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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19화 (119/220)

119화

그 후에도 우진은 자신이 없는 동안 고생이 많았던 시라쿠사의 시민들에게 많은 노고를 치하했다.

특히 칸니쿠스의 공격에 끈질기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시라쿠사의 모든 시민들이 똘똘 뭉쳐서 대항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진도 잘 알고 있었다.

국왕인 우진은 그들에게 성의를 표하기 위해서 하나하나 거리를 걸으면서 부상자를 격려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도시를 지킨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 우진의 행동 하나하나가 시민들에게는 파격적인 것이었고 자신들의 왕이 이렇게 자신들을 위해 준다는 것에 시민들은 감격했다.

그 대미는 이번에 전사한 시민들과 군인들의 시신들의 앞에서 우진이 스스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던 순간이었다.

일국의 왕이 스스로 무릎을 꿇고 자신을 낮추는 광경에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했다.

“크윽····.”

“전하·····.”

우진의 이런 행동이 특히 더 감동을 주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우진의 행동이 쇼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본심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예민한 생물이라서···. 아무리 말을 잘하는 달변가라고 해도 결국 거짓말은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남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은 거짓말로도 가능하지만 그 사람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진심을 보여야 하는 법이다.

진심이 꼭 통하는 법은 세상에 없지만···.

그래도 그 진심이 통했을 때에는 그 사람의 기억에 평생 남는 법이다.

지금의 우진과 시라쿠사의 시민들처럼 말이다.

일단 처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나서 우진은 왕궁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일단 몸을 눕혔다.

“후우·····. 피곤하군.”

이집트에서 수도인 시라쿠사까지 강행군을 하고 거기다 쉬지 않고 전투를 한 다음에 바로 도시 내부 사정을 다독이기 위해서 또 움직였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일 때는 몰랐지만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자 이제 와서야 온몸이 노곤해 지는 것을 느끼는 우진이었다.

하지만···.

아직 우진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전하···. 안에 계세요?”

“들어가겠습니다.”

우진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아리따운 두 명의 여성이었다.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천박하지 않을 정도로 살짝 속살을 드러낸 두 여성은 우진의 아내인 세체니와 디도였다.

“음···, 둘다 무슨 일이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무슨 일인지 대강 짐작이 갔다.

우진은 오늘 만큼은 좀 쉬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기는 글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저도요····.”

두 여성은 그대로 우진의 양 옆으로 다가와서 부드러운 손길로 우진의 몸을 만지면서 말했다.

“저기···. 하다 못해 한명씩···.”

그녀들과 사랑을 나눈 적은 많지만 두명이 동시에 이렇게 안긴 적은 처음이었다.

그게 부끄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기에 한걸음 뺐지만····.

“안 돼요.”

“오늘은···. 안 돼요.”

“············.”

씨도 먹히지 않았다.

그날 저녁.

우진은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체력이 바닥나는 경험을 했다.

“하하하하. 시저 이 개자식 꼴 좋다.”

디오클레이우스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본토에서 벌어진 카스투스, 칸니쿠스의 반란이 모두 진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스파르타쿠스가 미소 지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모든게 좋게 끝나서 다행이군요. 피해가 커지기 전에 잘 수습되어서 다행입니다.”

“제수씨··. 아니 왕비님들이 그렇게 잘 해 줄줄은 몰랐지.”

“솔직히 말해서 저도 놀랐습니다.”

이 시대에서 여자가 직접 전쟁터에서 지휘관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차라리 전쟁터에서 싸우는 여성들은 가끔씩 있다.

특히 부족 단위의 생활을 하는 북유럽의 부족들의 경우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 까지····.

그야말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인간들이 무기를 들고 영역 싸움을 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어디를 가도 여자가 전쟁터에서 남자들을 지휘한다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 분을 아테네의 축복을 받은 여인들이라고 하더군요.”

“하하··. 전쟁과 평화의 여신인가? 진 녀석 바람 피면 죽겠는걸?”

“설마···. 왕비님들 미모가 있는데 전하께서 어지간한 여자로 눈이나 차겠습니까?”

“모르지. 그 자식 주피터만큼이나 여자가 꼬이는 놈이라서···. 혹시 알아?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녀라도 꼬일지?”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전하가 흔들릴 것이라고는 생각은 안 드는군요. 첩 한둘이면 혹 모르겠지만···, 이제 전하의 아내는 늘어날 일 없을 겁니다. 왕비님들의 인지도도 이제는 장난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그건 봐야 안다니까?”

“············.”

“············.”

“내기 할까?”

“하죠. 뭐 걸까요? 100만 데나르?”

“좋지.”

