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폼페이우스의 반격.>
트리키아의 기마대가 그 움직임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기만 할 뿐.
전혀 싸우지를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같은 기마대인데도 어째서 트리키아 놈들이 쫓아가지를 못하는 거지?‘
성벽의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아르겔라오스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치 상어때가 고래를 조금씩 갉아 먹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는 트리키아의 기마대의 모습은···.
전쟁터에서 싸우는 적이라기보다는 사전에 짜고 치기로 협상이라도 한 것 같은 호구로 보였다.
사실. 기마대 기마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동력이다.
아무리 기마라고 해도 덩어리체로 뭉쳐 있으면 이동과 선회에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즉, 기마부대라는 것은 기마 한기보다는 느리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테무진은 기마를 100기 1조로 나눠서 사전에 철저하게 연습을 시켰다.
자신의 지시에 알맞게 절대적으로 움직이도록 평소에 철저하게 훈련을 시킨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나타났다.
테무빈의 깃발 움직임 하나에 뿔피리 소리 하나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마부대의 모습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손짓에 민감하게 호응하는 연주자들의 완벽한 합주와 같았다.
그야말로 예술.
전쟁터에서 보는 사람의 넋을 빼 놓아 버리는 완벽한 지휘연계가 지금 이 자리에 펼쳐지고 있었다.
잘 훈련된 병과와 그 병과를 100% 활용 할 수 있는 지휘관.
이 두 가지만 있다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 같은 예술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철저한 아웃복싱을 하는 것처럼 거리를 유지 시키고 트리키아의 기병을 갉아가던 테무진은 승리를 확신했다.
‘역시···. 이 놈들도 별것 아니다.’
테무진은 기억이 없다.
자신의 이름만이 간신히 기억이 날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문드문 떠 오르는 이런 전투 감각은 테무진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친숙한 것이었다.
부하들의 기마 하나하나를 마치 수족처럼 움직이는 이 감각···.
하늘에서 전쟁터를 한눈에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이 느낌····.
두근 거리는 심장과 고양되는 감성이 말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런 환경에 무척이나 익숙한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테무진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트리키아의 기병대를 갉아먹고 있을 때····.
“읏!!!”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든 테무진은 그대로 기마의 고삐를 낚아채서 몸을 피했다.
촤아악!!!
날카로운 일격은 테무진의 목이 아니라 그의 어깨의 갑옷 부분만 날려 버렸다.
“쳇···. 감이 좋은 놈이군.”
“네놈은····? 누구냐?”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다.”
“····총사령관? 그런데 어떻게···?”
폼페이우스가 정체를 밝히자 테무진은 어이가 없었다.
복잡한 전장이었지만 주변에서 끼어들 군세의 움직임은 모두 시야에 잡아두고 있었다.
적의 사령관이나 되는 인간이 움직였다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폼페이우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난 걸까?
“····네놈···. 과연, 그랬군.”
테무진은 폼페이우스를 보고 하눈에 이유를 알았다.
테무진이 폼페이우스가 있는 사령관의 본군의 움직임을 놓친게 아니었다.
애당초 사령관이 있는 본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폼페이우스 한 명만이 자력으로 움직여서 테무진이 있는곳까지 다다른 것이다.
“····미친놈이군. 아니면. 자기 힘에 어지간히도 자신이 있거나 말이야.”
“어느쪽인지 한 번 확인해 볼 테냐?”
테무진의 말에 폼페이우스는 거만한 얼굴을 하고 테무진에게 말했다.
“폼페이우스···. 그래 네가 말이지····.”
테무진의 얼굴에 스산한 살기가 보였다.
사령관이 단독으로 움직인다는 변칙적인 행동에 잠시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이것은 호기였다.
적의 사령관이 부하 한명 없이 눈 앞에 무방비하게 있는게 아닌가?
1만의 트리키아 기병대보다 훨씬 더 큰 전과였다.
“잡아랏!!”
테무진의 명령에 따라서 부하들이 폼페이우스에게 화살을 겨눴다.
