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우진의 반격>
키레네.
이집트의 중요한 항구 도시로 원래는 그리스의 식민지 도시 중에 하나였다.
당시 이 지역에 있는 그리스 도시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중의 하나로 아프리카의 아테네라고 불리면서 번창했던 도시이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아리스티포스가 기원전 4세기에 창시했던 키레네 학파의 근원지이기도 했다.
즉 고대에는 문화와 학문으로 융성하던 도시였던 것이다. 이 도시의 해안 경비 초소는 오늘도 지루하게 망망대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으으으···. 심심해라. 차라리 전쟁터라도 나갈 걸 그랬나?”
“놀고 있네. 너 같은 놈이 전쟁터에 가면 제일 먼저 도망갈 걸?”
“아니지. 너 도망가는 것 보고 그 후에 도망가는 거지.”
“놀고 있네. 경비나 똑바로···. 어? 저거 뭐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솔솔부르는 바닷 바람을 맞으면서 잡담이나 하고 있는 경비병들은 멀리 해안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뭔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하루종일 바다 보면서 멍 때린 보람(?)이 있어서 눈 하나는 좋은 자들이다.
하지만 아직은 저것이 뭔지 완전히 드러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물건은 떠오르는 해처럼 수평선 너머에서 조금씩 모습이 드러냈다.
그것은 선단.
족히 100척은 넘을 것 같은 대선단이었던 것이다.
“어어··? 저게 뭐지?”
“글쎄··. 깃발은 우리 나라의 깃발인데···. 그런데 오늘 저런 대선단이 온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보초병들은 어서 자신들의 상관에게 이상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서둘러 해안에서는 소란스럽게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해안도시인 만큼 해적의 습격에 대비한 전력 정도는 항상 준비중 이었다.
이윽고 항구에 도착한 선단에서 한명의 남자가 내렸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갑자기 이 도시에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키레네의 영주는 일단 자국인으로 보이는 상대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키로프섬의 해군을 이끄는 사테르라고 하오.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우리 해군 병력도 거들라는 명령을 받고 향하던 중 보급을 위해서 키레네에 들렸소.”
사테르라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파라오의 인장이 찍혀 있는 명령서를 보여줬다.
“으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자원은 그렇게 풍족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오. 아군이 하룻밤 쉴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것과 식수의 공급, 그것만 하면 충분하오.”
“알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기꺼이 협조하겠습니다.”
그렇게 허락을 받은 남자는 자신의 병력을 배위에서 내려서 차곡차곡 항구에 정렬시키기 시작했다.
“무척 많은 인원이군요. 인원은 얼마입니까?”
“총 2만에 달합니다.”
“····2만? 으음···. 그 정도의 인간이 잘 수 있는 숙영지를 구하는 것은 절대 무리인데··.”
“걱정하지 마시오. 이제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알아서라니 그게 무슨···.”
푸욱!!!
말을 하던 키레네의 영주는 자신의 심장에 깊숙하게 박히는 검의 감촉에 그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면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키레네의 영주를 죽인 사테르라는 남자는 큰 소리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공격하라!!!”
“우오오오!!!”
“죽여라!!!!”
아군인줄 알고 항구에 정박까지 시켰던 자들이 갑자기 적으로 돌변해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 뜻밖의 사태에 지휘관이 가장 먼저 죽어 버렸다. 이래서는 상황을 뒤집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 했다.
“로마와 로마의 앞잡이들을 모두 죽여라!!!”
“우오오오오오!!!!!”
사납게 달려드는 적들의 앞에 대부분의 병사들은 혼비백산했고 싸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대부분 항복하기 바빴다.
하지만 공격자들은 대부분 용서를 몰랐다.
항복이고 뭐고 간에 마치 부모 원수라도 죽이는 것처럼 잔혹하게 적을 죽여 갔다.
그때 사테르의 뒤편에 한명의 나자가 나타났다.
“우리야 상관없지만···. 당신들은 같은 자국인인데 왜 이렇게 용서가 없지?”
“크릭서스공? 당신은 싸우지 않소?”
“난 전사요. 싸움을 두려워 하지는 않지만 이런 일방적인 학살에는 관심 없소.”
“······그대가 보기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들은 같은 동족이 아니오.”
“···········.”
크릭서스는 애매한 눈을 하고 있었지만 사테르의 입장에서는 그런 시선이 억울하기까지 했다.
