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유다이아와 이집트의 전쟁.
양국의 전투는 이집트의 승리로 금방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치열해 지기 시작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재빨리 유다이아를 처리하고 자신의 남편에게 지원군까지 보내려고 했었지만··.
그것은 그녀가 전쟁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왜, 유다이아 정도를 손쉽게 이기지 못하는 거지? 진은 벌써 마우레타니아를 절반 이상 밀어냈다고 하는데····.’
일진일퇴하는 전황의 보고를 받으면서 그녀는 곱게 인상을 썼다.
일전에 우진도 속으로 생각했지만 왕으로서의 클레오파트라의 약점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을 단순히 산술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강대국과 약소국이 싸우면 이기는 것은 강대국.
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마음 편하게 전선에서의 승전보만 기다리고 있었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만약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이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는 것이었다면 이 세상에는 전쟁이 사라졌을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변수와 이변이 난무하는 것이기에 약소국도 그냥 당하지 않고 이빨을 으르렁 거려서 강대국에 대항한다.
그러다 보니 피터지게 싸우게 되고 잔혹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집트와 유다이아의 전투도 그랬다.
헤로데 1세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다시 유다이아에 진출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유다이아의 전 국력을 동원해서 이집트를 침공했다.
당하기 전에 치겠다는 마음으로 필사적인 침공을 한 것이다.
물론 이집트 군도 이에 대응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집트의 주력은 해군력이다.
이집트의 막대한 해군력은 이 지중해에서도 로마 다음이었다.
원래의 역사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옥타비아누스를 상대로 굳이 해전을 고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유다이아와의 전쟁에서는 그 해군이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집트의 해군력이 유다이아의 해안의 항구 몇 개를 박살 내 놓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더 깊숙하게 치고 들어가려고 해도 무리였다.
결사의 각오로 국운을 걸고 있던 헤로데 1세는 항구 근처의 도시와 오아시스 전체에 인구를 물리고 마을을 파괴했다.
이른바 헤로데 1세 식의 청야전술이랄까?
자국의 영토에서도 막대한 대미지가 생기는 전략이었지만 국토의 상당 부분이 사막인 유다이아에서는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집트라고 육군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파라디소스··, 아니 누미디아에 비해서도 육군의 전력은 다소 처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결사적으로 쳐들어온 헤로데 1세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치열한 전쟁이 몇 달째 계속 되었고··. 양국다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우진은 이미 마우레타니아를 거의 다 정복하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승승장구하는 남편에게 못난 아내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조급함이 났지만···.
그녀 자신이 전쟁터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손쉽게 이기지 못하고 있는 자국의 장군들이 살짝 못마땅했다.
그래서일까?
클레오파트라는 스스로 정했던 룰을 어기고 말았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전쟁터의 일은 전쟁터의 장군들에게 맡기고 거기에 참견하지는 않겠다.
오로지 결과로만 판단하겠다.
라는 룰을 스스로에게 세우고 있었다.
전쟁터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이 적으니 스스로 그렇게 억제를 한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들려오는 남편인 우진의 승전보에 자국의 장수들의 고전.
그녀는 현장의 장수들에게 독촉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독촉을 받은 장수들은 결국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전선의 모든 군단을 모아서 적을 격파하고 적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진격하자.
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거기에 맞서서 유다이아군도 모여서 대 일전을 각오했다.
전쟁은 단 한번의 전투로 이기느냐? 지느냐?를 거는 도박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전선을 넓게 유지하고 계속 싸우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집트가 이겼을 것이다.
시간은 걸렸겠지만 그래도 소모성이 강한 난타전으로 가면 결국에는 후방이 탄탄한 쪽이 이기는 법이었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의 조바심이 자칫 잘못하면 전쟁터에서 질 수도 있는 도박성을 가져온 것이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인 헤브론에서 양군은 모여서 일대 대전을 벌였다.
사실 이 때쯤에 우진도 카토와의 일전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지중해 양쪽 끝에서 대규모 전력이 부딪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략 시간상으로 2개월 정도의 차이를 두고 동쪽의 토지가 먼저 피를 빨았다.
이집트와 유다이아의 전투는 치열했다.
양쪽 다 이것이 질 수 없는 전투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카토와의 전투에서 우진이 압승을 거둔 것과 달리 이집트 군과 유다이아 군의 전쟁터는 혈전이었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군과 군의 부딪힘이 만들어낸 광경은 참혹했다.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로 산을 쌓을 수 있을 만큼의 혈전이 벌어졌고···.
그 승자는 근소한 차이지만 이집트의 승리였다.
다만, 워낙에 큰 출혈이 있었기에 이집트도 바로 예루살렘으로 진격하는 것은 포기하고 군사를 추스렸다.
어쨌든 유다이아에는 막대한 대미지를 줬고, 이제 전쟁의 승자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격투기로 치면 치열한 난타전 끝에 이제 그로기 상태로 비틀비틀 거리는 상대였던 것이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힘을 모아서 한 방 날리기만 하면 승리는 따논 당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 삼의 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테무진이었다.
[로마에 아첨하기 바쁘고 자국의 고통도 신경쓰지 않고 무모한 전쟁으로 국난을 초래한 헤로데 1세는 왕의 자격이 없다.]