그리고 그 순간···.
“건방진 놈!!!”
폼페이우스가 질풍처럼 달려와서는 그대로 테무진을 향해서 일직선으로 질주했다.
카아앙!!!
“크으윽···.”
테무진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향해서 집요하게 달려드는 폼페이우스를 보고 놀랐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루쿨루스라는 놈하고는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
“이런···. 빨리 엄호를··.”
“잠깐만 지금 쏘면 대장도 맞는다.”
폼페이우스의 행동은 그냥 무식하게 닥돌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적들이 몇이 몰려오든 무서워할 폼페이우스가 아니었지만···.
멀리서 화살만 쏘는 상대는 아무리 폼페이우스라고 해도 골치가 아팠다.
그러나 이렇게 적의 대장과 찰싹 달라붙어서 일기토를 벌이고 있으면 그 동안은 화살이 날아오지 않는다.
태풍의 눈이라고 해야할까?
적들에게 온통 포위되어 있는 이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적장인 테무진의 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으아아앗!!!”
폼페이우스가 사납게 검을 휘두르면서 테무진을 공격했다.
마상에서의 싸움이 특기인 폼페이우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통의 로마인들 보다는 훨씬 더 잘 싸웠다.
다만···.
상대가 테무진이라는 것이 그를 애먹게 하고 있었다.
“훗!!!!”
파아앙!!!
“쳇, 미꾸라지 같은 놈··. 무슨 켄타우르스도 아니고···.”
폼페이우스와 테무진.
역사적인 이름값은 둘째 치고 둘 사이의 무력만 놓고 보면 폼페이우스가 압도적이었다.
다만, 그것은 폼페이우스가 자신의 특기인 육지전으로 몰아갔을 때의 일.
마상이라는 조건이 추가되면 아무래도 테무진의 환상적인 기마술이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다.
말의 허리까지 측면으로 아슬아슬하게 휘어지는 묘기를 부리거나, 그 상태로 창을 찌르고 다시 검으로 휘두르는 연속 공격을 펼치거나···.
마상전에서 일대일로 싸우면 테무진의 무력은 두배 이상 올라간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도 테무진의 교묘한 기마술 때문에 번번이 적을 놓쳐서 폼페이우스는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공격하라!!!”
“적의 사령관은 저기에 있다.”
이제까지 테무진에게 압도적으로 희롱당하고 있던 트리키아의 기마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무진이 폼페이우스와 일기토를 벌이는 과정 때문에 잠시 지휘가 무뎌진 것을 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마대의 축이 되어있는 테무진의 발이 멈췄다.
트리키아의 기마대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들었다.
자잘하게 분열시킨 테무진의 기마대가 기동력은 우위일지 몰라도 숫자가 줄면 그만큼 파괴력은 줄어드는 법.
트리키아의 기마대가 한꺼번에 달려들자 테무진은 안색을 찌푸렸다.
‘사령관이 눈 앞에 있는데····.’
욕심이 나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행동 해야할지는 잘 알고 있었다.
“후퇴 나팔을 불어라!!!”
뿌우우우!!!
테무진의 부하들이 나팔을 불고 그 기마대는 일사분란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마라!!!!”
폼페이우스가 되어서 거칠게 외쳤지만 테무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칭키스칸이라고 정복왕이었지만 테무진의 전투에는 철저한 철학이 있었다.
유리할 때 싸우고 불리할 때 안 싸운다.
언듯 보기에는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철처하게 손익계산을 따져가면서 신중하게 전투를 했었기에 그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세웠던 것이다.
비록 지금의 테무진은 아직 젊었고, 또 대제국의 칸이라는 자각 따위는 없었지만···.
그래도 불리한 전투를 굳이 각오하면서 이판사판으로 싸우는 모습은 절대 보이지 않았다.
“사령관님!! 적들이 도망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성문으로·····.”
“네놈 눈은 장식이냐!!?”
