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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88화 (88/220)

88화

시저도 마찬가지였다.

안토니우스는 시저에게 있어서 앞으로 이 시대의 정점으로 올라가기 위한 중요한 인재다.

현재의 무력보다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자신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심.

최근 들어서 자신에게 조금씩 고분고분해지고 있는 푸블리우스가 동이라면 안토니우스는 금이다.

아니 지고의 보석이다.

감히 비교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지금 폼페이우스가 그 보석을 망치로 와장창 깨려고 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시저는 부러진 손목에 억지로 검을 쥐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폼페이우스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안토니우스를 죽이고 싶다면 어디 나부터 먼저 해 봐라. 폼페이우스.”

“·········좀 재미있는 얼굴을 하고 있군.”

“··············.”

“지금 죽이는 것은 그만두겠다. 적어도 내 이름을 일부러 더럽힌 쓰레기는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폼페이우스에게서 살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시저와 안토니우스가 서로를 대신해서 앞으로 나오려는 것이 이 남자에게서 관용을 떠 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폼페이우스가 얌전해지자 시저도 머리를 식혔다.

머리가 식은 시저는 폼페이우스의 가치를 재빠르게 계산했다. 그리고는····.

“당신의 깃발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소. 사과를 겸해서 잠시 대화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소?”

“·······좋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시저는 철저하게 정치가였던 것이다.

그 후에 시저는 폼페이우스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엄밀히 말해서 완전히 길들인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그렇게 길들여서 목줄을 매는 것은 불가능한 남자였다.

그 술라 마저도 노년에는 이 남자의 기세에 밀리지 않았던가?

더구나 용서를 하기는 했지만 폼페이우스는 시저를 싫어했다.

깃발 사건을 빼고 그냥 시저라는 인간 하나만으로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폼페이우스가 보기에 시저는 정치가.

즉,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도 살살 거리는 원로원들을 합쳐 놓은 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뭐, 시저가 그 원로원의 널리고 널린 인간들하고는 격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그래도 폼페이우스는 시저 자체를 싫어했다.

대신에 시저의 오른팔인 안토니우스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 했지만 말이다.

항상 크라수스 가문의 연병장에서 안토니우스의 검술을 봐주는 것을 거르지 않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어쨌든 폼페이우스와 안토니우스의 훈련이 다 끝나고 시저, 크라수스, 폼페이우스는 셋이서 식사를 겸해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시저, 시칠리아의 건국 소식을 들었나?”

“들었습니다. 제법 건방진 이름을 지었더군요. 파라디소스라고 하던가?”

“그렇다고 하더군. 원로원에서는 그 건국에 힘입어서 다시 한 번 레기움에 군을 파견할 생각인 듯 하던데···.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크라수스의 말에 시저는 얌전히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무리죠. 공격은 모무한 짓입니다.”

시저의 말에 크라수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폼페이우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전부터 생각했는데···. 네놈 필요 이상으로 적을 과대 평가하는 것 아닌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과소평가하다가 큰코 다치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우리는 이미 시칠리아와 레기움까지 빼앗겼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더 큰 실책을 해서 뼈아픈 실수를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신중한 겁쟁이가 되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흥, 그럼 그 겁쟁이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볼까?”

폼페이우스의 말에 시저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레기움은 방어에 상당히 용이한 곳입니다. 성벽은 두껍고 강하며, 뒤편의 바닷길을 통해서 메사나체서의 보급도 자유롭습니다.”

“·····그건 그렇군.”

크라수스가 시저의 말에 동조했다.

시저는 거기에 힘입어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레기움을 지키고 있는 상대는 디오클레이우스, 저 파라디소스라는 나라에서 국왕인 진과 유일하게 대등하다고 하는 인물입니다.”

“대등?”

“둘 다 이 로마에서 무적의 검투사로서 활약하던 인물들이라고 하더군요. 즉, 초창기부터 계속해서 함께 해온 최고 심복이라는 말이죠. 그런 심복에게 레기움의 방비를 맡기는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시저의 말에 폼페이우스는 조용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력 시위로군.”