그렇게 자국의 왕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 무엄한 장군들이 로마 남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못 믿을 장군들 같았지만 이 둘 때문에 시저가 시라쿠사의 반란에 적극적으로 끼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로마군 진지에서는 시저가 스파르타쿠스를 저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종종 들리고는 했을 정도니···. 뭐 말 다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우진이 본국의 사태를 일단락 시키고 나서 얼마 후. 국가에 손님이 찾아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냥 손님이 아니고 초VI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님이었다.

바로 이집트에서 온 클레오파트라였다.

클레오파트라. 그녀는 우진에게 자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해군을 빌려주고 이집트로 돌아가는 대신 누미디아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한 이유는 지금 상태로 본국으로 돌아가봤자 반역자로 처벌을 받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누미디아로 몸을 피했다가 이제야 우진에게 용건을 말하기 위해서 파라디소스로 찾아온 것이다.

“어서 오시오. 타리아 공주.”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궁의 앞에서 가마에 내린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에게 살며시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표했다.

“저 분이 타리아 공주님?”

“이번에 국왕 전하께서 때 맞춰 올 수 있었던 것도 저분 덕분이래?”

“그래···. 저 분이 우리 왕국의 세 번째 왕비님이 되는 건가?”

“이집트의 공주님 중에서 제일 현명한 분이라더군.”

“미모가 또 그렇게 예쁘다며···.”

여기저기서 수근 거리는 군중을 보면서 우진은 속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 그런 상세한 사항을 다 알고 있는 거지? 거기다 다소 과장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 진실이잖아? 어떻게 민중들이 저런 사실을···.’

우진은 몰랐겠지만···.

클레오파트라는 이미 이 파라디소스에 오기 전에 시라쿠사에 자신의 인물들을 잠입 시켜서 여론의 씨앗을 뿌렸다.

자신이 우진을 위해서 해군 병력을 모두 양도하고 그 덕분에 우진이 때 맞춰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라는 진실을 빠짐없이 전한 것이다.

술집이나 식당, 광장.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매수한 바람잡이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클레오파트라는 절대로 거짓말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사태를 예상하고 지시한 것이다.

하나는 이 바람잡이의 행태가 우진의 귀에 들어갔을 시의 대비책.

바람잡이라고 해도 그저 진실만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변명을 할 길이 많아진다.

그냥 부하들이 술집에서 알아서 떠든 말일 뿐. 거짓은 아니다.

라는 주장을 하면 우진은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설령 진실만 입에 담아도 어차피 소문이라는 것은 과장이 붙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소문이라는 것은 눈덩이와 같아서 사람과 사람을 거칠 때 마다 점점 더 불어나고 형태를 바꿀때도 많다.

클레오파트라가 거짓을 입에 담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리스크를 무릅쓰지 않아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거쳐 가면서 알아서 알맞게 부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답이었다.

덕분에 지금 우진의 앞에 나온 클레오파트라는 시라쿠사의 시민들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사전에 퍼트린 호의적인 소문.

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어울리는 친화력.

그리고 무엇보다···. 베일로 가려져 있었고 또 멀리서 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지고의 미모는 시라쿠사 시민들의 마음을 한몸에 사라 잡았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은 강한 남자, 아름다운 여성을 동경하고 좋아한다.

우진의 옆에 서 있는 클레오파트라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생각했던 것이다.

‘그림이 된다.’

라고 말이다.

‘음···. 아무래도 석연치 않기는 한데··. 에라 모르겠다.’

우진은 시라쿠사 시민들의 열렬한 반응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미래의 동맹이 될 클레오파트라와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어필을 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어필이 끝난 이후로는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왕궁의 안으로 들어갔다.

“먼 길을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습니다. 먼저 편히 쉬도록 안내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나라도 없는 버림받은 공주일 뿐. 그리 신경 쓰실 것은 없습니다.”

“하··· 하하···.”

‘이거 신경 쓰라고 말하는 거지?’

당연하다.

애당초 클레오파트라가 권력을 잃어 버린 것 자체가 누구 때문이던가?

바로 우진을 돕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해군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해군이 로마의 해군과 부딪힘을 만들었고 결국 그 덕분에 클레오파트라가 로마를 배신한 것이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화가 난 아버지를 피해서 그녀는 누미디아로 그리고 여기 파라디소스까지 왔다.

즉, 딱 잘라 말해서 그녀가 지금 한 말은···

[전 당신 때문에 나라에서 쫓겨나고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어요. 그러니 책임져요.]

라고 말하는 모종의 압박 플레이였다.

·········무서운 여자.

============================ 작품 후기 ============================

으음... 추석때 연재가 될지 안 될지는 상황을 봐야 알겠습니다.

일단 비축분 모으기는 실패했고... 하루에 이연참 하면서 비축분까지 모으는 것은 역시 무리였습니다.

일단 상황을 봐서 될지 안 될지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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