폼펭이우스는 추적을 종요하는 부관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테무진을 비롯한 그의 부하들은 성벽의 안으로 도망가는게 아니라 전혀 다른 장소로 질주하고 있었다.
이 전쟁터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장소로 퇴각하는 테무진의 군대는 망설임도 없었다.
“저 놈들 어디로 가는 거지?”
정작 성벽의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르겔라오스도 테무진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말이다.
그렇게 첫 날의 전투는 기마대의 전투를 주축으로 해서 전투가 끝났다.
그리고···. 폼페이우스 군단의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적습!!! 적의 습격이다!!!”
“테무진의 기마대가 습격해 왔다!!!”
“기마대는 뭐 하는거야!!? 당장 추적해!!!?”
“제기랄!! 도대체 어디서 공격하는 거야!!?”
첫날의 전투 이후로 성벽의 안으로 돌아가지 않은 테무진.
그는 전투에서 도망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폰투스군의 그 누구보다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밤에 기습을 하고 있는데··.
그 기습이 폼페이우스 군단을 미쳐 버리게 하고 있었다.
처음 하루는 몰라도 그렇게 매일 밤 계속되면 폼페이우스 군단도 야습이 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연히 대비도 하고 역으로 함정도 준비하고···.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빌어먹을 새끼가!!!”
폼페이우스가 이렇게 빡칠 정도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알아도 막을 수가 없는 공격.
전쟁터에서 이것만큼 골치 아픈 상대가 또 있을까?
테무진의 야습이 딱 그랬다.
폼페이우스 군단의 대비를 우습다는 듯이 매일밤 찾아와서 불화살을 날리고 도망가고···.
적이 추적을 했다 싶을 때는 이미 도망가고 난 직후였다.
무리한 추적을 하면 그 추적부대가 전부 궤멸해 버릭기도 하고···.
테무진의 기마대에 이미 상당한 희생자가 생겼다.
그리고 희생자 이상으로 아군의 사기가 바닥이었다.
병사들이 하룻밤도 편히 쉬지 못하고 매일같이 야습에 시달리다 보니 강철 같은 군기를 자랑하는 폼페이우스 군단도 푹 늘어져 버렸다.
결국 폼페이우스는 결단을 내렸다.
“···일시 후퇴한다.”
“사령관님!!”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후퇴만 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부하들의 항의에 폼페이우스는 눈을 부릅뜨고 일갈했다.
“그럼 이대로 아무대책도 없는데 그냥 당하고만 있으란 말이냐!!?”
“·············.”
“·············.”
“·············.”
폼페이우스의 말에 부관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사실 폼페이우스도 예전의 그였다면 자신의 무력으로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라디소스의 전쟁에서 스파르타쿠스의 전략에 의해서 커다란 패배를 겪은 후에 폼페이우스의 안에서 뭔가가 변했다.
이전의 폼페이우스는 자존심의 덩어리 같은 사람이었다.
전략에 어두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전략을 활용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하고 대부분의 결정적인 한 방은 자신과 자신의 군단병들을 이용한 정면 대결로 마무리 지었다.
스파르타쿠스와의 전쟁에서도 함정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뛰어 들었다.
그러다가 쓴 맛을 봤던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용맹한 자이기는 하지만 아둔한 자는 아니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폼펭이우스는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보는 습관이 들었다.
“적의 기마대는···. 내가 한 번도 본적 없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번번이 휘둘리기만 하고 있을 뿐이야.”
“그건····.”
“예. 뭐····.”
“···········.”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부하들을 보면서 폼페이우스는 말했다.
“귀관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 군단의 자부심은 안다. 하지만 이제는 적의 우수함을 인정하는 겸허함도 길러라. 나부터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다. 알겠나?”
“옛!!!”
“옛!!!”
“옛!!!”
이제까지 쭉 폼페이우스를 보필해 왔던 고참 지휘관들은 얼굴에 크게 감동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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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폼페이우스가 변했어요.
우진 : 나는?
작가 : ......기다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