“····맞습니다.”

시저는 내심 살짝 놀랬다.

이제까지 폼페이우스의 과감한 결단력과 인간 같지 않은 무력은 잘 봤다.

하지만 이정도의 통찰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레기움은 우리 입장에서는 목에 걸린 가시지만 적들의 입장에서는 꽉 쥐고 있어야 할 칼자루입니다. 언제든지 우릴 로마를 찌를 수 있께 말이죠.”

“··········.”

“··········.”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는 시저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에 이해가 갔다.

로마가 레기움을 탈환하면 시칠리아에 건국되어 있는 파라디소스는 이제 로마로 오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 진다.

카르타고의 멸망 이후로 해군력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로마였지만 그래도 마음 먹으면 시칠리아에서 오는 바닷길을 봉쇄하는 것 정도는 충분했다.

시칠리아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위치하고 있는 파라디소스로서는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될 요충지였다.

레기움을 빼앗기는 순간 로마는 막대한 해군력을 이용해서 시칠리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 하는게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놈들이기에 레기움과 메사나에 막대한 병력을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폼페이우스 당신의 말대로 시위죠. 레기움을 봉쇄하고 있는 병력을 조금만 풀어주면 바로 로마로 치고 올라오겠다는 겁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군. 그럼 이번에는 깃발만이 아니라 내가 직접 상대해 줄테니 말이야.”

폼페이우스의 말에 시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마도 이번에 봉쇄 라인을 풀면 로마로 무모하게 진격하는 짓은 안 할겁니다. 아마도 남부를 차근차근 점령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려고 할 테죠.”

“···········그건···, 골치군.”

“예. 골치죠.”

지금 시칠리아가 적들에게 넘어간 덕분에 식량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한 상태였다.

하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왜냐 하면 원래 로마의 반도는 토지가 비옥해서 충분한 자급자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시칠리아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식량 때문에 대부분의 농장들이 밀이나 보리가 아니라 포도나 올리브 같은 돈 되는 물건만 재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갈리아와 에스퍄냐에서 막대한 식량을 수입해 왔지만···.

이미 이탈리아의 농장들은 폭등한 곡식값을 보고 재빨리 농장에 보리를 재배하고 있었다.

한해만 지나면 식량값은 다시 안정될 것이 뻔했다.

비싼 운송료가 붙은 갈리아와 에스파냐의 곡식으로 인한 출혈은 한해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남부를 빼앗기면 그때는 정말 골치 아프다.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는 것은 이 시대의 국가에 있어서 강대국의 필수 조건이 있느냐? 없느냐? 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흠···. 동방 원정의 병력이 돌아오면 그때는 좀 더 전력을 집중 할 수 있을텐데 말이야.”

“그건···.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그냥 내버려 두죠. 일단은 여기 에스파냐의 영웅이 돌아온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흥, 루쿨루스는 너무 꾸물거려. 내가 맡았다면 진작에 끝났을 것을···.”

폼페이우스의 말에 시저는 쓴웃음을 지었다.

루쿨루스는 지금 동방에서 폰투스를 상대하고 있는 장군이었다.

선전하고 있었고 승전보도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대응이 너무나 철벽 방어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시간을 잡아 먹고 있을 뿐이었다.

‘뭐···. 어쨌든 이기고 있는 장군을 송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결국 여기에 있는 인력만으로 시칠리아에 자리하고 있는 파라디소스라는 신흥 국가를 상대해야 했다.

“레기움을 직접 공격하는게 안된다면···? 놈들을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야 한다는 건가?”

크라수스의 말에 시저는 지도를 가져오게 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적들의 입장이라면 두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겠습니다.”

“그 선택지는?”

“하나는 시칠리아 내부에서 힘을 모으고 모아서 다시 한 번 우리 로마의 본토를 도모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바라는 선택지입니다.”

“흠···, 그건 그렇지.”

레기움에 꽁꽁 웅크리고 있을때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밖으로 나와서 싸운다면 충분히 자신이 있는 크라수스였다.

