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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67화 (167/220)

167화

우진이 추적을 말리자 마시르는 살짝 놀란 얼굴을 하고 말했다.

“예!!? 추적은···?”

“하지 마라. 불길하다.”

“···예. 알겠습니다.”

마시르가 보기에 지금 추적해서 적에게 큰 대미지를 주는게 좋아 보였다.

하지만 우진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는 것이 마시르의 철칙이었다.

우진은 일단 라피아의 성내로 들어가서 도시의 책임자를 만났다.

“그대가 이 성의 책임자인가?”

“옛.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테오 프란굴스라고 합니다.”

“음··. 그동안의 상황을 보고해 보게.”

“예. 알겠습니다.”

우진은 마시르에게 병사들을 푹 쉬게 하고는 자신은 성내의 책임자에게 보고를 받았다.

“성으로 오면서 슬쩍 싸워 봤는데···. 저기 적의 정예인가? 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우진의 말에 테오라는 남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원래 유다이아인들은 저렇게 미친 듯이 싸우는 인간들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저렇게···. 노인이고 애들이고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신을 부르면서 계속 전진하고 있는데 미칠 것 같습니다.”

“흠·····.”

우진도 알고 있다.

악바리 근성에 젖어서 달려드는 군중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이다.

온갖 훈련을 거친 정예 군사들이 민중의 폭동에 의해서 패배하는 일도 떄때로 있고는 한다.

분노, 충성, 그리고 애국심 등등···.

이유는 다르지만 군중의 열기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뜨거워지면 그것은 어떤 강군에 견줘도 결코 약하지 않다.

“거기다 놈들 중에 상당히 뛰어난 기마대가 있습니다.”

“기마대?”

“예. 그렇습니다. 보병들은 무장도 제각각이고 그냥 닥치는 대로 싸우는게 다지만···. 그 기마대 놈들이 전쟁터에서 갑자기 툭툭 튀어나와서 전황을 확 뒤집어 버립니다.”

“기마대의 규모는?”

“많이 나타날 때는 2,000까지 나타났다고 하는데··. 보통 전장에서는 500단위로 나타나서 아군을 괴롭히고는 합니다.”

“고작 500한테? 그 정도 기마대로 전황이 바뀐다고?”

“예. 갑자기 나타나서 지휘부를 궤멸 시키거나 아군을 돌파해 버리거나, 활로 전열을 흐트려 버리는데 여간 골치 아픈게 아닙니다.”

“잠깐··. 활? 아까 기마라고 하지 않았나?”

“예. 아··, 그 놈들 말 위에서 달리면서 활을 쏩니다. 우리가 쓰는 활 보다 좀 작은 활인데····.”

“·······뭐지? 그 놈들····.”

우진이 말을 들어보니 적의 기마대는 마치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이상의 기마병 같았다.

정면 돌파와 기마 상태에서의 기사가 동시에 가능한 기마대.

총이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 그거야 말로 무적이 아닌가?

우진은 그것을 위해서 자꾸만 석궁 만들라고 아국의 대장장이들을 갈구고 있는 처지였다.

기마 상태에서의 궁술은 우진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기에 한 손으로 사격이 가능한 석궁을 만들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기마 상태에서 궁사가 가능한 놈들이 있다니···.

“이상하군. 유다이아의 지금 왕이····.”

“그게 전하와 이름이 같은 자라고 합니다. 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나하고 같은 동양인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동양에 진이라는 발음은 흔하지만····. 누구지? 혹시···? 에이 설마····.”

우진은 끝 없이 중얼중얼 거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매우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함락 시키지 못했다고?”

“예. 전하 죄송합니다.”

테무진은 부하의 보고를 듣고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 거렸다.

“뭐가 문제였지? 그 성의 주둔 병력도 오늘 쯤이면 거의 진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테무진은 라피아를 함락 시켜서 그 성을 나일강의 삼각주를 향한 교두보로 삼을 생각이었다.

보통 성은 함락 시키지 않고 주변 마을부터 파괴해 감으로서 적을 고립시킨다.

라는게 테무진의 주특기였지만 라피아는 함락 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시간을 들여서 꾸준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다만 병력의 소모를 아끼기 위해서 어디까지나 은근히 뜸을 들이듯이 서서히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적들이 충분히 지쳤다고 판단했을 때 단 번에 쳐들어가서 적들을 물리칠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늘 쯤이면 성을 떨어트리는 것에 성공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보고는 실패라니···.

“뭐가 원인이었던 거냐?”

“갑자기 적이 나타났습니다. 대략 2만 정도···.”

“2만? 알렉산드리아에서 원군이라도 충원 되었나?”

“아닙니다. 새롭게 나타난 적들은 파라디소스의 군대라고 했습니다.”

“파라디소스? 그 서쪽의 나라가?”

“예. 아마도 클레오파트라 파라오가 원군을 청한 모양입니다.”

“흐음···. 그 소문이 무성한 영웅왕이란 말이지··.”

테무진도 우진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다.

원래 노예였는데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로마를 물리치고 자신의 나라를 세운 왕.

로마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인물.

로마 최고 정치가인 시저가 가장 경계하는 인물.

로마 최고의 장수인 폼페이우스가 가장 숙적이라고 생각하는 인물.

그리고 지중해 최고의 미인인 클레오파트라를 차지한 남자.

이런저런 소문은 많이 들었다.

안 들을 수가 없었다. 특히 테무진이 요즘 들어서 새롭게 사용하고 있는 가명 때문에 유다이아의 안에서도 종종 테무진과 우진을 비교하고는 했다.

