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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00화 (100/220)

100화

디오클레이우스는 예전에 시칠리아에 갔을 때 우진이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

파라디소스 군부의 친목을 다진다는 의미로 우진이 열었던 조촐한 연회였다.

우진은 거기서 이제까지 우진을 따르던 자들과 스파르타쿠스를 따르던 자들이 하나로 융화 되기를 원했다.

그때 디오클레이우스는 특유의 유들유들하고 호탕한 친화력으로 스파르타쿠스 크릭서스 등과 금방 친해졌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전공을 자랑하는 얘기들이 나오다가 스파르타쿠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투리에서 거물을 놓친 적이 있었지. 그게 아직도 아깝습니다.”

“거물? 거기에는 크라수스의 아들 밖에 없었지 않나? 그게 거물인가?”

푸블리우스를 거물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당연히 스파르타쿠스도 푸블리우스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안토니우스라는 어린 청년이었습니다. 아직 어렸지만 상당한 솜씨를 지니고 있었죠?”

“안토니우스.”

“예. 나중에 알고 보니 시저의 오른팔이라고 하더군요. 쭛, 그때 무리를 해서라도 잡을걸···. 놓친게 아직도 아쉽습니다.”

“흐음···. 다음 기회가 또 있겠지? 안 그렇소.”

“그렇긴 하지만····. 그때도 당시와 같은 실력일지는 의문입니다.”

스파르타쿠스는 몇 번이고 그 안토니우스라는 자를 놓친 것을 아쉬워 했다.

그래서 당시 디오클레이우스도 안토니우스라는 이름을 귀에 담아두게 된 것이다.

‘과연··. 이 놈이 틀림없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안토니우스의 공격을 막으면서 생각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

그리고 적의 대장에게 주저 없이 달려드는 배짱.

확실히 나중에 크게 될 인물이었다.

‘여기서 살아 나면 말이지만 말이야···.

“흐읏!!”

디오클레이우스의 근육이 힘껏 부풀어 올랐다.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죽어랏!!!”

안토니우스의 검이 그대로 디오클레이우스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갔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런 안토니우스의 검을 피하고 손을 덥썩 잡았다.

“웃!!”

안토니우스는 순간 당황했지만 그대로 반대편에 있는 손의 검으로 그대로 디오클레이우스의 목을 겨냥해 찔렀다.

하지만···.

“어림없다.”

덥석!!

안토니우스의 다른 팔마저 디오클레이우스의 손에 붙잡혀 버린 것이다.

가까이 붙어서 끈질기게 연속 공격을 날리는 안토니우스를 상대하기에 무거운 할버드는 아무래도 좋은 무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무기를 버리고 맨손으로 안토니우스를 상대하겠다는 결단은 아무나 내릴 수 있는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크윽···. 이 엿 같은 덩치가!!!”

뻐억!!

안토니우스를 자신의 투구를 뒤집어 쓴 머리를 고대로 디오클레이우스의 안면을 들이 박았다.

디오클레이우스의 머리가 뒤로 살짝 흔들렸다.

“훗, 로마의 도련님 치고는 성깔 있는걸?”

디오클레이우스는 안면에서 코피를 흘리면서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이놈이·· 커억!!”

그 상태로 다시 반격하려는 안토니우스를 상대로 디오클레이우스의 무릎이 날아왔다.

퍼엉!!!

안토니우스는 갑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치에 구멍이 나는 줄 알았다.

거기다 공격은 아직도 계속 되었다.

빠악!! 퍼억!! 뻥!!!

양팔을 잡힌채로 디오클레이우스의 무릎, 발길질, 박치기 등이 무차별적으로 안토니우스의 안면과 복부에 작렬했다.

다섯 발? 여섯 발 정도 공격이 들어가고 나자 근성 좋은 안토니우스는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 버렸다.

“흥, 자질은 있지만 나하고 진흙탕 싸움을 하려면 한참 멀었어.”

디오클레이우스는 검투사다.

검투사의 싸움이라는 것은 정싱 검술의 대련 따위와는 달랐다.

처절하고 지저분한 것이었다.

