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왕의 귀환>
“오오!! 과연!!”
“어서 전차와 사다리에 뿌려라!!!”
지휘관들은 도착한 기름을 사다리 전차에 뿌렸다. 그러자 불화살이 화악 번지면서 사다리전차가 본격적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으아악!!”
“밀지마!! 밀지···· 아악!!”
사다리전차에 올라타 있던 병사들을 불길에 휩싸여서 죽어나갔고 시라쿠사의 병사들은 그것을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다 죽어 버려라!!”
“이 더러운 배신자들아!!!”
“오오오오!!!!”
아군의 함성을 들으면서 디도는 빙긋 미소 지었다.
“세체니가 좋은 선물을 주었군요.”
“두분 왕비님에게 진정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지금 시라쿠사는 병사들을 디도가·····.
그리고 시민들을 세체니가 독려하고 격려하면서 관민일체가 되어서 똘똘 뭉쳐 있었다.
방금전만 해도 불화살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세체니가 번뜩이는 생각으로 기름을 보낸 것이다.
뭐··. 원래 우진이나 스파르타쿠스 정도 되면 사전에 성벽에 기름을 배치해두고 싸웠겠지만···.
초짜니까 그 정도의 허점을 어쩔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어쨌든···. 초짜인 디도는 여러 가지로 허점을 많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라쿠사는 손 쉽게 함락되지 않았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칸니쿠스의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전투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뭐 하자는 거냐? 고작 계집의 상대를 가지고····.”
칸니쿠스는 이를 갈았지만 그런다고 전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리는 없었다.
디도가 생각보다 선전을 할 수 있는 이유.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이 전투에 임하는 지휘관들의 존재를 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퇴역한 군인들이었지만 그대도 우진과 함께 초창기부터 전설을 써내려간 주인공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묵직한 존재감은 병사들을 든든하게 했다.
거기에 그들의 정확한 지시가 더해지자 전쟁에 문외한인 디도가 보이는 허점들을 충분히 커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둘째로 관민일체가 되어서 똘똘뭉친 시라쿠사의 분위기.
디도와 세체니를 중심으로 지금 이 시라쿠사에는 결사항전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지키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고 다짐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화살과 식량을 나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다 늙은 몸으로 자신도 싸우겠다고 우기는 노인들도 있었다.
이렇게 성 하나가 똘똘 뭉쳐서 싸우기 시작하면 그 성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 예로 임진왜란의 행주대첩을 생각하면 알 수있다.
행주대첩은 임진왜란의 삼대 대첩으로 이름을 남겼을 정도로 대승이었다.
그러나 그 전투를 이끈 권율 장군이 신묘한 전략을 썼다거나 인간을 초월한 무위로 뭔가를 한 것은 아니다.
권율이 한 일은 행주산성의 정규군, 의병들, 그리고 백성들까지 포함해서 행주산성의 모든 인간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것 뿐이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3만의 일본군을 물리치고 그 중에서 1만의 사상자를 내었다.
이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성을 함락 시키는 것은 명장이 지키고 있는 성보다 더 까다롭다.
마지막으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이 전투가 공성전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이것이 평야에서 벌어진 정면 격돌이었다면···.
그럼 아무리 디도와 세체니가 시민들을 고양 시켰다고 해도 이런 전개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이 시대에서 수성전은 전투 중에서 그나마 가자 유리한 전투였다.
성벽의 도움을 받아서 아군의 손실을 줄여가면서 싸울 수 있었기에 성벽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병력과 정확힌 지시를 내릴 지휘관만 있다면 크게 삐걱거릴 일은 없었다.
결국 공성 첫날.
칸니쿠스는 당장에라도 떨어트릴 것 같았던 시라쿠사의 성벽을 무너트리는 것에 실패했다.
“와아아아!!!!!”
“우리의 승리다!!!!”
시라쿠사의 성벽에서 병사들은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자신들의 사기를 올리고 적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일부러 크게 이긴 것처럼 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고작 첫날의 전투가 끝난것 뿐이었다.
첫날의 전투 이후로 칸니쿠스는 매일 같이 시라쿠사의 성벽을 두드렸다.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보자···.”
잔뜩 독이 오른 칸니쿠스의 목소리에는 악에 받힌 오기가 가득했다.
그는 자기 스스로를 게르만족 최고의 전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스파르타쿠스의 밑에 있을 때도, 우진의 밑에 있을 때고 눌려 지내기만 했다.
심지어 스파르타쿠스는 고사하고 크릭서스보다도 격이 낮게 평가되고 있었다.
다년간에 걸쳐서 그런 평가를 받은 결과 칸니쿠스는 그들에게 강력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게르만족 제일의 전사라고 불린 그가 계속해서 남의 밑에 있어야 했던 것이 몹시도 불쾌했던 것이다.
그런 콤플렉스가 결국에는 우진을 향해서 반란을 하게 한 마음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였기에 우진의 아내인 디도와 세체니에게 이렇게 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노를 넘어서 굴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죽인다····. 수백명의 병사들에게 미친 듯이 욕 보인 후에 반드시 찢어 죽이고 말 테다.”
분노로 인해서 반쯤 정신이 없는 칸니쿠스는 이제 밤낮이 없도록 시라쿠사의 성벽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이미 열흘.
교대로 성벽을 두드리고는 있었지만 역시 무모한 공성을 계속한 결과 병사들의 얼굴에 피로가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북구하고 병사들은 계속해서 성벽으로 투입 되었다.
뒷걸음질을 치려고 하면 뒤에서 어김없이 아군의 화살이 날아왔다.