“그래···. 잠깐, 그 인간 서쪽 끝으로 원정을 갔었다고 하지 않았나? 틀림없이 마우레타니아에 소란이 생겨서 처리하러 갔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중간에 돌아왔지 않을까요?”

“····아니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정신 없는 인물은 아닐 거야. 아마도 여유있게 처리하고 여기에 온 것이겠지.”

엄밀히 말해서 여유있게는 아니다.

테무진이 이집트에 집적 거리지만 않았다면 에스파냐를 한 바탕 털어서 자기 영토로 만든 후에 유유하게 왔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테무진이 갑작스런 변수로 끼어들어서 어쩔 수 없이 에스파냐의 노른자라고 할 수 있는 은광맥만 깔짝 깔짝 갉아 먹고 온 것이다.

옥타비아누스의 입장에서는 다행이기도 했고, 빡치는 일이기도 했다.

“파라디소스라···. 우선 상황을 한 번 보도록 하지. 바르베르코.”

“예. 전하.”

“일단 군세를 물려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전선 전체에 걸쳐서 방어라인을 펴라.”

“알겠습니다.”

우진과 테무진 둘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우진은 지도를 펴고 지휘관들을 모아서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적들에게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작업에 집중한다. 알겠나?”

“예!!!”

“예!!!”

“예!!!”

“좋다. 마시르, 넌 군사 5천을 이끌고 해안선의 영토들을 먼저 공격하라.”

“알겠습니다.”

“나머지 지휘관들은 나의 시지에 따라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적들은 호전적인 보병과 굉장히 전략적인 기병을 연계적으로 운영한다. 함부로 적의 전술이 휘말리지 마라. 알겠나?”

“옛!!!”

“옛!!!”

“옛!!!”

우진은 일단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서 차근차근 전 군을 전진 시키기 시작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전폭적인 허가 아래에 우진이 원래 가져온 군사 이외에도 이집트 군사 3만의 지휘권도 우진이 가지고 있었다.

원래 이집트의 장수들은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귀족들이었다.

절대로 타국의 왕에게 자신들의 지휘권을 넘길 인물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름 아닌 영웅왕이라고 불리는 우진이었고 또한 자신들의 파라오의 남편이기도 했다.

우진의 경우 파라디소스의 왕이었기에 이집트의 내정에는 손대지 않았지만 보통 파라오가 여자일 경우 그 여성과 결혼을 한 남자에게도 이집트의 통치권이 어느정도 쥐어지고는 했다.

그러니 우진이 지휘권을 요구 했을 때 토를 다는 상대는 한 명도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뭐라고 토 달면서 개겼다가는 쳐 맞았을 테니까···.

우진의 군대는 차곡차곡 점령당한 영토에서 유다이아 군세를 처리해 나갔다.

해안쪽의 도시들은 마시르가 전담하면서 거기에 이집트의 강력한 해군들이 서포트 해서 순조롭게 영토를 복구했다.

그리고 우진 역시 전선 전체에 걸쳐서 차곡차곡 군세를 전진시켜 나갔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영토를 회복해 나가는 우진의 군세에 유다이아의 군은 어이없을 정도로 순순히 물러났다.

거짓말 아니고 마치 전쟁을 피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순순했다.

“하하하···. 적들이 진 전하의 이름에 겁을 먹은 것 같군요.”

“이대로 가면 그 가짜를 잡아서 꿇어 앉히는 것도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입니다.”

이집트의 지휘관 뿐만 아니라 파라디소스의 지휘관들도 손 쉬운 승리가 계속되자 들떠 있었다.

우진은 그런 부하들을 보면서 뭔지 모르게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해. 너무 쉬워. 이렇게 쉬운 상대에게 클레오파트라가 도움을 청할 정도로 위기심을 겪었단 말인가?’

우진은 뭔지 모르게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불안해 하는 우진을 보고 파라디소스의 지휘관 한 명이 말했다.

“전하. 불안하시다면 좀 더 진군 속도를 높이시는 편이 어떨까요? 적들의 반응도 달라질지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게르도스, 제브라.”

“예. 전하.”

“각각 군사 3천을 이끌고 적을 공격하라. 단 무리하지 말고 적의 본진을 자극할 정도만 움직여라.”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방금 우진이 지시를 내린 두 사람은 예전에 우진이 검투사 노예일 때부터 가르쳤던 제자겸 부하들인 자들이었다.

눈에 띠는 활약을 한 적은 없었지만 초창기부터 활약한 검투사 형제들은 우진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투입하는 것은 그만큼 우진이 이 상황을 신중하게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불안해. 마치 내가 적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 있는 기분이야.’

예전에 시저를 처음 상대할 때 같은 불길함.

그런 느낌이 드는 우진이었다.

테무진의 막사.

테무진의 부하중에 한명이 막사 안으로 들어와서 보고했다.

“대장. 아니 전하···. 적들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예. 모든 것은 전하께서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아니···. 내 예상보다 더 신중한 자다. 상당히 뛰어난 자군.”

“예?”

의문에 차서 반문하는 부하에게 테무진이 설명했다.

“적이 막무가내로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라면 좀 더 일찍 무모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움직일 줄은···. 생각보다 훨씬 신중하고 뛰어난 자라는 증거다.”

“그럼···. 어떻게 할 까요? 계획에 변경이 있습니까?”

“아니···, 변경은 없다. 아무리 우수한 자라고 해도 이미 그물에 걸린 상태에서 발버둥 쳐봤자 소용 없다는 것을 알려주지.”

테무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막사의 밖으로 나가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우선은 좀 더 먹이를 확실하게 물 수 있도록 확실한 미끼를 뿌려주지.”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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