개중에는 일부러 밀착해서 적의 무기를 봉쇄하고 밀착전으로 승부를 보려는 놈들도 있었다.

그랬던 싸움을 아레나에서 수도 없이 했었던 디오클레이우스였다.

밀착 상태에서의 난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격, 맷집, 파괴력.

그런 종류의 싸움이라면 우진하고 해도 100%이길 자신이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디오클레이우스는 늘어진 안토니우스를 한 손으로 잡아 올리고 다른 한손으로 허리에 매달려 있던 글라디우스를 뽑았다.

“전쟁터다. 싹을 짓밟는 것 같기는 하지만···. 죽어···.”

스팟!!!

디오클레이우스가 안토니우스를 죽이기 직전.

마치 섬광과도 같은 날카로운 참격이 디오클레이우스를 노리고 날아왔다.

디오클레이우스는 동물적인 육감이 섬뜩한 경고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몸을 뒤로 날렸다.

그런 기민한 움직임이 한 순간만 늦었다면 디오클레이우스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덕분에 다 잡은 안토니우스는 놓쳤지만 그래도 디오클레이우스는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 상태로 자신의 행적을 방해한 적을 보면서 으르렁 거렸다.

“넌 누구냐?”

“······괜찮은 것 같군.”

디오클레이우스의 질문에 상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축 늘어진 안토니우스를 발로 툭툭 건드려 보고는 중얼 거렸다.

‘저 놈···· 설마?’

디오클레이우슨 자신과 비슷할 정도의 거구에 남들과 다르게 뚜렷한 지휘관 복장을 입고 있는 상대를 보고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안토니우스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느긋한 얼굴로 디오클레이우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다.”

드디어 폼페이우스가 디오클레이우스와 정면으로 만났다.

“그래···. 네가 폼페이우스란 말이지···.”

디오클레이우스는 어깨를 빙빙 돌려 몸을 풀면서 폼페이우스에게로 걸어갔다.

잠시 눈을 둘려서 한쪽에 박혀있는 자신의 할버드를 봤지만····.

‘할버드로 상대할 인간이 아니다.’

이내 눈을 돌리고 적을 응시하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원래 검투사였다.

그것도 두 자루의 글라디우스를 잘 쓰는 그럼 검투사.

전쟁터에서 잔챙이들을 상대할 때는 할버드가 훨씬 더 편하고 마음에 들었지만 강자를 상대할 때는 원래의 스타일로 돌아 가는게 좋았다.

디오클레이우스는 허리에 여분으로 차고 있던 글라디우스 두 자루를 모두 뽑았다.

“디오클레이우스다.”

“이름은 들었다. 내 제자를 귀여워 해 줬군 그래.”

“제자라····. 잘 키웠더군.”

“고맙군.”

둘의 대화는 마치 술집에서 만난 고향 친구들 끼리의 대화 같았다.

둘의 사이에 흐르고 있는 난폭하고 사나운 살기만 없었다면 진짜 친하다고 오해 받았을 것이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그 일대가 조용해 졌다.

단순히 양군의 총 사령관들 끼리 대치하고 있다고 이런 분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폼페이우스와 디오클레이우스.

이 두 거대한 전사들이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투기가 주변의 병사들을 모두 침묵시키는 것이다.

마치 거대한 고래 두 마리가 지나가는 동안 송사리들이 재빨리 몸을 숨기고 납작 엎드리는 것 처럼···.

이 두 사람의 존재감이 로마, 파라디소스 할 것 없이 양군의 병사들을 침묵 시키고 있는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디오클레이우스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뭐가 우습지?”

“우스운게 아니다.”

“··········.”

“즐거운 것이지.”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디오클레이우스의 몸의 근육이 서서히 부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즐겨보자!!!!”

카아아앙!!!

두 사람의 무기에서 불꽃이 튀겼고 양군의 총사령관의 일기토가 시작되었다.

디오클레이우스와 폼페이우스.

양군의 총사령관이기도 한 이 두사람의 일기토는 의미가 컸다.

