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협상을 하자고?>
처음에 클레오파트라가 그녀들과 만나기 전에는 어설픈 여자들이면 확 쫓아내 버리려고 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미모와 수완이 자신에게는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만나본 두 여성은 그저 그런 얼굴만 예쁜 여자가 아니었다.
미모뿐만 아니라 일국의 왕의 여자가 되기에 충분한 능력과 근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여자들이라면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여자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을 피하고 정면으로 우진을 공략하는 것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단 둘이 되었을 때 우진의 품안으로 파고 든다면 우진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되기만 하면 게임은 끝이었다.
그녀들처럼 강직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여자들이라면 우진의 결정에 토를 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우진과 단 둘이 되어서 서로 시간을 보내면서 정을 쌓으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틀어졌군.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전하께서 듬직한 용사들을 보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여기서 전하와 함께 안심하고 승전보를 기다리겠습니다.”
“아····. 그렇게 하시오.”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의 성격이라면 직접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기다린다고 하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뭐···. 별 일이야 있으려고.’
우진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바보 같은 놈····.
파라디소스의 왕궁에서 가장 화사한 장소.
즉 두 왕비가 기거하는 별궁에서 디도는 세체니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세체니, 어떻게 생각해요?”
“뭐가요?”
“그 타리아 공주라는 여자요.”
“···········.”
대화를 하고 있던 자수를 두고 있던 세체니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가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있고 말고죠. 그녀가 매일 같이 전하에게 찾아가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게 분하지도 않아요?”
디도가 보기에 세체니는 너무 착했다.
그 착한 구석을 파고 들어서 우진의 여자가 되는 것에 성공한 자신이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착했다.
“전하께서 그녀를 필요로 하신다면 그저 따를 뿐이죠.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녀는 이집트의 왕족이라고요. 그녀가 왕자라도 낳아봐요. 가뜩이나 우리는····.”
“···········.”
“미안해요.”
말을 하던 디도는 세체니에게 사과를 했다.
디도와 세치니의 최대의 고민.
그것은 아직 자신들에게 후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딱히 아이를 만들지 않으려고 피임을 한다거나 아니면 부부간의 관계가 소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5년이 다 되어가는 세체니도, 3년이 다 되어 가는 디도도 아이가 생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녀들에게 큰 고뇌였다.
왕의 여자에게 있어서 후계자를 낳아 줄 수 없다는 얘기는 결점을 넘어서 죄악이었다.
이혼의 사유로 정당하게 취급 될 수 있는게 불임이었다.
어쩌면 이유가 그녀들이 아니라 남자인 우진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감히 그것을 따질 생각을 할 인간은 없었다.
사실 왕족의 여자들 중에는 원인이 남자에게 있다고 생각할 경우 빨리 후계자를 낳기 위해서 다른 남자를 품에 받아 들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후계자의 생산이라는 것은 왕의 여자들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디도보다 결혼 생활이 깊은 세체니였기에 그 마음의 고생은 더욱더 컸다.
“······왕국의 후계자가 생긴다면····. 그건 좋은 일이죠.”
“세체니·····.”
디도는 안타깝게 그녀의 이름을 불렸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착한거야····.’
디도가 보기에 세체니는 너무나 마음이 여리고 착했다.
왕가의 여자라면 권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다해서 치열하게 살아야 했다.
하지만 세체니는 그런 치열함이 너무 부족했다.
옆에서 보는 라이벌 역인 디도가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다.
“세체니···. 이 파라디소스의 다음 후계자는 당신이 낳아야 해요.‘
“디도, 저는····.”
“아직 뭔가 문제가 있다고 밝혀진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그 여자가 후계자를 잉태한다면 장담하건데 저하고 그 여자 사이에서 피바람이 불 거에요.”
“··········.”
디도의 말은 반쯤 진심이었다.
디도가 보기에 클레오파트라는 위험한 여자였다.
디도는 자신도 여자 치고는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성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를 본 순간 생각했다.
이 여자는 나보다 더하면 더 했지 절대로 덜한 여자는 아니라고 말이다.
세체니라면 양보 할 수 있다.
그녀는 우진이 파라디소스를 건국하기도 전에 밑바닥 시절부터 함께 고생을 했던 사이고···.
또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도 들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
그녀에게는 절대로 양보 할 수 없었다.
‘절대로···.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거야.’
디도가 그렇게 결의를 다시는 순간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의 옆에 찰싹 달라 붙어 있었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유족들에게는 제대로 보상하고, 그리고 이번에 복귀해서 싸운 지휘관들에게는 각각 토지와 농원을 내려가 잡은 포로들 중에 로마군은 모두 강제 노역형에 처하라. 그리고····. 저기 공주. 좀 떨어지는게···.”
“어머.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우진은 자신의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밀착해서 아찔할 정도로 찐한 스킨쉽을 하고 있는 클레오파트라 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에게 붙어 있는 이유 때문에 함부로 쫓아 낼 수도 없었다.
그 이유란 바로 제왕학 공부라고 한다.
역사상에 그녀가 보인 정치적 수완을 알고 있는 우진으로서는 기가 차는 말이었지만 명분 상으로 어쩔 수는 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자신은 한 번도 파라오로서의 일을 배워 본 적도 없고, 그렇게 살아본 적도 없다.
그러니 올바른 파라오가 되기 위해서 제왕학의 견본을 보겠다고 했다.
