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우진 가족이 늘다.>
해적들에게 주어진 보상은 당초에 말했던 것 보다 조금 변했다.
하지만 해적들은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애당초 그들이 원했던 것은 이 파라디소스에서의 떳떳하고 안정적인 삶이었다.
우진이 그것을 보장하자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몰랐겠지만 이 거래에서 진짜 이득을 본 것은 우진이었다.
손 안대고 코 풀 듯이 골칫거리인 해적들을 처리하고 거기에 대략 5,000명에 이르는 해군 전력도 손에 넣었다.
그 해적들이 새롭게 데리고 온 가족들의 숫자까지 생각하면 인구도 크게 늘었다.
고대시대의 인구 밀도를 생각하면 인구가 2만 명 이상 늘어난다는 것은 큰 이득이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국가 발전을 꿰할 수 있겠군···.’
우진의 당면 목적은 정전기간이 끝나는 다음 시기까지 총 30만의 군사력을 만드는 것이다.
거의 현재의 3배에 달하는 전력이었지만 로마와 정면대결을 할 생각이라면 그 정도는 꼭 필요했다.
‘본국에 10만, 아프리카에 5만, 사르디니아에 5만, 부르티움 지역에 10만···. 거기다 누미디아와 이집트의 지원군까지 합한다면···. 충분하다.’
우진은 3년후에 전쟁을 시작하고 5년 후에는 로마를 무너트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시저나 폼페이우스라고 해도 예전 만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두 번이나 로마와 전쟁을 하고 그 두 번 다 큰 이익을 얻었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우진이 폰투스에 나타난 변수를 몰랐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우진은 나라의 내정에 힘쓰면서 군사를 늘리고 장인들에게 신병기의 제작을 닦달했다.
건국 시작부터 만들라고 재촉했던 석궁은 아직도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우진이었다.
덕분에 죽어나가는 것은 무리한 요구에 힘들어 하는 장인들이었다.
오죽하면 파라디소스의 장인들이 우진을 저주한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성국은 아니었지만 우진의 재촉에 의해서 이런저런 병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기술적인 성과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그 성과중에 하나로 마갑을 들 수 있다.
말에게 갑주를 걸쳐서 방어력을 높인다는 것은 우진이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추진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말의 심장부와 안면에 조약한 가죽 갑옷을 입히는 것 정도는 이미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말의 전신을 8할 가량 감싸는 말 전용 체인메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비록 무게가 무겁고 말에게 한 번 마갑을 익히려면 남자 세 명이 달라 붙어서 30분은 넘게 낑낑 거려야 했지만···.
그래도 성능 면에서는 우진이 만족할 만한 방어력을 가진 것인 나왔다.
평범한 활의 공격을 50미터 앞에서도 뚫리지 않고 버틴 것이다.
우진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만족했다.
“이제야 중장기병··. 제대로 된 기마 돌격이 가능 하겠군. 제작 단가는 얼마인가?”
“그게···. 아무래도 말의 전신을 두르는 형식이다 보니····. 대략 이 정도는 듭니다.”
“50데나르? 인간의 다섯 배가 넘잖아?”
“예···. 이것도 갑옷만 걸쳤을 때의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위에 등자를 달고 기마 장비를 다 갖추면····.”
“다 갖추면?”
“적어도 200데나르는 들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
우진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톡톡 두드렸다.
자신의 직속 기마대가 현재 1만이다. 그러니 말의 장비만 해도 200데나르 X 1만이라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200만 데나르다. 말의 장비만 그렇다. 거기에 병사의 장비까지 포함하면 못해도 250만 데나르는 될 것이다.
250만 데나르···.
거창한 신전 다섯 개를 지을 가격이었고, 400통 선적이 가능한 대형 선박을 50척은 건조할 돈이었다.
어디까지나 지금 있는 병력에게만 무장 시켰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마부대를 늘릴 예정이었던 우진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아니 딱 깨놓고 자신의 기마부대에만 그만한 돈을 쓰면 아무리 국왕이라도 욕먹기 딱이었다.
“끄응···. 포기하기는 아까운데···. 일단 다음 장비로 넘어가지.”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새롭게 개발한 신형 캐터필터 포탄입니다. 전하의 주문대로 안에는 기름을 넣고 그 위에 심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음···. 그래서 성과는····?”
“죄송하지만 현장에서 쓰기에는 아직 무리가 많습니다.”
“쯧····.”
우진은 캐터펄트에 올리는 돌 대신에 기름이 들어있는 둥근 항아리에 불을 붙인채로 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항아리가 깨지면서 기름이 터지고 거기에 불이 붙는다···.
라는 광경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차고 넘쳤다.
우선 항아리의 강도.
항아리가 무슨 쇠도 아니고 그렇게 강력할 리가 없었다.
평소에도 조심해야 했지만 자칫 잘못 하다가는 캐터펄트에서 날아가기도 전에 항아리가 깨지고 기름이 흐르기 일쑤였다.
거기다 문제는 또 있었다.
불씨가 문제였다.
우진이 생각한 것은 불이 붙으면 천천히 시간을 두고 타들어가는 심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 그런 심지는 없었다.
소위 화승이라고 하는 이 물건에 관해서 우진은 아는 것도 없었고 설명할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기름을 먹인 천을 대신 쓰고 있었는데···.
불이 워낙에 순식간에 붙어서 심지의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흠····. 결국 실용화는 무리라는 소리인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기 이것을 보시죠.”
장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가지 물건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가죽 끝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던지기 위한 물건이었다.
“그건···? 슬링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돌을 던지기 위한 슬링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슬링에 쓸 작은 기름 항아리입니다.”
장인은 작은 사과 정도의 크기인 사과 항아리를 보여 주면서 말했다.