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테무진이 대군을 일으켰다.
언제? 도대체 어떻게?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테무진은 거대한 대군을 일으켰다.
그 군세는 무려 4만.
정예 병력은 테무진 본인을 비롯한 5,000정도의 부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진짜 알짜배기는 테무진과 함께 고락을 같이 해온 3,000기마병 뿐이었고 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만 5천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우진에게 지름신이 있듯이 테무진에게 ‘갑툭튀’의 축복이라도 내린 것일까?
아니다. 누군가가 이 군세에 가까이 와서 보면 금방 어이를 상실할 것이다.
지금 테무진이 이끌고 남하하고 있는 병력의 태반이 노인, 애, 심지어 여자들까지 포함한 순수한 일반인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건 군세가 아니다.
그냥 무리일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헤로데 1세의 군대가 패배한 소식이 들리고 이집트의 대군이 쳐들어 올 것이라고 소문으로 유다이아의 민심은 극도로 나빠졌다.
그런 최악의 타이밍에 마치 ‘내가 모두 해결해 주겠다.’ 라는 듯한 태도로 일어난 것이 바로 테무진이다.
위기에 처한 인물은 영웅에게 약한 법이다.
테무진은 수많은 이들을 이끌고 남쪽의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군중의 감정은 사람에서 살마으로 전염되는 법이다.
사람들은 테무진이야 말로 유다이아를 구원해줄 새로운 왕이라고 말하면서 테무진을 지지했다.
심지어 테무진은 유다이아 사람들의 종교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가 끝나고 유다이아 사람들은 오랜세월 동안 자신들의 신인 야훼를 제대로 외치지 못하고 있었다.
유다이아 사람들이 자신들의 종교에 가지고 있는 끈질긴 집념을 알고 있었던 헬레니즘 왕조나 로마인들이 거기에 은근히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테무진은 거기를 파고 들어서 유다이아의 제사장들에게 말했다.
[“자기 자신의 신을 믿는데 허락을 구해야 할 정도면 그는 이미 지도자로서 실격이오. 난 그대들의 신을 부정한 생각은 추호도 없소.”]
자신들의 종교를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유다이아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종교를 마음껏 믿어도 상관없다는 테무진의 주장은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 같앗다.
특히 오랜 세월동안 박해 받아온 노인들에게 그의 지지는 더욱더 굳건했다.
테무진은 순식간에 자기 영역에 있는 유다이아 인들의 민심을 사로 잡는 것에 성공했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테무진의 군세는 커져만 갔다.
이제까지의 박해에 지친 자들.
강력하고 새로운 지배자를 원하는 자들.
그리고 자신의 신을 마음껏 외치고 싶었던 자들.
그들 모두가 테무진의 행렬을 따랐다.
왕, 혹은 황제라고 불리는 지도자들은 수많은 것을 짊어지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테무진은 기억도 돌아오지 않았고, 자신이 누구라는 자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군중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을 알고 있는 진정한 대왕이었다.
같은 대왕 소리를 들었다고 해도 미트리다테스나 헤로데 정도하고는 격이 다른 그릇이었다.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무렵. 테무진의 군세는 20만을 넘었다.
대부분이 일반인이었지만 자국민 20만이 밀려오자 헤로데 1세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저건 이겨도 문제다.
역사에 두고두고 자국민을 학살한 폭군으로 이름을 남기고 얼마 못가서 쫓겨 날 것이 뻔했다.
결국 헤로데 1세는 맞설 엄두도 못내고 몸을 피했다.
그는 일단 자신의 최고 측근들만을 데리고 로마롤 몸을 피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아버지인 아울레테가 한 것과 똑같이 그도 로마에서 기다리다가 재기를 노릴 생각인 것이다.
뭐···. 그럴 기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테무진이 유다이아 민중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유다이아의 왕위에 오르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것이 착착 준비되어 잇었고 테무진은 그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준비된 왕좌에 올랐던 것 뿐이다.
헤로데 1세의 입장에서는 미치도록 빡칠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황당한 사람이 또 있었으니···.
바로 클레오파트라였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오파트라의 왕궁.
그 대전에 유다이아의 새로운 왕위에 올랐다는 테무진의 사신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사신과 만난 클레오파트라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 뭐라고 했죠?”
“피해보상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
‘잘못 들은게 아니라니 놀랍군.’
클레오파트라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자기 남편하고 이름이 같은 인간(엄밀히 말해서 다르다.)이 왕위에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녀는 허탈함에 한숨을 쉬었다.
이제 거의 다 이긴 전쟁이었고 밀기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툭 튀어나온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차분하게 생각을 다시 했다.
이미 벌어진 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현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
전쟁에 관해서 좀 무지한 약점이 있다면 외교에 관해서 유연한 대처를 하는 것은 그녀의 강점이었다.
원래의 역사에서도 지금의 역사에서도 클레오파트라의 외교 전략은 빛을 발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작품 후기 ============================
원래의 역사에서 미모와 외교 하나로 살아가던 클레오파트라였죠.
뭐.. 결국에는 망했지만...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