말은 좋지만 하는 행동은 우지에게 하루 종일 찰싹 달라붙어 있겠다는 말이나 마차가지였다.
업무 중에만 보고 배우는게 아니라 왕의 일상 자체를 하나하나 보고 배우겠다는 핑계로 우진에게 찰싹 달라 붙어 있었다.
덕분에 우진은 미칠 것 같았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인이라고 뽑히는 여성중에 한명인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에게 찰싹 달라 붙어서 살갑게 굴고 있었다.
우진이 바보도 아니고 이 여자가 자신을 찍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인이라고 알려진 클레오파트라.
그녀에게 구애를 받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진이 그녀를 받아 들이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역사상 남아 있는 그녀의 실적.
사실인지 아닌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클레오파트라 = 희대의 요부 라는 말은 종종 남아 있었다.
시저는 물론이고 그 후에 시저의 부하였던 안토니우스까지 유혹해서 패망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사실 클레오파트라의 유혹에 넘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안토니우스는 다음 로마의 최대 유력 실권자였다.
옥타비아가 훌륭한 정치가였던 것은 사실이고 그의 정치능력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안토니우스에 비해서 좀 늦게 태어났고··, 그로 인해서 출발점이 너무 늦었다.
이미 시저의 오른팔로서 그의 지지기반을 고스란이 물려 받았던 안토니우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친자도 아니고 양자에 불과했던 옥타비아는 너무 존재감이 약했다.
하지만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 빠지고 그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아들 카이사리온을 시저의 정통 후계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자 옥타비아는 그때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로마의 사람들에게 클레오파트라가 로마를 무너트리려고 하는 요부라고 주장했다.
당시 안토니우스가 로마인이었던 옥타비아의 누이 옥타비아누스를 홀대 하고 있던 상황과 어우려져서 옥타비아의 주장은 지지를 얻었고···.
그 결과 옥타비아는 안토니우스에게 대항 할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즉, 시저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안토니우스의 경우는 클레오파트라 때문에 망가졌다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닌게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우진이었기에 함부로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빠져 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세체니와 디도 때문이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훌륭하게 나라를 지켜준 두 여성이었다.
어디에 가도 그렇게 헌신적이고 훌륭한 아내들을 다시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에 비해서 조금 뒤진다고 하는 것이지···.
두 아내의 미모도 절대 어디 가서 처진다는 소리를 들을 여자들은 아니었다.
괜히 시민들이 그녀들을 보고 아테네의 딸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여신의 이름을 붙여도 괜찮을 정도로 그녀들의 미모는 월등했다.
현대로 치면 그저 잘 입고 사진 한 장만 잘 찍어도 핫이슈로 떠오르는 연예인들.
그런 연예인들하고 미모로 겨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들이었다.
그런 여성들을 두고 또 어떻게 여자를 늘린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우진은 그녀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마음을 아무리 굳게 먹어도 지고의 미인인 우진에게 살갑게 스킨쉽을 가할 때 마다 자꾸만 본능이 고개를 들어서 문제였다.
‘훗···. 역시 모질지 못한 남자야.’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을 한 동안 지켜보고 그를 대강 파악했다.
전쟁터에서 적을 용맹하게 무찌르고 나라를 세운 건국왕이기에 처음에는 좀 막무가내로 국정을 운영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클레오파트라의 생각은 틀렸다.
우진의 국정 운영은 주로 약자들을 챙기는 것부터 우선 되었다.
소출이 떨어지는 마을에 주변의 구호 물자를 보내고 산적이 출몰한다는 신고를 받으면 바로 군사를 보내고, 그리고 이번 전쟁터에서도 사망자의 유가족을 살뜰하게 챙겼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인 우진에게 있어서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자들의 유가족을 챙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지만···.
클레오파트라에게는 그런 모습이 상당히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보통 나라에서 병사들에게 가족은 챙겨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걸 실제로 실천하는 경우는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가장을 잃고 거지처럼 사는 전쟁고아들이나 과부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우진은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전쟁 고아들을 위해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자립 할 수 있을 때까지 키워주도록 하는 등.
최선을 다해서 돕고 있었다.
처음에는 핑계로 한 말이었지만 우진의 국정 운영에서는 정말로 배울 수 있는게 많았다.
물론 틈틈이 우진을 유혹할 기회도 절대로 놓치지 않는 클레오파트라였지만 말이다.
아프리카로 원정을 간 크릭서스 역시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사실 전쟁이라고 해도 이미 신망을 잃었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는 힘이 없었다.
로마의 원조를 빌리려고 해도 지금 로마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아프리카를 잃고, 로마 남부 지방에서도 디오클레이우스와 시저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콘센티아 남쪽의 부루티움 지역은 이미 파라디소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해도 좋았다.
우진은 스파르타쿠스를 다시 불러 오는 것 보다는 거기서 충분히 영역을 안정 시키고 있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로마 남쪽에서 스파르타쿠스의 이름은 파라디소스의 우진 못지않게 공포의 대명사였다.
그 이름값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안타까웠다. 그렇기 승승장구하던 우진에게 어느 날 갑자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전하. 사신이 왔습니다.”
“사신? 어디서? 누가?”
“그게···. 사신으로 온 것은 로마입니다. 온 사람은····. 자신을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라고 말했습니다.”
“······농담이면 죽는다.”
막말이 절로 나오는 우진이었다.
============================ 작품 후기 ============================
시저 : 나 사신으로 왔수다.
우진 : ....갈때는 목만 가면 되는 거지?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