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95화 (95/220)

95화

<아프리카 원정>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저 말고 디오클레이우스 공작도 있지 않습니까? 저보다 직급도 높고····.”

“디오클레이우스는 밑에서 받쳐주는 것은 잘하지만, 앞에서 이끄는 일에는 좀 약해.”

“·······저라고 앞에서 이끄는 일이 어울리는 그릇은 아닙니다.”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우진은 피식 웃었다.

지금은 자신의 신하로 두고 있지만 스파르타쿠스라는 이름은 원래의 역사에서 2,000년이 지나도록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오르내리고 있다.

로마의 어지간한 황제들 보다 더 유명한 인물인 것이다.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자가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부족함을 어필하는 모습이 우진은 살짝 우스웠다.

“자신을 가져. 스파르타쿠스 당신은 할 수 있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거야·····. 나 없이도 로마를 공포에 떨게 했었잖아? 2년이 넘도록.”

사실은 원래 역사에서 당신의 이름값을 믿는다. 라고 말하고 싶은 우진이었지만 그런 말은 해도 의미가 없었다.

그러니 그냥 지난 실적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상당수는 내가 끌어들이기 전에는 그저 착취당하는 약자들일 뿐이었던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

“···········.”

“그대는 다르지. 그렇지 않은가?”

“······절 너무 과대 평가 하시는 것 같습니다.”

“별로, 바르게 평가하는 것 뿐이야. 그리고 내가 나라를 비우는 사이에 로마인들에게 가장 잘 먹힐 이름값도 그대고 말이야.”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크게 감동한 듯한 표정이었다.

‘날 이렇게 까지 높이 봐주시고 계셨던가?’

스파르타쿠스는 우진이 내심 자신을 꺼린다고 생각했다.

비록 나라를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몇 번이고 그의 의견에 이견을 달았고, 실제로 초반부터 계속 고락을 함께 해온 디오클레이우스에 비하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자신을 이렇게 높이 평가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부재중에 나라를 맡길 정도로 말이다.

털썩!!

“신명을 다해서 반드시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스파르타쿠스는 무릎이 부서져라 강하게 꿇어 앉아서 우진에게 예의를 올렸다.

스파르타쿠스가 파라디소스의 충실한 일원에서····.

우진의 절대적인 충신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로마의 원로원.

오늘도 원로원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누미디아 개자식들이····.”

“원래 카르타고를 배반하고 붙었던 놈들이오. 애당초 국가의 틀을 유지하게 하는게 아니었소. 유구르타의 전쟁에서 멸망을 시켰어야 했어요.”

“이제 와서 그 말을 해서 뭐하오?”

“답답해서 한 말이오!! 답답해서!!!”

오늘도 로마 원로원의 모습은 개판 시장판 난장판이었다.

‘이제는 이런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까지 하니 원····.’

시저는 원로원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한숨이 푹 나올 뿐이었다.

누미디아가 파라디소스와 동맹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원로원에서는 난리가 났다.

가뜩이나 저번 전쟁으로 인해서 우진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강해진 원로원들이었다.

그런 우진이 아프리카로 뻗어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은 경기를 일으킬 것만 같았다.

이러다가 제2의 카르타고가 생길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충분히 생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으음···. 지금 아프리카의 속주 총독이 누구요?”

“살루스티우스였소.”

“으음····. 주둔군 1만을 가지고 있으니 적어도 우리의 원군이 갈 때까지만 버티면····.”

“거 답답한 소리 하십니다. 생각은 하고 사시오?”

“뭐가 어쩌고 어째?”

“시칠리아에 생긴 파라디소스 때문에 아프리카로 향하는 뱃길이 끊어진게 언제인데 무슨 수로 원군을 보낸다는 거요!!!?”

책망을 받은 원로원의 의원은 머뭇 거리다가 말했다.

“에스파냐 지방을 통해서 아프리카 최서단으로 들어가면····.”

“행군해서 가는데만 한참 걸릴 거요. 그 때까지 우리 군대가 버틸 꺼라고 보오?”

“끄응······. 그럼 당신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거요?”

“·······일단···, 속주 총령에게 결사의 방어를···.”

“당신도 별 생각은 없지 않소?”

“이 사람이!!”

“못할 말 했나!!?”

말로 하던 두 사람은 드디어 서로 멱살을 잡고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원로원의 추태를 보면서 시저는 속으로 중얼 거렸다.

‘싸워라 싸워. 차라리 그거라도 보는 재미에 여기 있는 거지····.’

시저의 눈에 여기 원로원의 모습은 양때를 다 잃고 울타리를 고치는 바보들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우진이 누미디아로 사신을 보내기도 전에 시저는 이미 두 가지 안배를 했다.

하나는 누미디아가 로마를 배신하지 않게 경고를 하는 것.

이것은 유감 스럽게도 통하지 않았다.

폼페이우스라는 유명인의 이름값을 빌렸는데도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누미디아도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하지만 상관 없다.

애당초 그런 될지 안 될지 모를 꺼림칙한 수작보다 더 확실한 한 수를 미리 준비했으니 말이다.

그거면 적어도 아프리카를 넋 놓고 잃어 버리는 최악의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난 나대로 제2의 수단을 써 볼까?’

시저는 난장판이 좀 가라앉기 시작하자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냈다.

“시저? 할 말이 있소?”