“외부인인 당신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집트의 인간은 두 부류로 나눠 져 있소. 로마에 아부하면서 배를 불리는 돼지들, 그리고 착취당하는 이집트의 시민들.”
“·····당신들은 당신들의 나라와 왕조를 유지하고 있을 텐데?”
“그 왕이 최고로 돼지 같은 인간이란 말이오.”
“············.”
“이것은 혁명이오. 우리 이집트에 진정한 파라오를 추대하기 위해서 로마를 우리 땅에서 밀어내기 위해서 일어난 혁명이란 말이오. 저 돼지들에게 자비를 보일 생각은 조금도 없소.”
“····뭐, 당신들 사정은 어떻게 되었든 간에···. 난 내 일을 다 할 뿐이오.”
“그거면 충분하오.”
그날, 아프리카의 아테네라 불리면서 오랜 세월 번영을 누려온 키레네는 피로 물들었다.
그렇게 만든 것은 우진과 동맹을 맺은 정체불명의 이집트 군과 크릭서스의 군단이었다.
그리고, 케레네가 적의 손에 떨어졌다는 속식은 크라수스에게 있어서 청천 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쾅!!
크라수스는 자신의 착자를 부서져라 내리치면서 고성을 내질렀다.
“뭐라고!!? 키레네가 떨어져!!?”
“예.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안색이 전에 없이 심각해진 크라수스를 보면서 옆에서 푸블리우스가 말했다.
“아버지, 많이 심각한 상황입니까?”
“심각한 정도가 아니다. 이 어리석은 녀석!!!”
“············.”
“자칫 잘못 하면 이 전쟁에서 패하는 수가 있다. 키레네를 잡혔다는 것은 우리에게 퇴로가 막힌 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예? 하지만···. 현제 전황은 우리가 이기고 있지 않습니까?”
“어리석은 녀석, 어디까지 어리석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냐?”
“············.”
아들을 인정 사정 없이 질책한 크라수스는 현재의 생황을 아들에게 설명했다.
이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크라수스는 쭉, 한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바로 아우길라라는 도시에서 쭉 전서구와 전령을 이용해서 전체적인 지휘만 하고 있었다.
아우길라는 전선에서 한참···. 그야말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이집트의 도시였다.
우진이 아무리 전쟁터를 누비고 다녀도 절대로 걸릴 일이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도시인 것이다.
이것은 크라수스의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싸움 방법이었다.
게임으로 치면····.
자신이 직접 뛰어 들어서 무쌍난무 하는게 폼페이우스의 타입.
그리고 세세하게 유닛을 하나하나 컨트롤 하면서 전략을 구사하는게 시저의 타입.
그리고 크라수스의 경우는···.
그냥 한 쪽에 어택 다운 찍어 놓고 그 다음에는 신경 꺼 버리는 것이다.
물량에 자신이 있으니 미니맵으로 숫자가 줄었는지 안 줄었는지 확인만 해 가면서 물량만 보충해 주는····.
그런 순수 물량전을 크라수스는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시대에 이런 전략을 쓰는 지휘관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했다.
지휘관의 명예라는 것이 전선에서 병사들을 독려하고 적을 쓰러트렸을 때에만 따라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크라수스와 비슷하게 전쟁을 구사한 인물이 딱 한 명 있었다.
바로 전쟁을 위해서 태어난 남자라고 칭해지는 마리우스였다.
마리우스의 철저한 실리주의적 성격을 알 수 있는 얘기로는 이런 얘기가 있다.
기원전104년.
당시 로마는 북방의 이민족들이 알프스 너머의 지역을 휩쓸고 다니던 일들이 종종 있었다.
주로 킴브리족과 튜튼족이 주축이기는 했지만 앰브로네스족 같은 여타부족들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고 한다.
이들 이민족의 움직임을 로마는 무시 할 수 없었다. 왜냐 하면 이들은 단순 약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남유럽의 토지에 정착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부족들은 척박한 북 유럽의 대지에서 추위와 다른 부족들과의 다툼으로 인해서 남쪽으로 피해온 자들일 것이다.
마치 냄비에서 물이 넘치는 것처럼 온갖 이민족들이 남쪽으로 남하하던 시기였다.
당시 로마에서 추정하기로 그 숫자는 무려 30만명 이상.
