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어쨌든···. 파라디소스는 그런 로마에 대항하기 위해서 건국 되었고 싸워 왔지만 최근 연전연승만 하다 보니 약간의 풀어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풀어짐이 두 명의 반란으로 인해서 싹 사라지고 대신에 긴장감이 자리했다.
이른바 국가를 위해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단결심이 강해진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일의 초석이 된 것이 바로 우진의 두 아내.
세체니와 디도였다.
특히 디도의 경우는 성벽에 직접 갑옷을 걸치고 나가서 버티고 서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세체니보다 좀 더 진취적인 그녀였기에 그런 무리수를 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지금 시민들에게 디도와 세체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가 아무리 자신의 미모에 자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시민들의 지지를 입고 있는 두 왕비는 강적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언제부터 남자 유혹하는데 이런 뒷 공작까지 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법한 여론 조작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직접 디도를 만나고 나서 클레오파트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여자 확실히 만만치 않아. 나머지 한 명은 모르겠지만 이 여자는 만만치 않아.’
디도와 세체니의 미모는 솔직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직접 눈앞에 두고 보니 확실히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이런 미모는 절대 흔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훨씬 더 아름답지.’
공주병 말기 같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리 틀린 말도 아니기는 했다.
디도와 세체니가 어디 가서 미모로 꿀린다는 느낌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들을 한 번이라고 본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클레오파트라를 두고 보니 역시 어쩔 수가 없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리는 호불호?
그런 것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번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순수한 미모로 봤을 때 세체니와 디도를 확실하게 한 수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여인.
그게 바로 지고의 미인.
알렉산드리아의 보석.
클레오파트라 필로파토르 타리아였던 것이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인사를 하던 디도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국왕 전하께서 빠르게 본국으로 귀환 할 수 있게 도와드린 것이 바로 공주님이라고 들었습니다.”
“동맹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역시 대국 이집트의 공주님이군요. 스스로 겸손해 하지는 모습을 보니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
순간 클레오파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실수다. 내가 이런 실수를····.’
방금 전에 디도는 클레오파트라를 은근히 칭찬하는 것처럼 하면서 그녀의 겸손을 받아 들였다.
그러니···. 동맹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 그러니 더 이상 뭔가를 바라지는 마라.
라는 보이지 않는 선을 확 그어버린 것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이 선을 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 말을 물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체면이 망가지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 그렇게 한다면 그 후에는 두고두고 이미지에 타격이 올 것이 뻔했다.
‘이 여자···. 아주 그럴듯한 타이밍에 자연 스럽게 치고 나오다니···.’
‘이집트의 공주건 뭐건····. 너무 예쁘잖아? 거슬려.’
매력적인 이성을 두고 싸우는 것은 남자들만의 특권은 아니다.
디도와 클레오파트라는 서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혀끝에는 칼날이 섞여 있었다.
일단 현 상태에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작은 실수 덕분에 디도가 우선권을 가졌다.
그때····.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혹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세체니의 순진한 말을 듣고 디도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왜 거기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세체니가 스스로 뭔가를 들어주겠다는 말을 하면 기껏 디도가 그어놓은 ‘아무것도 요구 하지 마. 그냥 꺼져. 우리 동맹이잖아?’ 라인이 없어져 버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예민한 설전의 공방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디도로서는 세체니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세체니의 그런 순진한 말은 뜻밖의 상황을 만들었다.
“··············.”
‘이 여자 무슨 생각이지?’
세체니의 후한 말에 클레오파트라가 생각을 꼬아서 추리를 시작한 것이다.
미리 말해 두겠는데···.
시체니의 말은 그저 순수한 호의.
120%진심이 담긴 호의였다.
하지만···. 책사가 자신의 꾀에 넘어가는 법이라고 방금 전에 디도에게 한 방 먹은 것도 있어서일까?
지금 클레오파트라는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세체니의 호의 어린 말에 클레오파트라는 생각을 꼬고 또 꼬아서 자기 멋대로 폭주해석하고 있었다.
‘뭐든지 소원을 말하라고? 혹시 내가 여기서 동맹혼을 제시하면 거기에 대응 할 마한 카드가 준비되어 있다는 건가? 공개석상에서 한번 쇄기가 밖히면 그 후에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을 노린 건가?’
“···········?”
세체니는 웃는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클레오파트라를 의문 스럽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 의문 스러운 표정 조차 클레오파트라에게는····.
‘으음···. 재촉하는 건가? 역시 뭔가 준비가 되어 있는 거야? 내가 여기서 국혼을 제기하면 거기에 어울리는 반전계획이····. 그래서 이렇게 재촉하는 것이 틀림없어. 절대 걸리면 안 돼.’
클레오파트라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바라는 것 따위는 없습니다. 어떻게 동맹을 돕고 거기에 보답을 바라겠습니까?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도왔을 뿐입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파라디소스의 왕비로서 감사 드릴 뿐입니다. 타이라 공주님.”
“아닙니다. 전선에서 직접 싸우신 왕비님들의 무용에 비하면 제 도움은 지극히 미력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클레오파트라는 물러났다.
여기서 세체니가 내민 낚시줄에 덥석 걸렸다가는 스스로 끝장이라고 생각하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화기애애한 대화일 뿐이었지만 클레오파트라와 디도는 그 대화 속에서 여자들간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후우···. 이 디도라는 여자도 그렇지만 저 세체니라는 여자도 만만치 않아. 순진한 얼굴을 하고는 이렇게 태연하게 사람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하다니····.’
