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쾅!!
“이 개자식들!!!”
스파르타쿠스는 온화한 성격답지 않게 격정에 휩싸여서 화를 냈다.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후로 이렇게 분노한 적은 없었다.
옆에서 디오클레이우스도 팔짱을 끼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게···.
저기압이니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메사나로 가는 항구편이 모두 봉쇄 당했단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이 개자식들··. 감히 배신을 해? 감히···.”
뿌드득···.
스파르타쿠스는 이를 갈았다.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원래 스파르타쿠스의 부하들로 한때는 로마군을 상대로 용맹하게 싸우던 전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놈들이 이제는 로마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가서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그것도 매우 아프게 말이다.
이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서 스파르타쿠스를 더욱더 미치게 하는 것은 지금 당장 군을 돌릴 수도 없는 자신의 상황이었다.
스파르타쿠스가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레기움에서 메사나로 가는 뱃길이 모두 박혔다는 것이다.
거기가 봉쇄당한 이상 다른 길로 가려몀 머릴 돌아가야 하는데 뱃길로 그렇게 멀리 이동했다가는 로마의 해상 포위망에 걸릴 것이 뻔했다.
그리고 설사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가려고 해도 문제는 있었다.
바로 지금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폼페이우스와 시저의 연합군이다.
이들이 바보도 아니고 스파르타쿠스가 돌아가려고 해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아마도 돌아가는 낌새가 보이기만 해도 당장이 추적 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프리카까지 원정에 나가 있는 전하께서 귀한하려면 한참 걸리고···.’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카스투스와 칸니쿠스의 손에 나라가 떨어져 버릴 것이다.
그런데 돌아갈 길은 없는 진퇴양난의 위기.
이 위기 속에서 시저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크크크···. 가장 확실한 결정패는··. 결정적인 순간까지 참고 참았다가 터트리는 것이지.”
파라디소스의 본국 자체를 떨어트리면 그때는 모든게 끝이다.
그 데미지는 파아디소스라는 신흥 강국의 파멸과 마찬가지였다.
전쟁초부터··.
아니 전쟁이 시작 전부터 시저는 오로지 이 한수를 작렬시킬 타이밍만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 뒤집을 수 없다. 진도, 스파르타쿠스도, 모두 내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해 주지.’
시저는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끝나봐야 아는 법이다.
어디서 어떤 이레귤러가 터질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법이니 말이다.
시라쿠사를 점거한 카스투스는 국무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원들을 모두 구속했다.
그리고 왕실을 점거하고 반항하는 자들을 거침없이 처형하기 시작했다.
카스투스를 따르는 측근들은 이번 일이 잘 되면 로마에서 공인하는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다는 말에 양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지금 시라쿠사는 마을 주민들이 안심하고 길거리를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민심이 흉흉해져 버렸다.
“쳇···. 오늘도 아무도 없나?”
“그렇게···. 이렇게 된것 아무 집이나 한 번 수색해 볼까?”
“그거 괜찮을지도···.”
지금 이 시라쿠사를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자들은 카스투스의 부하들 뿐이었다.
놈들은 시라쿠사의 치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도시를 순찰하고 있었는데···.
사실 놈들이 가장 이 도시의 치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약탈, 살인, 방화까지···.
재산은 빼앗고 여자들 중에 미색이 괜찮다 싶은 여자들은 치욕을 당했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치안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주저 없이 시민들을 죽였다.
놈들은 오늘도 사냥감이 없나 여기저기를 건들 거리면서 뒤적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쓰레기들보다 훨씬 더 더러운 쓰레기가 있었으니···.
바로 지금 수도를 점거하고 있는 카스투스였다.
시라쿠사의 파라디소스 왕궁의 지하감옥.
거기에서 카스투스는 감옥 안에 있는 인물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마음을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
“웃기지 마라!!!”
“이 더러운 배신자 놈!!!”
“국왕 전하께서 돌아오시면 네놈을 찢어 죽일 테다!!”
지금 감옥의 안에 있는 자들은 파라디소스의 행정권과 군권을 쥐고 있든 핵심 인사들이다.
시라쿠사에서 카스투스가 갑작스럽게 국무회의를 모집해서 모였다가 일거에 잡혀서 이렇게 감옥에 구속당한 것이다.
카스투스가 이들을 살려두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러지 말고 이제 나한테 붙지 그래? 그렇게 하면 로마의 그늘 아래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다. 그대들의 지휘도 어느 정도는 보장하지.”
바로 이 파라디소스의 실권을 쥐기 위해서다.
수도인 시라쿠사를 점거하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 모든게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각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파라디소스의 실권을 정식으로 자신에게 이양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나라를 완전히 손에 넣었다고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렇게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었지만···. 의원들의 태도는 완강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까지 카스투스의 회유에 넘어간 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건국 초기의 강철 같은 단결력이 이럴 때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게 아니라도···.
카스투스는 방식이 틀렸다.
정치적인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서 하는게 고작해야 신변을 구속하고 좋은 말로 구슬리는 것 뿐이라니···.