그 정도면 고대에서는 나라 하나가 생기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어쨌든 그 중에서 로마와 가장 크게 마찰을 일으켰던 자들은 튜튼족이었다.
그들은 노리쿰 지방, 오늘 날의 오스트리아 지방에 해당하는 지역에 남하해서 침략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노리쿰은 로마의 속주는 아니었지만 동맹관계에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로마는 그걸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고 당시의 콘술인 그나이우스 파피리우스 카르보가 튜튼족을 몰아내고 동맹을 구하기 위해서 진격했다.
로마군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튜튼족은 자신들이 노리쿰과 로마의 동맹 관계를 모르고 저지른 실수였다고, 로마와 충돌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미 군대를 움직인 이상 그냥 물러날 로마군이 아니었다.
군대를 움직이는 것에 든 전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승리로 인한 전리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카르보는 적들에게 사신을 보내서 화친의 뜻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야영지를 급습했다.
이른바 기만 전술이었다.
하지만 카르보는 적들을 너무 얕봤다.
튜튼족의 핏줄은 게르만족으로 북부의 이민족 중에서도 호전적이기로 유명한 민족이었다.
모든 남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 까지 유능한 사냥꾼이고, 전사라고 봐도 무방한 민족이었다.
그들은 갑작스런 로마군의 기습에도 격렬하게 공격했고 결국 로마 군대는 엄청난 손실만 안은 채 패배했다.
그 후. 튜튼족은 주변의 게르만족을 규합해서 차곡차곡 진격했고 결국은 갈리아 지방의 땅으로 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로마의 갈리아트란살피나(오늘날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 속주로 침입해 와서 로마의 콘술 마르쿠스 유니우스 길라누스를 쓰러트렸다.
그 후로 기원전 105년까지 킴프리족과 튜튼족은 론 강 변방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로마는 이제 단순 이민족 정벌이 아니라 전쟁 수준의 무력 대응을 하기로 했다.
카이피오와 막시무스라는 현직 콘술과 전직 콘술로 이뤄진 호화 지휘진을 포함해서 이번에야 말로 대군을 보내서 튜튼족을 몰아내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지휘관의 불화로 인해서 연합군은 대패하고 말았다.
이 전쟁에 관해서는 상세한 기록은 나지 않지만····. 두 지휘관의 불화로 인한 패배라는 것과 패배의 피해가 거의 칸나이 전투의 패배에 버금갈 정도로 막대했다는 것 정도만 기록에 남아있다.
콘술이 다섯 명이나 연달아서 패배하자 로마는 갈리아족이 수세기전에 약소했던 로마를 약탈했던 그런 치욕스런 과거가 다시 생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이 정도의 연전연패는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뒤져서도 다시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로마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면서 두려워 했다.
오죽하면 그리스인 부부 한 쌍을 포룸 보아리움에 생매장 하는 인신공양을 공개적으로 거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대에는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서 종종 이런 인신 공양을 하기도 했는데···.
로마의 역사에서는 이 부부가 마지막 인신공양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민족의 침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해 했고, 그 와중에 원로원에서는 정치판 특유의 책임론.
즉, ‘다 너 때문이야.’ 논쟁을 펼쳐서 피박 쓸 인간을 찾고 있었다.
말리우스 카이피오 등등. 살아남은 패장들은 싹 다 기소되었다.
특히 말리우스는 지휘관으로서의 무능 뿐만 아니라 톨로사 약탈품 절도죄라는····.
이제까지는 신경도 안 쓰면서 이놈 저놈 다 해먹던 죄목까지 껴서 철저하기 비판했다.
그들도 어떤 의미로는 민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인신공양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제 북방 이민족의 위협은 심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심각함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로마에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충분한 공적이 있으면서도 귀족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로원에서 배척 받던 한 남자가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않고 지휘권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바로 마리우스였다.
============================ 작품 후기 ============================
마리우스 : 작가양반. 나하고 술라는 이 소설 배경바로 전 시대에 죽었는데 왜 자꾸 등장 시키는 거야?
작가 : 이 시대 배경을 설명하려고 하니 너희 둘을 빼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사하다 보니 너희들이 꽤 매력적인 캐릭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희들 만 가지고 소설도 써 볼까 싶다.
마리우스&술라 : 진짜?
작가 : 그래. 혹시 삼국지 시대나 진시황 시대로....
마리우스&술라 : 안가!! 이###한 인간아.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