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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87화 (87/220)

87화

<로마의 움직임>

우진이 나라를 건국했다는 소식은 당연하지만 지중해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말은 정보망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로마의 귀에도 파라디소스라는 신흥 국가가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로마의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로마의 영토를 빼앗아서 만든 나라.

로마의 지중해 최강이라는 자존심에 금이 쩍쩍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사실 우진이 전쟁터에서 시칠리아를 점령한 덕분에 가장 많이 욕을 먹고 있는 것은 바로 이제까지 로마를 이끌어온 정점.

즉, 원로원이었다.

이제까지 로마 반도를 먹여 살리고 있던 시칠리아의 곡물이 뚝, 하고 끊어지자 당장 곡물가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곡물은 그냥 곡물이 아니다.

국가의 유지에 필요한 절대적 기초 물자이며 또한 화폐의 대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고대 시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폐의 사용이 활발한 로마였지만··.

그래도 서민들 간의 거래에서는 종종 곡물이 거래의 대상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 곡물가가 폭등하기 시작하자 이제까지 잘 먹고 잘 살던 로마의 시민들이 원로원의 무능을 책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원로원의 하락하는 주가와 비례해서 이름값을 올리고 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

마르커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이 세 명의 이름이 차세대 로마의 주역으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 명이 이름을 날리는 방식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로마시민들에게 있어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강했다.

우선 폼페이우스.

그의 경우는 에스파냐에서 마리우스 일파의 잔당을 깨끗하게 일소하고 또한 시저의 계략이었지만 깃발 하나만으로 우진을 물리치기도(?) 했다.

덕분에 로마인들은 아무리 강한 적이 와도 폼페이우스만 있다면 로마는 끄떡 없을 것이라는···.

그런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자신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바람막이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크라수스.

원래 같으면 크라수스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는 노예 반란을 종식 시키려고 군사를 잃으켰는데 결과적으로 봤을때는 그것인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칠리아에는 파라디소스라는 나라가 들어섰고 로마의 남부의 주요 도시인 레기움까지 빼앗겼다.

사실 원로원이 크라수스에게 책임을 물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칠리아에서 끊어진 곡물로 인해서 물가 인플레이션이 생기자 크라수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상으로 곡식을 풀어서 로마 시민들의 인심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크라수스의 재산중에 상당수가 시칠리아에 있었고, 또한 이번 전쟁에서 소모한 재산도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수스는 로마의 시민들에게 충분할 정도의 곡식을 뿌릴 재산이 있었다.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샘이라도 되는 것처럼 돈을 뿌린 크라수스는 로마 시민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원로원들도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말이다.

결국 책임을 묻기는커녕 눈치만 살피고 있는 원로원이었다.

그리고 시저.

시저의 경우 원래 서민들의 편이라는 인식이 강한 젊은 인재였다.

그 인재가 전쟁터에서 수많은 활약으로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것에 로마 시민들은 스키피오가 다시 태어났다고 크게 칭송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폼페이우스의 깃발을 써서 로마를 구한 대담한 지략에 관해서는 로마인들이 술집에서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하는 얘기들이었다.

덕분에 우진은 열라게 빡쳤지만 시저의 경우 로마시민들에게 있어서 큰 명성과 호감을 얻고 있었다.

그 세 명은 원로원에서의 정기적인 만남 이외에 자신들끼리의 만남을 종종 가지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캉!! 카카칵····.

“으아앗!!!”

크라수스의 저택 안에 있는 연무장. 거기서 두 명의 남자가 서로 검을 마주 대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 한명은 거구의 남자였고 또 한명은 아직 어린티가 좀 남아있는 청년이었다.

바로 폼페이우스와 안토니우스였다.

폼페이우스는 여유 있게 검을 받아주고 있었지만 안토니우스는 마치 부모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죽일 듯이 살기를 실어서 싸우고 있었다.

“핫!!!”

안토니우스의 검이 그대로 폼페이우스의 심장을 찔러갔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는 여유있게 쳐냈다.

하지만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안토니우스의 반대쪽 주먹이 폼페이우스의 안면으로 날아갔다.

둘 다 방패를 들지 않고 싸우고 있었기에 노릴 수 있는 빈틈이었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안면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뒤로 살짝 물러나서 피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먹의 기세를 그대로 살려서 한 바퀴 빙글 돈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검으로 폼페이우스의 안면을 노렸다.

‘들어갔다.’

순간 안토니우스는 승리를 확신했다.

드디어 이 괴물딱지 같은···· 아니 괴물 그 자체의 인간에게 1승을 거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는 그 거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연하게 허리를 뒤로 젖혀서 공격을 피했다.

안토니우스의 회심의 변칙 공격은 폼페이우스의 앞머리 몇 가닥만 잘랐을 뿐이다.

그리고 무모한 공격으로 밸런스가 무너진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왔다.

뻐억!!!

“커어억!!!”

검은 아니었다.

폼페이우스의 주먹이 안토니우스의 안면에 작렬했다.

하지만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팽이처럼 두 바퀴 정도를 빙글빙글 돌고는 그대로···.

털썩···.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쓰러져 버린 것이다.

“제법이긴 하군. 많이 늘었다.

“크윽····. 그럼 한 칼이라도 좀 맞아 보시죠.”

“그건 10년은 멀었다.”

폼페이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연무장 한쪽에 대기 중인 시종노예에게 검을 맡겼다.

짝짝짝···.

그런 둘을 이제까지 보고 있었던 시저가 박수를 보내면서 나왔다.

“안토니우스가 많이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에스파냐의 영웅께서는 그야말로 무적인 모양이군요.”