“예. 제대로 된 의견이 하나 있습니다. 들어 보시겠습니까?”

“····말하시오.”

다람쥐 챗바퀴 돌리는 것에도 질렸던 원로원이었다.

시저가 노골적으로 이제까지 뭐했냐? 라는 듯한 질책을 은유적으로 한 것은 모두 알았지만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따져 봤자 자신들만 비참해질 뿐이니 말이다.

“말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리고 또 다시 시저의 꼼수가 작렬하기 시작했다.

누미디아의 총독 살루스티우스.

그는 인생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베레스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로마인들에게 지방 속주의 총독으로 부임한다는 것은 출세가도를 위한 등용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속주 총독으로 있는 동안 재물을 왕창 긁어 모아서 그 자금력을 후일 로마의 정계에서 쏟아 붇는다는 것이다.

실제의 역사에서 베레스의 부패는 당시 키케로에게 비난 당하면서 유명해 졌지만····.

수많은 속주의 총독들 중에서 베레스만이 그렇게 부패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베레스는 베레스대로 제 딴에는 억울한 점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시대, 문명, 인종을 막론하고 부패한 정치가들 전원이 머릿속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그 변명···.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만···.]

이라는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 살루티우스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아프리카 속주에서 막대한 재물을 긁어모으면서 앞으로 원로원에서 승승장구 위로 올라갈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바로 옆의 시칠리아에서 베레스가 패망하고 있는꼴을 보면서도 위기의식도 없었다.

어차피 원로원에서 군사를 보내면 한 번에 진압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개념 없이 말이다···.

이제와서는 의미 없는 말이지만····.

만약 시칠리아에서 우진이 활동할 때.

그때 살루티우스가 자신의 군사력을 동원해서 시칠리아를 압박했다면 원로원은 그를 훨씬 더 크게 평가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진이 로마까지 진격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살루티우스는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유능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유능하지 않은 그가 총독으로 있는 동안 갑자기 아프리카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누미디아가 로마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시칠리아의 파라디소스와 동맹을 맺고 아프리카에서 로마를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속주에는 로마 정예군 1만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현지에서 조달한 군대까지 포함하면 총 3만의 군대를 조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현재 누미디아의 병력을 있는데로 긁어 모으면 그 병력은 대략 2만정도.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다.

비록 누미디아의 기병과 코끼리 부대는 골치였지만 그래도 대응 불가능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기에 파라디소스의 원군 4만5천이 더해지자 이제는 겉 잡을 수가 없었다.

우진은 4만5천의 병력을 누미디아의 땅 랩티스 마그나를 통해서 상륙시켜서 북쪽으로 진격 시켰다.

살루티우스는 는 고작 3만 남짓의 군대로 누미디아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워서 우진에게는 신경을 쓸 겨를도 없었다.

방심하고 무방비 했던 아프리카의 속주의 땅은 누미디아와 파라디소스의 연합군에게 궤멸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몰리고 몰린 로마군은 탑수스와 카르타고에 방어선을 집중 시켰다.

모든 인력과 물자를 두 도시에 집중 시키고 거기에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고대 시대에 이런 식으로 농성에 들어가면 뚫기가 좀 어려웠다.

그때 누미디아의 주바 왕자가 우진에게 서신을 보냈다.

“전하. 전령이 주바 왕자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지고 와라.”

우진은 주바 왕자가 보냈다는 서신을 읽어 봤다. 그 서신에는 우진이 카르타고를 공격하고 그리고 자신들이 탑수스를 공격하겠다는 제의가 들어 있었다.“

“······흠, 사실 우리 군대가 탑수스에서 더 가까운데···. 나름 선을 그으려는 것인가?”

당초의 동맹 조약에서 우진이 제시한 북 아프리카의 영토.

그 영토는 정확하게 이 탑수스라는 도시의 위쪽을 말하는 것이다.

그 이남은 누미디아가 가지기로 되어 있었다.

굳이 더 가까이 있는 도시를 공격하지 않고 멀리 있는 도시를 공격하라는 것은 우진에게 그 밑의 땅을 넘보지 말라는···.

그런 완곡한 의사 표현이었던 것이다.

“뭐, 어차피 그럴 생각도 없었으니. 마시르.”

“예. 전하!! 지금 당장 군을 움직여라. 탑수스는 무시하고 바로 카르타고로 진격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진의 군대는 탑수스를 포위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카르타고로 진격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탑수스의 성벽을 흘깃 본 우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가지 배려를 남기기로 했다.

“오우메니우스!!”

“예. 전하!!”

“그대의 군단은 여기에 남아서 탑수스를 감시하라. 포위망을 전개하지는 않아도 좋다. 어디까지나 감시다.”

“예. 알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주바 왕자가 군을 이끌고 오거든 그에게 협조해서 탑수스 공략에 일조하라.”

“예. 알겠습니다. 전하.”

항상 듬직하게 대답하는 오우메니우스를 보면서 우진은 피식 웃었다.

정말 이렇게 믿음직한 장수를 또 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가자!! 카르타고로!!!”

“오오오!!!!!”

우진을 선두로 해서 파라디소스의 부대가 카르타고로 진격했다.

============================ 작품 후기 ============================

우진 : 이제 스파르타쿠스는 완벽하게 낚었으니 시칠리아 방어에 쓰고 난 원정 가야지. 랄라라~~.

세체니 & 디도 : 외박이 그렇게 좋아?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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