정말로 노회한 정치가라면 의원들이 혹할 만한 조건을, 혹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 밀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난 후에야 어느 정도 협조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하거나 고문을 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이기는 했다.
악수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카스투스에게 그런 정치적인 감각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카스투스 본인도 상당히 초조해 졌다.
시라쿠사를 점거했을 때만 해도 바로 나라를 손에 넣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질질 끌리고 있는 것이다.
“흐음···. 잘들 생각해 보시오. 참고로··. 난 지금 로마에서 내 원군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왔소.”
카스투스는 뻥을 쳤다.
시저가 원군을 보내겠다는 말은 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할 여유는 없었다.
독이 잔뜩 오른 스파르타쿠스 때문이다.
사실 시저는 본국에 이상이 생기면 스파르타쿠스가 어떻게든 돌아가지 못해서 안달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후퇴하려는 시기에 맞춰서 반격을 가해서 시칠리아오 진격.
이라는 시나리로을 세워뒀다.
하지만 역시 스파르타쿠스도 보통의 인물은 아니었다.
시저처럼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파르타쿠스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회군을 결정하면 모든게 끝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스파르타쿠스의 결정은 정답이었다.
지금 로마군이 시칠리아로 진격하지 못하고 잇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이 잔뜩 오른 스파르타쿠스가 로마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쿠스가 시칠리아로 가면 추격해서 반격할 생각이었던 시저였기에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병력을 빼는 모습을 보이면 스파르타쿠스는 콘센티아를 넘어서 로마로 진격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로마를 불태우고 말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키는 것이 불가능 하면 뿌리를 바꿔서 전국을 대등하게 가져가야 하는 법.
지금 스파르타쿠스의 결단력 덕분에 파라디소스는 아직까지 숨통이 간신히 붙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온다.
빨리 본국에서 누군가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그때는 끝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파라디소스 본국에는 이 상황을 타파 할 수 있는 남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래····. 남자는 말이다.
“쳇!! 고집불통들 같으니라고····. 술 가져와라!! 그리고 여자도!!”
멋대로 우진의 왕궁을 점거한 카스투스는 부하들에게 신경질을 냈다.
술과 여자로 화를 가라앉히려고 하는 카스투스에게 부하가 다가와서 말했다.
“카스투스님. 사실은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
“예···. 그러니까·····.”
카스투스는 부하의 귓속말을 듣고는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호오···.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불러올까요?”
“아니···. 내가 직접 찾아가지.”
카스투스는 모처럼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이 왕궁에서 가장 화사한 장소.
세체니와 지도가 살고 있는 별궁이었다.
카스투스가 왕궁을 점거하고 의원들을 구속한 다음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별궁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욕심 많은 카스투스는 이전부터 디도와 세체니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다.
자신이 모시는 왕의 아내들이었기에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 둘의 미모는 진작부터 카스투스에게 온갖 망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환상 속에서나 그리던 두 여인을 손에 넣을 기회가 오자 그는 놓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세체니는 물론이고 디도 역시 카스투스의 품에 안길 바에는 혀를 깨물고 죽어 버리겠다는 식으로 완강하게 대항했다.
그녀들은 허세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카스투스는 처음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강제로 그녀들을 범하려고 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마음이 변해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 변심을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어떻게든 그녀들을 온전하게 손에 넣어서 계속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생긴 것 뿐이었다.
여자의 고집이라는 것은 시간을 들이면 언젠가는 무너진다. 라는 근거 없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이 파라디소스의 왕이라도 되면 이 두 명의 여자도 순순히 자신의 품에 안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체니도 디도도 카스투스 따위에게 안길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평소에 우진이 그녀들을 미모만 보고 탐한다거나 소흘하게 대했다면 그녀들도 혹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인인 우진이 여자를 대하는 모습은 이 시대의 여성인 세체니와 디도가 보기에는 너무나 헌신적이고 친절했다.
아내들이 아무리 미인이라고 해도 일국의 왕의 자리에 오르면 다른 여자들을 품에 안는 것이 남자들이었다.
여자를 늘리는게 아니라 그냥 하룻밤 쾌락을 위해서 품고 마는 것.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세체니도 디도도 우진이 그런 행동을 한다고 비난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남자를 배려해주고 아껴주는 것이 자신들의 아내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건 여담이지만···.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푹 빠져서 그의 본처인 옥타비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헌신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남동생인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대립 할 때도 자신의 재산을 남편이 요구하자 순순히 보냈다고 할 정도다.
옥타비아누스는 그런 누이를 탓했지만 누이는 담담하게 아내로서 할 일을 다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 후에 그녀는 안토니우스가 죽은 뒤에도 그 유자녀을 맡아서 양육하고 공화정 말기의 내란 시대를 현숙하게 살아갔다.
클레오파트라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인이었다면··.
그녀의 연적이었던 옥타비아는 이 시대 최고의 현모양처로 그 이름을 남겼을 정도다.
============================ 작품 후기 ============================
아무리 생각해도 안토니우스에게 옥타비아는 아까운 여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