100% 클레오파트라의 오해다.
그녀의 성장 환경을 생각했을 때 이런 말 하면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허허실실? 아니 그보다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라고 표현 하는게 도 옳을 것이다.
세체니의 순진함에 클레오파트라가 그 순진함을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멋대로 오해를 하고.
멋대로 함정을 피하고.
그리고 멋대로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자신에게 절대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세체니의 손길을 걷어차 버렸다.
‘불쌍한 여자 같으니라고····. 하긴 세체니의 성격을 모르니 그런 것이겠지?’
이 모든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디도 한 명 뿐이었다.
쓸데없이 머리를 쓴 자신이 바보 같아질 정도로 세체니의 순진함이 클레오파트라를 지그시 누른 것이다.
이제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이 도움을 준 것으로 우진의 처의 자리를 원하는 것은 절대 무리일 것이다.
파라디소스의 왕비가 되고 싶다면, 이제는 좀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연회가 파장하고 난 후.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이 마련해준 최고로 호화로운 방에서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후우우····. 이제 어떻게 할까····?”
클레오파트라는 스스로 다음 수를 생각하기 위해서 고심에 빠졌다.
물방울이 방울져서 그녀의 나신을 보석처럼 장식하고 있는 광경은 시중을 들고 있는 시녀들 조차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은 근심에 얼룩져 있었다.
그녀의 당초의 목적은 우진의 총애를 받아서, 그의 왕비가 되고, 그 후에 이집트의 파라오의 자리까지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 후에 그녀가 우진의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가 지중해의 새로운 패권을 짊어질 제왕이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계획이 초장부터 미끄러져 버린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녀는 본래의 역사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시저와 자신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카이사리온이 로마와 이집트를 모두 지배하는 제왕이 되기를 원했다.
그랬기에 아이의 이름을 시저의 이름을 따서 카이사리온이라고 지었고 어린 시절을 로마에서 보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시저가 암살당하고 발견된 그의 유서에는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리온에 관해서는 한 마디의 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시저에게 있어서 그녀는 그저 여자일 뿐이었던 것이지 가족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클레오파트라의 차세대 제왕 만들기 계획은 끝이 났고 그녀는 이집트로 돌아왔다.
그 후에 안토니우스를 통해서 또 비슷한 방식의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최후를 맞이했던 것이다.
자신의 혈육조차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방식은 비정하다고 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왕족으로 태어난 자들은 왕족으로 사는 방법 밖에는 모르는 법이다.
그녀는 권력을 손에 넣고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대폭 역사가 틀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그녀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우진이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로마를 위협하고 있는 새로운 영웅.
그야 말로 자신의 남편이 되고 자신이 낳을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주기를 원하는 이상의 남자였던 것이다.
‘포기는 없어···.’
클레오파트라 그녀는 한 번 물러났다고 순순히 포기할 여성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런 여성이었다면 역사 속에서도 좀 더 평안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다음날.
그녀는 바로 우진에게 찾아가서 회담을 청했다.
“부탁드립니다. 저를 이집트의 파라오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게 타리아 공주 당신의 바람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
우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타리아 공주를 이집트의 파라오로 만드는 것은 우진으로서도 바라는 일이었다.
이집트가 계속해서 로마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서는 북 아프리카의 정세를 완전히 장악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 로마가 동쪽의 폰투스의 미트리다테스 6세와 싸우고 있는 지금이라면 이집트에 손을 쓸 여력도 적을 것이다.
‘크라수스의 사망과 로마 남부 지방의 스파르타쿠스와 디오클레이우스를 경계하려면 시저도 손 쉽게 엉덩이를 들 수는 없을 거야.’
“알겠습니다. 저희 파라디소스는 타리아 공주의 조력에 감사하며, 또 이집트에 뻗어 있는 로마의 야욕을 저지하는 의미로 전력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릭서스 후작, 마시르 자작.”
“옛!!”
“옛!!”
“둘에게 각각 1만의 군사를 주겠소. 지금 아프리카에 남아있는 오우메니우스 백작과 힘을 합쳐서 여기 타리아 공주를 이집트의 파라오로 추대하시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묵직하게 대답하는 둘을 보면서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에게 말했다.
“이 둘은 우리 파라디소스에서도 역전의 용사들이오. 거기에 오우메니우스와 누미디아의 주바 왕자까지 돕는다면 충분히 공주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조금 심란한 얼굴을 했지만 허락했다.
‘흐음···. 자기가 직접 오지는 않는 건가? 하긴, 반란이 일어나고 진압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나라의 왕좌를 공백으로 둘 수는 없는 법이지.’
원래는 우진이 직접 이집트로 친정을 와주기를 바랬다.
그러면 그의 곁에 찰싹 달라 붙어서 시간을 들여서 그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우진의 곁에 있는 디도와 세체니에 관해서는···. 클레오파트라는 그녀들을 인정했다.
============================ 작품 후기 ============================
에휴... 히로인은 이제 그만 늘려야지.
고대라고 해도 더 이상 늘어나면 캐릭터 만들기 골치 아픕니다.
착하고 순진한 세체니.
능력있고 성깔도 잇는 디도.
그리고 클레오파트라까지...
이정도면 질적으로는 삼천 궁녀 안 부러울것 같네요.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