명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 이외에는 모두 찬성이거나 기권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한명이 좀 튀는 인물이라서 무작정생깔 수는 없었다.

우진이 절대 왕권을 지닌 왕이라고 해도 마냥 무시 할 수는 없는 인물.

“스파르타쿠스, 이유를 설명해 보시오.”

바로 스파르타쿠스였다.

“전하,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경을 담아서 말하겠습니다. 저는 그 계획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

우진이 왕위에 오른 이후로 스파르타쿠스와의 공식 회담은 이게 처음이다.

스파르타쿠스는 우진을 향해서 신하가 왕에게 취해야 할 존경과 예의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진의 계획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게 차라리 더 골치 아픈데 말이야.’

충신 코스프레를 하고 반대하면 마냥 생 깔수가 없다. 자칫 잘못 하면 폭군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설명해 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스파르타쿠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진이 가져온 지중해 전반의 지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우선 국왕 전화의 말씀 대로 아프리카로 가는 항로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미디아를 점령하기 이 전에 이미 로마의 땅이 된 아프리카 속주령부터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확실히····.”

“거기가 더 가깝기는 하지.”

수긍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파르타쿠스는 말을 이었다.

“예. 가깝습니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카르타고는 우리들의 릴리바이움에서 뱃길로 가장 가까운 도시이기도 합니다.”

스파르타쿠스는 거기서 말을 잠시 끊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리나라인 파라디소스와 가까운 도시에 아무런 방비도 되어있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철통같은 방어가 되어 있을 것이 뻔하다는 말입니다.”

“···········.”

“···········.”

“···········.”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국무회의의 의원들은 모두들 입술을 다물었다.

특히 구 카르타고 출신들은 자신들의 조상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만 했지 거기를 어떻게 탈환 할 것인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서 스파르타쿠스의 말이 이어졌다.

“아프리카 진출은 적들도 경계하고 있을게 틀림없습니다. 이럴때는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적의 경계가 얕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파르타쿠스의 말은 일견 일리가 있었다.

우진은 스파르타쿠스에게 말했다.

“그럼 스파르타쿠스 그대가 생각하기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지도의 한곳을 가리켰다. 거기는 바로···.

[트리키아]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그 트리키아를 스파르타쿠스는 주목했다.

우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트리키아라···. 후작은 후작의 고향에 가서 일족의 힘을 빌리고 싶은 건가?”

“그렇습니다. 저의 고향은 로마의 동맹국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완전한 동맹은 아닙니다. 로마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많이 있고, 전 그 부족과 접선해서 거기서 로마를 향해서 칼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로마의 내부에 커다란 상처를 낼수 있겠지. 하지만···.’

우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후작의 명성을 이용해서 고향의 일족을 선동시킨다는 계획은 좋소. 하지만···. 무리요.”

“어째서입니까?”

“트리키아는 너무 멀리 있소.”

그렇다. 우진이 생각하는 문제점은 그것이었다.

“거기로 뱃길로 이동하려면 아테나와 크레타 섬 사이의 뱃길을 이용해야 할 텐데···. 틀림없이 로마군의 군선에 걸릴게 뻔하오.”

“군사를 이동하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군사가 아니라 저를 비롯해서 최소한의 인원만 이동시켜서···.”

“그만, 그대는 이제 일국의 핵심 귀족이오. 그런 그대를 성공률이 반도 되지 않는 도박판에 올려 보내는 것은 무모하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 전하의 말이 맞다.”

계속해서 자신의 고향으로 가겠다는 스파르타쿠스를 옆에서 말린 것은 크릭서스였다.

“내가 생각해도 거기까지 이동하면서 로마놈들에게 들키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무리다.”

“··········어떤 임무라도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스파르타쿠스 후작, 어명이니 솔직하게 말하시오.”

“·············.”

우진은 고집을 부리는 스파르타쿠스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지금 그대가 한 말에 개인적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도 섞이지 않았다고 장담 할 수 있소? 정말 조금도?”

“······아닙니다. 그건····. 장담 할 수 없습니다.”

스파르타쿠스의 무거운 대답에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후작의 말대로 아프리카로 가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고··, 또한 위험한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거기를 뚫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로마와의 싸움에서 항상 뒤를 신경 쓰면서 싸워야 할 거요.”

“··········!!”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로마와의 싸움이 다시 벌어졌을 때, 파라디소스의 후방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를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고향의 동포들부터 먼저 해방시킬 생각을 한 것은 틀림없는 그의 실수였다.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스파르타쿠스는 나름 냉정하게 생각한다고 고려했지만 정신차리고 보니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만, 자만, 성급함.

이런 자기 자신의 밸런스를 근간부터 무너트리는 감정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자각 하기는 참 어려운 법이다.

그 어떤 뛰어난 인물이라도 말이다.

스파르타쿠스의 얼굴에서 충분한 반성의 기색이 보이자 우진은 한 발 물러나면서 스파르타쿠스의 체면을 세워웠다.

“하지만 후작의 말대로 바로 카르타고를 공격하는 것은 무리지. 거기에 관해서는 옳은 말이오.”

“으음···, 확실히···.”

“그건 그렇지···.”

납득하는 의원들을 보면서 우진은 선언하듯이 말했다.

“아프리카 정벌은 내가 제안했지만 나 하나의 독단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소, 각 의원들은 충분한 생각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프리카 정벌을 위해서 좋은 생각을 내 보시오.”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첫 국무회의를 마쳤다.

내정이나 군사쪽에서 큰 내부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우진이 던진 돌맹이 하나가 일으킨 파문은 무척이나 컸다.

아프리카 정벌.

아프리카라고 해도 이 시대의 아프리카라는 개념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북아프리카지만···.

그래도 거기를 점령하겠다는 말은 한때 로마의 라이벌이었던 카르타고의 부활을 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의원들은 심장이 두근 거렸다.

반짝이는 두 눈을 보이는 관리들을 보면서 우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될 거야···. 나 혼자라면 몰라도 여러사람이 힘을 모으면 틀림없이 어떻게든 묘수가 나올거야.’

이전 전쟁에서 전쟁에서는 이득을 봤지만 시저와의 심리전에서는 개인적인 패배를 겪었던 우진이었다.

하지만 그 패배가 의외로 우진을 성장 시키는 밑걸음이 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으음... 죄송한 말을 어렵게 꺼내게 되었습니다.

일단 본론만 말씀 드리자면 9월1일까지 '로마의 혁명'을 잠시 휴재 하겠습니다.

연참 분량을 모으기 위해서 쉬는 그런 행복(?)한 휴재도 아니고 완전 휴재입니다.

그 이유는 이번 챕터의 스토리를 제대로 진행 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자료도 많이 수집해야 하고 준비할게 많습니다.

그 밑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고 집필을 해봐야 만족할 만한 퀄리티가 나올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과감하게 며칠간의 휴재를 하면서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서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또 모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 죄송하지만 8월에는 이번편을 끝으로 휴재를 하겠습니다.

다시 찾아 오는 것은 9월 1일이 되겠으니 그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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