칸니쿠스를 자신의 지지자로 여기는 골수분자들이 아군의 후퇴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광신도 같은 공격은 원래 전쟁터에서 그리 현명한 득책이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라쿠상에는 그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마음을 꺾기 위해서는 같은 마음으로 부딪혀야 하는 법이랄까?
굳은 결의와 사명감으로 무장한 시라쿠사의 병사들이었지만 역시 연전의 피로는 어쩔 수 없었다.
거기다 아군에게 엉덩이를 맞아가면서 무작정 돌격하는 적들의 공격에는 어느 정도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디도는 병사들의 사기가 무너지지 않게 잠깐이라도 전투를 쉬는 일이 생기면 병사들을 돌아다니면서 사기가 내려가지 않게 독려했다.
일국의 왕비가 직접 손을 잡아주고, 위로의 말을 건내 주자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했다.
세체니 역시 다른 아낙들과 같이 음식을 지고 성벽에 와서 병사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병사들을 독려했고···.
병사들은 자신들의 왕비··. 아니 여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죽을힘마저 다하면···.
그 후에는 그저 쓰러져갈 뿐이다.
“커억····.”
“으으··· ·윽···.”
전투가 벌어지고 열흘이 넘어가고 나서··. 드디어 성벽의 일부분이 뚫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가장 위험한 지역이 말이다.
“막아랏!! 절대 성벽의 아래로 내려가게 하지 마라!!!”
지휘관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금 뚫린 곳은 하필이면 성벽의 내부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즉, 여기가 뚫리면 안쪽의 성문도 뚫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위기에 처한 것은 디도의 지휘 미스였다.
우진이나 스파르타쿠스, 아니 약간만 경험이 있는 지휘관이라면 같은 성벽 위라고 해도 구조, 적의 상성에 따라서 배치를 다르게 하는 법이다.
특히 성벽에서 내성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부근은 지휘관이 있는 사령부 다음으로 절대로 점거 되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다.
거기를 돌파 당하면 바로 성문까지 위험해 지기 때문이다.
그 점을 간과한 것은 전재엥 무지한 디도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탓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당초 제대로 된 지휘관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사기 하나만으로 백성들을 지휘해서 여기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현실은 종종 있는 법이다.
“막아!!!!”
“내려가서 성문을 열어!!!!”
악에 받힌 것은 피차 마찬가지였다.
칸니쿠스의 히스테리 속에서 계속해서 공성을 지속한 칸니쿠스의 병사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계단 부분에 거점을 빼앗기지 못하게 병사들이 안간힘을 다했고, 결국은 거점을 확보해서 밑으로 내려가는 병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막아랏!!!”
“여기서 꼭 사수해야 한다!!”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해서 성벽의 밑에 있는 것은 화살을 나르고 후방에서 지원을 하고 있던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이라고 해도 건장한 남자는 모두 성벽의 위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급하게 성문을 지키려고 모인 자들은 혈기는 넘치지만 아직 어린 10대의 소년들이었다.
“으아아아!!”
“죽어랏!!! 이 배신자들아!!!”
그 소년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최선을 다해서 싸웠지만····.
“지금이다. 성문을 열어!!!”
“이 빌어먹을 성문을 열라고!! 빨리!!!”
앞에서도 말했지만 노력이 현실에서 결과는 내지 않는 일은 종종 있는 법이다.
성문을 점거한 칸니쿠스의 군대는 이윽고 성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돌격!!!”
“이 엿 같은 도시의 놈들을 모두 죽여라!!!”
“우오오오오!!!!”
성벽이 열린 것과 동시에 칸니쿠스의 병사들이 시라쿠사의 성벽 안으로 물 밀 듯이 들어왔다.
성벽의 위에서 그걸 지켜보던 지휘관들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크윽······.”
결국 막지 못한 것이다.
우진이 없는 동안 이 수도를 지키기 위해서 어른,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든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한마음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서 싸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 도시를 지키지 못했다.
“크윽·····.”
“제기랄·····.”
분했다. 원통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왕비 전하!! 피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피하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아무리 고집 피우셔도 안 됩니다. 왕비전하께서 잡히면 무슨····· 굴욕을 당하실지 모릅니다.”
여자인 디도나 세체니가 잡히면 굴욕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치욕을 격을 것이다.
그게 뻔했는데 디도와 세체니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여기 남은 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보필하겠습니다. 항구까지 가서 배를 타고 어서 국왕 전하가 계신 아프리카로 가셔야 합니다.”
여기 있는 지휘관들은 예전에 노예 검투사 시절부터 우진과 동거동락을 하던 자들이었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은인인 우진의 아내들의 목숨 만큼은 꼭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왕비 전하!!!”
디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녀도 지휘관들의 마음은 알았다. 하지만···.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의 생명을 이렇게 다 쓰고 저 혼자 도망가라뇨?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왕비전하!! 부디 현실을 바로 봐 주십시오.”
옆에서 지휘관들은 디도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그녀가 그냥 그런 왕비라면 이들도 이렇게 호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난국을 겪으면서 이들 모두는 보았다.
디도의 능력을 세체니의 자상함을.
그 두 여성이 진정 국모라는 위치에 어울리는 훌륭한 여성들이라는 것을···.
이런 여성들을 피난 시키지 못하고 적들에게 욕을 보이게 한다면 그것은 죽어서도 후회로 남을 터였다.
그때····.
“왕비전하·····. 저희의 승리입니다.”
지휘관들 중에 한명이 먼산을 보듯이 성벽의 밖을 바라보면서 중얼 거렸다.
“그게 무슨···? 저건?”
“오오···· 오오오오·····.”
다른 지휘관들은 따라서 성벽의 밖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전율했다.
그들의 시선이 당도한 곳에는···.
“돌격 앞으로!!!!!!”
자신들의 왕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왕의 귀환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