사실 동양과 달리 고대 로마에서 일기토라고 해서 주변에서 넋 놓고 구경만 하는 일은 드물었다.

특히 집단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로마군단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이번 두 사람의 싸움에서는 자연스럽게 주변의 병사들이 전투를 멈추고 양군의 총사령관들의 싸움을 지켜봤다.

마치 과거 고대 그리스에나 있었을 법한 영웅들의 전투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양군 모두 자신들의 사령관의 무력에 자신감을 자지고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폼페이우스라면 절대지지 않을 것이라고···.

디오클레이우스라면 폼페이우스를 틀림없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 부하들의 믿음을 한 몸에 짊어지고 두 남자가 사납게 격돌했다.

“하아앗!!!!”

“으아앗!!!”

콰아앙!!

둘의 격돌은 이미 100여 합이 넘어가고 있었다.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주피터가 천둥을 치는 것 같았다.

어지간한 여인들의 허리보다 더 굵은 두 남자의 팔뚝은 마치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의 격돌을 보는 것 같았다.

단 한 번만 실수해도··.

단 한 번만 삐끗해도 목이 날아가는 살벌한 전투 속에서 두 마리의 야수가 피와 투쟁에 목 말라서 극한의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결투에 먼저 금이 간 것은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오클레이우스의 무기에 금이 갔다.

“크윽···.”

자신의 글라디우스에 실금이 간 것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의 입에서 낭패의 소리가 들렸다.

두 거한의 격돌에 무기의 내구성이 서서히 떨어지더니···. 상대적으로 무기의 질이 떨어진 디오클레이우스의 검에 먼저 한계가 온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우스가 그런 디오클레이우스의 사정을 봐줄 리가 없었다.

“죽어랏!!!!”

“웃기지 마라!!!!!”

폼페이우스가 힘껏 휘두른 일격을 디오클레이우스는 금이 간 검과 보통의 검을 겹쳐서 막았다.

콰직!!!

한 자루의 검이 그대로 부서지고 또 한 자루의 검도 약간의 실금이 갔다.

하지만 거기서 폼페이우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양손을 들어서 공격을 박은 디오클레이우스의 빈틈을 노리지 않고 반대편의 방패가 날아왔다.

뻐어어억!!!

“커억!!”

어지간한 인간이라면 그대로 두개골이 갈라져 버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 디오클레이우스의 안면에 작렬했다.

‘제길···. 괴물 같은 자식···.’

디오클레이우스는 그 상태로 뒤로 슬쩍 밀려나면서 어질어질한 충격에 전율했다.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디오클레이우스의 무방비한 가슴팍에 폼페이우스의 거대한 발길질이 작렬했다.

퍼어엉!!

마치 큰 북이라도 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디오클레이우스의 거대한 몸이 뒤로 붕 떠서 날아갔다.

“쿨럭···. 컥···.”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폼페이우스가 디오클레이우스의 가슴팍을 밟았다.

그제야 디오클레이우스의 시야는 조금 돌아왔고 그의 눈에는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개운한 미소를 짖고 있는 폼페이우스를 발견했다.

“제법 즐거웠다. 너 같은 상대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제길···. 엿이나 쳐 먹어.”

“····죽이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

“진이라는 놈은 너 보다 날 더 즐겁게 해 줄까?”

“킥····.”

폼페이우스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죽고 싶은면 직접 확인해 봐라.”

“그 대답이면 충분하다. 이제 죽어랏.”

자신의 목을 겨냥하는 폼페이우스의 검을 보면서 디오클레이우스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진, 미안하다····.’

============================ 작품 후기 ============================

안토니우스 < 디오클레이우스 < 폼페이우스? < 작가.^^;;;;;

무력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고 변수가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설정 상으로는 폼페이우스의 무력이 디오클레이우스를 상회하는 것을 잡았습니다.

사실 역사적인 사실로 봤을때는 폼페이우스는 전략이 뛰어난 장수였다고 합니다만...

제 소설에서 그렇게 등장 시켰다가는 시저하고 캐릭터가 겹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세기말 패자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적중에도 이런 캐릭터가 필요는 하니까요.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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