시저를 직접 본 폼페이우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네놈이냐?”

“꼭 그렇게 노골적으로 싫어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죠·····.”

“난 널 싫어 하는게 아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그냥 꼴도 보기 싫고 눈앞에 있으면 짜증이 나고 확 죽여 버리고 싶을 뿐이다.”

“하하하····.”

‘죽이고 싶다는 말이군.’

그건 싫다 라는 감정을 아득하게 초월한 무언가로 보였다.

폼페이우스가 시저를 이렇게 싫어하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금 로마에 폼페이우스의 명성과 시저의 기지를 돋보이게 한 사건.

바로 우진을 깃발 하나로 물러가게 한 사건 때문이었다.

폼페이우스의 이름값을 이용해서 우진을 물리친 시저였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정도로 일이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이름이 무단으로 사용된 폼페이우스가 제대로 빡쳤다는 것이다.

“시저!!!!!!”

로마로 돌아온 폼페이우스는 잔뜩 독이 오른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면서 시저를 찾아왔다.

그때 시저는 안토니우스와 함께 크라수스의 집에서 앞으로의 일을 회의하고 있었다.

거기 찾아온 폼페이우스는 크라수스의 저택을 지키는 가드들을 단번에 베어 버리고 난입해 왔다.

“폼페이우스? 잠깐···.”

“닥치고 죽어라!! 애송아!!!”

시저는 살기 등등한 폼페이우스를 보고 자신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당황했다.

깃발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에 관해서 비판을 받을 생각을 했다.

거기에 대한 대응책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미친 사자처럼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 뜯으로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놈은 머릿속에 생각이라는 것이 없나?’

인생 전반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시저에게 있어서 폼페이우스의 이런 대응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시저가 당황을 하건 말건 폼페이우스는 알바 아니었다.

한걸음에 시저의 앞에 다가간 폼페이우스는 그대로 시저를 반토막으로 내버릴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죽어랏!!!!”

부우웅···· 카아앙!!!!

바람을 가르고 내려쳐진 글라디우스를 시저는 가까스로 막아냈다.

시저 역시 10대 시절부터 군부에 몸을 바치고 싸워온 남자였다.

스스로 무력을 앞세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아직까지는 천재의 그릇을 지닌 안토니우스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하여튼 시저는 상당히 강하다.

실제로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진과도 일합을 교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시저가 폼페이우스의 검을 받은 순간 깨달았다.

‘절대 못 이긴다···.’

단 일격을 받았을 뿐인데 손목이 부러진 것처럼 시큰 거렸다.

카아앙····.

폼페이우스가 검을 거두자 시저는 자세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저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검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이건····, 부러진 것 처럼이 아니라 정말 부러졌군. 망할····.’

그때 폼페이우스가 시저를 향해서 말했다.

“제법인군. 그저 말만 잘하는 샌님은 아니다 이거냐?”

폼페이우스는 시저를 내려 보면서 조금은 감탄 섞인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샌님이 아닌 엄연한 남자가 내 명예를 짓밟다니. 이건 이제 모독이 아니라 도전으로 간주해도 되는 거겠지?”

“아니 그게 아니라····.”

“등 뒤에서 찌르지는 않겠다. 검을 들어라. 남자 답게 죽어라.”

“제길, 사람 말 좀 들어····.”

시저는 여기서 자신이 죽으면 정말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어린시절 술라의 위협에서도 살아 남았다.

단신으로 해적들에게 잡힌 적도 있었지만 살아 남았다.

이번 전쟁에서도 위기에 처한 적은 있었지만 살아 남고 일약 유명인사에 올랐다.

그런데 로마의 저택에서 같은 로마인에게 죽는다면 그건 무슨 희극이란 말인가?

“왜 그러지? 검을 들어라. 안 그러면 그대로 죽겠느냐?”

폼페이우스는 당장이라도 시저를 죽이려고 했다.

그때···.

“당신 검이라면 내가 받아보지. 10대 백정씨.”

“····넌 누구냐?”

폼페이스는 한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호오···. 네가?”

당시에 안토니우스는 시저의 오른팔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로마에서 이미 검으로는 당할 자가 없다고 할 정도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안토니우스를 보고 폼페이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새롭게 나타난 신성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폼페이우스를 보고 시저가 외쳤다.

“폼페이우스!! 애를 건드리지 마라!!”

“애라··. 아니지. 저 아니면 이미 애 노릇은 아니야? 그건 너도 잘 알텐데?”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이를 드러내면서 으르렁 거리는 시저의 모습은 검을 들고 있을 때 보다 한층 더 위압감이 있었다.

“흐음·····.”

폼페이우스는 그런 시저를 보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했다.

천상 무인인 그로서는 시저를 이해하기 힘들법도 했다.

시저는 아직 꽉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군주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군주는 본인 스스로가 무력이나 지력에서 지는것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끼는 인재를 잃는 것은?

그것은 군주에게 있어서 자기 자식을 잃는 것 보다 더 큰일이었다.

일예로 동방에서 조조가 전위를 잃었을 때, 그때 조조는 자신의 장자도 같이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조는 자신이 아끼던 무장인 전위를 잃은 것을 아들의 죽음보다 더 슬퍼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조와 정 반대되는 성격으로 비유되는 유비 역시.

그 역시 장판파에서 아두를 집어 던지는 쇼(?)를 하면서 까지 조운을 아꼈다는 일화가 있다.

이 두 가지 일화는 모두 허구성이 강하고 실제로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군주라는 생물들이 자신들의 인재에 관해서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라는 것에 대한 척도로는 생각 할 수 있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돌아왔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PS.시저 : 나 따라하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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