이제는 전과 다르다.

적들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깨달았고 더 이상 깜짝 놀랄 기책을 발휘할 상황도 아니다.

적들이 국가를 내세움에 따라서 전쟁이 벌어지면 어디선가는 틀림없이 힘대힘의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최고의 으뜸패가 있지.’

크라수스는 문득 폼페이우스를 바라봤다.

그는 힘만 가지고 상황을 타파하려는 인간을 무능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지론을 뿌리부터 뒤흔든 것이 바로 저 폼페이우스라는 인간이었다.

힘만 가지고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머리도 굴릴 줄 알고 가문의 배경도 두껍고 시민들의 지지도 크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무기로 자신의 힘을 내세우는 것 뿐이다.

절대적인 자신감이 없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이 충분할 만큼 폼페이우스와 그의 군대는 강했다.

‘일단 힘 대결이 된다면 저 남자가 질 리가 없지.’

크라수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은 이런 정면 승부 말고 다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가능성을 말하는 건가? 설마 놈들이 우리에게 보호국이라도 신청한다는 건가?”

“설마요····.”

당시 지중해 연안은 전부 로마의 영토. 라고 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온전하게 로마의 영토는 아니었다.

로마에 복종하고 로마에 협력함으로서 자신들의 나라를 유지하는 나라들도 있었다.

그런 보호국들 중에는 치열하게 로마와 싸우다가 열세를 깨닫고 복종하는 나라들도··.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우진이 그렇게 할 일은 없었다.

파라디소스는 로마를 향한 적대감을 뿌리까지 품고 태어난 나라다.

로마에 짓밟히던 노예들이 주축이 되어서 착취당하던 속주민들이 합류하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거대한 로마라는 제국에 생긴 그림자에서 태어난 재앙.

그것이 바로 파라디소스였다.

“그들은 절대로 우리 로마에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예전의 카르타고 이상으로 우리를 곤란하게 하겠죠.”

시저는 눈을 강하게 빛내면서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에게 말했다.

“파라디소스를 이 세상에서 지우지 못한다면···, 그때는 우리 로마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시저가 이런 모습을 보일때는 그 폼페이우스 마저도 주눅이 드는 것을 느꼈다.

시저는 둘이 충분히 납득한 것 같자 지도의 한곳을 가리켰다.

“아프리카. 시칠리아의 모든 해안을 봉쇄했지만 이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봉쇄라인이 약합니다.”

“흐음···. 어쩔 수 없지. 본국과의 거리도 멀고, 원래 아프리카로 가는 항로 대부분이 시칠리아를 통해서 가는 항로였으니 말이야.”

“놈들이 거기를 노릴 것이란 말이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놈들의 시민들 중에 상당수는 아프리카 유목민들 출신. 즉 카르타고의 향수를 기억하는 자들입니다.”

“과연···. 충분히 일리가 있군. 그럼 어떻게 하겠나? 아프리카로 지원군을 보내겠나?”

“그건 좀···. 시칠리아를 통한 항로가 막힌 이상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해도 에스파냐를 통해서 가야 하지 않습니까? 한참 걸릴 겁니다.”

“그건 그렇지···.”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군을 그대로 움직여서 아프리카로 갈 걸 그랬나?”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폼페이우스는 반쯤 진심 같아 보였다.

그런 폼페이우스를 보고 시저가 말했다.

“폼페이우스,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소.”

“네가? 나한테? 그게 뭐지?”

“당신은 예전에 아프리카로 원정을 갔던 적이 있었소? 그렇지 않소?”

“있었지. 마리우스의 잔당을 잡기 위해서···.”

“그때 아프리카 속주의 시민들, 그러니까 누미디아인들의 민심은 어땠습니까?”

“············좋을 리가 없었지.”

폼페이우스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사실 카르타고의 후예를 자처하고 있는 우진의 신하들은 누미디아인들을 싫어했지만···.

누미디아 인들은 그 이상으로 로마를 싫어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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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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