“이정도의 크기라면···. 항아리를 좀 두껍게 만들기만 하면 쉽게 항아리가 깨지지 않아서 안정적으로 기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흠···. 그렇군.”
“거기다 꼭지 부근에 기름을 먹인 등잔의 심지를 넣었습니다.”
“그렇군··. 그래서 이것의 효용은?”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
우진의 말에 장인은 여러명의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병사들은 10명이 몰려와서 커다란 표적을 정해두고 작은 기름 항아리에 불을 붙이고는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훙!! 후우웅!!! 훙!!!
슬링의 원심력으로 멀리 날아간 항아리들은 커다란 표적이 모두 명중했다.
10발이 날아간 항아리들 중에 7발이 즉시 불이 붙었다.
다른 항아리들 역시 기름이 흘러서 금방 불씨가 옮겨 붙었다.
“호오····.”
“커다란 기름 항아리를 한 번에 날리는 것은 어렵지만···. 여러개의 작은 기름 항아리를 한 번에 날린다면 나름 좋은 성과는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한 것입니다.”
“좋군···. 수성시에도 그리고 해전에서도 충분히 써 먹을 수 있겠어.”
우진은 만족 스러웠다.
당초에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랐지만 나름 성과를 발휘한 것이다.
거기다 이것은 마갑과는 달리 필요 경비도 크게 비싸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만, 이것은 소모품입니다. 한 번 쓰고 나면 다시 만드는 만큼 돈이 계속해서 드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
“···하나당 제작 단가가 얼마인가”
“8아스 정도입니다.”
“끄응····.”
우진이 생각하던 것 보다는 좀 비쌌다.
하긴 이 시대의 항아리는 수제품이었고 기름도 가격이 나가는 물건이었다.
보통 1인단 2아스 정도하면 푸짐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 8아스는 한국으로 치면 4인 가족이 외식이라도 하면 깨지는 금액하고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건들을 쓸만하군. 모두들 수고 했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정진해서 국가에 도움이 되어 주게.”
“···············.”
“···············.”
“···············.”
“그리고 석궁도 빨리 만들고.”
“···············.”
“···············.”
“···············.”
“혹시 코끼리에 마갑을····. 아니 됐네.”
“···············.”
“···············.”
“···············.”
장인들은 우진을 한 대 때리고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우진은 관대하게 넘어갔다.
어쨌든 훌륭한 성과를 낸 것은 틀림없는 장인들이었다.
“다만···. 뭐든지 돈이 문제란 말이야···. 만족하게 장비를 갖추려면 아무래도 돈이····.”
그때 고민하고 있던 우진에게 전령이 달려와서 말했다.
“전하. 클레오파트라 7세께서 오셨습니다.”
“그녀가···? 제길····.”
우진의 표정에서 난색이 떠올랐다.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트로.
정식으로 이집트의 왕위에 오른 그녀의 정식 이름이었다.
자국에서도 그리고 동맹국에서도 인기 만점을 달리고 있는 그녀는 수시로 먼 바닷길도 마다하지 않고 파라디소스로 찾아왔다.
명목은 동맹국을 향한 우호의 표시와 현지 시찰이라고 하지만···.
뻥이다.
그럼 어째서 같은 누미디아에는 딱 한 번 밖에 찾아가지 않았겠는가?
자기 언니와 주바 왕자의 결혼식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주바 왕자가 국왕이 되는 대관식에는 한 번 찾아갔지만 그것도 우진이 누미디아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움직인 것이다.
즉, 그녀의 목적은 뻔했다.
우진과의 결혼.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진과의 결혼에서 얻어 낼 수 있는 다음 아이를 바라는 것이다.
본래의 역사에서 그녀가 시저와 안토니우스에게 시도했던 것.
지중해를 호령하는 제왕을 만들기 위해서 우수한 아버지를 찾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 대상이 틀어진 역사에서는 우진으로 정해진 것이었다.
그녀는 올 때 마다 다소 노골적일 정도로 우진을 유혹했다.
디도에게 우진의 아이가 생겼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겉으로 제 삼자가 본다면 그녀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는 우진이 나쁜 남자로 보일 정도로 헌신적으로 마음을 다하고 있었다.
‘제길···. 역사상에 클레오파트라가 어떤 여자로 남아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우진은 세간에 떠도는 자신의 나쁜 남자 캐릭터에 관해서 그저 억울하기만 할 뿐이었다.
“전하, 오셨습니까?”
왕궁에 돌아가자 클레오파트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우진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클레오파트라, 난 당신에게 이런 행위를 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마음이 흘러 넘쳐서···.”
눈물까지 글썽 거리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우진은 억울할 뿐이었다.
‘제길···.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별로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발등에 입을 맞춘다는 것은 복종을 넘어서 굴종의 의미에 가까운 제스처였다.
이집트의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가 할 행동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적한 것 뿐인데····.
그런데 결과는 우진이 나쁜 남자가 되어 버렸다.
하여튼 세상만사 미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고대 로마건 현대건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후우····.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죠.”
우진은 더 이상 사람들의 이목이 있는 곳에서 클레오파트라하고 있다가는 자기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와 함게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앉은 후에야 클레오파트라와 대화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쩐 일입니까?”
“예. 무역의 교역을 위해서 왔습니다.”
“그건····. 파라오인 당신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닐텐데요.”
“그렇군요···.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아쉬울 것은 없지요.”
“············.”
순간 우진은 아찔할 정도로 정신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우진 : 젠장 너무 예쁘잖아....
작가 : 명색이 인류 최고의 미인 소리 듣는 여자인데 당연하지. 실제 어쨌느니 하는 말은 접어두자.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